<플.플.땡> 2. 당신이 잃어버린 것

D-29
옥분 : 해가 져도 꽃은 줄기차게 팔리는구나. 애린 : 언니, 잠깐만. 석호 : 저 때문에 퇴근 못하시나 봐요. 애린 : 장사하는 사람이 어디 시간 정해놓고 하나요. 이건 어떠세요? 프리지어. '당신의 시작을 응원해.' 석호 : 네? 애린 : 꽃말이에요. 다시 찾으면 다시 시작해야 하니까. 옥분 : 그건 너한테 하는 말 같다? 애린 : 언니한테도. 석호 : 이런 겨울에도 프리지어가 다 나오네요. 애린 : 요즘은 하우스에서 기르니까요. 뭐, 하우스 아니라도 오늘은 봄 날씨 잖아요. 좀 이상하긴 해도 눈 대신 꽃 날리는 날이니까. 가게 창문으로 날아온 매미. 매미가 울기 시작한다. p. 138
당신이 잃어버린 것 - 창작집단 독 희곡집 유희경 외 지음, 창작집단 독 엮음
여기서보면 매미의 울음은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는 메시지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지막에 등장한 팀장 석호가 누구에게 줄 꽃을 사러왔는지 좀 궁굼해지기도 합니다.
그죠, 마지막 편까지 다 읽고 나면 그때 더 선명해지는 것이 있다는 점이 1부의 미덕 중에 하나죠. 이런 구성을 생각해내어, 각자의 개성과 주장을 조율해 전체 그림을 완성한 작가들에게 박수!!! 이것이야 말로 프로들이 모여서 해낸 조별과제의 좋은 예다!
'일어난 일은 이미 일어난 일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 그만 놓아줘라, 그만 잊어라.' 수많은 사람들이 비탄에 빠진 사람에게 걱정과 위로를 겸해서 하는 말이죠. 그 사람들도 날 위해서 하는 말이라는 걸 알고, 그 말이 맞는 말이란 걸 알아도, 쉽게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사람마다 필요한 시간도 다를 것이구요. 바로 다음날부터 꿋꿋이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3일이, 7주가, 1년이, 5년이 필요한 사람 각각이 있을 것입니다. 어딘가에선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한 채로 엉겁결에 등떠밀려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겠구요. 또 누군가는 시간이 얼마가 지나더라도 보내지 않은 채로 살겠다고 마음먹을 수도 있죠. 비극과 슬픔을 나름의 방식으로 극복해나가는/극복해보려하는 많은 삶을 보여주는 와중에, 꼭 극복하거나 훌훌 털고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 자기 방식대로, 자기 속도대로 꼭꼭 삼키고 씹고 소화하는 모습도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모습도 자기다운 삶의 모습이라고 보여주는 이야기로 읽었습니다. 그리고 1부 마지막 장에서 석호를 다시 보여줘 다시 한 번 떠올려보게 하는 배치라고 느꼈어요. 글을 다시 한 번 보고 나서 할머니의 방 안의 광경을 한 바퀴 돌아보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오래된 가족사진 액자, 꺼지지않는 TV로 상징되는 반추되는 트라우마의 모습에서 다른 사람들이 흔히들 할 것이라 보이는 어림짐작이 있습니다. '그 할머니는 그 사건 이후 그 일에 얽매여 빠져나오지 못하고 30년을 혼자 쓸쓸히 살다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그러나 고개를 돌려보면, 사람들의 위와 같은 동정어린 짐작을 단호히 거부하는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불빛 아래 할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나는 고통스럽거나 괴롭지 않았다. 소위 말하는 '장기화된 애도'일지라도, 그게 내가 선택한 삶의 모습이며, 그 삶은 살아가는 동안 반짝반짝 빛났다."고 말하고 있는 듯한, 단정히 단장한 할머니. 그리고 하고싶은 말은 다 했으니 후련하다는 듯 툭 하고 꺼지는 TV. --- ※ 사족같아서 쓸까말까 고민을 잠깐 했고, 제가 함께 읽어보자고 추천해놓고는 좀 민망한 점도 있습니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꼽아야할 것 같아요. 아무리 작품 안에 나오는 모습이라 해도 자살을 깔끔하고 아름다운 마무리인 것 마냥 그리는 건 역시 좀 꺼려집니다. 그리고 할머니의 삶을 왜 자살로 마무리짓게 했을까? 는 부분도 아직은 제가 소화하지는 못했네요.
크리스마스 트리도 원래 제 질문 리스트에 있었어요. 저는 할머니의 새 속옷과 크리스마스트리가 연결되어 다가오면서 버선 발로 꽃밭을 사뿐히 걸어가는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마지막이 그랬겠구나. 할머니의 죽음이 자살이냐 타살이냐에 대해서 이 작품은 결론을 내리지 않지만, 그렇기때문에 우리는 자살쪽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 죽음의 사회성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자살이 과연 비극인가하는 질문이 제게는 있어요. 남겨진 사람의 입장에서, 떠나는 사람의 입장에서 되풀이해서 돌아보게 돼요. 의료화된 장수와 죽음이라는, 모두의 미래가 점점 더 자명해지는 요즘, 스스로 선택하는 죽음에 대해 이전과 다른 생각이 주변에서 점점 늘어가는 걸 체감하면서 이 또한 시대의 기획인가, 하는 생각이 보태져서 부표처럼 흔들리면서요
@레비오로스의 추천으로 <두통>을 다시 읽은 것이 저에게는 지난 낭독의 가장 큰 수확이었어요. 다시 읽으니까 이 작품 역시 치밀하게 구성되어있구나 느낄수 있었어요. 심상한 대화들의 이중적인 의미, 대화만 읽어서는 알기 어려운 것들, 예를 들면 소품들을 빌려 말하고 있는 것들이 지문을 소리내어 읽으면서 입체적으로 다가와서 '함께 낭독'의 이점을 여러번 실감했습니다. 또 만나요!
@살구20 @레비오로스 @아침바람 이런 대화 느무 격조있네요. 두번째 작품은 낭독만 하고 헤어져서 아쉬웠는데, 이렇게 글로 이어가니 또 다르게 좋구만요
지희 : 그래서 너희가 보고 싶었어. 내 청춘을 잃어버렸다, 이젠 없다는 사실보다 한때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어. 수민 : 지희야, 네가 뽑은 인생이란 제비뽑기가 그렇게 나쁜것만은 아닐지 몰라. 정은 : 인생이 제비뽑기라고 하면, 딱 한 번 뽑는 게 아니더라고. 순간순간 계속 뽑아. 뽑고 또 뽑아서 다 더해. 그 합이 인생이야. p. 17.소녀가 잃어버린 것/조인숙
당신이 잃어버린 것 - 창작집단 독 희곡집 유희경 외 지음, 창작집단 독 엮음
저는 이 대목도 너무 마음에 닿아서 저의 문장수집으로 올려봅니다~.
@모임 첫번째 낭독모임에서는 @살구20 @레비오로스 @아침바람 @하츠 가 함께 1부의 작품들 중 <하이웨이>와 <두통>을 읽었습니다. 레비오로스의 오디오가 필요 이상으로 좋아서, 주말 이른 아침에 다들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모임에서 나온 질문들을 공유합니다. 혼자 읽으신 분들도 함께 생각해봐주세요 <하이웨이> - 왜 제목이 <하이웨이>인가 - 왜 이 작품들의 세팅은 <크리스마스 다음날>인가 - 한겨울에 매미는 왜 우는가, 왜 하필 그때 우는가 - 이 작품에서 두번 반복된 대사는 무엇인가 - 이 작품의 대사 하나를 뽑는다면 (의미심장한 대사들) - 소녀와 여인은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서로에게 어떤 의미가 될까 <두통> - 왜 이 극은 여성 노인 자살추정 변사체 현장에서 진행되어야 했을까 - 왜 티비는 꺼지지 않았고, 왜 꺼졌을까 - 1부 전체 극속에 이 에피소드가 들어간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작품들에 비해 연결이 상대적으로 느슨한데도 불구하고) - 매미는 왜 그때 울었을까 - 여자의 두통은 왜 이어졌고 왜 끝났을까, 그것이 극 전체에 어떤 의미를 주나
@모임 두번째 낭독모임 계획을 수정하겠습니다. 1부 작품들 가운데 두편을 더 읽겠습니다. 함께 읽을 때 좋은 작품을 많이 읽어요. 완독은 혼자 해도 되니까 !
네~내일 참석합니다 ^^
아침바람의 문장 수집 너무 마음에 와닿습니다. 저도 저 문장 속 제비뽑기에 한 표입니다. 레비오로스의 문제 제기- 할머니의 죽음 장면에서 할 말을 선뜻 꺼내기 힘들었는데. 화제로 제기해 주셨네요. 이번 주에 좀더 생각해 볼 주제로 노트에 적어두었어요. 죽음 방식은 본인의 선택이겠으나 노인세대를 사회적 자살로 몰아가는 분위기는 좋지 않다고 봐요. 우리 사회는 변화가 시작되면 고민의 시간 없이 빗자루로 막 쓸어내 버리고 덮어버리는 나쁜 습관이 있어요. 아. 토요일 낭독 중에 세월호 이야기 레비오로스가 잠시 꺼냈어요. 그거 되게 감사합니다. 세월호 저는 제대로 애도하지 못했어요. 어제부터 그 문제를 생각해 보고 있어요.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눠주시던 세월호 가족분의 손을 한번 잡아드리고 싶었는데 신호등이 바뀌자 얼른 손 집어넣고 총총걸음했던 기억이 있어요. 담주 모임 때 다시 뵐게요.
희곡낭독이라니..넘 좋네요. 중간에 들어가도 될까요? 저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오늘 오십셔!! 낼 아침 7시 반입니다!!!!
@오늘, 오늘 오셨었나요? 낭독에 정신이 팔려서 제가 오늘 오신걸 못 봤나, 그래서 못 들어오신거 아닌가 싶어서 여쭈어요. 아니면 다행이고요!
낼 아침 7시 30분 낭독참여에 손드신 분들은 @랑드샤 @borumis @연수담당 @아침바람 @꽃의요정 입니다만 아시죠? 시간 되시는 분들은 다 오심 됩니다. 1부 가운데 <하이웨이> <두통>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 중 두편 같이 읽겠습니다. 7시 30분 링크 https://meet.google.com/wmi-skoy-ukg 8시 30분 링크 https://meet.google.com/kor-cqbt-qse 구글 미트입니다. 낼 아침에 만나요!!
저도 참여하겠습니다. 내일 아침에 반갑게 봬요.
@모임 두번째 낭독모임에서는 @살구20 @레비오로스 @아침바람 @꽃의요정 @랑드샤 @연수담당 @borumis 와 함께 1부의 작품들 중 <갈까말까 망설일 때>와 <언제나 꽃가게>를 읽었습니다. '오디오 북'. 이라 부르기엔 모자란, '라디오 드라마!' 30분이 안되는 이 짧은 드라마가 끝나면 저절로 박수가 나오더라는. <갈까말까 망설일 때>는 1부의 꼭지점이 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모두다 이 작품을 낭독하고 싶어했어요 연수담당과 랑드샤가 기사와 남자 역할을 했는데, 아니 왜 이렇게 잘 읽어요? 기사는 정말 기사 같고, 남자는 정말 남자 같았습니다. - '갈까말까 망설일 때'는 두가지 선택이 있고 두가지 선택 사이에서 두 남자가 어떻게 끼어있었는지, 어떻게 변했는지 생각해봤어요. 그래서 제목이 이 문장이 중간에서 끝난 걸테니까요 - 조금 죽으면 조금만 기억해야하는거야? (45) 라는 대사에 대해서는, 숫자로 치환될수 없는 개별자의 죽음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양'이 덮어쓰기 함으로서 실종시키는 '질'에 대한 이야기까지 - 48페이지, 두 남자가 마주 서서 넥타이를 매주고 꽃다발을 건네는 그 장면을 향해 극이 달려온 것 같고, 특별히 감동적인데, 거기에 작가가 넣어둔 두터움이 무엇인지, - 이야기가 도약하는 지점은 무엇이고 그 장면의 장치는 무엇인가, 연극이라는 매체에 영화적 효과 사용하기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 이 두 남자는 어쩌면 그 사건 이후로 제대로된 애도를 이날 처음 했는데, 그랬다면 그날 저녁 이어지는 기사의 폭식은 애도에 대해서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조금 죽으면 조금만 기억해야 하는 거야
당신이 잃어버린 것 - 창작집단 독 희곡집 갈까 말까 망설일 때 /박춘근 (45), 유희경 외 지음, 창작집단 독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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