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플.땡> 2. 당신이 잃어버린 것

D-29
저도 블르이즈님이 낭독하는 애린이를 들으며 제가 혼자 읽을때의 애린과 완전 다르게 와 닿았어요. 어쩜 그렇게 똑 부러지고 딱 맞는 애린을 연기하셨는지 감탄입니다 !
- 괜찮니? (괜찮아!) 라는 말은 어떻게 변주되는가. 왜 변주되는가도 흥미로웠고 (괜찮다는 말은 옥분이 딸에게 해주려고 수없이 연습했던 말인데, 현실에서는 딸이 옥분에게 해주고, 옥분은 그 말을 애린에게 건넨다)
- 잃어버리다, 라는 말이 여러 사람의 입에서 되풀이되는데 잃어버린걸 다시 찾을 수 있나, 특히 사물이 아닐때. (심지어 사물이더라도) 잃어버렸을때, 그리고 잃어버린 이후로 뭔가가 죽은 걸텐데(변한걸텐데). 그러니까 원상회복 불가능. 되 찾아도 그때 찾은 것은 그때 잃은 것은 아니죠.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시작이고, 응원한다는 걸까, 마지막 장면의 세 사람은 모두 다시 시작해야하는 사람들이고 그래서 1부 전체의 마무리가 꽃가게인 걸까. 생각했어요
처음 읽을 때는 그 초음파 사진이 지갑남과 결혼 날짜를 잡은 여성의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읽을 때는 그 사진이 왜 그 지갑에 있나, 이상하더라고요. 저 같으면 안나가 준 지갑에 못 넣고 다녔을것 같거든요. 그렇게 무신경한 남자가 오년이나 괴로웠을까.. 그렇다면 혹시 안나....
저두요. 저는 이 애린이란 인물이 모든 상황을 몰라서 그렇지.. 어쩌면 그 아기는 이번에 결혼하는 여자가 아니라 안나의 아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 그때 안나가 택시기사님과 고민하던 부분은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었을까..했어요.
그래서 남자가 "근데 그 지갑은......, 정말 그렇게 잃어버리면 안 되는데..." 라고 울먹이며 말했나 보네요. 지갑이 아니라 그 지갑 속의 태아 사진 때문에~~. 가슴이 더 아파지는 부분이네요.
이해 안되는 대사가 있었어요 130페이지에서 옥분에게 애린이 '딸내미 목소리도 못 듣는 분이 제 목소리를 다.'라고 말하는데 이 대사가 왜 나왔는지 아시는 분?!
아무래도 간호사로 일하며 아이를 남편없이 혼자 키우다보니 정신없이 바쁘기도 하고 다 큰 딸이 어떤 남자와 사귀다 아기가 생겼는지도 몰랐을 정도로 딸과의 소통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을 거에요.. 저도 실은 저희 친정엄마랑 그렇게 돈독하게 소통이 잦은 편이 아니어서 좀 찔리네요. 그래서 평소 언니랑 소통이 부족했지만 워낙 바쁜 걸 알고 있기에 딸내미 키우기도 바쁜 데 제 고충에 대해서 들어줄 정신(시간)도 다 있냐고 반쯤은 이해하고 반쯤은 비아냥대는 말투로 말한 것 같아요.
'바빠서 딸내미 얘기를 들어줄 시간도 없는 분이'라는 뜻이었다면 특별한 전사가 없었어도 이해가 되네요. 그러면 그 앞에 애린이 갑자기 '언니, 나의 목소리가 들려? 라고 물어본건 교회-정권으로 이야기가 퍼지니까 딴데로 새지 말라고 주의를 준건가 근데 그랬다면 '나의 목소리가 들려?'가 아니라 '내 목소리 들려?'라고 하지 않았을까? ㅋㅋㅋㅋ 조사 하나 하나 물고늘어지기 ㅋㅋㅋ
딸이 그동안 엄마에게 어떤 메시지를 꾸준히 전했는데 엄마는 자기의 입장과 맞지않거나 딸을 도저히 이해할수 없어서 듣기를 거부했던 이야기들이 많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제 3자인 '애린'이에게는 언니 딸의 얘기가 제대로 들렸던것 같아요. 지켜보는 제3자로서 답답하고 안타까웠던 상황들이 이어져서 '딸내미 목소리도 못 듣는 분이' 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윗글에서 정권 얘기가 나오고, 하츠의 글 아랫부분이 더 큰 의문점을 들이 남네요~. 여기서 보면 넥타이 남자 지갑건도 그렇고 '애린'이가 보통의 인물은 아닌것 같아요..이 극 전체의 흐름을 이해하고 거기에 새로운 시작을 위한 결말까지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인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애린 : 잃어버리다니? 다 큰 애를 어디서 잃어버려?
당신이 잃어버린 것 - 창작집단 독 희곡집 언제나 꽃가게/김현우 131, 유희경 외 지음, 창작집단 독 엮음
옥분 : 나, 걔 얼굴이 생각 안나. 어쩌지?..잊은 건 아닌데 잃었어 133 애린 : 올 거야, 곧 133 이 둘의 대화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남겨진 사람에게, 당신이 잃은 그이가, 사무치게 못잊는 그가 꿈속에 찾아올거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옥분 : 해가 져도 꽃은 줄기차게 팔리는구나
당신이 잃어버린 것 - 창작집단 독 희곡집 언제나 꽃가게/김현우 138, 유희경 외 지음, 창작집단 독 엮음
실은 저도 산부인과가 메인인 병원에서 일하다보니 이 두번째 낭독이 참 와닿았는데요. 유산 뿐 아니라 난임환자들이 수정란 중 여러 개를 다 낳을 수는 없어서 일부는 선택해야 하는 등 생명이 생겨남과 동시에 죽음도 함께 한다는 걸 느끼는 게 산부인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갈 수록 힘들어지는 필수의료의 환경 속에서도) 산과나 소아과를 포기할 수 없는 게 그만큼 새로 태어나는 생명이 주는 기쁨과 희망에 대한 믿음 때문일 것 같아요. 유산하러 오는 환자도 있겠지만.. 또 그만큼 힘들게 아이를 가지려 하는 부부도 많아요.. 어쩌면 애린이 그동안 장사 수완으로 추모를 위한 꽃을 팔면서도 실은 다른 것을 위한, 좀 더 새로운 출발에 대한 희망을 위한 꽃을 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아닐까요? 산 사람은 살아야지.. 하는 말이 어쩌면 체념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을 위한 의지를 보여주는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제주말은 잘 못하지만 4.3에 대한 책들을 읽으면서 그런 말을 많이 읽었는데요. 어쩌면 너무나도 덧없이 사라진 매미의 노래도 죽음도 어쩌면 새로운 생명을 위한 세레나데이듯 너무나 무의미해보이는 끔찍한 재난도 심지어 잊혀진 죽음들도 누군가는 기리고 기억하고 그리고 그 상처를 디디고 앞으로 더 조심하고 더 삶을 소중히 여기자는 깨달음을 주는 게 아닐까 했어요.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 전에는 대부분 보통 사람들이 그 위험을 잘 모르고 알아도 무시하고 살아가잖아요. 세월호도 이태원도 삼풍도 성수대교도..
그래서 하필 프리지아가 나온게 이해돼요. 눈대신 꽃잎이 날리는 마지막 장면에서 매미소리를 듣는 세사람의 표정이 어쩌면 조금 웃고 있었을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마지막 대사 꼭 필요했을까, 싶어요 ' 우리는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았어, 아무것도' 여기까지 독자들을 데리고 왔으면 안 해도 될 말 같거든요. 근데 또, 연극이라는 형식에 담길 말이니까, 말은 흘러가니까 (우리처럼 붙잡고 있지 않으니까) 필요했을것 같기도 하고요
지금 경강선 타고 버스 타고 여주의 여강길 걸으로 가는 중입니다. 전철에서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읽은 글들의 의미를 , 자연 속을 걸으며 깊이 생각해보겠습니다. 좋은 하루들 보내세요~~.
아침바람님! 너무 멋진 나들이 코스네요. 저도 한번 해봐야겠습니다. 와, 멋져요. 잘 다녀오세요
감사합니다. 어제 밤늦게 들어왔고, 오늘은 올려진 글들을 차분하게 읽어봅니다. 책을 읽으며 느낀것보다 이 글들을 읽는 시간이나 이 글들이 준 울림이 더 큰 듯 합니다~~
모임이 너무 좋아서 끝나고 나서도 낭독모임서 나온 '대사'들을 곱씹어 보고 있었어요. 오늘 모임서 나왔던 이야기들 그냥 날아가게 두기는 아까워서 손 뻗어 잡아보는 마음으로 기록해 보려고 해요. 1. 갈까 말까 망설이다- 1) 간다 2) 안 간다 3) 다른 선택지도 있을 수 있다. 등장인물 중에서 '기사'는 원래 망설일 때 '간다'는 쪽이었을 거다. 그런데 안나 씨 죽음을 보고 나서는 '안 간다'로 바뀌었을 거다. 그런데 다시 또 남자를 만나고 나서는 '가는 것'으로 변화된 것이다. == 이 부분 이야기에서 제가 '저는 망설일 때 안 간다 쪽이에요'라고 단정적으로 말한 거 떠올리니 조금 부끄럽습니다. 저도 기사 분처럼 '망설일 때는 간다'로 살았거든요. 그런데 '간다'로 결정하고 가봤더니 '망한 장면'이 나온 게 있었어요. 그 경험에 제가 너무 의미 부여를 무심코 했습니다. 그 '망한 장면'을 본 것도 제 삶이고 거기서 만난 것으로 또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었어요. 요즘 제 생각은 갈까 말까 망설이는 일이 생기면, 고민을 충분히 하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담긴 책들을 천천히 읽어보는 시간을 갖자입니다. 이 낭독 모임도 그래서 찾게 된 것이고요. 주고받는 대화에서 말을 단정적으로 하고 나니, 먼저 말씀하신 분께 많이 미안해요. 마음 불편하지 않으셨으면 해서 얼른 글 남깁니다. 2. 100명이 한꺼번에 죽었다가 아니라 '1번씩 100번의 죽음이 있었다'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란 전쟁이 벌어져서 어디서 몇 명이 사망했다는 기사를 많이 보게 되는데요. 온 마음을 모아 애도를 표합니다. 전쟁은 끝나야 합니다. 3. 1부를 두 번째로 같이 낭독하는 건데 이 구성 방식이 '겹겹이 읽게 해주는 촘촘함'이라고 표현하셨어요. 그 말 좋아서 기억해 두고 싶습니다. 우리 일상 하루하루도 겹겹이 이어져서 한 사건이겠지요. 그 겹겹을 잘 헤아리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4. '집에는 어떻게 갈래요?' - 마지막에 나온 대사인데요. 저는 이 대목이 화제로 오른 것도 미더웠습니다. 안나 씨 애도는 둘이서 했고 이제 두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살 건지를 묻는다고 생각했어요. 아. 이제 두 사람 집에 가는구나란 한 숟가락의 전망도 보태게 됐어요. 기사 분이 그날 저녁 바로 식당에 가서 또다시 무지막지하게 먹는 거로 마음을 덮는 이야기도 다른 편에서 나오긴 해요. 그렇지만 기사분이 삶을 다시 세우는 첫걸음을 열었으니 그분의 속도대로 나갈 거라는 희망도 갖게 됐습니다. 5. 시기- 우리가 예상치 못하는 시간에 생명도 찾아오고, 또 우리가 생각지 못한 시간에 죽음도 다가온다는 이야기 나왔어요. 우리 계획대로 생명과 죽음이 있는 건 결코 아니지만, 사람인 우리가 할 일이 전혀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6. 애린과 옥분 캐릭터: 애린은 이 희곡 1부에서 가장 또렷한 여성 같아요. 저는 애린이 옥분을 위로하는 3번의 대사를 다시 보게 됐어요. 1) 131쪽: 잃어버렸어. 내 딸 -다 큰 애를 어디서 잃어버려 2) 133 잊은 건 아닌데 잃어버렸어.- '올 거야, 곧' 3) 137- 잃어버린 내 딸 찾고 나서 - 언니 잃어버린 거 아무것도 없어. 언니가 마음 돌리고 있는 사이에 훌쩍 자라서 못 알아보는 거야. - 와, 옥분이 한탄을 할 때마다 바로 뒤이어 이런 말을 해줄 수 있다는 여성이라니! 놀랍다 싶었어요. 나도 이런 대사를 할 수 있으려면 뭘 더 채워야 하나 생각 중입니다. 제게는 다 자라서 어른이 된 딸이 있는데요. 딸과 엄마의 관계는 뭘까요. 삶을 통과하면서 서로 날선 말을 몇 마디 주고받고. 그게 미안해서 또 어설프게 말 건네다 다시 깨지고. 분명한 건 이런 과정이 있는 게 기회고, 다시 쌓아올리면서 서로의 삶 보게 되고. 그런 거 같습니다. 딸과 엄마가 서로 각자 단단해지는 기회를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구나. 어떻게든 각자 삶을 겹쳐지게 하는 데 소홀하지 말아야지. borumis 글 읽으면서 더 그런 생각하게 돼요. 애린과 옥분: 이 관계 너무 좋고요. 가볍게 대꾸하는 듯한 애린의 이 말투! 배우고 싶습니다. 심각하지 않되, 귀기울여 잘 들어주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평생. 7. 넥타이 맨다: 이거 '의식', 마무리 의식이라는 이야기 나왔어요. 넥타이 제대로 맨 적이 없었던 남자, 넥타이 매고 애도 의식을 갖춘 기사, 서로한테 '안나' 씨가 돼줬구나. 안나 씨야말로 두 사람을 이 자리에 있게 한 주인공이다. - 이 이야기 너무 공감됐어요. '의식'을 거창한 행사가 아니라, 자신들만의 마음을 보여주는 소박한 '넥타이 매기'로 마무리한 게 사건 자체를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었어요. 8. 129-130 '지갑'이 2페이지에 걸쳐 나오는 거에 생각해 보자는 하츠님 제안이 있었어요. - '그 지갑이 방금 네가 결단코 이 가게에는 없다는, 그 지갑이야?' '그 지갑일 수도, 아닐 수도 있고' '이게 어떻게 검은색이야? 낡고 바래고 쥐색쯤이라 그랬으면 찾아줬을 텐데.' - 제 생각은 '남자'가 생각하는 그런 '죽음 당시를 기억하고 슬퍼하는 그 검은 지갑'은 이제 그만두라는 애린의 도전적 제안인 듯해요. 남자는 새로운 여성과 결혼을 앞두고도 자신의 마음을 전혀 감당을 못해요. 택시 안에서,내려서도 우왕좌왕하고 화내다 욕하다 흐느끼다 마침내는 대성통곡까지 해요. 너무나 이해가 되지만 혼자서는 안나를 잃은 그 순간을 어찌하지 못하는 이 남자의 정리 안 된 마음을 '손님 지갑이 없네요'로 마침표를 찍어버리는 역할을 애린이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낡고 바랜 쥐색 기억을 자신이 맡아서 접어버리는 애린이 통쾌하기까지 합니다. 제가 혼자서 읽었던 구절과 전혀 다른 곳을 꼭꼭 짚어내는 마법의 낭독모임이었습니다. 평화로운 일주일 보내세요.
우와, 이거 어디다 복붙해놓으세요. sns나 개인블로그에, 아니면 그냥 한글 문서에라도 차곡차곡 모아놓으면 좋겠어요. 넥타이남자는 지갑 못 버리고 평생 갈까말까 했을거예요. 근데 애린이 이 지갑 그 지갑 아니라고 확 버려버리지요. 망설이지말고 확 가라고 남자를 떠다 밀지요. 택시기사도 그런 역할이고요. 등장인물의 의지가 아니라 의도하지 않은 것, 의도할 수 없는 것들이 의미심장한 역할을 하는게 좋더라고요. 그게 사실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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