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플.땡> 2. 당신이 잃어버린 것

D-29
모임이 너무 좋아서 끝나고 나서도 낭독모임서 나온 '대사'들을 곱씹어 보고 있었어요. 오늘 모임서 나왔던 이야기들 그냥 날아가게 두기는 아까워서 손 뻗어 잡아보는 마음으로 기록해 보려고 해요. 1. 갈까 말까 망설이다- 1) 간다 2) 안 간다 3) 다른 선택지도 있을 수 있다. 등장인물 중에서 '기사'는 원래 망설일 때 '간다'는 쪽이었을 거다. 그런데 안나 씨 죽음을 보고 나서는 '안 간다'로 바뀌었을 거다. 그런데 다시 또 남자를 만나고 나서는 '가는 것'으로 변화된 것이다. == 이 부분 이야기에서 제가 '저는 망설일 때 안 간다 쪽이에요'라고 단정적으로 말한 거 떠올리니 조금 부끄럽습니다. 저도 기사 분처럼 '망설일 때는 간다'로 살았거든요. 그런데 '간다'로 결정하고 가봤더니 '망한 장면'이 나온 게 있었어요. 그 경험에 제가 너무 의미 부여를 무심코 했습니다. 그 '망한 장면'을 본 것도 제 삶이고 거기서 만난 것으로 또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었어요. 요즘 제 생각은 갈까 말까 망설이는 일이 생기면, 고민을 충분히 하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담긴 책들을 천천히 읽어보는 시간을 갖자입니다. 이 낭독 모임도 그래서 찾게 된 것이고요. 주고받는 대화에서 말을 단정적으로 하고 나니, 먼저 말씀하신 분께 많이 미안해요. 마음 불편하지 않으셨으면 해서 얼른 글 남깁니다. 2. 100명이 한꺼번에 죽었다가 아니라 '1번씩 100번의 죽음이 있었다'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란 전쟁이 벌어져서 어디서 몇 명이 사망했다는 기사를 많이 보게 되는데요. 온 마음을 모아 애도를 표합니다. 전쟁은 끝나야 합니다. 3. 1부를 두 번째로 같이 낭독하는 건데 이 구성 방식이 '겹겹이 읽게 해주는 촘촘함'이라고 표현하셨어요. 그 말 좋아서 기억해 두고 싶습니다. 우리 일상 하루하루도 겹겹이 이어져서 한 사건이겠지요. 그 겹겹을 잘 헤아리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4. '집에는 어떻게 갈래요?' - 마지막에 나온 대사인데요. 저는 이 대목이 화제로 오른 것도 미더웠습니다. 안나 씨 애도는 둘이서 했고 이제 두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살 건지를 묻는다고 생각했어요. 아. 이제 두 사람 집에 가는구나란 한 숟가락의 전망도 보태게 됐어요. 기사 분이 그날 저녁 바로 식당에 가서 또다시 무지막지하게 먹는 거로 마음을 덮는 이야기도 다른 편에서 나오긴 해요. 그렇지만 기사분이 삶을 다시 세우는 첫걸음을 열었으니 그분의 속도대로 나갈 거라는 희망도 갖게 됐습니다. 5. 시기- 우리가 예상치 못하는 시간에 생명도 찾아오고, 또 우리가 생각지 못한 시간에 죽음도 다가온다는 이야기 나왔어요. 우리 계획대로 생명과 죽음이 있는 건 결코 아니지만, 사람인 우리가 할 일이 전혀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6. 애린과 옥분 캐릭터: 애린은 이 희곡 1부에서 가장 또렷한 여성 같아요. 저는 애린이 옥분을 위로하는 3번의 대사를 다시 보게 됐어요. 1) 131쪽: 잃어버렸어. 내 딸 -다 큰 애를 어디서 잃어버려 2) 133 잊은 건 아닌데 잃어버렸어.- '올 거야, 곧' 3) 137- 잃어버린 내 딸 찾고 나서 - 언니 잃어버린 거 아무것도 없어. 언니가 마음 돌리고 있는 사이에 훌쩍 자라서 못 알아보는 거야. - 와, 옥분이 한탄을 할 때마다 바로 뒤이어 이런 말을 해줄 수 있다는 여성이라니! 놀랍다 싶었어요. 나도 이런 대사를 할 수 있으려면 뭘 더 채워야 하나 생각 중입니다. 제게는 다 자라서 어른이 된 딸이 있는데요. 딸과 엄마의 관계는 뭘까요. 삶을 통과하면서 서로 날선 말을 몇 마디 주고받고. 그게 미안해서 또 어설프게 말 건네다 다시 깨지고. 분명한 건 이런 과정이 있는 게 기회고, 다시 쌓아올리면서 서로의 삶 보게 되고. 그런 거 같습니다. 딸과 엄마가 서로 각자 단단해지는 기회를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구나. 어떻게든 각자 삶을 겹쳐지게 하는 데 소홀하지 말아야지. borumis 글 읽으면서 더 그런 생각하게 돼요. 애린과 옥분: 이 관계 너무 좋고요. 가볍게 대꾸하는 듯한 애린의 이 말투! 배우고 싶습니다. 심각하지 않되, 귀기울여 잘 들어주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평생. 7. 넥타이 맨다: 이거 '의식', 마무리 의식이라는 이야기 나왔어요. 넥타이 제대로 맨 적이 없었던 남자, 넥타이 매고 애도 의식을 갖춘 기사, 서로한테 '안나' 씨가 돼줬구나. 안나 씨야말로 두 사람을 이 자리에 있게 한 주인공이다. - 이 이야기 너무 공감됐어요. '의식'을 거창한 행사가 아니라, 자신들만의 마음을 보여주는 소박한 '넥타이 매기'로 마무리한 게 사건 자체를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었어요. 8. 129-130 '지갑'이 2페이지에 걸쳐 나오는 거에 생각해 보자는 하츠님 제안이 있었어요. - '그 지갑이 방금 네가 결단코 이 가게에는 없다는, 그 지갑이야?' '그 지갑일 수도, 아닐 수도 있고' '이게 어떻게 검은색이야? 낡고 바래고 쥐색쯤이라 그랬으면 찾아줬을 텐데.' - 제 생각은 '남자'가 생각하는 그런 '죽음 당시를 기억하고 슬퍼하는 그 검은 지갑'은 이제 그만두라는 애린의 도전적 제안인 듯해요. 남자는 새로운 여성과 결혼을 앞두고도 자신의 마음을 전혀 감당을 못해요. 택시 안에서,내려서도 우왕좌왕하고 화내다 욕하다 흐느끼다 마침내는 대성통곡까지 해요. 너무나 이해가 되지만 혼자서는 안나를 잃은 그 순간을 어찌하지 못하는 이 남자의 정리 안 된 마음을 '손님 지갑이 없네요'로 마침표를 찍어버리는 역할을 애린이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낡고 바랜 쥐색 기억을 자신이 맡아서 접어버리는 애린이 통쾌하기까지 합니다. 제가 혼자서 읽었던 구절과 전혀 다른 곳을 꼭꼭 짚어내는 마법의 낭독모임이었습니다. 평화로운 일주일 보내세요.
우와, 이거 어디다 복붙해놓으세요. sns나 개인블로그에, 아니면 그냥 한글 문서에라도 차곡차곡 모아놓으면 좋겠어요. 넥타이남자는 지갑 못 버리고 평생 갈까말까 했을거예요. 근데 애린이 이 지갑 그 지갑 아니라고 확 버려버리지요. 망설이지말고 확 가라고 남자를 떠다 밀지요. 택시기사도 그런 역할이고요. 등장인물의 의지가 아니라 의도하지 않은 것, 의도할 수 없는 것들이 의미심장한 역할을 하는게 좋더라고요. 그게 사실이기도 하고요
저도 이 부분 좋았어요. 가까운 사람이 해주는 위로의 말들이 오히려 더 엇나가게 만들 때도 있고, 그냥 지나가던 사람이 무심히 툭 던진 말에 인생의 상처가 살며시 치유되는 경험을 하기도 하죠. 살아가며 마주치는 굉장히 사소한 것들, 굉장히 미묘한 스침들이 간혹 폭력적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지만, 이번 장면에서는 모르고 하거나, 전혀 의도하지 않은 작은 행동들이 끈끈이 이어지는 흐름을 보여주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인과와 연기, 클레어 키건, 등 여러 생각이 나게 해줘서 좋네요.
문 밖에 나가지 않고 이런 조우가 가능한 예가 문학이나 예술을 통해서가 아닐까, 그래서 문학은 독자에게서 완성되는거 아닐까 만 사람이 읽는다면 만 개의 의미로요.
'나의 목소리가 들려' - 이거 제 생각도 주의 환기용인 거 같아요. 뒤에 바로 '딸내미 목소리도 못 듣는 분이'라고 나와서요. 대개 엄마들이 사느라 바쁘기도 하고 '자기 할 말만 하는' 습관들이 있어서 애린이 이 대사를 해서 옥분과 딸이 어제 저녁 먹은 이야기로 넘어가게 하는 역할을 저 말이 한다고 생각해요. 아, 저도 다시 보니까, '안나 씨의 아기' 같습니다. 이런 발견이. 감사합니다.
사실 전 감정적인 부분에 항상 방어적이고, 좀 밀어내고, 배타적인 태도로 살아왔어요. 그걸 감당하기가 벅차고, 나 자신의 취약함을 드러내는 것 같아서 였겠죠. 문장과 서사를 좋아하지만, 그럼에도 감정적인 부분, 취약성을 드러내는 부분들에선 항상 불편함과 조마조마한 느낌에 읽어내기가 힘들었었는 데, 이번 낭독 모임에서 자신, 과 서로의 목소리로 읽는 것의 힘을 느끼고, 약간은 직면하고 마주하고 -회복-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서 좋네요. 프리지아 사진 한 장 올리고 다음 모임을 기다려봅니다! 왼쪽아래 노란 꽃이 가진 꽃말이 '새로운 시작' 이라는 프리지아에요. 힘찬 한 주 보내세요!
@모임 이번 토요일 조찬낭독 링크보내드립니다. 7시 30분 https://meet.google.com/ors-adwr-cqs 분명히 3인 이상 60분 제한인데 왜 우리 링크는 안 끝나는 걸까요 ㅎㅎ어차피 바로 다시 접속하는걸 보고 제미나이가 인심 쓰는 걸까요? ㅎㅎㅎ 할간 이번주에는 링크 하나만 보내드립니다. 여전히 1부에서 두편을 골라 읽습니다 화면 끄고 침대에 누운채로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낭독모임 만날 수 있는 분들 모두 만나요!
@모임 마지막 낭독은 월요일 저녁 7시 30분에 예정되어 있습니다. 주말 이른 아침 참여 어려우셨던 분들 가운데 이 시간만 되는 분이 계시다면 댓글부탁드립니다.
오늘 갑작스런 외출로 참석을 못했어요...내일(월) 저녁에 뵐게요 ~ 오늘은 뭐 읽으셨는지요~?
오늘 이렇게 두편 읽었어요! 담주 월요일 밤에 시간 되는 분들이 없으신것 같아서 밤 링크를 안 열까했었는 여기 한 분 계셨군요! 그럼 한 분만 더 오시면 열기로 해요!
저도 월요일밤에 참석할 수있습니다. 어제 갑자기 손님이 오셔서 주무시는 바람에 아침이 바빠져서 너무 이쉽게도 참여을 못했습니다.
네 그럼 월요일 밤에 1부 마지막 낭독모임을 하겠습니다. https://meet.google.com/zyp-gcqg-vux 저녁 7시 30분입니다. 오실수 있는 분들, 오시면 됩니다!
열리고 있나요~? 안 들어가져요...^^;
@아침바람 @연수담당 아, 죄송합니다. 휘몰아치는 일을 밀어내고 나니 아홉시 십분전이네요. 일곱시 알람 설정을 해놨는데 왜 울리는지 깨달을 새도 없이 꺼버리고 이제야 정신이 들어서 뛰어들어왔네요. 기다리셨을텐데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두분 시간 되시면 이번주 토요일 오전 7시 30분에 만날까요? 저 링크로 그냥 들어오시면 됩니다.
@모임 이렇게 3주간 낭독을 했는데 여전히 제 1부를 못 끝낸 관계로 2부 사이렌 읽는 모임을 다시 열 예정입니다. 곧 모집 글 올리겠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모든 작품을 다 읽겠다는 마음으로!
저는 다 읽는 것도 좋아요~근데 저녁은 참가가 어렵네요 으흑
@모임 세번째 낭독의 아침, <조금 늦었지만 메리 크리스마스>와 <크리스마스 특선>을 읽었습니다. @랑드샤 @레비오로스 @살구20 @borumis @하츠 가 함께 읽었어요 <조금늦었지만 크리스마스>는 주상복합 에덴에 사는 사십대 중반 부부의 대화로 구성된 단막극입니다. <위트앤시니컬>이라는 시집전문 서점의 쥔장이자, 그 세대의 대표적인 시인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유희경 작품입니다. '창작집단 독'의 아홉명의 작가들은 저마다 특기가 다 다른데, 유희경은 저에겐 '말 맛 원탑'입니다. 박춘근 작가의 작품도 그런데, 특히 대사의 리듬이 되게 좋다는 생각을 읽을때마다 하게 됩니다. @레비오로스 가 남편을 @랑드샤가 아내 역을 맡아 낭독했는데, '일품'이었습니다. 같이 산 세월이 십오년은 넘었을 것 같은 부부의 생활짜증 연기, 시작은 구체적인 지적에서 시작했는데 결론은 상대방의 인생전체를 걸고 넘어지게 되는 화법, 그러면서도 은은한 연민을 귀로 들으니, 역시나 그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를 구체적으로 알게 된 기분이었습니다
<조금 늦었지만 크리스마스>를 읽고 서로에게 던졌던 질문은 이렇습니다 - 사회적 참사와 비극 뒤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뼈대인 1부에 왜 이 이야기가 들어갔을까 - 주상복합건물 에덴으로 연결된 에피소드는 무엇이며 그들은 이 전체적인 이야기에 어떤 역하을 하나, - 주상복한 건물 이름은 왜 에덴일까 - 이 남자의 머리가 왜 하루아침에 백발이 되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니까 비극과는 멀고 멀게 느껴지는 <에덴>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굳이 넣은 이야기는 @borumis 가 얘기한대로 상실이라는 것이 얼마나 일상적인 것인지를 얘기하는 방법일 수 있었겠어요. 이 남편도 어젯밤에 뭔가 잃어버리죠. 가슴의 큰 주머니에 뭔가 저금을 하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텅 비어있었다고 '그래서 아, 잃어버렸다 뭔지 모르겠는데 강탈당하듯, 눈 깜짤할 새에 다 잃어버렸구나 비통했었'다고요. 잃어 버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삶이라면, 잃어버렸다는 것을 앎으로서 내가 어떻게 지금의 내가 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게 아닐까. 가끔은 다들 돌아보게 되잖아요. 그때의 나는 어떻게 지금의 내가 되었나. 내 안에서 뭐가 빠져나갔나. 크리스마스였던 '어젯밤'에 술취한 남편은 동물병원 윈도우의 강아지에게서 자신을 발견하고, 하룻밤에 폭삭 늙어버립니다. 그리가 없지만, 너무나 그럴 것 같습니다. 아내와의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남편은 말합니다 '어쩌면 말이지 뭐 잃어버린 건 없었나봐 애당초 아무것도 안 넣어두었거나, 주머니가 커거 아직 못찾았거나' 이렇게 돌아보았으니 이제 남편은 앞으로 갈 수 있을것 같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제목이 이해 되었어요. 저 제목이 누구에게 하는 말일까, 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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