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칭) 암병원북클럽- 3월

D-29
3월 두번째 모임에서 읽기로 한 책, <즐거운 어른>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자리입니다.
@wind @hospicekoo @한걸음한걸음 @톰보이 님 3월에 얘기할 <즐거운 어른> 모임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3월에 읽을 책은 이옥선님이 쓴 <즐거운 어른> 입니다. 나이드는 것이 즐거울 수 있다는 것, 나이가 들면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어떻게 바뀌게 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라 선정했습니다. 작가 특유의 위트와 유머감각으로 꽤 읽는 재미도 있어서 금방 책장이 넘어갈거에요!
그러니까 심란하거나 난감하거나 왕짜증이 나는 정도는 어쨌든 어찌저찌 해결할 수 있는 좀 불편한 일들에 불과한 것이다
즐거운 어른 이옥선 지음
연휴동안 남편에게 왕짜증이 났는데 보통은 제가 옳다는 확신이 있었으나 이번에는 제가 옳다는 확신이 없는상태로 짜증이 났지요. 결국 갱년기의 신경질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했는데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어찌저찌 해결할 수 있는 좀 불편한 일들에 불과한 것이겠죠. 저나 남편의 큰 인간적 결함이나 관계의 근본적인 문제인가를 R/O 하고 나니 호르몬만이 남았습니다. 이정도는 뭐...
R/O 후 남은 원인.. '호르몬' 단어를 보면 웃프지만, 저도 요즘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떠올리게 되네요.
방비를 단단히 한다 하더라도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올 일은 오고야 마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라, 그렇다면 미리 알고 전전긍긍할 것도 못 되니 차라리 맘 편하게 내 꿈은 개꿈이려니 생각하는 것이 속 편하다.
즐거운 어른 이옥선 지음
작가님의 남동생은 줄줄이 딸 셋에 네번째 귀한 아들이었는데 40대에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고 하네요. 수명이 짧은 사주라 하여 어렸을 때 푸닥거리도 했는데도 일찍 가서 수명도 정해진게 아니냐는 생각을 한대요. 과학적으로는 telomere의 길이가 다 사람마다 다를테니 정해졌을 것 같기도 한데 중요한 건 무엇이 오던 받아들일 마음가짐이지 않을까 싶어요.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마련이라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저는 지금 제주도에 와 있는데 45세에 돌아가신 아빠 산소에 오랜만에 방문했어요. 저는 늘 아빠보다 내가 오래 살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살았고 다행히 아빠가 돌아가신 나이보다 5년은 더 살았기 때문에 뭐 그럼 엄마만큼은 살겠네 그정도로 안심은 하고 있지만 환자들을 보면 늘 저런 일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은 놓지 않아야겠다 싶어요. 그래야 막상 닥쳐올 때 너무 힘들지 않을테니까요.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했다. 고통받는 사람을 보면서 내게도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 생각하는 사람과 내게는 절대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생각하는 사람. 첫 번째 유형의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견디며 살고, 두 번째 유형의 사람들은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
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
어떻게 지내요‘나’는 암 말기 진단을 받은 친구에게서 연락을 받고, 병문안을 하러 낯선 도시로 떠난다. 그리고 친구가 불쑥 내민 뜻밖의 제안. 안락사 약을 구했고, 어딘가 조용한 곳에서 끝을 맞으려고 하는데 그때까지 함께 지내달라고 한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다른 책의 문장이 떠올랐어요. 내게도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견디며 산다는 말. 그런 사람이 되자는 생각과 '내 꿈은 개꿈이려니' - 인생의 불행에서 내가 예외일 수는 없으니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자는 생각은 아마 통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후자가 약간 더 매콤한 맛이 있지만요. ㅎ
삶에 여유가 생겨야 책을 읽게 되는구나… 요즘 그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잠깐씩 짬이 나면 책보다 핸드폰을 먼저 들게 되더라고요. 연휴 동안 개인적으로 읽고 싶었던 책들을 마무리하고, 이제 '즐거운 어른' 읽기로 이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읽으면서 마음에 남는 문장들을 올려보려고 합니다. “우리는 지금 나로서 사는 일보다, 남들에게 보여지기 위한 나에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것은 아닐까?” — p.65 옛다, 성형수술 ‘나로서 사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려 합니다.
ㅎㅎ 저도 휴대폰 먼저 들게 되네요. 나로서 사는 일. 저는 요즘은 제가 제 깜냥을 모르고 설쳤다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합니다. 할 줄 아는 일만 하고 살아야 하는데... ㅎ 아무튼 성형을 비롯한 미용시술이 너무나 흔해지는 것이 문제라고 얘기하면서도 다들 관심은 조금씩 둘 수밖에 없고 그게 인간본성이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물론 보여지는 나에 대해 신경을 쓰는 것도 좋은데 문제는 균형이겠죠.
죽으려고 하는 순간에 누구에게도 들키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니 고독사를 해야 마땅하다....평화롭게 레테의 강을 넘실넘실 떠나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갈쿠리로 찍어올린 것처럼 3일간 온갖 처치로 괴롭히고 난 다음에 아버지가 떠나신 걸 생각하면 너무 괴로웠다고 했다
즐거운 어른 p.126, 이옥선 지음
병원에서 하는 걸 정확하게 묘사를 하셨는데 사실 그런 일을 안 당하려면 병원에 안 오시는게 맞죠. 병원 말고 달리 갈 곳이 없어서 오시는 건 알지만... 사전의향서가 죽음의 방식을 좀더 구체적으로 지정하고 환자와 가족간에 정확히 공유되지 않으면 이런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종이 한장으로 끝나는 것보다는 보다 명확하고 지속적인 의사소통이 필요할 것 같아요.
들키면 안 된다는 표현을 보면서 문득, 음.. 나는 안 들키고 싶은데, 내가 지켜봐야 할 가족의 죽음에 대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이기적인 걸까요?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면 레테의 강을 가볍게 넘실넘실 저항 없이 건널 수 있을까요? 암을 진단 받은 상태에서는 죽음을 논하는 게 더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명확하게' '지속적으로'의 필요성에 대해 너무나 공감하는데, 환자에게는 직면할 용기와 시간이 필요하고, 가족에게는 오해 없이 대화할 방법과 함께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네요.
<목욕탕 풍경>을 읽고는 좀 웃겼는데... '달목욕'이라는 게 있다는걸 처음알았어요. 저도 어렸을 때 목욕탕에 가서 일주에 한번 때를 밀곤 하던 세대인데 매일 목욕탕에 가는 여자들을 저희 어머니는 사치스럽고 시간이 남아도는 여자들인 것 처럼 흉을 보았던 기억이 있어서 (사실 삼남매를 키우는 30대였던 저희엄마 입장에서 매일 목욕탕에 가는건 사치였겠죠 시간도 돈도 없었을 텐데) 뭐 지금생각해보면 사치인 것까지는 아니고 나름의 소확행인 것이지만 사실 매일 가는건 피부노화와 낙상의 위험을 높인다는 면에선 좋진 않을 것 같아 왠지 저는 작가님보다는 저희 엄마 편을 들고싶은 마음 ㅋ.... 그런데 세신사에게 때밀이 해보셨나요 전 늘 호기심에 두리번거리기만 하고 저의 알몸을 남에게 맡기진 못하고 돌아옴 그거 한번만 해보는 사람은 없다던데 (안하면 안했지 한번 하면 계속 하게 된다고..?)
풍납동에서는 ㅌㅅ 사우나 세신사들이 꽤 유명하죠. 코스별 서비스도 조금씩 다르고요. 짧게 받는 마사지도 시원하게 잘 해주셔서 만족스러울 때가 많아요. 기회 되시면 평일에 예약하고 한 번 도전해 보시라고 추천드려요. 코로나 이후로 친정 엄마는 발길을 끊으셨지만, 시어머니는 옆집 마실 다니듯 거의 매일 가셔서 놀다 오시더라고요. 몸을 개운하게 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친목과 수다가 더 큰 이유인 장소 같아요.
'유언에 대하여, p.73'에서 '너무 애쓰지 말고 대충(이것이 중요하다) 살고, ......뭔가 불편한 것이 있으면 이것부터 해결하는 방법으로 살면 소소하게 행복할 것이다.' 삶의 여정을 마치면서 어떤 말을, 누구에게 남기고 싶을까요? 저는 '애쓰다'와 '불편한 것' 단어에 잠시 머물러 보았습니다. 요즘 저는 일에 애쓰는 모습이 전혀 불편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즐겁고 활기차게 보이는 사람들을 종종 관찰하게 됩니다. 인생에서 일하는 시간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어떤 태도로 일하느냐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지 궁금하고, 방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지금 불편하지 않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일부터 그냥 해보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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