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칭) 암병원북클럽- 3월

D-29
죽으려고 하는 순간에 누구에게도 들키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니 고독사를 해야 마땅하다....평화롭게 레테의 강을 넘실넘실 떠나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갈쿠리로 찍어올린 것처럼 3일간 온갖 처치로 괴롭히고 난 다음에 아버지가 떠나신 걸 생각하면 너무 괴로웠다고 했다
즐거운 어른 p.126, 이옥선 지음
병원에서 하는 걸 정확하게 묘사를 하셨는데 사실 그런 일을 안 당하려면 병원에 안 오시는게 맞죠. 병원 말고 달리 갈 곳이 없어서 오시는 건 알지만... 사전의향서가 죽음의 방식을 좀더 구체적으로 지정하고 환자와 가족간에 정확히 공유되지 않으면 이런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종이 한장으로 끝나는 것보다는 보다 명확하고 지속적인 의사소통이 필요할 것 같아요.
들키면 안 된다는 표현을 보면서 문득, 음.. 나는 안 들키고 싶은데, 내가 지켜봐야 할 가족의 죽음에 대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이기적인 걸까요?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면 레테의 강을 가볍게 넘실넘실 저항 없이 건널 수 있을까요? 암을 진단 받은 상태에서는 죽음을 논하는 게 더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명확하게' '지속적으로'의 필요성에 대해 너무나 공감하는데, 환자에게는 직면할 용기와 시간이 필요하고, 가족에게는 오해 없이 대화할 방법과 함께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네요.
<목욕탕 풍경>을 읽고는 좀 웃겼는데... '달목욕'이라는 게 있다는걸 처음알았어요. 저도 어렸을 때 목욕탕에 가서 일주에 한번 때를 밀곤 하던 세대인데 매일 목욕탕에 가는 여자들을 저희 어머니는 사치스럽고 시간이 남아도는 여자들인 것 처럼 흉을 보았던 기억이 있어서 (사실 삼남매를 키우는 30대였던 저희엄마 입장에서 매일 목욕탕에 가는건 사치였겠죠 시간도 돈도 없었을 텐데) 뭐 지금생각해보면 사치인 것까지는 아니고 나름의 소확행인 것이지만 사실 매일 가는건 피부노화와 낙상의 위험을 높인다는 면에선 좋진 않을 것 같아 왠지 저는 작가님보다는 저희 엄마 편을 들고싶은 마음 ㅋ.... 그런데 세신사에게 때밀이 해보셨나요 전 늘 호기심에 두리번거리기만 하고 저의 알몸을 남에게 맡기진 못하고 돌아옴 그거 한번만 해보는 사람은 없다던데 (안하면 안했지 한번 하면 계속 하게 된다고..?)
풍납동에서는 ㅌㅅ 사우나 세신사들이 꽤 유명하죠. 코스별 서비스도 조금씩 다르고요. 짧게 받는 마사지도 시원하게 잘 해주셔서 만족스러울 때가 많아요. 기회 되시면 평일에 예약하고 한 번 도전해 보시라고 추천드려요. 코로나 이후로 친정 엄마는 발길을 끊으셨지만, 시어머니는 옆집 마실 다니듯 거의 매일 가셔서 놀다 오시더라고요. 몸을 개운하게 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친목과 수다가 더 큰 이유인 장소 같아요.
'유언에 대하여, p.73'에서 '너무 애쓰지 말고 대충(이것이 중요하다) 살고, ......뭔가 불편한 것이 있으면 이것부터 해결하는 방법으로 살면 소소하게 행복할 것이다.' 삶의 여정을 마치면서 어떤 말을, 누구에게 남기고 싶을까요? 저는 '애쓰다'와 '불편한 것' 단어에 잠시 머물러 보았습니다. 요즘 저는 일에 애쓰는 모습이 전혀 불편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즐겁고 활기차게 보이는 사람들을 종종 관찰하게 됩니다. 인생에서 일하는 시간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어떤 태도로 일하느냐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지 궁금하고, 방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지금 불편하지 않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일부터 그냥 해보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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