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영원히 계속되면

D-29
나는 책을 읽고 있으면서도 다음에 읽을 책이 대기하고 있지 않으면 왠지 불안하다. 이런 식으로 나는 책에 대한 집착이 무척 강하다.
서울에 살던 여자들은 시골의 벌레 때문에 안 살려고 한다.
......세상을 떠났다고.
내가 식탁 너머로 손을 뻗어 팔을 잡자 머리를 움직여 신기한 것을 보듯 그 손을 봤다. 뚫어져라 그것만 보고 있다.
나는 지금이라도 인간이랄 수 없는 새된 소리가 그 목구멍에서 세차게 뿜어져 나올 것 같아 몸을 사렸다.
내 눈에서 아사미의 눈물이 흘러 떨어지고 있다.
"후유코가 수면제를 먹고...... 죽었어."
하지만 지금은 후미히코가 있다.
후미히코는 치유하는 사람도 광견도 되지 못한다. 그저 아버지의 이빨로부터 목숨을 걸고 아사미를 지키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 벌써 30대야."
그날 밤 늦게 아사미에게서 전화가 왔다.
"왜 그런지 알아? 무척 만나고 싶기 때문이야. 만나면 많은 것을 파괴해버릴 정도로 만나고 싶기 때문에. 그러니까 안 돼."
여자가 남자를 전부 광견을 만들기 때문에 자기는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신비한 여자 남자들이 전부 이 여자를 보면 자신이 지켜야 한다고 다짐하게 만드는 여자가 있다. 그 여자는 남자를 전부 광견(狂犬)으로 만들고 자신을 그 남자들이 전부 지켜야 한다고 믿게 만들어 항상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버지와 세상, 이 사람 자신으로부터, 이 사람을 지켜야 한다.
"커피 마실 건데, 너는?"
한 신비로운 여자에 대한 이야기 같다.
빼앗았다/뺏었다 ‘강제로 자기의 것으로 만들다’의 뜻으로 둘 다 맞다. ‘빼앗다’의 준말은 ‘뺏다’인데, ‘뺏어, 뺏으니, 뺏는’처럼 활용한다. ‘제외하거나 뽑아내다’이 뜻으로 쓰이는 ‘빼다’의 과거형은 쌍시옷이 들어간 ‘뺐다’이다. 그녀는 요염한 외모로 많은 남자들의 마음을 빼앗았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그 여배우가 대다수 남고생들의 정신을 쏙 뺏었다. 그녀는 조깅으로 보기 싫은 군살들을 다 뺐다고 말했다.
그 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후미히코의 시선이 아사미의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아버지가 아사미의 몸을 자기 마음대로 유린한다는 것을 알고 그 아버지의 피가 자기에게도 흐른다는 것에 굴절된 죄책감을 느끼고 마치 도망칠 수 없는 운명처럼 오롯이 아사미를 사랑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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