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온 미래

D-29
천천히 생각하면서 읽고 싶은 책입니다.
그런데 설사 터미네이터를 막고 일자리는 지키더라도 어떤 인간적인 가치들은 그 과정에서 틀림없이 부서질 것이다. 사실 그런 인간적인 가치를 무너뜨리는 데에는 그리 대단한 성능의 인공지능이 필요하지도 않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파괴가 일어난 뒤에야 그 가치들의 정체를 뒤늦게 알아차릴 가능성이 높다.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p. 26, 장강명 지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심오한게 문학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기계는 그런 걸 구현할 수 없다'라고 자신있게 주장할 수없다. 소설을 쓰는 데 필요한 게 창의성이든 문학성이든 뭐든 간에, 그걸 인간만 가질 수 있다고 말할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 알파고가 주는 교훈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막연하게 '그건 불가능할 거야'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실제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불가능한 것은 매우 적다. p.47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바둑을 더 잘 둔다고 해서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자동차가 사람보다 빨리 달리지만 육상에는 여전히 여러 달리기 종목이 있지 않은가? 달리기 선수들의 수입이나 지부심이 자동차 때문에 타격을 입는가? 그렇게 묻는 이들이 있다. 이에 대한 대답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동차가 등장하기 전에도 사람보다 빨리 달리는 동물이 많이 있었다. 둘째, 많은 사람이 '인간다움'은 신체 능력보다 사고 능력과 더 관련이 있다고 믿는다. 인간이라는 종의 장점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한다. 세째, 자동차가 사람이 달리는 방식을 바꾸지는 않았다. 네째, 사람이 자동차에개 달리는 법을 배우지는 않는다.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그런데 인공지능이 등장해서 초반 포석의 규칙을 뒤엎었다.그리고 개인 가정교사가 되어주었다. 인간의 언어로 쉽게 설명해 주는 선생님은 아니었다. 그러나 인내심이 좋은 선생님이었다. 어떤 경우에도 짜증을 내지 않고 창피를 주지 않았다. '이렇게 두면 어떻게 됩니까? 이렇게 두면요? 이렇게 두면요?' 이런 질문을 하루에 수천 번을 던져도 지치지 않고 충실하게 답해주었다. p. 91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과거 대부분의 기사는 일정 한계에 이르면 헤쳐 갈 방도가 없다는 생각에 승부를 포기했다. 하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의문을 해소해 주는 AI가 '가정교사'로 들어오면서 '반상 민주화'가 실현됐다. 하위권 기사들의 승부욕이 살아나자 어떤 승부도 결과를 예단할 수 없게 됐다."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바둑계가 '민주화'되었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사회학에서 민주화는 어떤 분야에서 민주주의 원리들이 확산되고 심화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바둑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어느 나라에 태어났느냐 하는 문제로 차별을 받는다면 그런 현실은 민주적이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이 누군가 악의적으로 일으킨 차별이 아니라 해도 말이다. 특정 지역 출신 , 혹은 전문가가 독점하던 정보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면 '정보 활용의 민주화'혹은 '지식의 민주화'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p. 101, 장강명 지음
'자기 경험과 아이디어를 누구나 쉽게 문학으로 만들 권리' p. 105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도덕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인간의 감성을 코끼리에, 이성을 기수에 비유한다. 이성은 자신이 감성을 조정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 위에 올라타 있는 것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하이트는 이성이 감성의 노예라기 보다 변호사라고 설명한다. 감성이 어떤 문제에 대해 옳고 그름을 결정하고 나면 이성은 그런 결정의 근거가 될 적절한 논리를 찾는다. p.102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챗GPT가 등장한 뒤로 '수준급의 실력을 지닌 소설 쓰는 인공지능이 나오면 당신도 이용할 거냐?라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나는 그 질문이 잘 못됐다고 생각한다. 그 질문은 수준급의 소설 쓰는 인공지능을 쓰는 일을 내가 선택할 수 있을 거라고 당연하게 전제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런 괜찮은 인공지능이 나와서 시장에서 팔리기 시작하면, 내게 선택권은 없을 것이다. 나는 그걸 써야만 한다. p.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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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원 바둑용어 사전은 '기풍'을 "바둑을 두는 데 있어서 나타나는 각 개인 특유의 방식이나 개성" 이라고 설명. "모두가 전적으로 AI에 몰두하면서 바둑 인문학의 상징이었던 '기풍'이 사라지고 있다"라며, "바둑에서 기풍이 사라진다는 것은 사람에게서 감정이 사라지고 이성만 남는 것과 같을지 모른다"라고 썼다.(박치문 바둑 칼럼니스트. 2020년 중앙일보) p. 115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그것은 어떤 사람이 고유하기 때문에 그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과 똑같이 생기고 똑같이 말하는 사람을 되찾을 수 없다는 기존의 믿음을 훼손하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결국 사람들이 인식을 바꿀 것이다. 어떤 기술은 사람들의 현실 인식을 바꾸고, 새로운 인식을 지닌 후손등은 과거의 인식을 낯설고 우스꽝스럽게 여기게 된다. 그러면 옛 토템은 하나둘 무너진다. 그 토템을 보호하던 가치들도 흔들리거나 무너진다. p. 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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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이전 바둑 팬들은 일류 기사들의 대국을 보다 이해가 가지 않는 수가 나오면 존경심을 품고 '저 기사는 왜 저 자리에 돌을 둔 걸까' 하며 고심했다. 이제는 AI 추천수와 비교하며 '저 양반은 꼭 중반에 저런 실수를 잘 하더라' 하고 품평한다. 조혜연 9단은 "'방구석 관전객'들 입김이 너무 세요, '방구석 전문가'들이 너무 많아졌어요"라고 표현했다. p. 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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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일자리는 계속 생길 것'이라고 말할때 일자리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사회적 가치와 자긍심의 원천인가, 아니면 내가 계좌로 상당한 돈을 꾸준히 입금받는 어떤 이유를 말하는가? p. 202
암묵지란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경험으로 익힌 지식이다. 근본적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의 한계가 있다. 우리는 실제 세계를 상당한 정도로 추상화. 범주화해서 이해한다. 그리고 거기에 언어는 큰 도구가 된다. p.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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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으로 인해 바둑을 가르치는 방식도 변했다. ... 지금은 토론식 수업으로 해요. 선생님이 1분 가르치고, '이건 왜 이렇게 뒀어, 저건 왜 그랬어' 묻고 아이들이 답하게 하는데 9분을 쓰는 식이죠. 정답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정답까지 가는 추론 과장을 검증하는 식으로 수업 방식이 바뀌었어요. p.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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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일자리는 계속 생길 것'이라고 말할때 일자리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사회적 가치와 자긍심의 원천인가, 아니면 내가 계좌로 상당한 돈을 꾸준히 입금받는 어떤 이유를 말하는가? p. 202
박병규 9단은 "이거는 이거다, 이거는 이렇게 둬야 해, 이거는 나빠' 그런 표현을 안쓰게 됐죠. '이건 어떨까, 이건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네 생각은 어떠니, 그럼 우리 인공지능은 뭐라고 하는지 볼까, 인공지능 생각은 이런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 이제 이런 식으로 말합니다. 한종진 9단 뭔가 변화하면 거기에 맞게 사람도 볌해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다른 길을 찾아서 더 좋게 가는게 좋을것 같아요. 인공지능이 왜 이렇게 두는지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잘 설명할 방법을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요. 어떻게 하면 알기 쉽게 설명하거나 이해시킬 수 있는가를 공부하는 방향이 더 맞다. 한종진 9단 '사범님 생각은 이래'라는 식으로 대답을 해왔어요. 제자들이 물어본 걸 정확히 답해주지 못할 것 같으면 ' 다른 유명 기사에게 물어보고 너희에게 알려줄게' 그렇게 접근했죠. p. 214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우리가 새로운 가치의 원천을 찾아내지 못하면 인공지능에 기반한 사회는 거대한 '죽음의 집'이 될지도 모른다. 그것은 급여와는 상관없다. p. 225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저는 직소 퍼즐을 좋아하는데, 생각해 보면 그게 참 쓸모없는 짓이죠. 다 만들고 부수고 또 만들고. 그런데 왜 하느냐 하면 그냥 재미있으니까 하는거죠. 배둑이 궁극적으로 뭐냐는 질문과 관계없이 우리가 일상에서 놀이로서 즐기는데, 그런 놀이로서의 가치는 없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남치형 교수) p.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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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칼럼니스트인 손종수 시인은... "승부의 과정과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승부하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보여준다고 할 때 보여줄 수 있는 바둑의 외연도 더 넓어진다."라며 "그런 의미에서 바둑판 위의 승부뿐 아니라 그 안팎에서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플랫폼의 구축은 절대필요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p.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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