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3. 이반 일리치의 죽음

D-29
'죽은 건 내가 아니라 바로 그 사람이야.' 다행과 안도로 숨을 내쉬는 사람이 있고.. 미안과 죄책감으로 숨을 참는 사람이 있지요.. 삶에 대한 애씀의 방식일 겁니다.. 가만 들여다보면 죽음도.. 삶도.. 한구석에는 누구나 안타까움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속마음을 들킨 것처럼 화끈했어요. 저도 사고 소식을 들으며 이렇게 생각할 때가 많거든요...
참으로 놀라운 것이. 이 작은 문장 안에서, 벌써 인간의 숙명적인 [내로남불] 사상이 드러난다는 사실이에요. 인간은 정말 신기한 동물 입니다. 죽은 건 내가 아니라 바로 그 사람이야!
그런 이유로 방에 모인 사람들이 이반 일리치의 사망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은 이 죽음이 가져올 자신과 지인들의 자리 이동이나 승진에 관한 거였다. 10쪽 그들 모두 생각하거나 느낀 건 이런 거였다. '아, 그는 죽었지만 나는 이렇게 살아 있어!' 하지만 이반 일리치와 비교적 가까웠던 이른바 친구라는 사람들은 이제부터 장례식에 참석해 미망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하는 아주 성가신 일이 남았다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들었다. 11쪽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니 입장은 뭐야?" "어. 내 입장? 내 입장은 이반 일리치 장례식장에 가서 그의 와이프한테 위로해줘야 하는데. 졸라 귀찮어." 뭐. 이런 대화가 상상되네요. 정말이지 인간은 각자의 입장이란 게 있는 것 같습니다. 실은 이반 일리치도 반대 입장이 되었다면 저런 태도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론 씁쓸하면서도, 한편으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집니다. 기록해 놓으신 문장을 보고 제 생각을 나눠봤어요. ^^
사실 그간 살아오면서 타인의 부고를 듣고 애도의 마음보다 이런 생각이 든 적이 더 많았습니다. 쩝...
‘꼬박 사흘에 걸친 끔찍한 고통과 죽음. 그건 지금, 어느 순간이든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생각에 그는 일순간 섬뜩해졌다. 하지만 당장 어찌할 바 모른 채 있으려니, 이 죽음은 자기가 아닌 이반 일리치에게 일어난 일이다, 자신에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 하고 일어날 수도 없으리라는 아주 상식적인 생각이 구원 투수처럼 떠올랐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사실 인간에게는 위 문장과 같은 [부정]이란 방어기제 때문에 적절히 안도하고 숨쉬고 다음을 희망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만일 그 누군가가, 그의 죽음을 두고, 나도 언젠가는 죽을 거야. 흑흑흑. 나 좀 도와줘. 나 너무 무서워. 흑흑흑. 가지마. 회사 가지마. 이래버리는 것도, 그 또한 민폐가 아닐까 싶고요. 비슷한 문장들을 많은 분들께서 남겨두신 걸 보니, 제 생각도 점점 바뀌고 있군요! 잘 읽었습니다. ^^
"그런 일은 자신이 아니라 이반 일리치에게 일어난 것이고, 자신에게는 일어날 수 없고 일어날 리도 없다고.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우울함에 지는 것이니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여기까지 생각하자 한결 마음이 편안해진 표트르 이바노비치는, 제대로 관심을 집중하고 이반 일리치의 마지막에 관해 자세히 물었다. 마치 죽음은 이반 일리치에게만 일어날 수 있는 우연이고, 자신에게는 절대로 일어날 리 없는 것처럼 말이다." (p18) -우리는 죽음이 나와는 전혀 관련 없고 타인에게만 일어난 일로 생각하며 산다. 그러나, 죽음은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들이 반드시, 언젠가는 겪어야 할 필연적 사실이다.
"이반 일리치의 삶은 무척 소박하고 지극히 평범했으며, 그렇기에 아주 끔찍했다. 그는 법원 판사로 일하다가 마흔다섯 살에 세상을 떠났다." (p22) 이반 일리치는 중산층 관료 가정 출신으로 세 형제 중 가장 성실하고 '올바른' 삶을 산 인물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이반의 평범한 삶을 끔직했다고 서술한다. 왜일까?
3월의 꽃소식에 만나는 죽음소식이라니 아이러니한 느낌을 안고 독서 시작합니다 이번 기수도 깊은 독서로 부지런해지고 싶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어제는 삼일절이었는데, 다들 잘 보내셨나요? 오늘은 어렵기로 소문 난 러시아 이름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막간 상식 : 러시아의 이름은 이름(Imya) + 부칭(Otchestvo) + 성(Familiya)으로 이루어지고 가운데 미들 네임은 아버지에게서 온다고 합니다. 부칭은 아버지의 이름 뒤에 성별에 따른 접미사를 붙여 기계적으로 생성됩니다. 즉, 선택 사항이 아니라 태어나면서 아버지가 누구냐에 따라 자동으로 결정됩니다. ① 남성의 경우: "누구의 아들" 아버지 이름 뒤에 -오비치(-ovich) 또는 -에비치(-evich)를 붙입니다. 예: 아버지가 '이반(Ivan)'이면 아들은 '이바노비치' 예: 아버지가 '일리야(Ilya)'이면 아들은 '일리치' (이반 일리치의 경우입니다.) ② 여성의 경우: "누구의 딸" 아버지 이름 뒤에 -오브나(-ovna) 또는 -에브나(-evna)를 붙입니다. 예: 아버지가 '이반(Ivan)'이면 딸은 '이바노브나' 예: 아버지가 '일리야(Ilya)'이면 딸은 '일리니치나' 러시아에서 누군가를 [이름 + 부칭]으로 부르는 것은 상대에 대한 최고의 예우와 존중을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소설의 주인공 이반 일리치(Ivan Ilyich)라는 이름 자체에 이미 그의 사회적 위치가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병들고 소외되었을 때, 이 사회적 호칭(부칭)은 공허해집니다. 죽음이라는 절대적인 고독 앞에서는 '일리야의 아들이자 판사인 이반 일리치'라는 사회적 가면이 벗겨지고, 오직 고통받는 한 인간만 남게 되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제목을 이렇게 붙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궁금했지만 한 번도 찾아볼 생각을 안 했던 부분에 대해 콕 짚어 알려주셨네요.. 시원~ 감사합니다~
최근에 이반 투스게네프의 첫사랑을 읽었는데 새섬님께서 말해주신 이름을 먼저 읽고 읽어서 그런지 조금 더 이해가 잘 되었던 것 같습니다!ㅎㅎ
너무 유익한 정보네요~ 이름이 왜 이렇게 비슷하면서도 길지? 싶었는데 이해가 됩니다. 물론 금방 까먹겠지만요! : )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를 로쟈라고 부르고, <안나 카레니나>의 남편도 카레닌이고 정부(브론스키)도 카레닌인 러시아 이름의 복잡미묘함에서 헤맸었는데, 이렇게 설명해 주시니 오비치, 에비치, 오브나, 에브나에 대해 이해가 되네요 성당에서 부모가 아이의 세례명을 정할 때 큰아들 미카엘, 작은아들 라파엘이라 명명하고, 후에 큰며느리 미카엘라, 작은며느리 라파엘라라고 부르기로 맘먹는 것과 비슷한 느낌도 들고, 아버지 성을 따라온 우리나라 명명의 방식이나, 남편 성을 따르는 미국식 명명의 방식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됩니다 요즘 성 없이 이름으로만 부르는 경우가 많아지고 (김대리! 라고 부르지 않고 영희대리님~ 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부모의 성을 모두 따거나, 성 없이 자신을 지칭하는 네이밍 등이 많아지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봅니다
‘사흘 밤낮 동안 끔찍한 고통과 죽음. 그것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어. 바로 지금, 언제라도.’ 이렇게 생각하자 잠시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러나 그 직후 자기도 모르게 이 일이 이반 일리치에게 일어난 일이지 자기에게 일어난 일은 아니며, 자기에게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도 안 되고 일어날 수도 없다는 평범한 생각이 구원처럼 그에게 찾아왔다. 그런 생각을 하면 우울한 기분에 굴복하게 되지만, 슈바르츠가 얼굴로 분명히 이야기했듯,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판단한 표트르 이바노비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죽음은 오직 이반 일리치에게 일어난 일일 뿐 자기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인 양, 그의 마지막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묻기 시작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러시아어 원전 번역본) - 죽음 관련 톨스토이 명단편 3편 모음집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윤우섭 옮김
이반 일리치의 죽음 (러시아어 원전 번역본) - 죽음 관련 톨스토이 명단편 3편 모음집톨스토이를 읽으면서 우리는 죽음이라는 주제를 자주 접한다.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을 포함해 많은 중단편이 이 죽음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타인의 죽음 앞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모순적인 심리가 너무도 적나라합니다. 수 백 년이 흘렀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의 속성이란 이런 것이구나 싶기도 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이반 일리치의 과거는 지극히 단순 평범했고 한편으로는 대단히 끔찍했다...불빛을 향해 날아드는 날벌레처럼 지위가 높은 사람들에 이끌려 그들의 태도며 인생관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자신에 대한 처우를 그 자신은 지극히 잔인하고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지극히 정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p)41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고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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