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3. 이반 일리치의 죽음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다시 찾아온 막간 상식 시간입니다. 책 읽다 등장한 '삼등문관'이라는 직급에 대해 찾아보았어요. ***러시아의 관등표 18세기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는 가문이나 혈통 대신 ‘국가에 대한 봉사와 능력’에 따라 서열을 매기기 위해 모든 관직을 1등부터 14등까지 나누었습니다. 1등이 가장 높고, 14등이 가장 낮습니다. 우리 나라는 공무원이 9급까지인데 러시아는 훨씬 촘촘했네요. 책에 등장하는 ‘삼등문관’은 이 14개 계급 중 위에서 세 번째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고위직입니다. 문관(행정), 무관(군대), 궁정직이 각각 나뉘어 있었지만, 서로 대응하는 급수가 있었습니다. 삼등문관(비밀고문관, Taynyy sovetnik)은 이 14개 계급 중 위에서 세 번째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고위직입니다.
그믐밤에서 함께 읽고 있는 체호프의 작품에도 이러저런 관료들이 꽤 등장하는데, '삼등문관' 수준은 없었던 것 같아요 얼마 전 읽은 <세 자매>의 유일한 남자 형제 안드레이 같은 경우 지방청 서무 공무원 수준으로 9,10급 수준이었던 데 비해, 이반 일리치 본인과 그가 꿈꾸던 등급은 얼마나 고위직인지 느낌이 옵니다 :) 러시아의 관등표는 마치 조선 시대의 정1품부터 종9품까지를 보는 듯합니다 3의정과 판서, 참판, 도승지, 그런 인물들부터 현대의 장차관보까지 현실적으로 훑어지네요 ㅎㅎ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파멸시킬 수 있는 권력이 있다는 자각, 표면적인 것이긴 하지만 법정에 들어설 때나 아랫사람들을 만날 때 그에게 향하는 예우, 상급자와 하급자들 사이에서 거둔 성공, 그리고 무엇보다 그 스스로도 느끼는 뛰어난 업무 처리 능력, 이 모든 것이 그에게 기쁨을 주었다. 이와 함께 동료들과 나누는 대화와 식사 자리, 카드놀이 등이 그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해주었다. 그렇게 해서 이반 일리치의 삶은 그가 기대한 대로 즐겁고 만족스럽게 흘러갔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정말 날카로운 지적이네요. 인생의 의미가 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반 일리치는 모두에게 버림받은 느낌이었다. 다들 그의 위치에서 3천 5백 루블을 받는 것은 아주 합당하며 심지어 운이 좋은 거라고 여기는 것 같았다. 자신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대우를 인식하고 아내의 끝도 없는 잔소리에 시달리며 분수에 안 맞게 사느라 빚을 진 처지가 정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그 하나뿐이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부서가 어디고 업무의 종류와 성격이 무엇인지는 이미 안중에 없었다. 연봉 5천 루블만 받을 수 있다면 관청이든 은행이든 철도 기관이든 마리아 여제 귀족학교든, 하다못해 세관이든 가리지 않을 생각이었다. 5천 루블의 연봉을 받을 수 있고 그를 인정해주지 않는 지금의 부서를 떠날 수만 있다면 어디라도 상관없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세속적으로 무척 성공한 사람인데도 한발짝 떨어져서 묘사하면 사람의 인생은 누구에게나 덧없고 허망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책의 도입부에서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먼저 알리고 시작해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걸 수도 있겠습니다.
처음에 이반일리치가 매우 괜찮은 사람인것으로 묘사되었던 것도 반전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1장에서는 이반 지인들에 대한 얘기라 사회 속 이반은 괜찮은 평가를 받았던 걸로 보이고, 2장에서 가족과 개인으로서의 이반은 괜찮기보다 대부분의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어느정도 유치하거나 미성숙함이 있고-
이반 일리치가 '웰다잉'하지 못하는 것은 그의 삶이 공허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잘 죽는 것은 잘 사는 것'이라는 말은 죽음 직전의 기간에만 적용되는 말이 아닌가 봅니다.
네.. 그러네요... 웰다잉은 결국 얼마나 나의 삶이 충실히 잘 살아왔는가가 답인거 같네요.
공적 업무에서 느끼는 기쁨은 자존심이 충족되는 데서 오는 기쁨이었고, 사교 생활에서 느끼는 기쁨은 허영심이 충족되는 데서 오는 기쁨이었다. 하지만 이반 일리치가 진정한 기쁨을 느끼는 것은 카드놀이를 할 때였다. 어떤 일을 겪었다 해도, 살면서 아무리 불쾌한 일을 겪었다 해도, 이반 일리치에게는 마치 촛불처럼 다른 모든 것을 환히 밝히는 기쁨이 있었는데, 바로 시끄럽지 않고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과 즐기는 카드놀이였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장맥주 3월이 되기전에 다 읽어버려서 새섬님 말씀대로 천천히 다시 읽어보고 있는데 3장의 이 부분을 읽으니 (완독한 자의 마음입니다만..) 여러 감정이 교차되더라고요..나의 기쁨도 생각해보았고요..역시 자신을 투명하게 아는 것 아니 알아가는 것이 살아있는 때에 해야할 일인 것 같습니다..
같은 생각이에요. 그리고 지금 저는 저 자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관심은 있는데 직시할 용기가 부족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에서 자존심을, 사교에서 허영심을, 카드놀이에서 환히 밝히는 기쁨을 충족한다는 표현이 재밌습니다. 뭔가 맞아떨어지는 공식 같아서요. 저는 과연 어떤 걸 충족시키고 있나 생각해봤더니 일과 사교 모두에서 자기 효능감을 충족하는 거 같아요, 그걸 통해 저 역시 자존심과 허영심을 채우고 있을 겁니다. 아직 이반의 카드놀이만큼 환히 밝히는 기쁨을 찾지는 못한 것 같아 그게 아쉽습니다.
참여하겠습니다. 이번 기회에 톨스토이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 겠네요
이반 일리치가 살아온 삶은 굉장히 단순하고 평범했으며 아주 끔찍하기도 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2장,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그래서 이반 일리치는 의사를 찾아갔다. 모든 것이 그가 예상한 대로였다. 평소와 똑같은 절차가 그대로 이어졌다. 차례를 기다리는 일이며 짐짓 근엄한 체하는 의사의 표정이 그랬다. 사실 이런 표정은 이반 일리치도 법정에서 늘 짓던 거라 낯설지 않았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이 모든 것이 이반 일리치가 피고인들 앞에서 수천 번도 더 멋들어지게 써먹었던 방법 그대로였다. 의사 역시 안경 너머로 의기양양하게, 아니 심지어 신나는 표정까지 지어가며 피고를 쳐다보면서 멋들어지게 간략한 설명을 했다. 그 설명을 들으면서 이반 일리치는 자신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1장을 다 읽었습니다. 1장을 읽으며, 회사 동료의 조사가 있었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물론 본인상은 아니었지만, 소식을 접하고 동료들과 장례식장에 다녀온 저와 동료들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어 묘한 기분으로 읽었습니다. 이런 경험이 없었다면 이반 일리치 아내와 지인들의 모습이 이기적이거나 정이 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1장에서의 모습이 타인의 죽음을 대하는 일반적인 광경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됩니다.
2,3장까지 순식간에 읽었습니다. 3장까지 읽은 감상은, 어느 한 사람의 평범한 인생과 그 평범한 사람의 죽음 이후의 평범한 광경, 입니다. 그래서 몰입해서 읽게 된 거 같아요. 담담한 문체임에도 문장 하나하나가 다 인상적으로 다가왔구요. 이후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너무 궁금하지만, 이번주는 다른분들의 감상을 읽으며 3장까지의 내용을 곱씹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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