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 양귀자의 '모순' 에서 ) " 이 글귀가 생각납니다
안타깝게도 인간은 타인의 죽음 앞에서 애도의 감정과 더불어 자신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안도의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일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생각하게 되고요. 이바노비치의 주변 인물도 다를 수 없겠지요
[웰다잉 오디세이 2026] 3. 이반 일리치의 죽음
D-29

투데이

거북별85
아! 양귀지의 "모순"에 그런 글귀가 있었군요. 이래서 함께 읽기를 해야 합니다. 혼자 읽으면 놓치는 부분이 너무 많아요^^ 정말 이 글귀는 이 작품와 와 닿네요....

비화척성
“ 결혼한 지 채 일 년도 지나지 않아 이반 일리치는 결혼생활이라는 것이 삶에 몇 가지 안락함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힘겨운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따라서 자신의 의무를 이행해 나가기 위해서는, 즉 상류사회가 인정하는 고상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직장에서와 마찬가지로 가정에서도 일정한 원칙을 세워 지켜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깨달았다. ------
그리고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또 다른 한 가지는, 세상 사람들이 정해 놓은 기준에 들어맞는 그럴싸한 결혼생활의 모습을 표면상으로나마 완벽하게 갖추는 일이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57p,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은정 옮김, 앤서니 브릭스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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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카이사르는 죽을 운명을 타고난 인간이었고, 그러니 죽는 게 마땅했다. 하지만 나만의 생각과 감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나, 바냐, 이반 일리치는 전혀 그렇지 않다. 내가 죽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건 너무도 끔찍한 일이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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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coazim
“ 법률학교 재학 중 그는 참으로 역겨운 행동을 저지르기도 했다. 그는 그런 행동을 한 자신에 대해 혐오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지체 높으신 분들도 그런 행동을 종종 저지르며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생각을 바꿨다. 비 록 좋은 행동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냥 싹 잊어버리고 그에 대해 조금도 개의치 않기로 한 것이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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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coazim
와 모임이 시작되었는데 늦게 참여했네요. 저는 2-3장에서 톨스토이가 전문직의 위선과 허영을 적나라하게 저격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너무 심하잖아, 싶으면서도 하나하나 곱씹어 읽어보면 딱히 부정할 수도 없는 것 같더라고요.

Oncoazim
저는 이 "역겨운 행동"이 무엇인지 너무 궁금했고 책을 읽으면서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끝까지 나오진 않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 행동을 한 자신에게 대해 혐오감"이라는 것은 처음엔 그러지 않았는데 "생각을 바꿨다"는 것은 점차 집단의 hidden curriculum에 젖어갔다는 얘기이겠죠. 저에게는 참 생각이 많아지는 문장이었습니다.

향팔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톨스토이의 또다른 소설 <부활>이 떠올랐어요. <부활>의 주인공도 젊은 시절 그런 행동을 저질러 놓고 잠시 죄책감을 느끼지만 곧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다 잊고 살다가 세월이 흐른 뒤 재판정에서 마주치게 되죠. 톨스토이가 청년 시절에 방탕하게 살던 자전적 체험이 반영된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가 이 대목에도 살짝 한 토막 들어간 게 아닐까.. 그래서 아마 <부활>의 네흘류도프가 했던 짓과 비슷한 행동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봤습니다.
서이음
공감합니다. 꼭 전문직이 아니더라도, 사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삶의 많은 영역에서 이럴 것 같아요. 이반 일리치의 삶이 평범했으며 그래서 대단히 끔찍했다는 문장에는 이런 의미도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실은 괜찮지 않은 일을 해놓고도 점차 마음의 불편함을 잊어버린다는 건,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간다는 건 대단히 끔찍한 일이 아니겠느냐는 물음 같아요.
MㅡM
저부분이 저도 궁금했어요. 저 문장구조가 특히 더 쿡쿡 찌르는 효과를 주는 거 같아요. 법률학교, 역겨운 행동, 지체 높으신 분들, 아무렇지도 않게, 조금도 개의치 않기로 하다, 이런 표현들이 아무렇지 않게 나열되어 있다니-
다들 그렇게 살지, 누구나 그렇지라는 말에 저 '법조계 지체높은' 사람들이 들어올 줄 몰랐고, 그들이 들어올 줄 몰랐다면서 내가 들어가는 건 '평범한 거'라며 괜찮다고 생각하는 저도 이상하고 모순덩어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불킥, 양심에 찔릴만한 일 정도는 그럴 수도 있지만, 역겨운 행동이라고 표현할만한 건 (제가 생각하는) 평범의 범주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반의 입체적이고 인간적인 면모가 저의 약하고 가끔 악한 모습과 전반적으로 겹쳐진다고 생각하면서 끄덕이며 읽었더니 저런 갸우뚱한 지점을 놓친 거 같아요.

수북강녕
@oncoazim @MㅡM 저도 이 부분을 궁금해 하며 읽었습니다 이야기의 후반에는 나오지 않을까 예상하기도 했고요
혼자 추측해 보기로는, 톨스토이의 대표작 중 하나인 『부활』에서 드미트리가 카츄샤를 유혹해 임신시키고 버리면서 타락시킨 사건과 비슷한 일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Oncoazim
“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잡아넣을 수 있다는 권력의식, 비록 외적인 것이지만 법정에 들어설 때나 부하 직원을 만날 때 분명하게 전해져오는 존경 어린 시선, 상관들과 부하들 앞에서 과시할 수 있는 성공, 그리고 무엇보다 그 자신 스스로도 잘 느끼고 있는 탁월한 업무처리 능력 등등 이런 모든 것들에서 그는 기쁨을 느꼈다. 그리고 덧붙여 동료들과의 대화와 식사, 그리고 카드놀이 등등이 그의 삶을 채워갔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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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coazim
의사, 법조인 등 전문직들은 흔히 윤리, 사명의식 등을 강조하지만 이런 면 (권력의식과 과시욕,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만족 등)이 없다고 하긴 어렵고 딱히 이게 나쁘다, 고 저격할 수만도 없는 것 같아요. 그게 인간의 본성이니까요. 다만 톨스토이는 이것으로 충분한가, 삶이 이런 것들로 가득차 있는 것이 과연 스스로에게 진실된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단아
방금 전자책 (문예출판사) 구입하고, 늦.은. 가입 신고/인사합니다.

이카루스11
무엇보다도 바로 그러한 자신과 그 주위의 거짓이 그의 삶의 마지막 날들을 망쳤다 p)89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고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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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 "저하고 같이 좀 가주시겠어요? 추도식 시작 전에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요. 팔 좀 빌려주세요." 미망인이 말했다.
표트르 이바노비치가 팔을 내주었고, 두 사람은 시바르츠를 지나쳐 안쪽 방으로 들어갔다. 시바르츠는 표트르 이바노비치에게 딱하게 됐다는 듯 한쪽 눈을 찡긋했다. 그 장난기 어린 시선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이제 카드놀이는 틀렸군요! 우리가 다른 사람을 구하더라도 섭섭해하지 마세요. 다섯 명이어도 괜찮으니 빠져나올 수 있으면 오시고요.'
표트르 이바노비치가 아까보다 더 깊고 서글프게 한숨을 내쉬자, 프라스코비야 표도로브나는 감사의 표시로 그의 팔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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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죽은 사람에 대한 애도보다 카드놀이에 빠질 수 있다는게 더 깊고 서글픈 한숨을 나오게 했다니...
사람의 속내가 겉으로 보여지지 않는다는게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비슷한 부류에게는 그게 또 다 보여지는구나 싶네요.

그믐달빛
저도 첫 부분을 읽을 때 비슷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반 일리치의 집에서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프라스코비야 표도로브나의 진심 어린 한탄과 슬픔을 보았음에도 그의 집을 나서자 떠오르는 생각이 카드놀이라니. 저 같았으면 무거운 마음에 다른 생각은 떠올리지 못하고 터덜터덜 집으로 향했을 텐데 말이죠.. 물론, 더 앞 부분에서 나왔듯이, 표트르 이바노비치에게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으로 인한 이득도 있었지만요.. 처음에는 번역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졌나, 의심하기도 했었죠;;^^

그래서
“ 이반 일리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 중 하나는 거짓이었다. 그가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병이 들었을 뿐이고 안정을 취하고 치료만 잘한다면 곧 아주 좋아질 것이라고 모두들 빤한 거짓말을 해댔다. 아무리 무슨 짓을 하더라도 갈수록 심해지는 고통과 죽음 밖에 남은 것이 없다는 사실을 그 자신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의 거짓말은 그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중략) 이반 일리치는 소리내어 울고 싶었고 그런 자신을 누군가 다정하게 어루만지며 같이 울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법원 동료인 셰베끄 판사가 찾아오자 울며 동정을 구하는 대신 이반 일리치는 심각하고 엄하게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타성적으로 대법원 판결의 의미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표하고는 거듭 자신의 견해를 고집했다. 그 주변의, 그리고 그 자신의 이런 거짓말이 이반 일리치의 생의 마지막 순간들을 해치는 가장 무서운 독이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p.82,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강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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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환자를 위로한답시고 하는 거짓말이 환자를 더 아프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환자도 주변인들에게 거짓말을 해야 하는 환경이 고통을 배가 시킬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생각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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