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결혼 생활, 적어도 자기 아내와 함께하는 결혼 생활이 유쾌하고 품격 있는 삶을 항상 보장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종종 파괴함을, 따라서 이런 파괴로부터 자신을 꼭 지켜야 함을 깨달았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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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빛
“ 그래서 이반 일리치는 결혼 생활의 원칙을 정립했다. 가정생활에서는 오직 아내가 남편에게 제공할 수 있는 음식과 살림과 침대 같은 편의 사항만 요구했는데, 이 원칙의 핵심은 사회적 통념이 정해 놓은 외적 형식의 품격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명랑한 유쾌함은 그 밖의 영역에서 추구했으며, 그런 것을 찾아낼 때면 무척 감사히 여겼다. 혹시 저항이나 투정의 기미가 보이면 얼른 자기가 쌓아 놓은 별도의 세계로, 업무로 달아났고 거기서 유쾌함을 찾았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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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빛
“ 그런데 본질적으로 큰 부자는 아니지만 부자처럼 모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똑같이 공유하는 것이 있었다. 비단, 흑단, 꽃나무와 양탄자, 청동 조각품 등 하나같이 중후하고 광택이 화려한 물건들, 즉 특정 부류의 사람들이 또 다른 특정 부류의 사람들처럼 보이고 싶어서 갖추는 것들 말이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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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 빛
“ 남편과 아내는 더욱 자주 다투었으며 가뿐함과 유쾌함은 금세 사라져 버렸다. 다만 마지못해 품위만을 유지할 따름이었다. 다시 소란이 잦아졌다. 남편과 아내가 폭발하지 않고 함께 머물 수 있는 곳은 오직 작은 섬들뿐이었는데, 그 수마저 차츰 줄어들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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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빛
“ 이렇게 참아 주는 행위를 프라스코비야 표도로브나는 대단한 위업이라 생각했고, 남편의 성격이 너무 끔찍해서 자기 인생 역시 불행해졌노라고 결론을 짓고 나니 스스로가 슬슬 불쌍하게 여겨졌다. 자신을 더 불쌍하게 여길수록 남편을 더욱 증오하게 되었다. 남편이 죽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으나, 그러면 봉급마저 사라질 테니 대놓고 바랄 수는 없었다. 그 점이 그녀의 반감을 더 부채질했다. 스스로가 너무나 박복했고, 남편의 죽음조차 자기를 구원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에 짜증이 나면서도 그것을 숨겨야 했다. 그러다 보니 억눌린 짜증이 또다시 남편의 짜증을 더 부추겼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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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그는 자신이 죽는다는 생각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이 거짓되고 잘못되고 병적인 생각을 몰아내고 그 자리에 올바르고 건강한 생각을 가져다 놓으려 애썼다. 하지만 이 생각은 그저 생각만이 아닌 분명한 현실로 다시 그 앞에 다가와 단단히 자리를 잡는 것 같았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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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하지만 재판 중에도 옆구리 통증은 느닷없이 찾아와 심리 과정이 어디까지 진행되었든 상관없이 그를 갉아먹을 듯 괴롭혔다. 이반 일리치는 통증에 대한 생각을 떨어내버리고 정신을 집중하려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죽음은 이반 일리치 앞으로 다가와 꼼짝 않고 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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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고통이 진실을 보게 하네요.
장맥주
“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 이반 일리치는 그를 위로해줄 보호막들을 찾았고, 어떤 보호막은 잠시나마 그를 구원해주는 것도 같았지만 이내 무너져버렸다. 아니 무너졌다기보다 투명해졌다. 죽음은 어떤 것이든 통과했으므로 무엇으로도 그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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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이 반 일리치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바로 사람들의 거짓말이었다. 어찌 된 일인지 모두들 이반 일리치는 병이 들었을 뿐 죽는 것은 아니며 안정을 취하고 치료를 받는다면 훨씬 좋아질 거라는 빤한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무슨 짓을 해도 아무 소용 없다는 사실을, 이제 남은 건 점점 더 지독해지는 고통에 시달리다 죽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이반 일리치도 잘 알고 있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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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사람들의 거짓말은 이반 일리치를 고통스럽게 했다. 그들은 자신들도 알고 이반 일리치도 아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고, 그의 끔찍한 상태에 대해 거짓말로 둘러대면서 이반 일리치까지도 그 거짓말에 동참하길 바랐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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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거짓말 말고도, 아니 거짓말 때문이겠지만, 이반 일리치는 누구 하나 그가 바라는 만큼 마음 아파해주지 않는다는 것이 몹시도 괴로웠다. 어떤 때 오랫동안 통증에 시달리고 나면, 이런 고백 하기 부끄럽긴 하지만, 누군가 자신을 아픈 어린아이 보듯 가엾게 여겨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이를 안고 달래듯 다정하게 다독여주고 입맞춰주고 자신을 위해 울어주길 바랐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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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중요한 자리에 있는 관리인 데다 수염까지 하얗게 센 사람이 바랄 수 있는 일이 아니란 걸 이반 일리치 자신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게라심과의 관계에는 이런 바람을 충족해주는 뭔가가 있었고, 그래서 그와 있으면 위로가 되었다. 이반 일리치는 흐느껴 울고 싶었고, 누군가 그런 자신을 달래며 같이 울어주길 바랐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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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루스11
“ 그녀는 오로지 자신 만을 위해서 모든 걸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를 위하는 일이라고 공언함으로써... 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그를 위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고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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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루스11
“ 모든 법도에 따라 연출해온 사기극이 갑자기 깨지고 진실이 드러나는 게 무서워졌다... 그들이 나가자 이반 일리치는 그제야 좀 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과 함께 거짓이 사라졌던 것이다. 그러나 통증은 남아있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고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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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루스11
“ 그는 한편으로는 두려워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차라리 그 나락에 떨어지고 싶었다...그는 의지할 데 없는 자신의 처지, 절대 고독, 사람들의 냉혹함, 신의 냉혹함, 신의 부재가 서러워 울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고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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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루스11
최종 결과가 지금의 자신인 회상이 시작되자마자, 당시 기쁨이라고 여겼던 모든 것들은 이제 그의 눈 앞에서 녹아내려 부질 없는 것으로, 그리고 왕왕 추한 것으로 변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고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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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빛
“ 모든 것이 그의 예상대로였다. 모든 것이 항상 그랬던 대로 진행되었다. 순서를 기다리는 것도, 법정에서 그 자신이 그러했기에 익히 아는 짐짓 근엄한 척하는 의사의 태도도, 여기저기 두드려 보고 환자의 말을 경청하는 것도, 미리 정해져 있기에 굳이 답할 필요 없는 질문을 던지는 것도, 그저 우리한테 맡겨 주면 모두 알아서 처리하리라고, 모든 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확실히 잘 안다고, 치료를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든 똑같이 대한다고 주장하는 의미심장한 표정도 말이다. 모든 것이 법정과 똑같았다. 그가 법정에서 피고를 대하며 짓는 표정을, 저명한 의사는 환자를 대하며 똑같이 짓는 것이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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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빛
“ 그리고 그 논쟁 끝에 의사는 이반 일리치의 눈앞에서 휘황찬란하게 맹장염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소변 검사를 통해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그때 가서 다시 검토하리라고 단서를 달았다. 이 모든 절차는 그동안 이반 일리치가 피고에게 그토록 휘황찬란하게 늘어놓은 것과 완전히 똑같았다. 의사는 역시나 휘황찬란하게 요약해 준 다음, 안경을 살짝 내리고서 의기양양하고 즐겁게 피고를 내려다보았다. 의사의 요약문을 통해 이반 일리치는 나쁘다는, 즉 의사는, 아니 어쩌면 모든 사람 역시 관심 없을 테지만 자기 상태가 나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 결론에 병적으로 충격을 받은 이반 일리치의 내부에서는 자신에 대한 크나큰 동정심이, 그리고 이토록 중요한 문제에 지독히 무심한 의사를 향한 크나큰 증오심이 치솟았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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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빛
병원에서 저명한 의사가 그를 대한 태도에서 이반 일리치는 법원에서의 자신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의사는 마치 이미 모든 것을 꿰뚫고 있다는 듯이 휘황찬란한 설명과 함께 결과를 내놓았고, 법원에서의 이반 일리치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전에, 어려운 내용도 쉽게 풀어서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이 그 분야를 정말 잘 아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반 일리치와 의사는 자신들이 아는 모든 지식을 동원하여 상대가 이해하지 못하게, 즉 상대가 스스로 그들이 자신보다 높은 곳에 있음을 느끼게 하려고 애를 쓰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는 자신 보다 그 분야에서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 앞에서만 적용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저명한 의사도 세계 최고의 명의 앞에서는 이반 일리치에게 그랬듯이 휘황찬란하게 자신의 진단을 설명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둘의 의기양양한 태도는 두 명이든 열 명이든 어느 무리 안에서 자신이 가장 우위에 있을 때만 드러나는 상류층의 일종의 ‘자랑’이라고나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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