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식대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갑자기 소름끼쳤다. 잘 살고 있다고 느꼈지만 어쩌면 그게 함정일지 모른다는.
[웰다잉 오디세이 2026] 3. 이반 일리치의 죽음
D-29
정토토
화제로 지정된 대화

김새섬
■■■■ <이반 일리치의 죽음> 3월 2주차 ■■■■
● 함께 읽기 기간: 3월 8일(일) ~ 3월 14일(토)
● 함께 읽기 분량: 4장 ~ 6장
지난 모임에서 우리가 나눴던 이야기들이 생각납니다. 누군가의 장례식에 가면 슬픔보다도 '어디를 봐야 할지', '절은 언제 해야 할지' 몰라 어색하고 당혹스러웠던 경험들 말이죠.
재미있게도 1장에서 마주한 주인공의 친구, 표트르 이바노비치 역시 그랬습니다. 고인의 얼굴을 마주하기 두려워 성호를 긋는 타이밍을 고민하고, 위로의 말을 건네기보다 저녁에 있을 카드 게임을 더 걱정하던 그의 서툰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우리를 닮아 있어 씁쓸한 웃음을 자아냈지요. 타인의 죽음 앞에서 우리는 누구나 그렇게 '어쩔 줄 모르는 이방인'이 되곤 하나 봅니다.
이제 이번 2주차(4장~6장)에서는 그 '어색한 조문객'들의 시선을 벗어나, 고통의 한복판에 홀로 남겨진 이반 일리치의 내면으로 깊숙이 들어가 봅니다.
작품 속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어느 부인이 '성상(聖像)을 이용한 치료법'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을 때, 이반 일리치는 어느새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며 놀라기도 합니다. 몸과 마음이 연약해진 환자들에게 비과학적인 치료법들이 얼마나 유혹적인지 보여주는 대목이죠. 이런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참 비슷하다는 생각에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고통 속에 홀로 깨어있는 밤, 이반 일리치의 곁을 지키는 마음으로 이번 주도 함께 읽어 내려가 볼까요? 여러분의 소중한 감상들을 기다리겠습니다. ^^

아침바람
“ 그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어둠을 응시했다. '죽음이라. 그래 죽음이란 말이지. 그런데도 저들은 모르고 누구 하나 알려고 하지도 않고 나를 딱하게 여기지도 않는구나. 그저 노는데만 정신이 팔려있어. 저들도 다를게 없지. 언젠가 죽을 거야! 바보들 같으니! 내가 먼저 가고 저들은 나중에 가는 것일 뿐, 누구도 그 길을 피할 수 없는 거야! 저 짐승들!' 밖에 있는 사람들을 향한 미움 때문에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모든 사람이 이처럼 끔찍한 공포를 겪어야 하는 운명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p. 59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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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 '그래, 병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생각해보자. 옆구리를 부딪쳤는데, 그날은 아무렇지도 않았고 다음날도 괜찮았어. 그러다 조금씩 쑤시기 시작하더니 점점 심해졌지. 그래서 의사를 찾아갔고, 자꾸 걱정이 되고 우울해져서 또 의사를 찾아갔어. 그렇게 나락으로 다가가고 있었던 거야. 자꾸만 힘이 삐지면서 점점 더 나락으로 가까이 갔던거야.
p. 59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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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na
어제 3장까지 읽었습니다.
작가가 이반 일리치의 죽음과 삶에 관한 이반과 주변인들의 심정과 상황들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너무도 꼼꼼하고 세밀하게 표현한 까닭에 읽는 내내 제 기분은 언짢기까지 했습니다. 어쩌면 인류가 집단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타인 중심의 삶'은 우리의 삶을 지켜가는 태도 중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는가 싶었습니다.
작가는 인간이 지닌 이기심의 잔인함을 적나라하게 표현합니다. 하지만 과연, '가까운 지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죽은 사람이 자기 자신이 아니라 그 사람이라는 사실에 안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멀지 않은 친척 어르신 두 분도 그러했지만 나름 가깝다 여기던 지인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제가 떠올렸던 건 그 분들 삶의 파편들이었습니다. 직접 혹은 전해 들은 그분들의 생활 패턴이나 마주 앉아 나눈 대화 속에서 얻었던 그분들의 생각과 지식이 전부여서 그 기억의 조각들이 많지는 않았습니다만 마치 짤막한 에피소드들을 아마추어 감독이 어설프게 이어 붙인 영상처럼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타인의 죽음은 결국 그들의 삶을 되돌아보며 내 삶의 방향을 다시 한 번 살피는 계기가 된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 책이 출간된 1886년 즈음의 러시아는 심각한 사회적 불균형으로 인해 농민들의 경제적 빈곤과 관료층의 물질적 풍요가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고 검색이 됩니다. 농부이던 게라심의 "하느님의 뜻인걸요. 우리 모두 그렇게 될 텐데요." 라는 말을 통해, 이러저러한 죽음을 숱하게 목격한 증인으로서의 '죽음과 삶'에 대한 생각을 옅볼 수 있습니다. 죽음이 닥치면, 산해진미를 맛보며 사는 고급 관료도 당장 끼니를 걱정하는 농민도 모두 같은 모습으로 관에 눕혀지고 스스로는 절대 그 안에서 나올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죠.
'실상으로 부유하지는 않지만, 부자처럼 보이고 싶어서......' 멋진 집을 사고 그 집을 더욱 멋지게 꾸며 결국은 지인들 입에서 '멋지다'는 말을 듣고 흡족해 하는 이반 일리치의 삶은, 어떤 브랜드인지 구입가가 얼마인지 딱 보면 바로 알 수 있는 가방과 팔찌를 챙겨 외출을 준비하는 요즘의 이들과 거울처럼 닮아 있습니다. 아, 제가 몇 년 전 들은 단어가 떠오릅니다. 자동차 판매점에서 사용하는 단어라고 하는데요. 바로 '하차감'입니다. 한국에서만 쓰는 단어라는 설명을 덧붙이더군요.
'더 바랄 나위가 없었다.'
3장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납니다.
이 문장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작가가 이반 일리치의 죽음의 시작을 알리려 하는 군.'

아침바람
3장 마지막에서 ' 모든 것이 별다른 변화 없이 흘러갔으며,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라고 나오고.
4장 시작에
' 가족 모두 건강했다. 이반 일리치가 이따금 입 안에 이상한 맛이 느껴지고 왼쪽 옆구리가 어쩐지 거북하다고 하긴 했지만 건강에 큰 문제가 생겼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라고 하는데 '이반 일리치를 죽음에 몰고간 고통'의 시작점은 타인 중심의 삶에서 더 이상 추구할 만한걸 못찾으니 나타나게 되는 그런 정신적 허무감에서 비롯된 균열일까요?

Nina
3장의 마지막을 제가 그렇게 해석한 이유는 이반 일리치의 모든 가치가 타인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우리는 1장을 읽으며 이반 일리치가 사망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의 삶이 가장 만족스럽게 흘러간 후에 무슨 일인가 벌어졌다는 걸 짐작하는 거죠.
완벽한 '타인 중심의 삶'의 끝은 무엇일까요. 죽음을 앞둔 시점에서는 결국, 자기 자신을 버려둔 채 지나온 세월에 대한 스스로의 책망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약 이반 일리치가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는 만큼 자기 자신에게도 정성을 들였다면 조금은 일찍 병세를 눈치챌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당시의 의료 수준으로는 (저는 이반 일리치의 병명을 췌장암으로 추측합니다) 췌장암을 진단할 수도 치료할 수도 없었다고 합니다만, 결과가 어쨌거나 적어도 고통 속에서 그가 혼자 남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첼이
타인을 위한 삶이 얼마나 무가치한 일인지 이반 일리치를 통해 알게 되는 것 같아요ㅜ

아침바람
“ 그는 자신이 죽는 다는 생각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이 거짓되고 잘못되고 병적인 생각을 몰아내고 그 자리에 올바르고 건강한 생각을 기져다 놓으려 애썼다. 하지만 이 생각은 그저 생각만이 아닌 분명한 현실로 다시 그 앞에 다가와 단단히 자리를 잡는 것 같았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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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막아주던 예전 사고 흐름으로 돌아가보려고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 이전에 죽음에 관한 생각을 막고 감추어주던 모든 것이 이제는 아무 효과가 없었다.
p. 63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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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유쾌한 인생의 모든 최고의 순간들을 이제 와서 돌아보니 전혀 다르게 여겨졌다. 어린 시절의 첫 추억들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그랬다. 저 어린 시절에는 다시 그때로 되돌아가더라도 정말로 기꺼이 더불어 살 수 있을 만한, 뭔가 유쾌한 것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유쾌한 것을 누리던 사람은 이미 없었다.
짱 가사랑
"이제 더는 자신을 속일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무언가 대단히 끔찍하고 심각한 일이 그의 몸속에서 일어나고 있었고,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오직 그 자신뿐이었다. 주위 사람들은 알지 못했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을 터였다. 그들에겐 세상이 평소와 같은, 똑같이 흘러갈 뿐이다. 이반 일리치를 그 무엇보다 괴롭게 하는 건 바로 그 사실이었다. 그의 가족, 특히 놀러 다니느라 바쁜 아내와 딸은 이반 일리치의 상태를 전혀 알지 못했다. 오히려 그가 우울해하고 까다롭게 구는 게 그의 잘못인 것처럼 귀찮아할 뿐이었다." p52
한 개인의 몸에서 경험하는 고통은 아무리 가까운 사람도 고통을 겪는 당사자 만큼 충분히 경험하기란 불가능하다. 신체적 고통은 오롯이 당사자만이 겪어 내야 할 주관적 경험이다.

아침바람
“ 이젠 법원 일도 예전처럼 그가 감추고 싶어 하는 것을 감춰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그는 서글픈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더는 법원 일로도 죽음에서 도망칠 수 없었던 것이다.
p. 64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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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거짓을 포장하고 있는 우아함이 느닷없이 무너지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은 모두에게 너무도 두려운 일이었다. p. 83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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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CM
“ 이반 일리치는 울고 싶었고, 사람들이 자기를 어루만지고 자기를 위해 울어주길 원했다. 하지만 동료 판사 셰벡이 오면, 이반 일리치는 울고 다독임을 구하는 대신 진지하고, 엄격하고, 사려 깊은 표정을 짓고 타성에 따라 상고심 판결의 의의에 대해 자기 의견을 말하고 그 의견을 완강하게 고수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자신과 주위의 거짓말이 이반 일리치의 생애 마지막 날들을 망치고 있었다. ”
『[큰글자책] 이반 일리치의 죽음 (러시아어 원전 번역본) - 죽음 관련 톨스토이 명단편 3편 모음집』 p.67,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윤우섭 옮김

[큰글자책] 이반 일리치의 죽음 (러시아어 원전 번역본) - 죽음 관련 톨스토이 명단편 3편 모음집톨스토이를 읽으면서 우리는 죽음이라는 주제를 자주 접한다.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을 포함해 많은 중단편이 이 죽음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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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CM
생애 마지막 날들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 되는 문장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주변 지인들의 마지막 날들도 어떻게 함께 보낼지에 대해서도요.
애플망고
책을 2월 말 하루 만에 다 읽고 손을 놓고 있어 막상 그믐의 참여가 늦었습니다.
러시아 문학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발음하기도 어려운 등장인물들의 이름인데요. 그래도 '이반 일리치'라는 이름이 그렇게 어렵지 않아서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라는 제목보다 '이반 일리치의 성공'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초반부는 그의 삶이 지금의 중상층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마지막까지 읽으면서도 지금의 우리 모습이랑 그렇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새삼 놀랐습니다.) 약간의 허세와 교만, 그렇다고 특별히 스펙타클하거나 모나지 않은, 나름 자신이 노력한 만큼 적당한 성공을 이룬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태어나는 순간 죽음으로 향해가듯 그의 인생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애플망고
그렇게 그는 파멸의 끝자락에서 자신을 이해하며 마음 아파하는 사람 하나 없이 홀로 외롭게 살아가야만 했다
『[큰글자도서]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강은 옮김

[큰글자도서] 이반 일리치의 죽음삶에 대한 똘스또이의 생각과 문제의식이 잘 나타나 있는 작품으로 한 인간의 삶과 죽음을 냉철하게 관찰하고 분석.묘사하고 그것을 극적으로 그려냄으로써 보편적 삶의 본질을 통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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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망고
육체적 고통은 정신적 고통으로 이어지는 편인데 그 아픔을 타인이 온전하게 이해해주고 공감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보기에 멀쩡히 보이는데 온몸이 저릿저릿하게 허리통증은 저를 상당히 힘들게 했고, 다른 이들이 볼 때는 그 고통의 공감해주기 힘들어 했어요.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차라리 찰과상처럼 피나 멍이라도 나면 사람들이 위로라로 해줄텐데라는 마음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꽃의요정
“ 그들이 이반 일리치의 사망 소식을 듣고 생각한 것은 그로 인해 생길 자리 이동과 승진이 전부는 아니었다. 가까운 사람이 죽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누구나 그렇듯 그들 역시 속으로 안도감을 느꼈다. ‘죽은 건 내가 아니라 바로 그 사람이야.’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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