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3. 이반 일리치의 죽음

D-29
이반 일리치가 살아온 삶은 굉장히 단순하고 평범했으며 아주 끔찍하기도 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22쪽,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하지만 그의 본능이 옳은 것이라고 일러주는 일정한 범위를 벗어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24쪽,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이반 일리치는 그 돈으로 샤르메르 양복점에서 제복을 맞추었고 '결과를 미리 생각하라'는 뜻의 라틴어 글귀를 새겨 넣은 메달도 시곗줄에 달았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24쪽,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저도 그 문장에 줄을 쳤네요. 마치 복선처럼 보이는 문장인데 창비세계문학번역본에는 "'마지막을 예견하라'라고 새겨진 장식용 메달을 줄에 걸어 달고 멋을 부렸다."라고 되어 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이 저에게 공허한 지적 멋부리기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공허한 지적 멋부리기! 와닿네요. @Oncoazim 님 말씀처럼 편할 때는 위태로움을 생각하라거나 메멘토모리와 같은 말이 멋지다고 여기는 데 그치지 않고 통찰하는 데까지 애를 써야겠어요. (어렵겠지만)
뭔가 끔찍하고 낯선 것, 이번 일리치의 인생에서 지금껏 겪은 적 없는, 너무나 의미심장한 뭔가가 그의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오직 자신만이 이 사실을 알 뿐, 주변 사람들은 모두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할 의지도 없이 세상의 모든 것이 이전처럼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반 일리치는 그 점이 제일 괴로웠다. 그가 보기에 집안사람들, 특히 외출하느라 항상 신이 난 아내와 딸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채 우울해하고 까탈스러운 그에게 신경질을 내며 전부 그의 잘못이라고 하는 듯했다. 그들은 그런 눈치를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음에도 이번 일리치는 스스로 그들에게 훼방꾼임을, 또 아내가 그의 병에 대해 특정한 입장을 딱 정해 놓고 그의 말이나 행동과 무관하게 처신하고 있음을 알았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혼자 남은 이반 일리치는 자기 삶에 독이 스며들었고, 그것이 남들의 삶으로까지 퍼지고 있음을, 이 독이 약해지기는커녕 점점 그의 존재 전체로 침투하고 있음을 의식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문제는 맹장도 신장도 아니야, 삶과…… 죽음의 문제가. 그렇다, 삶이 있다가 지금 떠나는, 떠나는 중인데도 나는 그것을 붙잡아 둘 수 없다. 그렇다. 뭣 하러 나 자신을 기만할 것인가? 내가 죽어 간다는 사실을 나만 빼고 모두 분명히 아는데. 문제는 오직 몇 주냐, 며칠이냐 하는 것뿐이야. 어쩌면 지금일지도 모른다. 빛이 있었지만 바야흐로 암흑이다. 내가 여기에 있었는데 이제 자리로 가겠구나! 어디라고?’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카이사르는 죽을 운명을 타고난 인간이었고, 그러니 죽는 게 마땅했다. 하지만 나만의 생각과 감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나, 바냐, 이반 일리치는 전혀 그렇지 않다 내가 죽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건 너무도 끔찍한 일이다... (중략) 그는 자신이 죽는다는 생각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62-63,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나이가 들어서 이 책을 읽기 때문일까요? 다른 사람은 모두 죽어도 나만은 죽지 않는다는 생각이 좀 낯설군요.
무엇보다 고약한 것은, 죽음이 자꾸만 그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면서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만든다는 사실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오직 죽음만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을 느끼게 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64,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제게는 죽음보다 죽음을 똑바로 바라보며 견뎌야 하는 상황, 그 시간들이 더 두렵습니다. 어느 날 아침 곤한 몸으로 잠에서 깨어나며 '그대로 떠났어도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그래서겠지요. 아흔이 넘으신 아버지가 매일 침대에서 누워 이런 상태이신 건 아닌가 마음이 쓰입니다. 며칠 전 찾아뵈었을 때 '요즘 무슨 생각을 하세요?' 하고 여쭈었더니, '매일 시간이 하무하게 흘러가'라고 답하셨어요. 해드릴 수 있는 것도, 드릴 수 있는 말씀도 없어 그냥 돌아왔습니다.
저도 죽음보다는 죽음을 똑바로 바라보며 견뎌야 하는 상황이 더 두렵습니다. 가끔 삶을 살 때도 정확히 바라보아야 풀리는 문제들도 두려워서 도망가고 회피해서 삶의 문제들이 더 엉킨 실타래처럼 엉키고 또 그 안에서 곪을 때가 있는데 아파도 두려워도 똑바로 바라보는 용기가 진정한 용기인거 같아요
죽음에 이르는 순간응 이렇개 표현할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독서모임 처음입니다. 늦었지만 합류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이반 일리치에게 그 결혼은 프라스코비야 표도로브나 같은 여성을 아내로 맞아 자신의 만족감을 채우는 일이면서, 동시에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옳다고 여기는 일을 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렇게 이반 일리치는 결혼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29쪽,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그는 결혼 생활이 -적어도 아내와는 - 유쾌하고 품위 있는 삶에 늘 밑거름이 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그런 삶을 파괴할 때가 많고 따라서 이 파괴에서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프라스코비야 표도로브나의 기세를 꺾을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그의 업무였다. 이반 일리치는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다는 핑계로 아내와 맞서면서 자신만의 독립된 세계를 지켜나갔다. 아내의 신경질과 요구가 늘어갈수록 이반 일리치는 삶의 중심을 점점 더 일에 두었다. 날이 갈수록 더 일에 빠져들었고 명예욕도 예전보다 강해졌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한 가정의 모양새를 갖추는 것이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30~31쪽,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프라스코비야 표도로브나는 새로 이사 간 곳에서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남편을 원망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32쪽,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중요한 것은 이반 일리치에게 일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모든 삶의 재미를 일에 집중하면서 찾았다. 그리고 마침내 이 재미가 그를 삼켜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33쪽,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엄청 크게 오디오북을 틀어 놓고 제주 바다, 성산 일출봉과 우도를 멍하게 바라보며 들었어요. 본질을 바라보는데 현상도 한 몫을 하는듯한 느낌은 제주를 여행중이라는 요소가 작용하며 푹 빠진 독서를 했습니다. 각자 몫의 죽음에 대한 고찰은 살아있는자의 일이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해봅니다. 차근차근 그에게 더 집중하고싶은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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