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3. 이반 일리치의 죽음

D-29
나이가 들어서 이 책을 읽기 때문일까요? 다른 사람은 모두 죽어도 나만은 죽지 않는다는 생각이 좀 낯설군요.
무엇보다 고약한 것은, 죽음이 자꾸만 그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면서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만든다는 사실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오직 죽음만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을 느끼게 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64,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제게는 죽음보다 죽음을 똑바로 바라보며 견뎌야 하는 상황, 그 시간들이 더 두렵습니다. 어느 날 아침 곤한 몸으로 잠에서 깨어나며 '그대로 떠났어도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그래서겠지요. 아흔이 넘으신 아버지가 매일 침대에서 누워 이런 상태이신 건 아닌가 마음이 쓰입니다. 며칠 전 찾아뵈었을 때 '요즘 무슨 생각을 하세요?' 하고 여쭈었더니, '매일 시간이 하무하게 흘러가'라고 답하셨어요. 해드릴 수 있는 것도, 드릴 수 있는 말씀도 없어 그냥 돌아왔습니다.
저도 죽음보다는 죽음을 똑바로 바라보며 견뎌야 하는 상황이 더 두렵습니다. 가끔 삶을 살 때도 정확히 바라보아야 풀리는 문제들도 두려워서 도망가고 회피해서 삶의 문제들이 더 엉킨 실타래처럼 엉키고 또 그 안에서 곪을 때가 있는데 아파도 두려워도 똑바로 바라보는 용기가 진정한 용기인거 같아요
죽음에 이르는 순간응 이렇개 표현할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독서모임 처음입니다. 늦었지만 합류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이반 일리치에게 그 결혼은 프라스코비야 표도로브나 같은 여성을 아내로 맞아 자신의 만족감을 채우는 일이면서, 동시에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옳다고 여기는 일을 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렇게 이반 일리치는 결혼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29쪽,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그는 결혼 생활이 -적어도 아내와는 - 유쾌하고 품위 있는 삶에 늘 밑거름이 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그런 삶을 파괴할 때가 많고 따라서 이 파괴에서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프라스코비야 표도로브나의 기세를 꺾을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그의 업무였다. 이반 일리치는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다는 핑계로 아내와 맞서면서 자신만의 독립된 세계를 지켜나갔다. 아내의 신경질과 요구가 늘어갈수록 이반 일리치는 삶의 중심을 점점 더 일에 두었다. 날이 갈수록 더 일에 빠져들었고 명예욕도 예전보다 강해졌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한 가정의 모양새를 갖추는 것이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30~31쪽,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프라스코비야 표도로브나는 새로 이사 간 곳에서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남편을 원망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32쪽,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중요한 것은 이반 일리치에게 일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모든 삶의 재미를 일에 집중하면서 찾았다. 그리고 마침내 이 재미가 그를 삼켜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33쪽,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엄청 크게 오디오북을 틀어 놓고 제주 바다, 성산 일출봉과 우도를 멍하게 바라보며 들었어요. 본질을 바라보는데 현상도 한 몫을 하는듯한 느낌은 제주를 여행중이라는 요소가 작용하며 푹 빠진 독서를 했습니다. 각자 몫의 죽음에 대한 고찰은 살아있는자의 일이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해봅니다. 차근차근 그에게 더 집중하고싶은 시간입니다
직접 보진 못했지만 아름다운 시간이었을 것 같습니다. 멋진 풍경을 바라보기만 하는 시간.
리딩케미스트리 팟캐스트에 이다혜기자님과 박혜진 편집자님이 <이반일리치의 죽음>에 대해 얘기하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CXCFOnKpKQE 박혜진편집자님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을 서사로 인식하게 되고 이반일리치도 예외가 아닌데, 인생의 서사에 맞지 않게 너무 빨리 와버린 죽음에 당황하게 되고 결국 인생은 매우 특수한 서사가 아닌 보편적인 것임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담겨있다고 평을 하시더라고요. 저도 사실 판사 씩이나 되는 이반 일리치가 카이사르 삼단논법을 못 받아들이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긴 했었어요. 자기가 뭐라고 인간이 죽는다는 단순한 사실을 못 받아들이지? 하지만 이게 가장 단순한 명제이면서도 누구에게나 가장 어렵고 고통스러운 명제이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기도 했어요.
‘죽음이라니. 그렇다, 죽음. 저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고, 가엾어하지도 않는다. 그저 즐길 따름ㅇㅣ다.(멀리 문 뒤로 웅성대는 목소리와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저들도 아무려나 마찬가지야, 어차피 다 죽을 테니까. 바보같이. 나는 좀 일찍, 저들은 좀 있다가 떠날 뿐이다. 저들에게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런데도 신이 났군. 짐승 같은 놈들!’ 분노가 치밀어 오르자 숨이 막혔다. 너무 힘들어서, 너무 아파서 참을 수가 없었다. 모든 사람이 반드시 이런 끔찍한 공포를 겼어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을 리 없었다. 그는 일어났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3월 15일(일) 오늘은 7장을 읽어보았어요. 게라심이 아주 천사네요.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진심이란 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느꼈습니다. 이런 문장들이 반복적으로 나오잖아요. >>>이반 일리치는 게라심이 자신의 다리를 높게 쳐드는 순간 아주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반 일리치는 게라심이 자기 다리를 잡고 있을 때 아주 편한 느낌이었다. >>>"그럼, 자네가 내 다리를 좀 높이 들고 있어주면 좋겠는데, 할 수 있겠나?" 저는 이렇게 타인에게 물리적으로 신체를 의지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의지하는 것과 비례해서 움직인다고 느꼈어요. 게라심과 다르게 7장 마지막에 나오는 법원 동료인 셰베끄 판사가 찾아왔을 때는 >>> 심각하고 엄하고 싶은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타성적으로 대법원 판결의 의미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표하고는 거듭 자신의 견해를 고집했다. 이런 식으로 본심을 숨기고 행동하잖아요. 이반 일리치는 자기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 중 하나인 '거짓'을 자기도 행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인간은 안타깝게도. 결국 '용기'가 없어서 자신의 '앎'을 실천하지 못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이반 일리치는 무엇이 자신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하는지 알고 무엇이 자신을 가장 힘들게 하는지 알고 있음에도 그 앎으로 가열차게 다가서려 노력하기 보다는 관성대로, 타인들이 자신에 대해 구축해온 어떠한 이미지에 위배되지 않게 자신이 아는 것과 무관하게 움직인다는 점을 보았습니다. 또 이 부분에서 조금 머물러 있어어요. >>>이반 일리치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들이 가진 건강과 힘과 활력에는 시기심과 화가 났지만, 게라심에대해서만큼은 화가 나기는커녕 오히려 마음의 위로를 얻었다.는 부분이요. 여기서 깊은 공감을 느꼈습니다. A)군말 없이 B)진심으로 C)게라심 자신에게도 똑같은 미래가 닥칠 것이라는 것을 조용히 숙고한 상태에서. 이반 일리치를 도와줬기 때문에 위로를 얻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게라심은 이반 일리치에게 세미 부모의 역할을 해주었고 따뜻한 온기를 나눠주었으며 연대감을 공유했어요. 그걸 보면서 저는. 결국 인간은 세상에 태어난 이후로 부단히 자신을 탄생시킨 부모와 같은, 또는 부모와 비슷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서 자신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앎을 실천 또는 쟁취하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당위-까진 아니지만, 자기 삶에 만족하고 살려면 그러는 편이 좋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알고 있었던 것이지만 다시금 명심하게 되었어요. 이반 일리치 짱짱맨. 너무 재밌고요. 다음이 기대됩니다. 그럼 모두 수고하세요.
공감합니다. 타인의 거짓말 때문에 힘들어 하지만, 솔직하지 못한 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인 상황이 몹시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사람의 진정성있는 태도를 요구하면서도 막상 자기 자신에게는 관대한게 사람들인 것 같아요. 스스로 타인에게 얼마나 진정성 있는가를 돌아보게 됩니다. '대접받고 싶은대로 대접하라'라는 말, 참 쉽고도 어려운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맞습니다.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 <이반 일리치의 죽음> 3월 3주차 ■■■■ 함께 읽기 기간: 3월 15일(일) ~ 3월 21일(토) 함께 읽기 분량: 7장 ~ 9장 지난주 우리는 가식적인 위로와 비과학적인 치료법에 매달리는 이반 일리치의 처절한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의 인생이 무너져 내릴 때, 그를 진심으로 이해해 주는 이는 가족도, 친구도, 의사도 아니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낮은 곳에서 묵묵히 제 일을 하는 하인 게라심이었지요. 주변 사람들이 모두 이반 일리치가 곧 나을 것처럼 거짓말을 할 때, 게라심만은 죽음을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받아들입니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죽습니다. 그러니 이런 수고 좀 하는 게 무슨 대수겠습니까?” 라고 말하며 이반의 더러워진 몸을 닦고, 그의 무거운 다리를 자신의 어깨에 기꺼이 올리는 게라심의 모습은 숭고하기까지 합니다. 타인의 고통을 '기술'로 대하는 의사와 '의무'로 대하는 가족 사이에서, 게라심의 '공감'이 이반에게 어떤 구원이 되었는지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높은 지위와 체면을 중시하던 이반 일리치는 죽음의 문턱에서 뜻밖의 고백을 합니다. 누군가 자기를 아픈 아이처럼 가엾게 여겨주고, 어루만져 주고, 함께 울어주길 바란 것이죠. 사회적으로 성공한 성인 남성이 죽음 앞에서 토로하는 이 '어린아이 같은 마음'은 저에게도 꽤 다가오는 측면이 있었어요. 우리는 모두 겉으로는 강한 척하지만, 사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누군가의 따뜻한 돌봄을 갈구하는 연약한 존재가 아닐까요? 이번 주에도 책 속의 문장들이 여러분의 마음에 깊은 울림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생각들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백 마디 말 보다 진심어린 행동 하나가 더 큰 위로가 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묵묵히 자신을 돌봐주는 게라심에게 큰 위로를 받는 이반 일리치처럼요... 애썼다. 힘들겠다. 토닥토닥 등 두드려주고 손 잡아주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참 쉽지 않지만요 ^^
모두 겉으로는 강한 척 하지만, 결국 마지막 순간엔 본연의 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 같아요. 이것을 모든 사람들이 죽음 직전이 아니라, 사는 과정 내내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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