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3. 이반 일리치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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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읽으면서 <스토너> 생각이 났어요. 전에 남겨주셨던 것처럼 주인공이 아내와의 관계에서 겪는 혼돈이 비슷해보였답니다 하하. 마지막 죽음에 다다른 장면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 넌 무엇을 기대했냐 ], 랑 [ 너한테 필요한 건 뭐냐 ] 이 부분 흥미롭네요. 비슷한 듯 다른 듯 하구요.
스토너내셔널 북 어워드 수상작가 존 윌리엄스의 장편소설. 2013년 영국 최대의 체인 서점인 '워터스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도서이다. 1965년 미국에서 발표된 후, 오랜 시간 동안 독자들에게 잊힌 <스토너>는 유럽 출판계와 평론가, 독자들의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내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맞습니다! 도리님도 저의 아이디어에 공감해주셔서 기쁘네요. ^^
그때부터 이반 일리치는 종종 게라심을 불러 그의 어깨에 자신의 두 발을 올려놓게 하고는 얘기 나누는 걸 좋아했다. 게라심은 꺼리거나 힘들어하는 기색이 전혀 없이 늘 선량한 표정으로 선선히 이 일을 해서 이반 일리치를 감동시켰다. 이반 일리치는 다른 사람들의 건강과 힘, 삶의 활력을 볼 때면 마음이 상했다. 그런데 게라심의 힘과 활력을 보면서는 괴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오히려 위로가 되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우리 모두 언젠가는 죽습니다. 그러니 이런 수고 좀 하는 게 무슨 대수겠습니까?” 그러니까, 자신은 죽어가는 사람을 위해 수고하는 것이므로 전혀 힘들지 않으며 언젠가 자기가 떠날 때가 되면 다른 누군가가 자기를 위해 그런 수고를 해주길 바란다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너한테 필요한 게 무엇이냐?> 그가 맨 처음 들은 가장 확실하고 분명한 소리를 인간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이랬다. <필요한 게 뭐냐고? 무엇이 필요하지?> 그는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무엇이냐고? 더 이상 고통받지 않는 것. 사는 것.>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는 통증조차 못 느낄 정도로 온 정신을 집중하여 귀를 기울였다. <사는 것이라고? 어떻게 사는 걸 말하는 거지?> 영혼의 목소리가 물었다. <그래, 사는 것. 예전처럼 편안하고 행복하게.> <예전엔 그렇게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았어?> 목소리가 물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광인의 수기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석영중.정지원 옮김
이 생명력 없는 업무, 그리고 돈 걱정, 그렇게 보낸 1년, 2년, 그리고 10년, 20년. 언제나 똑같은 삶. 살면 살수록 생명은 사라져 가는 삶.
이반 일리치의 죽음.광인의 수기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석영중.정지원 옮김
죽은 것만 같은 공직 생활과 돈 걱정들, 그렇게 일년이 가고 이년이 가고 이십년이 갔다. 언제나 똑같은 생활이었다. 하루를 살면 하루 더 죽어가는 그런 삶이었다. 한 걸음씩 산을 오른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한 걸음씩 산을 내려가고 있었던 거야. 그래, 맞다. 세상 사람들은 내가 산을 오른다고 보았지만 내 발밑에서는 서서히 생명이 빠져나가고 있었던 거야..... 그래, 결국 이렇게 됐지. 죽는 일만 남은 것이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p.10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강은 옮김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거지? 무엇 때문이지? 이럴 수는 없어. 삶이 이렇게 무의미하고 추악할 수는 없는 것 아닐까? 삶이 이처럼 추악하고 무의미한 것이라면, 왜 죽어야 하며 그것도 이처럼 고통스럽게 죽어야 하는 걸까? 분명 뭔가 잘못된 거야.
그래, 모든 것이 잘못되었던 거야. 하지만 상관없어. 올바른 것을 하면 되는 거니까. 그런데 ‘올바른 것’이 대체 뭐지?” 그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고 나서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비록 자신의 삶이 완전하지 못했다 해도 아직은 바로잡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올바른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침묵하며 귀를 기울였다. 바로 그때 누군가 그의 손에 입을 맞추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눈을 뜨고 아들을 바라보았다. 아들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톨스토이의 책은 처음 읽어봤는데 날카롭고 냉정한 태도가 인상적이에요. <이반일리치의 죽음>을 읽고 나니 저는 제 개인적인 상황과 겹쳐서 이것 저것 생각해보게 되네요. 이반일리치가 겪는 죽음에 대한 외로움, 두려움 보다는 이반일리치가 어린 시절부터 회고했을 때 현재와 가까워질수록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그 모습이 되게 무섭더라고요. <죽음을 인터뷰하다>에서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고, 흐지부지 살면 흐지부지 죽는다고 하는데요. 이반일리치는 치열하게 살지 않았나,,, 그치만 죽음 앞에서 인생이 다 무의미하고 헛되게 느껴질까 의아했고요. 결혼과 결혼 생활이 이반일리치에게 아무 의미를 주지 않고 아내를 진심으로 증오하는 모습도 참 속상하더라고요. 남편 입장에서는 아내의 모습이 히스테릭할 뿐 가족에게는 그 이상의 가치가 없다가 죽음을 앞에 놓고서야 어리광 피우고 싶고 자신을 측은하게 여겨주길 바라는 게 욕심 같기도 하고 그래요. 저희 아빠가 자꾸 겹쳐보여서 속이 아프네요 ㅋㅋㅋㅋㅋㅋㅋ. 아빠에게 가족은 그 정도밖에 안되는 거였고 그럼에도 아빠의 일에 영향 받고 챙겨야 하고 그럼에도 마음을 다하지 않고 좀 짜증내면서 챙긴다고 아빠가 억울해하고 화내는 모습이요.... 이반의 시점에서는 이기적으로만 보이는 아내와 딸의 입장이 자꾸 걸렸어요.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건가. 결혼이란, 나이듦이란 다 이런 걸까 싶고 미래가 두렵더라고요.
*(수정) 그치만 왜 죽음 앞에서 인생이 다 무의미하고 헛되게 느껴질까 의아했고요. (아마 진짜 자신이 바라는 삶과 상류층을 따라가려는 삶을 고민해보지 않고 구분하지 못해서 그럴까요?) 아무튼,
저도 아버지의 모습과 겹쳐보이다가..배우자도 혹시..하는 마음이 생기다가..아니아니 나도? 하게 된다는 ㅎ
이제 모든 사람들의 관심은 그가 언제 자리를 비워줄 것인지, 그래서 자신의 존재 때문에 산 자들이 겪어야 하는 구속을 없애주고 그 자신 또한 고통에서 벗어날 것인지에 쏠려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66~67쪽,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이반 일리치는 흐느껴 울고 싶었고, 누군가 그런 자신을 달래며 같이 울어주길 바랐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73쪽,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1년, 2년, 10년, 20년이 가도 늘 똑같았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점점 더 생기를 잃었다. 산을 오르고 있다고 생각하며 걸었지만 사실은 산을 내려가고 있었던 거야. 정말 그랬어. 다들 내가 산을 오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꼭 그만큼 내 발밑에서는 삶이 멀어져갔던 거야|ᆢᆢᆢ.
이반 일리치의 죽음 87쪽,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도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종종 그랬듯, 이 모든 것이 그가 제대로 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서둘러 자신이 늘 올바르게 살았음을 떠올리며 이 이상한 생각을 떨어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88쪽,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저는 이 소설이 '사로잡힘'에 대한 이야기로 읽혀요. 그저 병에 걸린 게 아니라, 고통과 죽어간다는 생각 자체에 붙들리죠. 이반이 잠시라도 죽어간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어 안타까웠습니다. 아내를 증오하는 순간에는 오히려 죽음에 대한 의식이 조금 밀려났을까요.. 하지만 그런 감정들은 죽음에서 자유로워지기보다 또 다른 측면에서 고통스러운 것 같아요.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건 지나치게 개인적인 경험이라, 아무리 그것을 전해보려 해도 듣는 사람은 어쩌면 조금도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죽을만큼 아프다, 그래서 죽어간다.. 그걸 이해하려 애쓰고, '괜찮아질거라'는 따뜻한 말을 건낼 수는 있겠지만 이반은 그 조차도 잔인한 거짓말이라 느꼈어요. 어떤 노력을 해도 고통받는 사람과 고통 밖에 있는 사람의 간극은 좁혀질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이반의 고통은 결국 혼자'만' 통과해야하는 것이고, 그래서 이반은 외롭고 깊이 고립되어 있어요. 이반은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받아들이지 못한 채 죽음을 부정하고(고통이 또다시 알려주지만), 분노하고, 짜증내면서 충동적인 감정에 휘둘려요. 그래도 시간이 갈수록(병세가 더 심해졌겠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기도 하죠. 더이상 감정에 휘둘리기만 하지 않고, 그를 통과하는 감정들도 생긴 거 같습니다. 아들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죽음이 '나만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닿기도 하고요. 죽어가고 있다는 상황을 조금씩 받아들이면서 스스로에게 조금 솔직해진 것 같아요.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걸 살아있는 동안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요.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겪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내가 죽는다는 사실을 마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일 거에요. 어쩌면 끝까지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하루쯤 더 살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놓지 못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서야 죽음이 진짜 오는구나 싶을 거 같아요.
저 완독했어요!! 이 책은 죽음을 이야기하면서 실은 그 이면의 삶을 얘기하고 있네요. 지난번 두 책도 좋았지만 이번 책은 더 생생해서 더 고민하게 하고 그래서 느낀 점이 많았어요. 물론 짧아서 더 좋.. ㅋㅋ 그리고, 역시 이야기의 힘!!은 세다고 느꼈어요! 웰다잉 오디세이 모임에서 계속 죽음에 관한 책을 읽고 있지만, 오히려 그러기에 어떻게 생을 살아갈 것인지 더 많이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모든 게 똑같군, 똑같아. 이 끝없는 낮과 밤. 조금 더 빨리 왔으면…. 뭐가? 죽음? 어둠? 아니야, 아니야. 모든 것이 죽음보다는 나아!’
이반 일리치의 죽음 (러시아어 원전 번역본) - 죽음 관련 톨스토이 명단편 3편 모음집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윤우섭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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