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잘 살아왔다고 착각한 이반 일리치의 삶이지만 그에게 불운처럼 닥친 질병과 죽음은,
통증을 덜어주지도, 질환을 치료하지도 않은(못한) 채 점잖은 척 냉철한 척 x소리만 늘어놓는 의사들을 보며 = 법정에서의 자신의 모습도 똑같이 기만적이었음을 깨닫게 했고,
가족과 친구 중에도 진실한 애정과 걱정을 갖고 그가 낫기를 간곡히 바라는 사람 없이 각자의 허영과 욕심에만 집중하면서도 도덕적인 척 희생하는 척 가장하는 것을 보며 = 자기도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 사랑이나 이타심을 베푼 적 없이 껍데기뿐인 관계만 해왔음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의 삶이 나쁜 것이었고 잘못 살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그는 빛을 보게 되고 그 삶을 바로잡을 수 있게 됩니다
유복한 집안에서 나고 자라,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직장을 얻고,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꾸리고 비싼 집과 차를 사고, 골프를 치고 해외여행을 다니며 중산층과 교류하는 삶은 대개 '잘 살았다'고 여겨집니다 그러다 중병을 얻고 세상을 떠나면 하느님이 대체 왜 이런 벌을 내리시냐며 안타까워 하기도 합니다 그 모든 것들이 '거대하고 무서운 기만'이며 '허접하기 그지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삶과 죽음의 진정한 빛을 만나게 되는 것이네요
이런 불편하고 직접적인 표현 대신, 정교한 짜임과 완벽한 전개로 압도적인 이야기를 들려준 톨스토이 선생님 ♡
[웰다잉 오디세이 2026] 3. 이반 일리치의 죽음
D-29

수북강녕

거북별85
수북강녕님의 후기를 읽으니 또 생각이 깊어지네요.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 우리는 정말 치열하게 살아나가는데요. 결국 죽음 앞에서 '거대하고 무서운 기만'의 삶이 아니길, 자신에게 진정한 삶으로 잘 살아내지 못한 것에 허망함을 느끼지 않기를 또 생각하게 됩니다.

Aftermoon
죽음이 알려주기전에..진실된 마음으로 관찰하고 닦아내며 알아가야겠더라고요..자신이 무엇이고 무엇과 함께하여야 하는지..

Nina
p104 (리디북)
- '이게 뭐람? 이것이 정말 죽음이란 거야?' 그리고 내면의 목소리가 답했다. '그래, 맞아. 왜 이런 고통을 겪는 거지?' 그러자 또 목소리가 대답했다. '그냥. 아무 이유 없어.' 그런 대답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 죽음에 대해 작가가 내린 정의는 어쩌면 이 대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반 일리치는 새로 구입한 주택의 인테리어를 하다 옆구리를 심하게 부딪히고도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그와 가족들은 건강하고 원만한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병의 증상들이 시작되며 이반 일리치는 발병의 원인을 집을 꾸밀 때 사다리에서 넘어지며 부딪힌 데서 찾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엄청난 발전을 해온 현대의학 기술로도 발병 원인을 찾지 못한 질병들이 제법 많습니다. 저 사람이 겪어야 할 고통이 내게 온 것도, 내가 겪어야 할 병이 내가 아끼는 이에게 간 것도 아닙니다. 작가의 말 그대로, '그냥, 아무 이유 없어.'

여름길
<이반 일리치의 죽음> 완독했습니다. 죽음에 직면해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안고 대답없는 신에게 아이처럼 울부짖는 그의 모습을 보며 죽음의 순간엔 필연적으로 인간적인 번민과 고통에 휩쌓이는 것일까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성찰하도록 만드는 톨스토이 작가님의 깊은 내공이 느껴지는 장면들의 연속이네요. 본인이 진정으로 바라는 삶과 세속적인 삶들이 부딪혀 들리는 파열음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증폭되는 느낌이 컸어요. 오래 기억에 남을 소설입니다.

성동
십여년전 러시아 여행 가서 톨스토이 묘에 들를 귀한 기회가 있었어요. 거기서 누군가가 <이반일리치의 죽음> 일부를 낭독해 주셨는데 그 숲에서, 나무들 사이에서,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는 햇살 아래서 들은 구절들이 인상에 크게 남았지요. 여행에서 돌아와 책을 사두고도 읽지를 못하고 있었는데,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셔서 드디어 다 읽을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함께 드는, 연로하신 아버지와 나이들어가는 저 자신에 대한 생각이 행간과 글자 사이에 꽉 차 있어 당장은 간단한 소감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네요. 시간이 좀 더 흐르고 나서 다시 한 번 이반 일리치의 생각들과 밑줄 그은 문장들을 읽어봐야겠어요. 함께 읽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향팔
와, 야스나야 뽈랴나에 가보셨군요! 저도 20대 때 러시아에 갔었는데 막상 그곳에는 들르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열린책들 ‘ 역자 해설’을 보니 톨스토이 무덤 방문기로 시작하고 있네요. 글이 아주 인상적이라, 조금 길지만 옮겨봅니다.

향팔
“ 똘스또이의 무덤
모스끄바에서 남쪽으로 약 2백 킬로미터 떨어진 뚤라현의 작은 마을 <야스나야 뽈랴나>는 러시아 대문호 레프 똘스또이가 태어나고 묻힌 곳이다. 똘스또이 백작 가문의 영지인 이곳 저택에서 대문호는 가정을 꾸렸고 『전쟁과 평화』, 『안나 까레니나』, 『부활』에 이르는 대표작들 대부분을 집필했으며, 부인 소피야와 함께 열세 명의 아이들을 낳고 길렀다. 대문호 일가가 살았던 저택과 주변 대지는 현재 똘스또이 기념관으로 보존되어 해마다 수많은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야스나야 뽈랴나(빛나는 초원)>는 그 이름에 걸맞게 드넓은 풀밭, 떡갈나무와 자작나무가 우거진 숲, 그림 같은 호수와 과수원을 자랑한다. 정문을 지나 <쁘로시뻭뜨>라 불리는 자작나무 오솔길을 따라 저택을 향해 걸어가다 보면 화살표 모양의 표지판이 나오는데, 이 표지판이 가리키는 <똘스또이 묘소> 방면으로 한참 걷다 보면 나지막한 철제 울타리로 둘러쳐진 공터에 불쑥 솟아 있는 작은 흙무덤이 눈에 들어온다. 무덤이라기보다는 흙더미 위에 풀이 자라난 것처럼 보이는 이 무덤에는 십자가도 없고 묘비도 없고 안내판도 없다. 사전 정보나 가이드 없이 온 방문객은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모양새다.
평지에 관을 놓고 흙을 덮은 이 무덤은 그 <없음>으로 인해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무덤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똘스또이는 유언장에서 자신이 사망할 경우 화환도 추도문도 추도식도 다 생략하고 가장 간소한 장례 절차를 지켜 달라고 했다. 그는 러시아 정교회에서 파문당했으므로 그리스도교식 장례는 어차피 불가능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렇게 기이하게 소박한 무덤은 전적으로 고인의 유지를 받든 결과라 할 수 있다.
필자는 2017년 5월에 똘스또이의 묘소를 방문했는데,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비바람이 몰아쳐서 그랬던지 방문객은 아무도 없었다. 인적이 완전히 끊긴 무덤가에는 꽃 한 송이도 없었고 새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휭휭거리는 비바람 속에 하늘과 땅과 나무와 풀만 있었다. 문명의 흔적이라고는 철제 울타리밖에 없었다. 거장은 죽어서까지 온몸으로 문명을 거부하고 있는 듯했다.
보는 이에 따라 이 무덤의 의미는 달라질 것이다. 어떤 사람은 모든 허세를 떨쳐 버린 거장의 고결함에 머리를 숙일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조금 지나친 게 아닐까 하며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어딘지 섬뜩한 느낌이 들어 조금 뒷걸음을 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개인의 반응이 어떠하건 이 무덤과 관련된 두 가지 변함없는 사실이 있다. 첫째, 여기 있는 것은 문명에 반대했던 한 위대한 인간의 죽음과 자연이다. 둘째, 삶과 죽음은 똘스또이가 일생 동안 중단 없이 탐구했던 주제인 만큼 이 기이한 무덤은 그 어떤 기념비보다도 웅변적으로 거장의 삶과 작품 세계를 요약해 준다. 그렇다. 똘스또이는 평생 동안 문명을 비판했고 평생 동안 죽음을 성찰했다. 그의 무덤은 그의 사상의 출발점이자 종착역이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광인의 수기』 역자 해설 : 죽음은 끝났다.,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석영중.정지원 옮김
문장모음 보기

성동
저는 8월에 갔었는데, 무성한 초록 숲 속에, 간간히 햇살이 나뭇잎을 뚫고 내려드는 작은 공터에, 무덤이라고 하니 무덤인가 싶은 소박한 무언가를 둘러섰던 일행들이 기억납니다. 오가는 길에 본 자작나무들도요. 나누어 주신 문장 덕에 그 특별하던 날을 다시 한 번 추억하게 되었네요.

향팔
@성동 님께서 나눠 주신 그날의 기억도 해설에 나온 묘사만큼이나 무척 인상적입니다. 톨스토이의 무덤 앞에 직접 서 본다는 건, 그의 작품을 통해 그를 만나는 것과도 같은, 어쩌면 그 이상으로 아주 특별한 체험일 듯해요.

도리
멋지네요 톨스토이 말만 들어보다가 이번에 이반일리치의 죽음을 통해 처음 만났어요. 아직 잘 모르지만 무덤에 얽힌 일화도 인상적이에요. 작가와 어울려요.

향팔
“ 이게 뭐지? 정말 죽는단 말인가? 그러면 내면의 목소리가 <그래, 정말이야>라고 답했다. 어째서 이토록 고통스러운 거지? 다시 목소리가 답했다. <그냥 그런 거야. 이유는 없어.> 그러고는 더 이상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광인의 수기』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석영중.정지원 옮김
문장모음 보기

향팔
<만약에, 의식적으로 살아온 내 평생의 삶이 정말로 《그게 아닌 삶》이었다면 어떡하지?>
『이반 일리치의 죽음.광인의 수기』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석영중.정지원 옮김
문장모음 보기

향팔
“ 그는 그들에게서 자기 자신을 보았고, 자기 자신의 삶의 방식을 보았다. 그리하여 자신이 살아온 삶 전체가 <그게 아닌 것>이었다는 사실을, 모든 게 삶과 죽음의 문제를 가려 버리는 거대하고 무서운 기만이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다. 이러한 깨달음은 그의 육체적 고통을 열 배는 가중시켰다. 그는 신음하고 몸부림을 치며 입고 있던 옷을 쥐어뜯었다. 옷이 숨통을 조이고 몸을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그는 그들 모두를 증오했던 것이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광인의 수기』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석영중.정지원 옮김
문장모음 보기
수리
3번째 웰다잉 오딧세이 책 완독했지만..충분히 음미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부모님들의 노화를 마주하며 (저도 노안이 급격히 진행되니..타인의 일만은 아니지만요..) '통증'에 대해..염려되는 마음이 올라옵니다.
지난 박산호작가님 책에서도 김여환 선생님 파트에서 통증을 줄이는 것에 대한 말씀이 인상적으로 남아있어서인지..
마지막 3일 내내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워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책을 통해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웰다잉오딧세이를 잘 시작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밥심
인생에서 중요한 것 두가지를 뽑자면 인간관계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두가지를 조화롭게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지만 우린 흔히 하나에 더 집중하죠(여력이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반 일리치의 경우도 일에 더 무게를 실었고요. 두가지 외에 큰 변수가 하나 있다면 그건 죽음의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반 일리치가 80세가 다 되어 죽음을 맞이했다면 이 소설에서처럼 죽음을 겪진 않았으리라 생각해요. 자신이 상상도 못했던 이른 죽음을 맞이할 때, 인간관계는 대충 하고 일에만 전념했던 사람이 겪게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고통, 회한을 잘 묘사한 소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독자의 연령대에 따라 독후감도 편차가 있으리라 생각하고요.

이카루스11
독서후 하나의 소감. 죽음의 불가피성을 객관화할 수 있다. 가족과 나와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공부와 단련을 통해 아주 약간의 객관화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죽음은 마지막 순간까지 객관화가 거의 불가능하다.
몰라
“ 이반 일리치의 죽음
세 죽음
주인과 하인
작가정신, 개장판 4쇄(2014.4.25), 고일 옮김
그는 다시 죽음과 단둘이 되었다. 죽음이 눈앞에 있었지만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할수 있는 건 오직 죽음을 응시하며 두려움에 떠는 것뿐이였다.(p80)
사람들의 관심이 오로지 과연 그가 곧 자리를 비워주고 자신의 존재로 인해 야기된 산 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것인가 그리고 그 자신도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것인가에 쏠려 있다는 사실이었다.(p81)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문장모음 보기
몰라
읽는김에 3개 소설을 모두 읽었습니다. '죽음'을 테마로 쓴 소설들이라 작가의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엿볼수 있었습니다.
'죽음을 인터뷰 하다'의 호스피스 의사 김여환과의 인터뷰 내용이 자꾸 생각나는 소설들 이였습니다. 좋은 죽음은 '고통' 없는 죽음이다. 가진것이 많은(잘 살아온) 사람일수록 죽음을 받아들이 못한다는 내용.
소설의 판사(이반 일리치), 귀족 부인(세죽음), 부자(주인과 하인) 들은 죽음을 받아 들이지 못하고 주위 사람들에 대한 원망(뜬금없이 마지막에 하인을 살리는 부자 주인은 예외)과 육체적 고통에 대한 적계심이 가득 합니다.
반대로 마부(세죽음), 하인(주인과 하인) 처럼 하층민(?)에 속한 사람들은 죽음을 덤덤히 받아들이고 세상과의 작별을 준비 합니다.
톨스토이는 본인이 생각하는 '죽음'에 대한 설명과 함께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여야' 할지를 고민해보라고 이 소설들을 쓴게 아닐까요 ?
저 또한 죽음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영주
12장 처음

작성
게시판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