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3. 이반 일리치의 죽음

D-29
그쵸... 사회적 성공 하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말이죠!! 이건 자녀들에게 너 서울대 합격하면서도 부모님을 위해 집안일도 하고 알바도 해서 용돈도 벌고 하면서도 사회적 관계를 위해 친구들과 사이좋게 재미나게 놀며 시간을 보내라는 말과 같은 거 아닐까요??? 다들 못하는 일을 누군가에게는 왜 못했다고 뭐라고 하는지!! 그럼에도 안타까웠습니다.
결혼이란…… 그토록 무심코 한 결혼은 환멸과 아내의 입 냄새, 관능과 가식뿐이었다! 저 죽음 같은 업무와 돈 걱정, 그렇게 일 년, 이 년, 또 십 년, 이십 년, 모든 것이 한결같다. 세월이 흐를수록 더 죽음 같다. 산을 오른다고 상상하지만 사실은 꾸준히 산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이반 일리치가 죽음 앞에서 인생이 허망한 이유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하네요~ㅜㅜ
정말 결혼이 문제인건지 싶어요. 역시 혼자 살아야 하는 걸까요? 그치만 혼자 산다면 진정한 자신의 삶을 더 찾을 수 있었을지 의문이고요. 죽음이 닥치지 않는 이상 깨닫기 정말 어려울 거 같아요.
전 촌스럽지만 혼자 사는 것은 반대입니다^^;; 후회하더라도 결혼이든 동거든 함께 할 누군가는 있어야 한다는 주의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동반자를 찾는 혜안을, 나와 함께할 동료를 찾는 혜안과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편입니다. ^^ 웰다잉에 관한 책들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주어진 삶의 밀도를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쫓기듯이는 아니고 나의 속도에 맞게 계속 여러 방향을 고민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잘 사는 것이 웰다잉인 듯 합니다. 이미 그믐에서 여러 분들이 말씀해 주셨지만은요
그러자 그를 괴롭히며 밖으로 나오지 못하던 모든 것이 일순간 양쪽, 열 갈래 방향, 사방팔방에서 터져 나왔고 돌연 모조리 선명해졌다. 그들이 불쌍하다, 그들을 아프지 않게 해야 한다. 그들을 구원하고, 자신도 이 고통으로부터 구원받아야 한다. ‘얼마나 좋은가, 얼마나 단순한가.’ 그는 생각했다. ‘그럼 통증은?’ 그가 자문했다. ‘그것은 어디로 갔지? 자, 통증은 어디 있느냐?’ 그가 귀를 기울였다. ‘그렇다, 바로 여기 있군. 그럼 통증은 내버려 두라지.’ ‘그럼 죽음은? 그것은 어디 있는가?’ 그는 예전의 습관대로 죽음의 공포를 찾아보았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그것은 어디에 있는가? 죽음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공포도 없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이반 일리치의 죽음 직전의 통증과 삶의 회한과 허무가 너무 절절하네요~ㅜㅜ
“끝났습니다!” 누군가가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 말을 들은 그는 마음속으로 되풀이했다. ‘끝난 건 죽음이야.’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그것은 더 이상 없다.’ 그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다가 한중간에 그대로 멈추더니 몸을 쭉 뻗은 채 죽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와!! 이렇게 마지막을 마무리하다니!! 전 톨스토이 단편선만 읽었는데 이번에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으니 감탄이 절로 나오네요 죽음을 앞에 둔 사람의 모습을 이렇게 정교한 짜임으로 완벽하게 마무리하다니~~~~!! 가끔 고전 작품들을 읽다보면 절로 감탄하는 지점입니다 한땀한땀 짜내는 구조와 문장들에 빈틈없이 직조한 듯 글을 써내려가세요. 정말이지 대작가의 면모가 보여요.. 그리고 그 작품 속 인물들은 독자들에게 수백년의 시대를 관통해서 공감하며 감동하고 깨닫게 하는 힘이 있답니다 그믐의 <웰다잉 오디세이 2026> 덕분에 이번에도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완독할 수 있었습니다 책은 미리 읽고 있었는데 그믐에 글은 남기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전 허세에 찬 초반 부분보다는 뒤에 죽음을 앞두고 그동안의 삶에 고통스러워하는 이반의 모습과 서서히 죽음으로 향해가는 과정을 정교하게 써내려간 후반 부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저도 마지막 장면이 좋았어요.
그는 나락으로 굴러떨어졌다. 저쪽, 나락의 맨 끝에서 무언가 환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기차를 타고 있을 때 종종 겪곤 하던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앞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기차가 실제로는 뒤로 가고 있었고, 나중에서야 갑자기 실제 기차의 방향을 깨닫게 되는 것과 흡사한 일이 그에게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모든 게 그게 아니었어.」 그는 생각했다. 「그렇지만 괜찮아. 할 수 있어, <그것>을 하면 되는 거야. 그런데 <그것>이 대체 뭐지?」 그는 스스로에게 묻다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그것은 사흘째 되는 날이 저물 무렵, 그가 사망하기 한 시간 전에 일어난 일이다. 중학생 아들이 조용히 방문을 열고 들어와 아버지의 침대 곁으로 다가왔다. 죽어 가던 이반 일리치는 절망적으로 울부짖으며 필사적으로 두 팔을 내젓고 있었다. 그의 손이 소년의 머리에 부딪혔다. 소년은 아버지의 손을 잡아 자신의 입술에 대고 울음을 터뜨렸다. 바로 이 순간 이반 일리치는 나락으로 굴러떨어져 빛을 보았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온 인생이 그래서는 안 되는 삶이었지만 아직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으며 바로잡아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이 도대체 뭐지?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는 조용히 입을 다문 채 귀를 기울였다. 그때 누군가가 자신의 손에 입을 맞추는 것이 느껴졌다. 눈을 뜨자 아들이 보였다. 아들이 불쌍했다. 아내가 곁으로 다가왔다. 그는 아내를 바라보았다. 아내는 입을 헤벌린 채 절망적인 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눈물이 그녀의 코와 뺨을 타고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아내도 안쓰러웠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광인의 수기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석영중.정지원 옮김
그러자 갑자기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이제까지 그를 괴롭히면서 마음속에 갇혀 있던 것들이 일순간 두 방향, 열 방향, 모든 방향에서 쏟아져 나왔다. 저들이 불쌍해. 저들이 더 고통받지 않게 해주어야 해. 저들을 해방시켜 주고 나 자신도 이 고통에서 해방되어야 해. <얼마나 좋아, 얼마나 단순해.>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통증은?> 하고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통증은 어디로 갔지? 이봐, 너, 어디로 간 거야?> 그는 귀를 기울였다. <아, 여기에 있었군. 그래, 뭐, 거기 있으라고 해.> <그런데 죽음은? 죽음은 어디로 갔지?> 그는 그동안 익숙해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찾아보았지만 찾지 못했다. 죽음은 어디 있지? 무슨 죽음? 두려움은 이제 없었다. 죽음이란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죽음이 있던 자리에 빛이 있었다. 「그래, 이거야!」 그는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이렇게 기쁠 수가!」 이 모든 것들은 한순간에 일어났고 그 순간의 의미는 이후 결코 바뀌지 않았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광인의 수기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석영중.정지원 옮김
「끝났습니다!」 누군가가 그를 굽어보며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이반 일리치는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죽음은 끝났어.> 그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더 이상 죽음은 없어.> 그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다가 도중에 멈추더니 온몸을 쭉 뻗었다. 그렇게 그는 죽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광인의 수기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석영중.정지원 옮김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 한복판에서, 많고 많은 친구들과 가까운 가족들 곁에서 느껴야 하는 고독함, 그것은 그 어디에서도, 바다 저 깊은 바닥에서도 땅속 깊은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처절한 고독이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이반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렇게 가난하고 궁핍한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아닙니다. 중산층 이상으로 남들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살았죠. 가족들도 그를 그렇게 힘들게 하지 않은 편이었구요. 사회적으로 그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죽음의 문턱에 가까이 다가가면 갈 수록 ‘처절한 고독’속에서 몸부림치죠. 제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도 이와 비슷한데요. 나의 고통과 아픔을 나밖에 모른다는 것, 누군가 이해한다고, 공감한다고 말해도 내 고통은 오직 나만 알고 나만 이 죽음의 길에 놓여있다는 것이 저는 매우 두렵습니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생각을 일부러 안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회피하려고 해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죽음이라는 문으로 향하는 길을 걷고 있지만요. 혼자 왔다 혼자 가는 인생이죠. 그래도 내 인생의 끝자락에 누군가 내 손 한 번 붙잡고 사랑한다 말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가는 날은 순서 없다고.. 사고사가 아닌 한, 죽음이 천천히 다가오는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게 될지.. 아무리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해도 닥쳐봐야 알겠지만.. 죽음에 대한 각오를 다지지 않으면 안되겠단 생각이 드네요. 생각만.. 지금 이대로 당장 죽어도 괜찮은가 하고요.
<그믐>에 들어와 처음으로 완독하며, 같은 책을 읽으며 나눔해주신 생각들을 통해 스스로 점검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조문과 위로, 애도를 건네는 것이 참 어려웠는데, 책을 읽고나니... 그 마음이 더 깊어집니다. "법률 학교 10학년을 마치고 졸업한 이반 일리치는 아버지에게 돈을 받아 샤르메르 양복점에서 제복을 맞추고 시곗줄에 '레스피케 피넴'*이라고 쓰인 메달을 매달았다. 그러고는 은사인 공작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도농에서 동료들과 식사를 한 뒤 최고급 상점을 돌며 주문하고 구입한 와이셔츠와 양복, 면도 용품과 세면도구, 담요를 최신 트렁크에 넣고서 아버지가 얻어 준 도지사의 특별 보좌관직을 맡기 위해 지방으로 떠났다." p23, *레스피케 피넴: 라틴어로 끝을 생각하라는 뜻 태어나서 첫 직장에 들어가기까지 모든 것이 준비되었던 이반의 삶에 '죽음'은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였을테고, '끝'을 생각하라는 메달조차 정작 자신에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닐거라 생각했을것 같습니다. 육체와 정신의 고통가운데 유일한 희망이 되어준 '게라심'의 보살핌이 이반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되어준 것처럼, 지내온 삶 속에 '게라심'처럼 온기를 흘려준 이들을 떠올려봅니다. 책을 덮으면 그만이었는데, 이런저런 생각이 내내 오가네요^^
제가 읽은 책의 본문에는 <'결과를 미리 생각하라'는 뜻의 라틴어 글귀>로 번역되어 있는데, '끝을 생각하라'는 뜻이 훨씬 와 닿는 번역이네요. 레스피케 피넴 언급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믐에서 함께 읽다보니, 다양한 번역본을 비교하며 읽을 수 있어 넘 좋네요. 창비(이강은 옮김)버전은 '마지막을 예견하라' 라고 되어 있는데... 저도 '끝을 생각하라'는 버전이 가장 직관적이고 명쾌한 것 같아요....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고 살아서는 절대 죽음을 경험할 수도 없지요 마지막 문장 " 죽음은 끝났다 . 더 이상 그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 라는 문장에서 차라리 저는 안도감과 해방감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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