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반 일리치는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위안이 될 만한 다른 방어막을 찾아 헤맸고, 그 다른 방어막이 나타나서 잠시나마 그를 구원해 주는 듯도 했지만 금방 또다시 허물어졌다. 아니, 투명해졌다. 그 때문에 그것은 모든 것을 꿰뚫고 침투했으므로 그 무엇으로도 가릴 수 없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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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빛
“ 이반 일리치를 제일 괴롭힌 것은 거짓이었다. 왠지 모두가 그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는 그저 아플 뿐 죽어 가는 것이 아니며, 잠자코 치료를 잘 받으면 뭔가 아주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고 묵인하는 거짓말 말이다. 그는 무슨 짓을 하든 더 괴로운 고통과 죽음밖에 없으리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를 괴롭힌 것은 거짓이었다. 즉 모두가 그들 자신도 알고, 그도 아는 사실을 부인해 가며 오히려 그의 끔찍한 처지를 두고 거짓말을 하려 들 뿐 아니라, 그에게마저 거짓에 동참하도록 강요하고 있었다. 거짓, 그의 죽음을 코앞에 두고 일어나는 저 거짓, 저 무섭고 장엄한 죽음이라는 사건을 병문안과 커튼과 만찬의 철갑상어 수준으로 격하해 버리는 저 거짓이야말로…… 이반 일리치는 괴롭기 짝이 없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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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빛
“ 똑같았다. 희망이 한 방울 반짝이는가 하면 절망의 바다가 휘몰아쳤다. 끊임없이 통증, 또 빌어먹을 통증이 밀려오고 마음은 계속, 계속 똑같이 괴로웠다. 혼자 있자니 무섭고 또 괴로워서 누구든 부르고 싶지만 정작 다른 사람이 곁에 있으면 더 나빠지리라는 사실을 미리부터 알았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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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빛
“ 이반 일리치는 이 모든 것이 헛소리이자 공허한 기만임을 확실히, 틀림없이 알고 있다. 그러나 의사가 무릎을 꿇고 상체를 세운 채 내려다보며 몸을 쭉 펴고, 위아래로 귀를 기울이고, 몹시 의미심장한 얼굴로 다양한 체조 동작을 펼쳐 보일 때면 깜박 넘어가고 만다. 변호사들이 연신 거짓말을 함을, 심지어 무엇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지 매우 잘 알면서도 그들의 연설에 깜박 넘어갔듯이 말이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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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빛
“ 한창 대화를 나누다가 표도르 페트로비치는 이반 일리치를 쳐다보고서 입을 다물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를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번득이는 눈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이반 일리치는 그들에게 성질이 났음이 분명했다. 이 상황을 수습해야 했지만 도무지 수습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이 침묵을 깨야 했지만, 아무도 감히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이 점잖은 거짓이 어쩌다 갑자기 허물어질까 봐, 실상이 만천하에 드러날까 봐 모두 무서워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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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빛
“ 모두 일어나서 작별 인사를 하고는 떠났다.
그들이 나가자 이반 일리치는 한층 가뿐한 느낌이었다. 거짓은 그들과 함께 떠났기에 더는 없었지만 통증만은 남았다. 한결같은 통증, 한결같은 공포가 딱히 더 괴로울 것도, 굳이 더 가뿐할 것도 없었다. 점점 더 나빠질 뿐이었다.
다시 일 분, 또 일 분이, 한 시간, 또 한 시간이 지나가고 계속 똑같고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제일 두려운 것은 피할 수 없는 종말이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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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빛
“ 모두 일어나서 작별 인사를 하고는 떠났다.
그들이 나가자 이반 일리치는 한층 가뿐한 느낌이었다. 거짓은 그들과 함께 떠났기에 더는 없었지만 통증만은 남았다. 한결같은 통증, 한결같은 공포가 딱히 더 괴로울 것도, 굳이 더 가뿐할 것도 없었다. 점점 더 나빠질 뿐이었다.
다시 일 분, 또 일 분이, 한 시간, 또 한 시간이 지나가고 계속 똑같고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제일 두려운 것은 피할 수 없는 종말이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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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빛
“ 자기가 삶을 잘못 살아왔다는, 예전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그런 가정이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가장 높은 사람들이 좋다고 여기는 것에 맞서 투쟁하려는 충동, 그가 당장 떨쳐 내려 했던 아득한 저 충동이야말로 진짜고 나머지는 모두 잘못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직장도, 삶의 방식도, 가족도, 사교계와 직장의 이해관계도, 이 모든 것이 잘못되었을 수 있었다. 그는 자기 앞에서 이 모든 것을 변호하려고 애썼다. 그러다 돌연 스스로 변호하는 데에 참으로 무력감을 느꼈다. 그러자 변호할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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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빛
조금 늦게, 그렇지만 깊게 드디어 완독하였습니다. 제겐 그믐에서의 첫 모임이었던 만큼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지난 한 달 동안 수시로 제 머릿속에 떠올랐고, 덕 분에 책에 대하여 더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반 일리치는 부유했으며 높은 지위에 올라 있었지만, 그의 삶이 결코 행복하게 마무리되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는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스스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부정하며 하루하루 죽음에 가까워져 갑니다. 어느 날 갑자기 마주하게 된 죽음은 그를 무력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절망의 길로 인도합니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죽음 앞에서 떨고 있는 이반 일리치의 모습이 아닌, 그의 죽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었습니다. 좀 오래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그의 죽음으로 인하여 한편으로는 안도하고 자신이 올라서게 될 더 높은 지휘를 예감한 사람들. 소설 도입 부분 이후로 그리 부각되진 않는 생각들이지만 저는 아직까지도 누군가의 불행이나 우울 등을 바라보게 될 때면 이반 일리치의 장례식부터 떠오릅니다.
29일 동안 같은 책을 함께 읽고 계셨던 여러분들의 글을 읽으며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저와 동행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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