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4일 (화) 완독을 마쳤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엔,
현대인들은 당대(똘스토이 생전)에 비해 조금 더 지식적으로는 밝아졌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박식하다, 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이요.
하지만
>>> 자신의 인생이 정당했다는 의식이 바로 그를 끌어안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며 더더욱 그를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라던지
>>>이제 종말이, 진짜 종말이 다가왔지만 의혹은 해결되지 않은 채 '여전히 의혹'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라던지 라는 문장에서 나와있는 것처럼.
제가 생을 살면서 만나 본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의혹'으로 남아 있는 자기 안의 족쇄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것, 피상적인 것, 대체 누구를 위한 인생을 살고 있는지 모를 일그러진 결의를 굳히는 것에
안간힘을 쓰고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이 현실을 투명하게 들여다보는 유리 구슬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의사는 환자의 육체적 고통이 끔찍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정신적 고통이야말로 바로 환자를 가장 괴롭히는 더 끔찍한 고통이라고 덧붙였다.
라고 하는 아주 상식적이고도 이해가 가는 이 문장을 통해
고매한 정신, 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고매한 정신을 탐구하고 추구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은
한 번쯤 자식에게도 권해보고 싶은 책이기도 합니다.
모두 완독 축하드리고
주말 잘 보내세요.
[웰다잉 오디세이 2026] 3. 이반 일리치의 죽음
D-29
옐로우잡채

그믐달빛
“ 이반 일리치는 자기가 죽어 가고 있음을 깨닫자 계속 절망에 빠져 있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자신이 죽어 가고 있음을 알았지만 그것에 익숙해지기는커녕, 그저 이해되지 않았고 도무지 이해할 수도 없었다.
키제베터 논리학에서 배운 삼단 논법의 예를 따르자면 카이사르는 인간이다, 인간은 죽는다, 고로 카이사르도 죽는다, 라고 했다. 그는 평생 이것이 카이사르에게만 해당하는 말이지 절대 자기에게는 적용되지 않으리라고 여겨 왔다. 카이사르는 보편적 인간이므로 이것은 완벽히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는 카이사르 같은 보편적 인간이 아니라, 항상 모든 사람들과 다른, 완전히 특별한 존재였다.
•••
카이사르는 정확히 필멸의 존재고, 따라서 그가 죽는 것은 옳지만 나, 바냐, 이 모든 감정과 생각을 가진 이반 일리치라면 전혀 다른 문제다. 내가 죽어야 한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너무 끔찍한 일이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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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빛
“ 이반 일리치는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위안이 될 만한 다른 방어막을 찾아 헤맸고, 그 다른 방어막이 나타나서 잠시나마 그를 구원해 주는 듯도 했지만 금방 또다시 허물어졌다. 아니, 투명해졌다. 그 때문에 그것은 모든 것을 꿰뚫고 침투했으므로 그 무엇으로도 가릴 수 없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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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빛
“ 이반 일리치를 제일 괴롭힌 것은 거짓이었다. 왠지 모두가 그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는 그저 아플 뿐 죽어 가는 것이 아니며, 잠자코 치료를 잘 받으면 뭔가 아주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고 묵인하는 거짓말 말이다. 그는 무슨 짓을 하든 더 괴로운 고통과 죽음밖에 없으리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를 괴롭힌 것은 거짓이었다. 즉 모두가 그들 자신도 알고, 그도 아는 사실을 부인해 가며 오히려 그의 끔찍한 처지를 두고 거짓말을 하려 들 뿐 아니라, 그에게마저 거짓에 동참하도록 강요하고 있었다. 거짓, 그의 죽음을 코앞에 두고 일어나는 저 거짓, 저 무섭고 장엄한 죽음이라는 사건을 병문안과 커튼과 만찬의 철갑상어 수준으로 격하해 버리는 저 거짓이야말로…… 이반 일리치는 괴롭기 짝이 없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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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빛
“ 똑같았다. 희망이 한 방울 반짝이는가 하면 절망의 바다가 휘몰아쳤다. 끊임없이 통증, 또 빌어먹을 통증이 밀려오고 마음은 계속, 계속 똑같이 괴로웠다. 혼자 있자니 무섭고 또 괴로워서 누구든 부르고 싶지만 정작 다른 사람이 곁에 있으면 더 나빠지리라는 사실을 미리부터 알았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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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빛
“ 이반 일리치는 이 모든 것이 헛소리이자 공허한 기만임을 확실히, 틀림없이 알고 있다. 그러나 의사가 무릎을 꿇고 상체를 세운 채 내려다보며 몸을 쭉 펴고, 위아래로 귀를 기울이고, 몹시 의미심장한 얼굴로 다양한 체조 동작을 펼쳐 보일 때면 깜박 넘어가고 만다. 변호사들이 연신 거짓말을 함을, 심지어 무엇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지 매우 잘 알면서도 그들의 연설에 깜박 넘어갔듯이 말이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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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빛
“ 한창 대화를 나누다가 표도르 페트로비치는 이반 일리치를 쳐다보고서 입을 다물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를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번득이는 눈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이반 일리치는 그들에게 성질이 났음이 분명했다. 이 상황을 수습해야 했지만 도무지 수습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이 침묵을 깨야 했지만, 아무도 감히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이 점잖은 거짓이 어쩌다 갑자기 허물어질까 봐, 실상이 만천하에 드러날까 봐 모두 무서워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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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빛
“ 모두 일어나서 작별 인사를 하고는 떠났다.
그들이 나가자 이반 일리치는 한층 가뿐한 느낌이었다. 거짓은 그들과 함께 떠났기에 더는 없었지만 통증만은 남았다. 한결같은 통증, 한결같은 공포가 딱히 더 괴로울 것도, 굳이 더 가뿐할 것도 없었다. 점점 더 나빠질 뿐이었다.
다시 일 분, 또 일 분이, 한 시간, 또 한 시간이 지나가고 계속 똑같고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제일 두려운 것은 피할 수 없는 종말이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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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빛
“ 모두 일어나서 작별 인사를 하고는 떠났다.
그들이 나가자 이반 일리치는 한층 가뿐한 느낌이었다. 거짓은 그들과 함께 떠났기에 더는 없었지만 통증만은 남았다. 한결같은 통증, 한결같은 공포가 딱히 더 괴로울 것도, 굳이 더 가뿐할 것도 없었다. 점점 더 나빠질 뿐이었다.
다시 일 분, 또 일 분이, 한 시간, 또 한 시간이 지나가고 계속 똑같고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제일 두려운 것은 피할 수 없는 종말이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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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빛
“ 자기가 삶을 잘못 살아왔다는, 예전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그런 가정이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가장 높은 사람들이 좋다고 여기는 것에 맞서 투쟁하려는 충동, 그가 당장 떨쳐 내려 했던 아득한 저 충동이야말로 진짜고 나머지는 모두 잘못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직장도, 삶의 방식도, 가족도, 사교계와 직장의 이해관계도, 이 모든 것이 잘못되었을 수 있었다. 그는 자기 앞에서 이 모든 것을 변호하려고 애썼다. 그러다 돌연 스스로 변호하는 데에 참으로 무력감을 느꼈다. 그러자 변호할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