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3. 이반 일리치의 죽음

D-29
앗 느리게 읽어야 하는데요! 다른 책 읽다가 늦게 시작했는데 재밌어서 후루룩 읽어버렸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 <이반 일리치의 죽음> 3월 1주차 ■■■■ ● 함께 읽기 기간: 3월 1일(일) ~ 3월 7일(토) ● 함께 읽기 분량: 1장 ~ 3장 지난 2월, <죽음을 인터뷰하다>를 통해 죽음의 문턱을 지켜 본 5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았습니다. 누군가의 생생한 고백을 들으며 함께 울고 웃었던 그 시간들이 우리 마음속에 따뜻한 온기로 남으면 좋겠습니다. 1월이 죽음을 ‘머리’로 이해하는 차가운 시간이었고, 2월이 ‘가슴’으로 공감하는 뜨거운 시간이었다면, 이제 3월은 대문호 톨스토이의 안내를 받아 죽음이라는 거울 앞에 나 자신을 정직하게 비추어보는 사유의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이번 달 함께 읽을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분량은 짧지만 그 울림은 결코 가볍지 않은 작품입니다. 총 12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을 우리는 매주 3장씩, 아주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보려 합니다. 이번 1주차에는 1장부터 3장까지를 펼쳐봅니다. 물론 더 읽으셔도 상관없고요. 사실 저는 이번 모임을 준비하며 1장을 펼쳤을 때 조금 놀랐습니다. 소설의 첫머리부터 주인공인 이반 일리치의 죽음, 그리고 그의 부고 소식으로 시작하더라고요. 결말을 미리 다 알고 읽는 기분이어서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그의 생전 모습이 그려지는 2장과 3장의 문장들이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1장에서 마주한 죽음의 풍경,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삶의 궤적들을 보며 어떤 생각들이 스쳤는지 궁금합니다. 문장 사이의 여백에서 발견한 여러분만의 단상들을 이곳에 자유롭게 나누어 주시길 기다리겠습니다. 새봄의 시작과 함께 펼치는 고전의 첫 페이지, 웰다잉 오디세이를 시작해 볼까요? 이번 주도 끝까지 함께해요. ^^
안녕하세요. 소설 읽기를 즐기는 옐로우잡채입니다. 함께하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오늘은 - 3월 3일(화) - 1장을 읽었어요. 1장의 중심 인물인 뾰도르 이바노비치가 조금 웃겼습니다. 쩔친인 이반 일리치가 죽었다는데. 짱구를 두어 번 굴려보더니 하는 생각이 고작. '처남 전보 청탁 쌉가능. 룰루. 처갓집 식구들을 위해서 해준 게 없다는 둥 이제 아내한테 쿠사리 먹을 일도 완죤 끝!!!' 이었잖아요. (아. 물론 아내를 얼마나 사랑하면 아내 생각부터 하냐^^;; 싶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大실망이었습니다. 거의 같이 자라다시피 한 서로의 유에스비 같은 불알 친구 같은데... 만일 제게 이런 친구가 있는데 제가 죽고 친구가 이런 생각을 한다면 무지 빡칠 것 같습니다. 아. 그 부분 재밌었어요. (창비세계문학7 기준 13p.) 뾰도르가 관 속에 누워있는 이반 일리치의 얼굴을 보잖아요. 그때 쭉 보다가 '산 자들에게 뭔가 질책을 하거나 경고하는 듯한 표정이 엿보였다'고 하는 부분이요. 이건 자기가 왠지 (속세를 살다가) 닳고 닳고 닳은 관계로, '아놔. 이제 추도식 참여해서 이반 일리치 와이프한테 위로의 말 건네야 하네. 이거이거 아주 귀찮은 걸.' 뭐. 이런 식으로 자동적 사고가 흘러갔다는 것을 자기 몸이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투사가 됐던 걸 - 자기가 자길 봐도 경고할 게 있고 질책할 게 있다고 생각하니까 - 로 보여지는데. 그러면서. 이걸(자기 자신이 구린 걸) 자기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으니까. 곧이어 '이런 경고의 표정이 적절한 것이 아니거나 적어도 자신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부인(방어기제)했다가. 또 곧바로 '하지만 그는 어쩐지 마음이 께름칙해져서 다시 한번 서둘러 성호를 긋고는 자신이 보기에도 실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급하게 몸을 돌려 방을 빠져나왔다.'하는 삐걱거리는 부분이 너무 웃겼습니다. 이게. 사람이 아무리 억제, 억압 방어기제를 휘둘러서 점잖아 보이려고 하고. 성호경을 긋는 동작이 너무 길다고 여기고 적절한 타이밍에 멈추고. 나름대로 조절을 할 수는 있겠지만. 무의식이 건드려지는 것이 행동으로 나오는 것은 아무리 해도 막을 수 없잖아요. 그래서 뾰도르 이 분도 그런 점에서 속으로 찔려서는 '유난이게' 방에서 빠져나오는 그 모습이 조금 웃기고 짠하고 인간적이고 좋았습니다. 사실 또 좋았거나 재밌거나 웃겼거나 공감되는 부분은 곳곳에 많았지만. 전부 써버리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가장 웃겼던 방금 내용까지만 쓰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하세요.
ㅍㅎㅎㅎㅎㅎ 전 옐로우잡채님의 해설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_+
너무 감사합니다 히히히.
3월 5일(목) - 2, 3장을 마저 읽었습니다. 마침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를 같이 읽고 있어서 두 남자 주인공 사이에 겹치는 특성을 찾아내는 것이 재밌었습니다. 이반 일리치도 스토너처럼 아내에게서 현기증을 느끼고 갈등을 피하려고 입을 다물고 일에 몰두하는 모습이 비슷하라고요. * 3장까지의 내용은 조금 시시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반 일리치의 삶이 평탄했습니다. 4장부터는 제 예상대로 난관이 닥치는 것 같더군요. 2,3장과 대비되는 4장을 보며 생각했습니다.(4장 첫 페이지만 슬쩍 읽어봤어요.) 언제부턴가 저는 너무 행복하다 싶으면 마음가짐이라도 조금 무겁게 가져가자 하는 것이 습관이 된 것 같은데, 이반 일리치는 그렇지 않은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동심이 살아있달까요. 하긴 따지고 보면 이반 일리치도 '대놓고' 행복해 하기 위해 백조의 다리처럼 열심히 노를 저은 부분도 없지 않네요. 다른 재밌었던 부분도 몇 개 더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이반 일리치가 아내 쁘라스꼬비야 표도로브나와 결혼을 하게 되는 장면인데요. 이반 일리치가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그가 그녀를 사랑하고, 인생관에서 서로 공감하는 바가 있어서 결혼한 게 아니라, 집안과, 예쁜 외모, 자만심이 채워지는 것, 그런 식으로 결혼하는 것이 고위층 사람들이 옳다고 하는 일인 것 같아서 결혼을 한다고 묘사된 부분이 아주 현실적이었습니다. 시대를 불문하고, 그런 가치를 높게 사는 사람들은 그렇게 결혼하는 거구나 하고 다시금 이해하게 되었어요. 또 아내와 처남의 만류를 뿌리치고 기차에 몸을 싣는 장면도 좋았습니다. 이반 일리치의 고집 덕분에 연봉도 오르고 승진도 하게 되니. 괜히 제가 다 뿌듯하더라고요. 그렇게 신분이 업그레이드 되고 나니까 다시 아내와 마음이 통하게 되었다는 것도 웃펐습니다. 역시 돈... 인 건가. 메모도 해봤습니다. 그럼 다음 주에도 또 만나요. 안녕히 계세요.
저도 역시 돈 돈이 문제인가 ...맞다고 생각이 들다가도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쓸쓸하다고 생각이 드는 것 보면 역시 돈이 아닌가 싶기도 해집니다
맞습니다. 돈은 말 그대로 '역시 돈 돈이 문제인가 ...'와 같은. 쩜쩜쩜의 용도로만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
책은 이미 준비되었지만 기다렸어요. 3월을... 오늘부터 천천히 읽기 시작합니다.
그들이 이반 일리치의 사망 소식을 듣고 생각한 것은 그로 인해 생길 자리 이동과 승진이 전부는 아니었다. 가까운 사람이 죽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누구나 그렇듯 그들 역시 속으로 안도감을 느꼈다. ‘죽은 건 내가 아니라 바로 그 사람이야.’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죽은 건 내가 아니라 바로 그 사람이야.' 다행과 안도로 숨을 내쉬는 사람이 있고.. 미안과 죄책감으로 숨을 참는 사람이 있지요.. 삶에 대한 애씀의 방식일 겁니다.. 가만 들여다보면 죽음도.. 삶도.. 한구석에는 누구나 안타까움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속마음을 들킨 것처럼 화끈했어요. 저도 사고 소식을 들으며 이렇게 생각할 때가 많거든요...
참으로 놀라운 것이. 이 작은 문장 안에서, 벌써 인간의 숙명적인 [내로남불] 사상이 드러난다는 사실이에요. 인간은 정말 신기한 동물 입니다. 죽은 건 내가 아니라 바로 그 사람이야!
그런 이유로 방에 모인 사람들이 이반 일리치의 사망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은 이 죽음이 가져올 자신과 지인들의 자리 이동이나 승진에 관한 거였다. 10쪽 그들 모두 생각하거나 느낀 건 이런 거였다. '아, 그는 죽었지만 나는 이렇게 살아 있어!' 하지만 이반 일리치와 비교적 가까웠던 이른바 친구라는 사람들은 이제부터 장례식에 참석해 미망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하는 아주 성가신 일이 남았다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들었다. 11쪽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니 입장은 뭐야?" "어. 내 입장? 내 입장은 이반 일리치 장례식장에 가서 그의 와이프한테 위로해줘야 하는데. 졸라 귀찮어." 뭐. 이런 대화가 상상되네요. 정말이지 인간은 각자의 입장이란 게 있는 것 같습니다. 실은 이반 일리치도 반대 입장이 되었다면 저런 태도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론 씁쓸하면서도, 한편으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집니다. 기록해 놓으신 문장을 보고 제 생각을 나눠봤어요. ^^
사실 그간 살아오면서 타인의 부고를 듣고 애도의 마음보다 이런 생각이 든 적이 더 많았습니다. 쩝...
‘꼬박 사흘에 걸친 끔찍한 고통과 죽음. 그건 지금, 어느 순간이든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생각에 그는 일순간 섬뜩해졌다. 하지만 당장 어찌할 바 모른 채 있으려니, 이 죽음은 자기가 아닌 이반 일리치에게 일어난 일이다, 자신에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 하고 일어날 수도 없으리라는 아주 상식적인 생각이 구원 투수처럼 떠올랐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사실 인간에게는 위 문장과 같은 [부정]이란 방어기제 때문에 적절히 안도하고 숨쉬고 다음을 희망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만일 그 누군가가, 그의 죽음을 두고, 나도 언젠가는 죽을 거야. 흑흑흑. 나 좀 도와줘. 나 너무 무서워. 흑흑흑. 가지마. 회사 가지마. 이래버리는 것도, 그 또한 민폐가 아닐까 싶고요. 비슷한 문장들을 많은 분들께서 남겨두신 걸 보니, 제 생각도 점점 바뀌고 있군요! 잘 읽었습니다. ^^
"그런 일은 자신이 아니라 이반 일리치에게 일어난 것이고, 자신에게는 일어날 수 없고 일어날 리도 없다고.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우울함에 지는 것이니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여기까지 생각하자 한결 마음이 편안해진 표트르 이바노비치는, 제대로 관심을 집중하고 이반 일리치의 마지막에 관해 자세히 물었다. 마치 죽음은 이반 일리치에게만 일어날 수 있는 우연이고, 자신에게는 절대로 일어날 리 없는 것처럼 말이다." (p18) -우리는 죽음이 나와는 전혀 관련 없고 타인에게만 일어난 일로 생각하며 산다. 그러나, 죽음은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들이 반드시, 언젠가는 겪어야 할 필연적 사실이다.
"이반 일리치의 삶은 무척 소박하고 지극히 평범했으며, 그렇기에 아주 끔찍했다. 그는 법원 판사로 일하다가 마흔다섯 살에 세상을 떠났다." (p22) 이반 일리치는 중산층 관료 가정 출신으로 세 형제 중 가장 성실하고 '올바른' 삶을 산 인물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이반의 평범한 삶을 끔직했다고 서술한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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