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3. 이반 일리치의 죽음

D-29
자신에 대한 처우를 그 자신은 지극히 잔인하고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지극히 정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p)41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고일 옮김
그들이 이반 일리치의 사망 소식을 듣고 생각한 것은 그로 인해 생길 자리 이동과 승진이 전부는 아니었다. 가까운 사람이 죽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누구나 그렇듯 그들 역시 속으로 안도감을 느꼈다. '죽은 건 내가 아니라 바로 그 사람이야.'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1장을 읽었어요. 슬픔보다는 안도감과 자신의 앞날에 대한 걱정만 가득한 사람들의 모습이 어쩌면 내가 나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타인의 죽음을 직면했을 때 느꼈던 마음같아 뜨끔했습니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든, 나의 절친한 직장 동료이든 누군가의 부고 소식은 처음에는 암울하게만 들릴지라도 결론적으로 인간이 다다르는 생각은 '나는 죽지 않았다'이군요.. 그 사람이 죽었구나. 고통스러웠겠다. 휴, 나는 아니구나. 이렇게 표트르 이바노비치와 다른 직장 동료들을 이기적인 사람들이라고 속으로 욕하고 있을 때, 저도 다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처 아파트에서 화재 소식이 들려왔을 때, 처음에는 제가 그 아파트 주민들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줄 알았습니다. 여태 그렇게 생각해 왔고요. 그러나 지금 다시 떠올려 보면 저도 어느 한 순간에는 나는 그런 일을 겪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을 분명히 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들과 같은, 이기적인 인간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사실 어떻게 그러지 않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타인의 위험에 대해 들으며 자신의 안전을 자연스럽게 떠올리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그래서 어쩌면 저는, 이 본능적인 이기적임도 하나의 본능적인 걱정의 방식이 아닐까 하는, 잠깐 스쳐 지나가듯 떠올렸다가 저문 생각도 공유해봅니다. 나는 보다시피 안전한데, 너는 그렇지 못했구나. 나는 절대 그렇게 되고 싶지 않은데, 네가 그렇게 되어 버렸구나.. 안쓰럽구나. 이것은 굉장히 서툰 인간의 머리가 돌아가는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봐, 너는 저렇지 않지? 네 평안에 감사하도록 해.’ 이기심에 눌려버린 걱정의 형태인 셈이지요. 아니면 인간들이 마냥 이기적이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나도 그들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자기방어적인 생각이 들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표트르 이바노비치의 안도는 인간의 본능적인 이기적임이 맞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이반 일리치의 소식을 들은 수십수백명의 사람들 중 한 명은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그 사람을 걱정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저 저의 작은 바람일지도 모르겠고요..
그믐달빛님의 글에 공감하며.. 어떻게 이기적인 인간이 되지 않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는 말씀에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봅니다. 누군가의 불운을 갑작스러운 소식으로 접하면 저 역시 놀람, 안타까움과 거의 동시에 안도감이 스쳐감을 느낍니다. 불운의 당사자가 나와 내 가족이 아니라는 사실에 말이지요. 하지만 곧이어 누구에게나 그러한 불운이 갑자기 찾아올 수 있고, 나 역시 예외는 아니라는 것을 새삼 생각하게 됩니다. 이번 차례는 내가 아니라 그였을 뿐, 다음은 나일 수도 있고 나의 가족일 수도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깨달음이지요. 그때의 마음은 불운의 대상이 된 이에 대한 동정이나 안타까움과는 조금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언제 어디에서 닥칠지 모르는 불운의 가능성을 안고 함께 살아가는 나와, 그들, 우리에 대한 연민이랄까요. 모두에게 올 수 있는 그 불운이 지금 너에게 왔구나, 잘 이겨나가길 바라, 너에게 나도 조금이나마 힘과 위로가 되도록 노력할게, 내게도 언젠가 그런 날이 오겠지. 그땐 너도 내게 힘이 되어줘. 이런 마음이요...
저도 순간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게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삶에 대한 본능의 반사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해요. 저정도로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걸 텍스트로 적어서 그렇지, 죽음을 접했을 때 나는 살아있다는 안심을 하는 건 기본적인 자기보호인 거 같아요. 그런 감정이나 반사적 반응이 떠오르는 건 내가 통제가능한 영역은 아닌 것 같고, 그걸 드러내냐 마냐가 바로 이성에서 통제하는 부분이지 않을까요. 누가 때렸을 때 아픈 건 내가 통제가능한 건 아니지만, 그걸 맞받아칠지 말지는 통제가능한 영역인 거랑 비슷하달까요. 작가도 저런 표현들을 구체적으로 다 적어놓은 게 그들이 잘못이다는 게 아니라 사람 다 똑같다,는 걸 보여주려던 게 아닐까. 물론 제 생각입니다^^;
그 말도 맞는 것 같네요. 윗 글을 쓰는 동안 등장인물들은 모두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을 당연하게 바탕에 깔고 시작해 버렸어요. 표트르 이바노비치와 다른 사람들에게 좀 미안하네요.. 저 글을 쓰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기적인 사람이 아닐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결국 인간의 이타성은 그마저도 이기적인 토대에 있다는 말이 백번 옳게 되는 건가, 하고요. 그래서 @MㅡM 님의 글을 읽으며 저의 생각이 짧았다는 것에 조금 안심한 것도 같습니다. 저 스스로도 이기적인 마인드를 토대로 한 인간이고 싶지 않았거든요. 내가 이기적인 사람이 되고 말고는 자연스레 떠오르는 생각이 아닌, 스스로 통제 가능한 영역 속 나의 행동에 바탕이 된다는 말. 예시도 이해가 쏙쏙 잘 되네요. 감사합니다^^
내가 살아서 다행이다,와 쟤가 죽어서 다행이다만 헷갈리진 않으면 될 거 같아요ㅎㅎ @그믐달빛 님의 고민 덕분에 정의란 무엇인가 인트로 같은 대화 재밌었습니다!
@MㅡM 통제 가능한 영역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이성적인 선택을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게 정말 공감되고 의미있는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하게 인간은 다 이기적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본능의 영역과 통제의 영역 ! 으로 생각해보니 조금 생각이 풀리는 것 같아요 ㅎㅎ!
저는 생명을 지닌 존재로써 갖는 보호본능이라고 여겨집니다.. 타인의 죽음을 마주할 때 애도와 안도는 공존하는 것 같습니다.. 타인의 죽음에 대한 이기심은.. 상대에 대한 애도가 빠져 있는 상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3장까지 후딱 읽었네요. 1장은 이반의 죽음 후 남은 자들, 2장은 이반과 가족, 특히 아내와의 이야기, 3장은 페테르부르크에서 시작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너무 재밌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부분은 1850~80년대가 배경인데 지금 쓴 글이라도 해도 될 정도로 사람은 크게 변하지 않는 거 같아요. 모든 인물들에 내가 대입이 되는 게, 그러면서 속으로는 그들을 흉보게 되는 게 아주 흥미롭습니다. 정말 사람은, 그리고 그런 사람들끼리 만들어내는 삶은 정말이지 너무나 입체적입니다. 그 평범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그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않은 제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안심도 하고 반성도 합니다. 문장 수집은 다른 분들과 꽤 비슷하지만 이어서 적어봅니다. - 그들이 이반 일리치의 사망 소식을 듣고 생각한 것은 그로 인해 생길 자리 이동과 승진이 전부는 아니었다. 가까운 사람이 죽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누구나 그렇듯 그들 역시 속으로 안도감을 느꼈다. '죽은 건 내가 아니라 바로 그 사람이야.' ... '아, 그는 죽었지만 나는 이렇게 살아있어!' 하지만 이반 일리치와 비교적 가까웠던 이른바 친구라는 사람들은 이제부터 장례식에 참석해 미망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하는 아주 성가신 일이 남았다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들었다. - 죽은 사람들이 다 그렇듯 이반 일리치의 얼굴도 살아 있을 때보다 더 아름답고 진중해 보였다. 해야 할 일을 다 이루었으며 그것도 정당한 방법으로 이루었다고 그 얼굴 표정은 말하고 있었다. 또한 그 표정에는 살아 있는 자들을 향한 책망과 경고도 담겨 있었다. - 이반 일리치에게 그 결혼은 프라스코비야 표도로브나 같은 여성을 아내로 맞아 자신의 만족감을 채우는 일이면서, 동시에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옳다고 여기는 일을 하는 것이기도 했다. - 실제로는 그리 부자가 아니면서 부자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가지고 있는 것들이 있다. 비단, 흑단, 꽃, 양탄자, 검고 윤이 나는 청동 장식품 등이 그것인데, 이 모든 게 특정 계층 사람들이 자신보다 높은 계층 사람들을 흉내 내려고 집 안에 들여놓는 물건들이다. 이반 일리치가 집에 들여놓은 물건들 역시 그런 종류다. - 이반 일리치는 공적 업무와 사생활을 뒤섞지 않고 엄격하게 구분하는 능력이 탁월했으며, 오랜 경험과 타고난 재능 덕에 가끔씩은 마치 한 분야의 거장처럼 사적 관계와 공적 관계를 일부러 뒤섞기까지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필요하다면 언제든 다시 공적인 관계를 구분해내고 사적인 관계를 버릴 수 있는 능력이 스스로에게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일을 이반 일리치는 수월하고 유쾌하고 품위 있게 해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예술적으로 해냈다. - 그는 몸은 피곤했지만 제1바이올리니스트의 한 사람이 되어 자신의 파트를 완벽하게 연주해낸 명장이 된 기분으로 집에 돌아오곤 했다. 공적업무에서 느끼는 기쁨은 자존심이 충족되는 데서 오는 기쁨이었고, 사교 생활에서 느끼는 기쁨은 허영심이 충족되서 오는 기쁨이었다.
‘사흘 밤낮을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다 죽었단 말이지. 그런 일이 언제든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거잖아.’ 이런 생각을 하며 표트르 이바노비치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런 일은 이반 일리치에게 일어났을 뿐 자신에게는 일어날 수 없고 일어날 리도 없다는 지극히 그다운 생각이 슬며시 들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프라스코비야 표도로브나는 이반 일리치에게 완전히 반해버렸다. 그때까지 이반 일리치는 꼭 결혼을 하겠다고 마음을 정한 건 아니었지만, 상대가 자신에게 푹 빠진 걸 보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결혼을 못할 이유는 또 뭐야?’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이반 일리치가 아내 될 여자를 사랑했고 두 사람의 인생관이 서로 같다고 생각해서 결혼했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순전히 주위 사람들의 부추김 때문에 한 것도 아니었다. 그가 결혼을 결심한 것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고려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이반 일리치에게 그 결혼은 프라스코비야 표도로브나 같은 여성을 아내로 맞아 자신의 만족감을 채우는 일이면서, 동시에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옳다고 여기는 일을 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렇게 이반 일리치는 결혼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죽은 사람들이 다 그렇듯 ~, 죽은 사람들이 다 그렇듯 ~, 죽은 사람들이 다 그렇듯~, (...)" 이 문장을 네 번 반복해서 쓰니, 죽음을 '일상화'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리 삶에는 죽음이 반복해서, 여러번 주어져 있다는 사실이 새삼 느껴졌습니다.
'죽음을 일상화'한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저도 밑줄을 그었거든요. 같은 문장을 반복한 것에는 저자의 의도가 있을텐데요, 실상 우리는 조문을 가도 죽은 사람의 모습을 보지는 못하기때문에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반평생을 살며서 죽은 사람을 직접 본 것은 할머니와 큰이모와 시아버지입니다. 표트로 이바노비치는 이반 일리치의 모습을 보면서 죽은 사람들의 신체를 서술하고, 얼굴을 보면서는 그동안 고생했다는 마음과 죄책감에서 살짝 비껴나겨려는 현실적 모습에서 씁쓸했습니다. "이반 일리치의 얼굴도 살아 있을 때보다 더 아름답고 진중해 보였다. 해야 할 일을 다 이루었으며 그것도 정당한 방법으로 이루었다고 그 얼굴 표정은 말하고 있었다. 또한 그 표정에는 살아 있는 자들을 향한 책망과 경고도 담겨 있었다. 표도로 이바노비치는 그 표정이 보내는 경고가 적절치 않거나 적어도 자신과는 상관없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이반 일리치의 사망소식을 듣고 생각한 것은 그로 인해 생길 자리 이동과 승진이 전부는 아니었다. 가까운 사람이 죽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누구나 그렇듯 그들 역시 속으로 안도감을 느꼈다. '죽은 건 내가 아니라 바로 그 사람이야.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표트르 이바노비치는 방으로 들어갔지만, 그런 자리에 오면 늘 그렇듯 뭘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그가 아는 거라곤 그럴 때는 성호를 그으면 대개 별 탈없다는 것뿐이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그 표정에는 살아있는 자들을 향한 책망과 경고도 담겨 있었다. 표트르 이바노비치는 그 표정이 건네는 경고가 적절치 않거나 적어도 자신과는 상관없는 거라고 생각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이반 일리치에게 그 결혼은 프라스코비야 표도로브나 같은 여성을 아내로 맞아 자신의 만족감을 채우는 일이면서, 동시에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옳다고 여기는 일을 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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