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4년전 이맘때 읽은 감상이 남아있었습니다. 다시 읽고 새로운 생각을 더하겠습니다.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앞으로도 두고 두고 여러 번 읽게 되겠지만, 작년에는 그야말로 '일로 읽은 책'. 누구든 언제고 죽을 수도, 뜻하지 않게 퇴직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지만 막상 눈앞에 현실로 닥칠 때의 마음은 말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일. 일이 내 맘 같지 않다 싶을 때 읽으면 좋은 책. 그런 경우는 원하는 그것이 내 것이 아니거나 오히려 잘 되지 않는 편이 선방하는 것이란 믿음으로 마음을 달랜다. 웬만한 걱정은 죽음 앞에 오징어 같은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고전 중의 고전. 죽어보지 않고 죽음의 과정에 있는 사람을 묘사할 수 있다는 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비롯된 듯.
[웰다잉 오디세이 2026] 3. 이반 일리치의 죽음
D-29
eeneimo

비화척성
“ 그가 보기에는 자신에 대한 처우가 극히 무례하고 잔인하도록 부당한 것인데도 자신을 제외한 다른 모든 사람들은 그것을 지극히 당연하고 평범한 일로 받아들였다.---
오직 그 자신 한 사람만이 자기 처지가 정상적인 것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62p,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은정 옮김, 앤서니 브릭스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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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화척성
“ 하지만 그 집은 사실 실제로는 대단한 부자가 아니면서 대단한 부자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그의 집을 꾸미고 있는 장식품들도 모두 그런 종류의 그만그만한 것들이어서 남들의 주목을 끌 만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이반 일리치 본인에게는 집 안에 있는 물건 하나하나가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68p,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은정 옮김, 앤서니 브릭스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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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 촛불과 탄식소리, 향 연기, 눈물과 흐느낌 속에서 추도식이 시작되었다. 표트르 이바노비치는 침울한 표정으로 서서 발끝만 바라보았다. 시신 쪽으로는 눈길 한 번 돌리지 않으면서 끝까지 우울한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버티다가 먼저 자리를 뜨는 사람들과 함께 방을 나왔다. 현관에는 아무도 없었다. 집사 일을 돕는 농부 게라심이 고인의 방에서 급히 나오더니 억센 손으로 손님들의 외투를 일일이 들추며 이바노비치의 외투를 찾아 건네 주었다.
"이 보게 게라심, 얼마나 마음이 아픈가?" 표트르 이바노비치는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이렇게 말했다.
"다 하나님의 뜻인걸요. 우리 모두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지요" 게라심이 농부답게 희고 고른 치아를 드러내며 대답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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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농부 게라심은' 죽음이 나와 딴 얘기가 아니고 우리 모두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하네요. 그래서 죽어가는 이반 일리치를 다른 인물들 처럼 외면하지 않고 그렇게 따뜻 한 마음으로 성심껏 돌볼 수 있었던 걸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침바람
이반 일리치가 살아온 삶은 굉장히 단순하고 평범했으며 아주 끔찍하기도 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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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 그가 살아가는 내내 잃지 않았던 성품은 이미 법률학교 시절에 갖췄다. 그는 능력있고 쾌활하고 선량하며 사교적이면서도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일은 철저하게 해내는 사람이었다. 그가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일은 바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 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는 어릴때도 성인이 되었어도 아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날벌레가 불빛을 향해 날아들듯 아주 어릴 적부터 본능적으로 상류사회 사람들에게 이끌렸으며, 그들의 태도나 인생관을 습득하면서 친밀한 관계를 맺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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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 법률학교 시절, 그는 이전이라면 몸서리쳐지게 혐오했을 행동을 하기도 했다. 그 행동을 하는 순간에도 역겹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도 아무렇지 않게 그런 행동을 한다는 걸 알고 나서는 마음이 달라졌다. 그런 행동이 옳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머리속에서 깨끗이 지워버렸고 다시 떠올리며 괴로워하는 일 같은 것도 하지 않았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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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그때까지 이반 일리치는 꼭 결혼을 하겠다고 마음을 정한 건 아니었다. 상대가 자신에게 푹 빠진 걸 보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결혼을 못할 이유는 뭐야?'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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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 이반 일리치에게 그 결혼은 프라스코비야 표도로브나 같은 여성을 아내로 맞아 자신의 만족감을 채우는 일이면서, 동시에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옳다고 여기는 일을 하는 것이기도 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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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 이반 일리치는 그 자신이 모름지기 그래야 한다고 믿었던 삶, 즉 편안하고 즐겁고 유쾌하며 늘 품위를 잃지 않아 사교계에서 인정받는 삶이 결혼했다고 해서 망가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풍부하고 탄탄해진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아내가 임신하고 몇 달이 지나면서부터 뭔가 갑작스럽고 낯설고 불쾌하고 힘겹고 점잖지 못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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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감탄고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침바람
“ 얼마 안가 두사람은 서로에게 멀어지며 마음속에 감춰둔 적개심을 드러냈고, 그들이 사랑을 느끼는 순간은 이 적개심의 바다에 다시 뛰어들기 전 잠시 머무는 작은 섬일 뿐이었다. 이반 일리치가 이런 소원한 관계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여겼다면 아마도 무척 괴로웠을 테지만, 그는 이미 이런 상황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자신이 이루어야 하는 목표로 생각하기까지 했다. 그의 목표는 이 불편한 상황에서 가능한 더 멀리 떨어지고 그런 상황을 자신에게 아무런 해도 미치지 않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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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그들은 그렇게 살아갔다. 최상류층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교계에 속해 있었고, 그들의 집에는 중요한 인물들과 젊은이들이 드나들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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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 그리고 자신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해서 의사든 누구든 아무 신경도 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나니 자신을 향한 깊은 연민과 이처럼 중요한 문제에 그토록 무심한 의사를 향한 격렬한 증오가 일면서 몹시 고통스러웠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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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 이제 더는 자신을 속일 수가 없었다. 무시무시하고 낯선 일이, 지금껏 살아오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심각한 일이 이반 일리치의 몸속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아는 사람은 이반 일리치 한 사람 뿐이었으며, 주위 사람들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하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세상의 모든 것이 전과 다름없이 흘러간다고 생각했다. 다른 무엇보다 이런 사실이 이반 일리치를 고통스럽게 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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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람
“ 그들은 들어본 적도 없는 무시무시하고 기이한 것이 몸속에 자리를 잡고는 쉴 새 없이 기력을 빨아들이다가 아무 힘도 없게된 그를 어딘가로 끌고 가는 것이 굉장히 재미있는 농담거리라도 되는 양 행동했다.
특히 장난스럽고 생기 넘치면서도 품위 있는 시바르츠를 볼 때면 이반 일리치는 10년 전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화가 치밀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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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빛
“ 법률 학교 시절, 예전 같으면 대단히 더럽게 여기고 심지어 그 짓을 하는 동안에도 자신에게 혐오감을 느끼는 그런 종류의 어떤 행동을 저지른 적이 있다. 하지만 나중에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조차 그런 행동을 할 뿐 아니라 더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딱히 좋은 짓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도 그냥 망각하거나 그 기억 때문에 상심하는 일은 아예 사라져 버렸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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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빛
이반 일리치가 약혼자를 사랑하고 그녀의 인생관에서 공감대를 찾았기 때문에 결혼했다고 말하는 것은, 사교계 사람들이 이 한 쌍을 부추겨서 결혼했다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옳지 않으리라. 이반 일리치는 두 가지 점을 모두 고려해서 결혼했다. 이를테면 이런 아내를 얻음으로써 자신을 위해 유쾌한 일을 하고, 그와 더불어 최상류층 사람들이 옳다고 여기는 일을 한 것 말이다.
그래서 이반 일리치는 결혼했다.

그믐달빛
“ 이반 일리치가 약혼자를 사랑하고 그녀의 인생관에서 공감대를 찾았기 때문에 결혼했다고 말하는 것은, 사교계 사람들이 이 한 쌍을 부추겨서 결혼했다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옳지 않으리라. 이반 일리치는 두 가지 점을 모두 고려해서 결혼했다. 이를테면 이런 아내를 얻음으로써 자신을 위해 유쾌한 일을 하고, 그와 더불어 최상류층 사람들이 옳다고 여기는 일을 한 것 말이다.
그래서 이반 일리치는 결혼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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