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3. 이반 일리치의 죽음

D-29
사람이 죽었는데 나쁘네요. 정말... 아니면 이반 일리치가 나쁜 사람이었거나
요즘 계속 슬럼프였는데,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다 보니 영감이 떠올라서 3월 마감 단편 제목을 <2반 이리치의 죽음>으로 적어볼까 합니다...^^ 이상하게 저는 그믐에서 함께 독서하다 보면 영감이 많이 떠오르더라고요. 작년에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랑 <프랑켄슈타인> 함께 읽으며 떠올려서 적은 책이 곧 출간되기도 하고. 늘 감사합니다, 그믐!
조작가님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이라니!!! 너무 멋지고 영광입니다.^^
이반 일리치는 이런 상테에서 벗어나고자 위안이 될 만한 다른 방어막을 찾아헤맸고, 그 다른 방어막이 나타나서 잠시나마 그를 구원해주는 듯도 했지만 금방 또다시 허물어졌다. 아니, 투명해졌다. 그 때문에 그것은 모든 것을 꿰뚫고 침투했으므로 그 무엇으로도 가릴 수 없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6장,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김연경 옮김
그 무엇으로도 가릴 수 없고 숨길 수 없다는 것..너무 무섭더라고요..
이반 일리치의 죽음노벨 연구소 선정 최고의 작품. 러시아를 대표하는 문호이자 전 세계 사람들의 삶과 가치관에 심오한 영향을 끼쳐 온 작가 레프 톨스토이의 중편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저 익숙하고 해묵은, 먹먹하고 쿡쿡 찌르는 통증이, 저 집요하고 조용하고 묵직한 통증이 느껴졌다. 입속에서는 예의 그 익숙한 역한 맛이 났다. 심장이 죄어들고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맙소사, 맙소사!' 그가 말했다. '다시, 다시 시작이다. 절대 멈추지 않을 거야.' 그러자 돌연 상황이 전혀 다른 각도에서 조명되었다. '맹장이라고! 신장이라고!'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문제는 맹장도 신장도 아니야. 삶과... ... 죽음의 문제다. 그렇다, 삶이 있다가 지금 떠나는, 떠나는 중인데도 나는 그것을 붙잡아 둘 수 없다. 그렇다. 뭣 하러 나 자신을 기만할 것인가? 내가 죽어 간다는 사실을 나만 빼고 모두 분명히 아는데, 문제는 오직 몇 주냐, 며칠이냐 하는 것뿐이야. 어쩌면 지금일지도 모른다. 빛이 있었지만 바야흐로 암흑이다. 내가 여기에 있었는데 이제 저리로 가겠구나! 어디라고?' 그는 오싹 소름이 돋았고 숨이 턱 막혔다. 심장이 쿵쾅대는 소리만이 들렸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58-9 ,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죽음은 단순히 생각에 머물지 않고 엄연한 현실로 다시 돌아왔고, 그의 앞에 떡 버티고 서 있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64,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이반 일리치가 알고 싶은 것은 단 한 가지였다. ‘내 상태가 위중한가 아닌가?’ 하지만 의사는 엉뚱한 질문이라는 듯 무시해버렸다.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그런 질문은 고려해볼 가치도 없는 하찮은 것이었다. ..의사에게 중요한 문제는 이반 일리치의 생명이 아니라 그의 병명이 유주신인가 맹장염인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이 이반 일리치가 피고인들 앞에서 수천 번도 더 멋들어지게 써먹었던 방법 그대로였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4장,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정말 이 문장에는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데 실제 그렇긴 하거든요.... 어떤 문제에 이름이 붙여지는가, 어떤 이름이 붙여지는가가 중요하지 그 문제가 당사자에게 어떤 심각성을 지니는지는 타인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 그게 비정한 현실인 것 같습니다. 한편 의학에서는 점차 patient centeredness (환자 중심성)이 강조되고 있어서 좀처럼 어렵기는 하지만 그래도 환자들이 실질적으로 느끼는 것이 나아질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은.... 죽지는 않고 지속되고 있다고는 할 수 있네요
누구나 힘들고 아플때는 사회적 지위, 성공이 아닌 나의 아픔을 공감해주는 교감이 가장 큰 위로이고 힘인 것 같아요. 이반 일리치의 고통을 전문가인 의사도 심지어 가족과 친구들 아무도 공감해주지 않는 모습이 결국 인간은 혼자라는 느낌도 들고요.. 나 또한 이반과 같은 일을 겪는다면 나의 주변인들은 어떤 태도를 보일까, 나 또한 어떤 태도를 취할까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었어요.
누군가 아프거나 힘든 일이 생겼을 때도 마찬가지로, 저는 그 사람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했던 말이나 태도들이 당사자에겐 너무나 다른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아픔에 같이 직면해 공감의 태도를 취해야할지, 그것을 회피하고 오히려 가볍게 여겨 그 사람의 마음도 가벼워지길 바라는 태도를 취해야할지. 어렵네요ㅜㅜ
완독 후 조금 생뚱맞지만 이반의 병명이 뭐였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역한 입맛에 심한 옆구리 통증이라.. 검색해보니 소설에서도 지목했던 맹장염, 신장염 외에도 담낭염, 췌장염 등도 의심되네요. 요즘 같으면 약물과 수술로 치료가 가능한 병들이지만 근대적인 맹장염 수술은 1880년 이후에야 미국에서 시작되었고 신장염은 19세기 중엽에 진단은 가능했으나 치료는 불가했다고 하네요, 증상 완화만 할뿐. 일단 항생제가 없었으니까요. 맥락 상 옆구리에 심한 타격이 가해지면서 신장에 급성 염증이 생기고 패혈증으로 악화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별 것도 아닌 작은 욕심 때문에 인생을 일찍 마감하게 된 이반으로부터 삶의 허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완독 후 추가 정보를 찾아보는 모습, 대단하시네요..! 덕분의 책의 배경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반 일리치의 병의 원인도 생각보다 작은 곳에 있었군요.. 말씀해주신 대로 삶의 결말이 너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금요일엔 친구 모친상으로 장례식에 다녀오고 토요일엔 직장 우리 부서 막내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2년 전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제가 서 있던 상주 자리에 이번엔 제 친구가 초췌한 모습으로 서 있었습니다. 그동안 고생한 것을 잘 알기에 별 말도 없이 친구와 친구 동생의 등을 두드려주었습니다. 아직은 동년배의 죽음보다는 부모님 세대 죽음을 주로 겪게 되어 그런지 부고를 접할 때마다 ‘내가 아니라 다행이다’ 그런 생각은 절대 들지 않고 대부분 고인들이 고통 속에 투병하시다가 돌아가시기 때문에 죽음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감히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제가 직접 겪어 봐야 알겠지요. 결혼식장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우리 테이블에 인사차 온 신혼부부. 활력이 넘치는 신부가 생글생글 웃으며 “이 사람 잘 부탁드려요!” 하고 인사를 하길래 깜짝 놀랬습니다. 우리 부서 막내가 장가를 잘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ㅎㅎ <이반 일리치의 죽음>, <바냐 아저씨>와 같은 음울한 러시아 작품들을 읽고 약간 다운되어 있었는데 생동감 넘치는, 이제 막 시작하는 젊은 부부를 보니 다시 업되는 지난 주말이었습니다.
지금 전 한참 중간 읽고 있는데 '바냐'가 '이반'의 애칭이란 게 책에 나와서 깜놀했어요. 저만 몰랐던 거죠?! ㅎㅎ
저도 몰랐어요 ㅎㅎㅎ
ㅎㅎ 저도 몰랐네요^^
이반 일리치는 참 어리석게 살았어요. 우리와는 전혀 다르게 말이죠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그의 모습은 생전과 완전히 달랐다. 표트르 이바노비치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야위었지만, 죽은 사람들이 다 그렇듯 이반 일리치의 얼굴도 살아 있을 때보다 더 아름답고 진중해 보였다. 해야 할 일을 다 이루었으며 그것도 정당한 방법으로 이루었다고 그 얼굴 표정은 말하고 있었다. 또한 그 표정에는 살아 있는 자들을 향한 책망과 경고도 담겨 있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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