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3. 이반 일리치의 죽음

D-29
‘죽음이라니. 그렇다, 죽음. 저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고, 가엾어하지도 않는다. 그저 즐길 따름ㅇㅣ다.(멀리 문 뒤로 웅성대는 목소리와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저들도 아무려나 마찬가지야, 어차피 다 죽을 테니까. 바보같이. 나는 좀 일찍, 저들은 좀 있다가 떠날 뿐이다. 저들에게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런데도 신이 났군. 짐승 같은 놈들!’ 분노가 치밀어 오르자 숨이 막혔다. 너무 힘들어서, 너무 아파서 참을 수가 없었다. 모든 사람이 반드시 이런 끔찍한 공포를 겼어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을 리 없었다. 그는 일어났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3월 15일(일) 오늘은 7장을 읽어보았어요. 게라심이 아주 천사네요.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진심이란 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느꼈습니다. 이런 문장들이 반복적으로 나오잖아요. >>>이반 일리치는 게라심이 자신의 다리를 높게 쳐드는 순간 아주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반 일리치는 게라심이 자기 다리를 잡고 있을 때 아주 편한 느낌이었다. >>>"그럼, 자네가 내 다리를 좀 높이 들고 있어주면 좋겠는데, 할 수 있겠나?" 저는 이렇게 타인에게 물리적으로 신체를 의지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의지하는 것과 비례해서 움직인다고 느꼈어요. 게라심과 다르게 7장 마지막에 나오는 법원 동료인 셰베끄 판사가 찾아왔을 때는 >>> 심각하고 엄하고 싶은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타성적으로 대법원 판결의 의미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표하고는 거듭 자신의 견해를 고집했다. 이런 식으로 본심을 숨기고 행동하잖아요. 이반 일리치는 자기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 중 하나인 '거짓'을 자기도 행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인간은 안타깝게도. 결국 '용기'가 없어서 자신의 '앎'을 실천하지 못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이반 일리치는 무엇이 자신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하는지 알고 무엇이 자신을 가장 힘들게 하는지 알고 있음에도 그 앎으로 가열차게 다가서려 노력하기 보다는 관성대로, 타인들이 자신에 대해 구축해온 어떠한 이미지에 위배되지 않게 자신이 아는 것과 무관하게 움직인다는 점을 보았습니다. 또 이 부분에서 조금 머물러 있어어요. >>>이반 일리치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들이 가진 건강과 힘과 활력에는 시기심과 화가 났지만, 게라심에대해서만큼은 화가 나기는커녕 오히려 마음의 위로를 얻었다.는 부분이요. 여기서 깊은 공감을 느꼈습니다. A)군말 없이 B)진심으로 C)게라심 자신에게도 똑같은 미래가 닥칠 것이라는 것을 조용히 숙고한 상태에서. 이반 일리치를 도와줬기 때문에 위로를 얻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게라심은 이반 일리치에게 세미 부모의 역할을 해주었고 따뜻한 온기를 나눠주었으며 연대감을 공유했어요. 그걸 보면서 저는. 결국 인간은 세상에 태어난 이후로 부단히 자신을 탄생시킨 부모와 같은, 또는 부모와 비슷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서 자신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앎을 실천 또는 쟁취하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당위-까진 아니지만, 자기 삶에 만족하고 살려면 그러는 편이 좋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알고 있었던 것이지만 다시금 명심하게 되었어요. 이반 일리치 짱짱맨. 너무 재밌고요. 다음이 기대됩니다. 그럼 모두 수고하세요.
공감합니다. 타인의 거짓말 때문에 힘들어 하지만, 솔직하지 못한 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인 상황이 몹시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사람의 진정성있는 태도를 요구하면서도 막상 자기 자신에게는 관대한게 사람들인 것 같아요. 스스로 타인에게 얼마나 진정성 있는가를 돌아보게 됩니다. '대접받고 싶은대로 대접하라'라는 말, 참 쉽고도 어려운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맞습니다.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 <이반 일리치의 죽음> 3월 3주차 ■■■■ 함께 읽기 기간: 3월 15일(일) ~ 3월 21일(토) 함께 읽기 분량: 7장 ~ 9장 지난주 우리는 가식적인 위로와 비과학적인 치료법에 매달리는 이반 일리치의 처절한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의 인생이 무너져 내릴 때, 그를 진심으로 이해해 주는 이는 가족도, 친구도, 의사도 아니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낮은 곳에서 묵묵히 제 일을 하는 하인 게라심이었지요. 주변 사람들이 모두 이반 일리치가 곧 나을 것처럼 거짓말을 할 때, 게라심만은 죽음을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받아들입니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죽습니다. 그러니 이런 수고 좀 하는 게 무슨 대수겠습니까?” 라고 말하며 이반의 더러워진 몸을 닦고, 그의 무거운 다리를 자신의 어깨에 기꺼이 올리는 게라심의 모습은 숭고하기까지 합니다. 타인의 고통을 '기술'로 대하는 의사와 '의무'로 대하는 가족 사이에서, 게라심의 '공감'이 이반에게 어떤 구원이 되었는지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높은 지위와 체면을 중시하던 이반 일리치는 죽음의 문턱에서 뜻밖의 고백을 합니다. 누군가 자기를 아픈 아이처럼 가엾게 여겨주고, 어루만져 주고, 함께 울어주길 바란 것이죠. 사회적으로 성공한 성인 남성이 죽음 앞에서 토로하는 이 '어린아이 같은 마음'은 저에게도 꽤 다가오는 측면이 있었어요. 우리는 모두 겉으로는 강한 척하지만, 사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누군가의 따뜻한 돌봄을 갈구하는 연약한 존재가 아닐까요? 이번 주에도 책 속의 문장들이 여러분의 마음에 깊은 울림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생각들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백 마디 말 보다 진심어린 행동 하나가 더 큰 위로가 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묵묵히 자신을 돌봐주는 게라심에게 큰 위로를 받는 이반 일리치처럼요... 애썼다. 힘들겠다. 토닥토닥 등 두드려주고 손 잡아주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참 쉽지 않지만요 ^^
모두 겉으로는 강한 척 하지만, 결국 마지막 순간엔 본연의 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 같아요. 이것을 모든 사람들이 죽음 직전이 아니라, 사는 과정 내내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실은 심통이 나서 그의 연약한 모습을 모른 척하기도 한 시간도 있답니다..네네..그렇게 못되게 군 적도 있어요..
저도 읽어보고싶네요. 고고
요컨대, 그는 능력 있고 활달하고 상냥하고 사교적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되는 일이면 무엇이든 철저하게 해내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그에게 의무란 높은 사람들이 의무라고 판단하는 모든 것을 의미했다. 그는 어렸을 때나 성인이 되어서나 아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지만 아주 젊은 시절부터 불빛을 따라가는 하루살이처럼 사교계의 최상류층 사람들에게 이끌려 그들의 행동 방식과 인생관을 따라 배우며 그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나갔다. 유년 시절과 청년 시절에는 깊이 빠져든 것들도 있었지만 그것들은 별다른 흔적 없이 그냥 스쳐 지나갔다. 한때는 연애 감정이나 허영심에 마음을 빼앗긴 적도 있었고 졸업을 앞둔 최고 학년 시절에는 자유주의 사상에 심취한 적도 있었으나, 이 모든 것은 그가 심정적으로 괜찮다고 정해 놓은 일정한 범위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광인의 수기 (모노 에디션) p.27-28,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석영중.정지원 옮김
이반 일리치의 죽음·광인의 수기 (모노 에디션)열린책들 세계문학에서 꾸준히 사랑받아 온 작품들을 엄선한 컬렉션을 모노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인다. 세계문학 전집의 정수만을 담아 한층 간결하고 간편한 형태로 펴낸 모노 에디션은 작품 선정에서 책의 장정까지, 덜어 내고 또 덜어 내 고갱이만을 담았다.
그들은 그렇게 살았다. 그들은 최고 사교계와 교류했으며 고위층 인사들과 젊은이들이 그의 집에 드나들었다. 남편과 아내 그리고 딸은 지인들에 대해 완벽하게 동일한 시각을 견지했다. 그래서 그들은 미리 말을 맞추지 않고도 일본산 수입 접시들이 벽에 걸린 응접실에 몰려와 친한 척하는 온갖 시시껄렁한 친구들이며 친척 나부랭이들을 깨끗이 떼어내 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시시껄렁한 지인 나부랭이들은 발길을 뚝 끊었고, 이제 곧 로빈가에는 오로지 최상층 사람들만이 드나들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광인의 수기 (모노 에디션) p.53-54,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석영중.정지원 옮김
이반 일리치는 아내의 전신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쭉 훑어보았다. 그녀의 뽀얀 피부, 포동포동한 몸, 깨끗한 팔과 목, 윤기가 좔좔 흐르는 머리칼과 생기가 넘치며 반짝이는 눈동자에 질책의 시선을 꽂아 박았다. 그는 온몸의 힘을 다 짜내서 아내를 증오했다. 그녀와 몸이 살짝 스치기만 해도 증오심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견딜 수가 없었다. 남편과 남편의 병에 대한 그녀의 태도는 예전과 똑같았다. 의자가 환자에게 일정한 태도를 정해 놓듯이 그녀도 남편에 대한 한 가지 태도를 정해 놓았다. 남편은 의사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병이 낫지 않는다. 고로 모든 것은 남편의 책임이다. 그러나 자기는 그런 남편을 사랑으로 나무라고 있다. 이런 식의 태도를 고수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광인의 수기 (모노 에디션) p.98-9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석영중.정지원 옮김
석영중 교수님의 번역으로 완독하면서 주옥 같은 내용들을 필사했는데 한두 페이지가 아니네요 :) 사람의 심리에 대해, 상황의 전개에 대해, 어쩌면 이렇게 또렷하고 인식하고 또 명확하게 표현하는지, 탄복을 금치 못하며 읽었습니다...
민음사판 7장 72쪽부터 74쪽까지 참 좋네요.
'꼬박 사흘에 걸친 끔찍한 고통과 죽음. 그건 지금, 어느 순간이든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생각에 그는 일순간 섬뜩해졌다. 하지만 당장 어찌할 바 모른 채 있으려니, 이 죽음은 자기가 아닌 이반 일리치에게 일어난 일이다, 자신에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 하고 일어날 수도 없으리라는 아주 상식적인 생각이 구원 투수처럼 떠올랐다.p17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김연경 옮김
이반 일리치의 죽음노벨 연구소 선정 최고의 작품. 러시아를 대표하는 문호이자 전 세계 사람들의 삶과 가치관에 심오한 영향을 끼쳐 온 작가 레프 톨스토이의 중편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다섯 단계로 나뉜다고 합니다. 부정, 분노, 타협, 우울과 수용이 그것인데요. 병을 앓게 시작하면서부터의 이반 일리치의 마음과 행동을 이 다섯 단계와 맞춰보는 것도 흥미롭지 않나 싶습니다.
프라스코비야 표도로브나는 새 거주지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때마다 남편을 탓했다. 남편과 아내가 아이들 양육 문제를 거론하다 보면 옛날에 다툰 일까지 떠올랐고, 어느 순간에 다시금 확 싸울 기세가 되었다. 부부로서 사랑을 느끼는 시기도 드물게나마 있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그것은 그들이 잠깐 머무는 작은 섬에 불과했고, 또다시 서로에 대한 소원함을 표현하는 은밀한 적의의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p.31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김연경 옮김
이반 일리치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바로 사람들의 거짓말이었다. 어찌 된 일인지 모두들 이반 일리치는 병이 들었을 뿐 죽는 것은 아니며 안정을 취하고 치료를 받는다면 훨씬 좋아질 거라는 빤한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무슨 짓을 해도 아무 소용 없다는 사실을, 이제 남은 건 점점 더 지독해지는 고통에 시달리다 죽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이반 일리치도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의 거짓말은 이반 일리치를 고통스럽게 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7장,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오직 게라심만이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이해했으며 그것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수척하고 허약한 주인을 그저 가엾게 여길 뿐이었다.' 저는.. 언젠가 맞이하게 될.. 예견된 '죽음'의 마지막 시간들이.. 이미 흰 천을 씌워둔 채로 거짓 위로와 안부로 치장되기를 원치 않습니다.. 다른 책모임으로 인해 '룸 넥스트 도어'라는 영화를 봤는데.. 주인공과 그 곁을 지켜주는 친구처럼 죽음의 시간도 삶 못지않은 매혹적인 색감으로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받아들이며 보내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3월 16일(월) 오늘은 8장을 읽어보았어요. 저는 8장에서 이 문장에 꽂혔습니다. >>> 즉 죽느냐 사느냐 하는 실제적인 문제는 제쳐두고 신장과 맹장에 대한 문제가 부각되고 있었다. 일단 이반 일리치가 신장과 맹장에 대한 문제를 실제적이지 않은 이야기로 치부한다는 것을 수용하고 나니까, 이런 생각이 떠올랐어요. A, B, C 세 사람을 떠올렸어요. A = 이반 일리치 B = 기존 의사 C = 새로운 의사 생각은 다음과 같아요. - A입장에서 중요한 것을 B나 C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또는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다. - A입장에서 중요한 그것은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곧 눈에 보이게 된다.(죽음) - B와 C는 눈에 보이는 무언가에만 골똘한다.(장기들) - A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실 B와 C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연결되거나 일치한다. 이 네 문장들은 저의 청소년기, 대학 시절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A는 저, B, C는 부모님에 대응시킬 수 있습니다. 저는 글 쓰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일단은 도서관에 앉아 책 읽는 행위를 즐겼지요. 그러나 미래에 어떠한 직업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은 좀 미뤄두었어요. 그것은 단순히 게으름이나 미루기에 불과한 행위는 아니었고 스스로 판단이 설 때까지 좀 차분하게 숙고해볼 요량이었습니다. 그러나 B와 C는 조급했어요. 제가 숙고 중이란 사실을 얘기해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어요. 대신 저더러 아무 중소기업에라도 빨리 취직해서 일을 하라고 했어요. 그들에게는 눈에 보이는 [ 직장 ], [ 월급 ], [ 딸이 이런 회사를 다닌다고 말하는 자신들의 행위 ]가 너무 중요했던 거예요. 당시 저는 과외 등으로 경제적 독립을 했지만 B와 C는 그 독립을 내켜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엄청 불안해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거짓을 선택하기로 했어요. B와 C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저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대기업에 취업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결단은 저를 위한 결단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B와 C를 위한 것이였기 때문에 역시나 영양가가 없었습니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러나 눈에 보이지는 않는 문제, 바로 '자율성'이 포기된 일이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신장과 맹장 같은 것들은 아무 도움이 안 됐습니다. 사실 제가 원하는 자율성에 따른 직업 선택과 신장과 맹장 같은 것들은 서로 연결되는 것들이에요. 그러나 A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B와 C가 중요하게 정확하게 존중해주지 않았음은 너무 명백한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수 년 뒤 A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B와 C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사이에 분명히 존재했던 괴리, 간극은 결국 현실로 드러납니다. 죽음이 도래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어요. 저는 채 삼 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했습니다. 그리고 긴 시간 놓아버린 자율성의 끈을 잡는데 한참을 헤매고 방황해야 했어요. 대학시절. 그 순간. B와 C가 단 한번이라도 A의 실제적인 문제를 중요하게 여겨주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지금은 세월이 많이 흘러 마치, 먼 나라 이웃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긴 하지만, 그래도 있었던 일은 있었던 일이 맞지요. 근본적으로 인간의 생각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B와 C의 생각을 바꾸라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 하지만 의사의 위치, 보호자의 위치, 좀 더 권위를 가진 위치에 있는 인물들은. 죽음을 앞두고 있는 A, 미래에 대한 경험치는 없으나 자기 나름대로 숙고 중인 A와 같은 위치에 놓인 인물들의 생각을 존중해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반 일리치 죽었어, 결국. 이반 일리치 그 양반 죽었잖아, 결국. 과 같이 결과에만 의미를 둘 게 아니라, 그 이반 일리치가 아직 살아 숨 쉬는 시간 동안 그와 주고받을 수 있는 신뢰, 의지, 도움, 감사, 보람, 안심, 존중 이런 것들에 훨씬 중요하게 몰두해야할 것 같습니다. 저는 나중에 아이가 크면, 본격적으로 독립을 시작하는 나이가 되었을 때 '내가 혹시 아이가 머금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실제적인 문제를 등한시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가 혹시 신장과 맹장에 대한 문제만을 부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늘 유념할 생각입니다. 똘스토이는 단지 자기중심적인 인간, 자기중심적이면서도 나약해진 한 인간을 보여주려 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지금까지 설명한 그런 부분들이 자극되어 한번 남겨보았습니다. 그럼 모두 수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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