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은 왜 저럴까?> 함께 읽기

D-29
<미스 브릴>에 대한 깊이있고 흥미로운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네요. 제 생각에 이 소설의 백미는 시종일관 '바라보는 주체'로 묘사되던 주인공이 작품 마지막에 '보여지는 대상'으로 뒤바뀌는 낙차를 작가가 매우 재치있고 날카롭게 그려낸 데 있는 것 같아요. 미스 브릴이 타인과 세계를 바라보는 주체의 입장일 때 세계와 타인은 모두 자신을 위한 무대와 배경처럼 존재하고 자기는 그 안에서 뽐내는 주연배우로 머물 수 있죠. 실제로 우리는 모두 우리 삶의 주인공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하지만 저 말은 다른 분명한 사실 하나를 은폐합니다. 그건 바로 세계에 저렇게 수많은 주인공들로 가득차있기 때문에 그 다른 주인공들에 의해 언제나 조연 혹은 엑스트라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죠. 우리가 우리 삶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에 매몰되어 있다보면 이점을 잊게 되고 나르시시즘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런 점에서 <미스 브릴>은 나르시시즘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 세태에 겹쳐 봐도 매우 흥미로운 작품같아요.
청소년 시절에는 삶의 주인공으로 살면서 눈치를 많이 보게 되다가 성인이 된 이후에는나는 다른 사람들에겐 엑스트라 혹은 그 이하라는 것을 알게되고 남 눈치를 별로 안보게 되어 참 편해졌습니다.
흔히들 작가의 관찰력, 거기에 살짝 더해진 직관이 얼마나 세상을 앞서가는 지에 대한 예시로 S.F. 소설에서의 상상력을 들죠. 하지만 이번 단편선을 보며 전혀 예상치 못 한 앞서감을 보게 되어 재밌네요. 보드리야르 내지는 발터 벤야민 이전의 '진짜'를 다룬 헨리 제임스의 글도 그렇고. 헤겔과 사르트르 사이의 시선 을 다룬 '미스 브릴'도 그렇구요.
그들은 자신의 패배는 인정했지만,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그들은 진짜가 아닌 것이 진짜보다 더 소중할 수 있다는 얄궂고 잔인한 미덕의 법칙 앞에 어리둥절한 채로 고개를 숙였다.
저 사람은 왜 저럴까? - 타인을 통해 나를 보는 문학 단편선 헨리 제임스 - 「진짜」, P85, 캐서린 맨스필드 외 지음, 이정경 옮김, 한영인 평론
헨리 제임스 - '진짜' 신분이 아닌 경제적 능력이 중요해지는 시대의 전환 앞에서의 '진짜 귀족'의 추락을 다루지만. 그 중 가장 고결하고 겸손하며, 인간적으로 매력적인 부부가 나오네요. '나'는 왜 그렇게 모나크 부부가 마음에 걸렸고, 왜 상실의 기억마저도 소중히 여기게 되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간절한 소망을 거절했던 건 예술인으로서의 자존때문일까요 아니면 생활인으로서의 단호함일까요? 경제적인 value를, 높은 값어치를 인정받아야 하는 시대라면, 부부도 운명을 더 받아들이고 '자신'을 버리고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바뀌었어야 할까요? 뭐가 진짜고, 뭐가 이미테이션이고, 뭐가 마케팅이고 셀프브랜딩이고, 뭐가 진정성이고, 뭐가 진정성을 쇼잉하는 것인지, 구분이 되는 지 구분할 필요가 있는 지 아직도 갈팡질팡만 하고 있는 사람으로선, 곧 닥쳐올 A.I. 시대로의 대전환 앞에서 언젠가 더 이상 답을 미룰 수 없어질 것 같아 두렵네요.
그의 키는 170센티미터에 불과했지만, 나머지 5센티미터는 잠재되어 있었다.
저 사람은 왜 저럴까? - 타인을 통해 나를 보는 문학 단편선 71, 캐서린 맨스필드 외 지음, 이정경 옮김, 한영인 평론
나는 그들을 볼 때마다 시골에서 한 달 살기를 하는 도시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날 그들은 마치 교회가 끝나고 산책도 할 겸 공원을 가로질러 걷는데, 사람들이 자꾸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하는 바람에, 점심은 이미 먹었고 차는 한잔 마실 수 있다며 마지못해 들어온 사람들 같았다.
저 사람은 왜 저럴까? - 타인을 통해 나를 보는 문학 단편선 79, 캐서린 맨스필드 외 지음, 이정경 옮김, 한영인 평론
헨리 제임스의 "진짜" 진짜란 과연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작품이다. 고정된 패턴과 상에 대한 집착이 과연 진짜일까? 유연성은 그렇다면 가짜란 말인가??? 잘 모르겠지만... 진짜라는 것이 진짜 있기는 한건가?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진짜>에서 묘사된 삽화 제작 관련해서 궁금해서 찾아보니, 찰스 디킨스는 삽화 화가에게 모델의 포즈, 배경, 소품 진열 등 굉장히 디테일하게 요구했다고 하네요. 아래 일러스트는 <크리스마스 캐럴>에 나오는 삽화인데, 디킨스는 삽화가 존 리치(John Leech)에게 "내가 쓴 이 리스트에 있는 물건들(금고, 열매, 장부 등..)을 하나도 빠짐없이 사슬에 그려 넣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해요. 저는 여지껏 예전 삽화가들이 상상해서 그림을 그린 건 줄 알았는데 재미있네요 ㅎㅎ
저도 상상해서 그린 줄 알았어요. 이렇게 모델이 있는줄은 처음 알았네요 ㅎㅎ
설정해서 그림 그리려면 정말 돈이 많이 들었겠어요..그리고 모델료도 지불 할텐데 화가는 돈이 많아야 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캐서린 맨스필드의 <미스 브릴> -삶이란 무대위의 배우처럼 각자의 역할을 소화해 나간다. 첫 구절처럼 슬플일이 하나 없는 주변의 배경 속에서 자신이 타자를 보는 관객이자 배우로 여기고 지낸다. 그러나, 현실은 매일 같은 시간에 방해꾼처럼 예쁜 그림을 망치는 오점처럼 눈살을 찌뿌리게 하는 노인에 불과하다. 어떤 것이 현실이고 상상일까? 그 경계는 누가 나누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얼빠지고 추한 노인이라고 할지라도 나는 브릴이 사는 날까지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길 바란다. 누가 뭐라해도 자신을 가꾸고 아름다운 것을 볼 줄 아는 그녀에게 우리모두도 그녀의 날들이 올것이므로. 그녀의 친구가 되어 주고 싶었다. 누군가는 나를 브릴로 볼 수 있을테니^^
캐서린 맨스필드의 <미스 브릴> 미스 브릴처럼 인생을 따뜻하고 긍정적으로 봐야겠구나 하며 따라가다가 마지막에 공원에서 만난 소년의 말로 하루를 완전 망쳐 버린 아니 하루가 아니라 미스 브릴의 세상을 잃어버린 것 같아서 너무 속상했어요. 물론 미스 브릴에게 허영이 약간 느껴지긴 했지만 자기가 주어진 내에서 인생을 즐겁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오히려 필요한 태도라고 생각했거든요. 여기서 저 사람은 왜 저럴까는 우리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 막말을 하는 소년을 보며 드는 마음일까요 아니면 누군가의 눈에는 미스 브릴이 그렇게 보였을까요.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너무 슬픈 결말이었어요. ㅜ.ㅜ 늙으면 예쁘게 차려 입고 나가서 벤치에 앉아 사람 구경도 하면 안 되는 걸까요?
헨리 제임스의 <진짜> 재미있는 소설이네요. 너무 진짜면 오히려 언제나 너무 똑같은 진짜라 변주도 어렵고 그 어떤 감동이나 인상도 남기기 어렵다는 것 오히려 길거리 부랑아를 모델로 해서 그린 그림이 더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역설을 보면서 그들이 너무 진짜라는 자신감과 확신에 갇힌 나머지 스스로 한계에 부딛힌 것은 아닌지 사실 그들의 현재 상황을 보면 그런 귀족스러운 모습이 진짜로 풍기는 것 자체가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림에서도 그대로 나타난 것 같네요. "그들은 진짜가 아닌 것이 진짜보다 더 소중할 수 있다는 얄궂고 잔인한 미덕의 법칙 앞에"..
저 오늘 <진짜> 읽고 충격 받았어요. 오랜만에 이런 단편 읽어 봅니다. 이 책 만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것이 진짜 결혼이다. 결혼을 망설이는 사람에게는 용기를 주고, 결혼에 대해 비관적인 사람들에게는 도무지 깰 수 없는 난제 같은 것이다.
저 사람은 왜 저럴까? - 타인을 통해 나를 보는 문학 단편선 <진짜> 53p, 캐서린 맨스필드 외 지음, 이정경 옮김, 한영인 평론
그녀는 소령과 자신이 고용된 것이지, 교양이나 쌓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어 했고, 나를 상사로 존중하긴 했지만, 자신과 동등하게 교제할 수 있는 위치로는 생각하지 않았다.
저 사람은 왜 저럴까? - 타인을 통해 나를 보는 문학 단편선 <진짜> 56p, 캐서린 맨스필드 외 지음, 이정경 옮김, 한영인 평론
안톤체호프의 <내기> 이토록 단편의 정수를 보여주는 소설이 있을까 싶네요. 이 내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너무 궁금했는데 15년이라는 세월을 스스로 갇혀 지낸 후 200만 루블이라는 돈의 무상함을 깨닫고 15년을 하루 앞둔 날 사라지는 젊은 변호사와 200만 루블을 걸고 그 젊은이가 5년도 못 버틸 것에 내기를 한 은행가.. 15년 후 200만루블을 지킨 은행가와 거의 허무주의에 빠져버린 변호사.. 누가 더 행복한 걸까요... 왠지 은행가는 내기에서 이겼다고 기뻐하고 변호사의 편지에 담긴 메세지 따위 신경쓰지 않을 것 같은데 변호사는 세상의 이치를 꺠닫고 떠나버렸으니.. 은행가는 그냥 행복해하지 않을까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어요.
<올드보이> 생각도 났지만... 저도 15년을 오직 방에서만 지내 보고 싶어요. 다시 제 삶으로 돌아온다는 전제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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