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하여 나만 보며 떨고 있는가.
서로의 얼굴을 보며 두려워하라!
(중략)
나를 둘러싼 당신들.. 보라, 모두 얼굴에 검은 장막이 드리워져 있구나...
『저 사람은 왜 저럴까? - 타인을 통해 나를 보는 문학 단편선』 너새니얼 호손 - 「검은 베일을 쓴 목사」, p159, 캐서린 맨스필드 외 지음, 이정경 옮김, 한영인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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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오로스
너새니얼 호손 - 「검은 베일을 쓴 목사」
어느 순간 이후 죽을 때 까지 베일을 쓰는 캐릭터. 가 꽤나 나오는 모티프라 궁금했는데, 실존 인물이 있었나 보군요.
베일은 무엇을 상징하는 걸까요?
-기독교적 원죄와 은밀한 죄악- ㅡ '너희는 그 것을 숨기고 있다' 는 것을 드러내는(reveal), 상기시키는, 다시 꺼내어 부끄럽게 만드는 상징물로서 기능합니다. 또한, 후퍼 목사 스스로가 상징물 그 자체가 되어 사람들의 경원과 공포, 의혹의 대상이 됩니다.
베일은 그저 상징적인 천 조각에 불과할 뿐인데? 라고 말하던 후퍼 목사였으나, 점차 두려움과 슬픔과 혐오와 고통, 그 자체가 된 어둠의 베일에게 어느 순간 잡아먹히죠. (영혼석?)
그는 왜 그 상징에 얽매였을까? 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습니다.
우매한 대중을 깨우치게 하고픔? 스스로와 서로의 죄악에 대해 눈감고 있음을 직시하게 하고픔?
어떤 마음으로 그 상징에 집착하여 온 인생을 바쳤을까?
그 마음을 무엇이라고 불러야할까. 신념? 이데올로기? 종교적 깨달음? 신의 부름?
긴 인생을 바친 신념어린 삶과, 마지막 일갈 이후, 무덤 속 그의 얼굴은 검은 베일 아래에서 형체도 없이 사라져갔을 뿐이죠.
죄악, 단죄의 경고, 이어지는 핍박이란 구약적 이야기 속에서, 호손은 그래도 작은 희망의 불씨는 남겨준 것 같아요. 약혼녀 엘리자베스의 모습으로 말이죠.
두려워하지 않고, 다가오는 모습에서. 숨겨둔 죄가 있냐고 묻지 않으며, 그저 베일을 벗고 내 얼굴을 마주 보라는 요청에서. 그리고 오래 참고, 온유하며 조용한 사랑으로, 변치않은 모습으로.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차가운 감옥에도, 문에 빗장을 지르고 창문에 못질해놓은 곳에도 여전히 내리쬐는 영원의 햇빛으로.
서늘하고, 조금은 섬뜩하기도 한 이야기 속 신약적 사랑과 구원의 향취가 희미하게 남아 더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꽃의요정
저도 완독해서 서평과 해설까지 다 읽고, 음~역시 지식인분들의 분석을 봐야 제맛이라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검은 베일을 쓴 목사님과 단식 예술가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흥미로웠어요!
Alice2023
프란츠 카프카의 <단식 예술가>
굉장히 신비로우면서도 날카로운 느낌의 소설이었어요.
많은 정치인들이 단식 투쟁을 하지만 그건 왠지 보여주기 위한 쇼라는 느낌이었는데
이 소설에서는 정말 스스로에게 떳떳한 단식을 한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이 과하다 싶을 만큼 단단했죠.
"오직 단식 예술가 본인만 알 수 있었고 완전한 그의 단식을 지켜볼 수 있는 사람도 단 한 사람, 자신 뿐"이라는 것
어디 단식 뿐일까 싶었어요. 인생에서 남이 알아주는 것 보다는 내가 스스로 알아봐 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에스 카노르
아직 3시간 남았지만... 오늘이 <저 사람은 왜 저럴까?> 그믐 독토 마지막이라니 너무 아쉽네요. 그동안 옵저버로 다른 분들 생각을 읽는 재미가 꽤 컸습니다. 마지막 날이니까 저도 마지막 작품에 대해, 독자 입장에서 용기내어 단상을 남겨보려고 해요.
<검은 베일을 쓴 목사>에서 ‘베일’이 상징이자 기표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도 생각해 봤어요. 사람이 살면서 갖게 되는 상징이나 기표 중에 가장 강하게 작용하는 게 어쩌면 ‘자신의 타이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 책에서 ‘엮은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저 역시, 독자 입장에서 자유롭게 글을 남기는 게 솔직히 조금 어려웠습니다... 그 타이틀이 뭐라고, 괜히 제 생각을 조심하게 되더라고요. 사실 저는 특별한 사람도 아니고, 생각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모순덩어리일 뿐인데 말이에요. 후훗;;
그래서 저는 죽기 전에는, 제가 저라고 믿어왔던 또는 쉽게 내려놓지 못했던 상징이나 기표들을 하나씩 벗어던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도 각자 보이지 않는 베일을 하나씩 쓰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그의 얼굴이 검은 베일 아래에서 형체도 없이 사라져갔다는 것을 생각하면 여전히 끔찍할 뿐이다.”
박소해
앗 벌써 마지막 날인가요? ㅠ 아직 완독을 하지 않았는데….
에스카노르
언젠가 읽으면 돼죠~ ^^ 저도 작가님 책 아직 못 읽었... ㅎㅎ 올해 안으로 읽기가 목표입니다. 함께 읽기 그믐 <허즈번즈> 할까봐요. 그믐 좋네요~
박소해
좋죠!!! 대표님하고 둘만 있어도 좋아요! 😆👍
에스카노르
😆😄 참여만 해주셔도 좋아요 ㅋ 당장 기약은 못하지만 올해 안으로! ㅋㅋ
여우는
내서니얼 호손은 Handkerchief Moody 라고 불린 성직자의 실화에 영감을 받아서 검은 베일을 쓴 목사를 썼을 수 있다는 글을 봤어요. 검은 베일을 썼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기피해야 했나 싶었는데 이 드로잉을 보니까 진짜 무섭긴 하네요....
에스카노르
헉. 그냥 예쁜 검은 베일이 아니네요;;;
박소해
어 근데 대표님 아직 8일 남았다고 떠요!
한영인
제가 날짜 설정이 서툴러 4월 6일까지 열어놓게 되었나봅니다. 마침 책을 더 읽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분들이 계시니 이왕 연 김에 4월 6일까지 열 어놓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분들께서도 혹시 못다 전한 소감 있으면 6일까지 틈틈히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열심히 참여해주시고 흥미롭고 재미있는 의견 남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에스카노르
아, 아직 마지막 단편 못 남긴 분들도 있고 해서 아쉬웠는데…. 더 잘되었네요. 고맙습니다.
“ 번역은 문장을 옮기는 일이면서 동시에, 인물 곁에 오래 머무는 일이기도 하다. 작가가 만들어 놓은 세계 안에서, 그들이 쓰다 만 메시지와 숨겨 둔 침묵, 서툰 농담과 분노의 여운을 반복해서 되짚는 과정이다. ”
『저 사람은 왜 저럴까? - 타인을 통해 나를 보는 문학 단편선』 캐서린 맨스필드 외 지음, 이정경 옮김, 한영인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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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
“ 설교의 주제는 우리가 품고 있는 '은밀한 죄악'이었다. 이는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숨기려 하는, 전지전능한 신은 다 알고 있음에도 개의치 않고, 양심도 모르게 감춰버린 은밀한 죄악과 슬픈 비밀이었다. ”
『저 사람은 왜 저럴까? - 타인을 통해 나를 보는 문학 단편선』 '검은 베일을 쓴 목사' 137p, 캐서린 맨스필드 외 지음, 이정경 옮김, 한영인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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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카노르
<검은 베일을 쓴 목사>가 실존 인물을 모티프로 했던 것처럼,
<단식 예술가> 역시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실제로 유럽과 미국에서는 단식 공연이 꽤 인기 있는 대중 오락이었다고 해요.
사람들은 돈을 내고 누군가가 굶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힘내라는 팬레터도 보내고 그랬다고 합니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단식 예술가가 셀럽 같은 존재였던 셈이죠.
그중 이탈리아 출신의 조반니 수치는 프란츠 카프카가 소설을 쓸 때 직접적인 모델이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로 꼽힌데요.
조반니 수치는 20년 동안 30회가 넘는 공개 단식 퍼포먼스을 선보였고, 밀라노부터 뉴욕까지 유럽과 미국을 돌며 한 번에 최대 45일까지 굶는 퍼포먼스를 했다고 해요.
단식 퍼포먼스에는 언론인과 의사들이 참관했고, 기념 사진이 판매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고 합니다.
이런 모습들이 카프카의 소설 속 장면들과 꽤 닮아 있어서, 일부 연구자들은 카프카가 수치의 공연을 직접 보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어요.
물론 이 작품은 카프카가 죽기 2년 전에 쓴 작품이기도 합니다.
당시 카프카 역시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하는 상태였기 때문에,
카프카 자신을 단식 예술가에 투영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고요.
(첨부 이미지: 조반니 수치를 그린 삽화와 단식 예술가 관련 기사)
오늘이 진짜 그믐 마지막 날이라, 채팅창 닫히기 전에 글과 인사 남겨봅니다. 아직 단편을 다 못 읽으셨더라도, 나중에 천천히 읽어보시고
<저 사람은 왜 저럴까?> 그믐 함께읽기 둘러보시면
따로 또 같이 읽는 기분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두 생각 정리 및 후기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수북강녕
“ - 캐서린 맨스필드 '미스 브릴' -
미스 브릴은 하마터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그녀는 무대 위에서 공연 중이었다. 미 스 브릴은 늙고 병약해서 혼자 생활할 수 없는 한 노인을 떠올렸다. 그녀는 일주일에 네 번, 오후에 정원에서 자는 그를 위해 책을 읽어주고 있다. 베개에 눕혀진 여윈 머리, 움푹 들어간 눈, 벌어진 입, 뾰족한 코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사실 전혀 신경 쓰지 않아서 혹시 그가 죽었다고 해도 몇 주 동안 알아차리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갑자기 그 노인이 그동안 자신에게 신문을 읽어주던 사람이 배우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p.18-19
"저 할멈은 여기 왜 기어 나오는 거야? 반기는 사람도 없는데. 저 바보 같은 면상이나 집에 처박아 두고 있을 일이지. (중략) 아, 제발 좀 꺼져버렸으면!" p.20
미스 브릴은 계단을 올라, 좁고 어두운 벽장 같은 자신의 방에 들어가 붉은 오리털 이불 위에 앉았다.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모피 목도리가 들어있던 상자는 침대 위에 있었다. 목도리를 재빨리 푼 뒤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상자 안에 넣었다. 뚜껑을 덮자, 무언가 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p.21 ”
『저 사람은 왜 저럴까? - 타인을 통해 나를 보는 문학 단편선』 p.18-19/p.20/p.21, 캐서린 맨스필드 외 지음, 이정경 옮김, 한영인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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