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횡재요 ㅋ
<저 사람은 왜 저럴까?> 함께 읽기
D-29

에스카노르

Alice2023
“ 번역은 문장을 옮기는 일이면서 동시에, 인물 곁에 오래 머무는 일이기도 하다. 작가가 만들어 놓은 세계 안에서, 그들이 쓰다 만 메시지와 숨겨 둔 침묵, 서툰 농담과 분노의 여운을 반복해서 되짚는 과정이다. ”
『저 사람은 왜 저럴까? - 타인을 통해 나를 보는 문학 단편선』 캐서린 맨스필드 외 지음, 이정경 옮김, 한영인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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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
“ 설교의 주제는 우리가 품고 있는 '은밀한 죄악'이었다. 이는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숨기려 하는, 전지전능한 신은 다 알고 있음에도 개의치 않고, 양심도 모르게 감춰버린 은밀한 죄악과 슬픈 비밀이었다. ”
『저 사람은 왜 저럴까? - 타인을 통해 나를 보는 문학 단편선』 '검은 베일을 쓴 목사' 137p, 캐서린 맨스필드 외 지음, 이정경 옮김, 한영인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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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카노르
<검은 베일을 쓴 목사>가 실존 인물을 모티프로 했던 것처럼,
<단식 예술가> 역시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실제로 유럽과 미국에서는 단식 공연이 꽤 인기 있는 대중 오락이었다고 해요.
사람들은 돈을 내고 누군가가 굶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힘내라는 팬레터도 보내고 그랬다고 합니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단식 예술가가 셀럽 같은 존재였던 셈이죠.
그중 이탈리아 출신의 조반니 수치는 프란츠 카프카가 소설을 쓸 때 직접적인 모델이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로 꼽힌데요.
조반니 수치는 20년 동안 30회가 넘는 공개 단식 퍼포먼스을 선보였고,
밀라노부터 뉴욕까지 유럽과 미국을 돌며 한 번에 최대 45일까지 굶는 퍼포먼스를 했다고 해요.
단식 퍼포먼스에는 언론인과 의사들이 참관했고, 기념 사진이 판매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고 합니다.
이런 모습들이 카프카의 소설 속 장면들과 꽤 닮아 있어서, 일부 연구자들은 카프카가 수치의 공연을 직접 보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어요.
물론 이 작품은 카프카가 죽기 2년 전에 쓴 작품이기도 합니다.
당시 카프카 역시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하는 상태였기 때문에,
카프카 자신을 단식 예술가에 투영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고요.
(첨부 이미지: 조반니 수치를 그린 삽화와 단식 예술가 관련 기사)
오늘이 진짜 그믐 마지막 날이라, 채팅창 닫히기 전에 글과 인사 남겨봅니다.
아직 단편을 다 못 읽으셨더라도, 나중에 천천히 읽어보시고
<저 사람은 왜 저럴까?> 그믐 함께읽기 둘러보시면
따로 또 같이 읽는 기분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두 생각 정리 및 후기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수북강녕
“ - 캐서린 맨스필드 '미스 브릴' -
미스 브릴은 하마터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그녀는 무대 위에서 공연 중이었다. 미 스 브릴은 늙고 병약해서 혼자 생활할 수 없는 한 노인을 떠올렸다. 그녀는 일주일에 네 번, 오후에 정원에서 자는 그를 위해 책을 읽어주고 있다. 베개에 눕혀진 여윈 머리, 움푹 들어간 눈, 벌어진 입, 뾰족한 코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사실 전혀 신경 쓰지 않아서 혹시 그가 죽었다고 해도 몇 주 동안 알아차리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갑자기 그 노인이 그동안 자신에게 신문을 읽어주던 사람이 배우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p.18-19
"저 할멈은 여기 왜 기어 나오는 거야? 반기는 사람도 없는데. 저 바보 같은 면상이나 집에 처박아 두고 있을 일이지. (중략) 아, 제발 좀 꺼져버렸으면!" p.20
미스 브릴은 계단을 올라, 좁고 어두운 벽장 같은 자신의 방에 들어가 붉은 오리털 이불 위에 앉았다.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모피 목도리가 들어있던 상자는 침대 위에 있었다. 목도리를 재빨리 푼 뒤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상자 안에 넣었다. 뚜껑을 덮자, 무언가 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p.21 ”
『저 사람은 왜 저럴까? - 타인을 통해 나를 보는 문학 단편선』 p.18-19/p.20/p.21, 캐서린 맨스필드 외 지음, 이정경 옮김, 한영인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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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강녕
“ - 헨리 제임스 '진짜' -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개성만은 지켜내야 한다는 내 주장에는 변함이 없다. 전형적인 유형이라도 쉽게 개성적인 인물이 될 수 있다고 그들이 주장했을 때, 나는 피상적인 반박일지 모르지만 "누구의 개성인데?"라고 물었다. 개성은 모든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 결국 아무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p.58 ”
『저 사람은 왜 저럴까? - 타인을 통해 나를 보는 문학 단편선』 p.58, 캐서린 맨스필드 외 지음, 이정경 옮김, 한영인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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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강녕
“ - 안톤 체호프 '내기' -
"그 내기의 목적이 뭐였을까. 그 젊은이는 인생의 15년을 잃고, 나는 200만 루블을 버리는 게 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걸로 사형이 종신형보다 낫다는 걸 증명할 수는 있을까. 아니지, 아니야. 전부 무의미하고 허무맹랑한 짓이었어." p.94
첫 일 년은 (중략) 지독한 외로움과 우울증에 시달렸던 것 같다. (중략) 다음 해가 되자, 피아노 소리가 끊겼다. 수감자는 고전 서적을 요구했다. 오 년이 지나서야 다시 음악 소리가 들렸고, 수감자는 와인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그는 침대에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저 먹고 마셨으며 줄곧 하품을 하거나 분노의 혼잣말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중략) 6년 하고도 절반이 더 지났을 때, 그는 언어, 철학, 역사 공부를 시작했다. (중략) 4년 동안 그가 주문한 책은 대략 600여 권이었다. (중략) 갇힌 지 10년이 지났을 무렵, 그는 수행이라도 하듯이 움직이지 않고 신약성경의 4대 복음서를 읽었다. 뒤이어 그는 종교 관련 역사책과 신학 서적을 요청했다. 감금이 끝나기 전 2년 동안 그는 닥치는 대로 엄청난 양의 책을 읽어댔다. p.95-97 ”
『저 사람은 왜 저럴까? - 타인을 통해 나를 보는 문학 단편선』 p.94/p.95-97, 캐서린 맨스필드 외 지음, 이정경 옮김, 한영인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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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강녕
“ - 프란츠 카프카 '단식 예술가' -
그렇게 많은 날이 더 지나 어느덧 마지막에 달했다. p.126
"왜냐하면 제 입에 맞는 음식을 못 찾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런 음식이 있었다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려고도 안 했을 것이고, 다른 사람들처럼 저도 만족스럽게 배불리 먹었을 겁니다." 이것이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p.128 ”
『저 사람은 왜 저럴까? - 타인을 통해 나를 보는 문학 단편선』 p.126/p.128, 캐서린 맨스필드 외 지음, 이정경 옮김, 한영인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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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강녕
“ - 너새니얼 호손 '검은 베일을 쓴 목사' -
"서로의 얼굴을 보며 두려워하라! 남자들이 나를 피하고, 여자들은 나를 불쌍히 여기지 않고,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간 이유가 단지 이 장막 때문이었다는 말인가. 천 쪼가리에 지나지 않는 것을 이토록 끔찍하게 만든 것은 이것의 어두운 상징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친구끼리 서로의 깊은 마음을 드러내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진심을 보일 때, 인간이 창조주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죄를 역겹게 감추지 않는 날이 오면, 그때 나를 괴물로 여기라. 나는 평생을 그 상징 아래서, 그것을 위해 살았고, 죽는다. 나를 둘러싼 당신들... 보라, 모두 얼굴에 검은 장막이 드리워져 있구나..." p.159 ”
『저 사람은 왜 저럴까? - 타인을 통해 나를 보는 문학 단편선』 p.159, 캐서린 맨스필드 외 지음, 이정경 옮김, 한영인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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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강녕
모임이 열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책을 읽었는데, 이야기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가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필사를 올립니다 ;
카프카 단편선에서 '단식 예술가'를 읽었던 것을 제외하고는, 유명한 작가들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이번에 처음으로 읽은 단편들입니다 '미스 브릴'과 '진짜'에서는 등장 인물들의 지질함에 괜히 읽는 사람마저 손발이 오그라드는 듯 시작했다가, 체호프와 카프카를 지나 호손에 이르면서, 작가의 대표작 <주홍 글자>를 떠올리며 엄격한 숭고함과 숙연함으로 마무리한 느낌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작품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색다른 책행사도 관심 가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 아쉽습니다 다음 기회엔 꼭! 참여해 보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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