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조금이라도 그들을 두려워한다면, 그들이 나를 들들 볶아서가 아니었다. 그저 그들이 애처로울 만큼 예의 바르게 굴었기 때문이며, 기이할 정도로 끊임없이, 그리고 간절하게 나를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
『저 사람은 왜 저럴까? - 타인을 통해 나를 보는 문학 단편선』 헨리 제임스 <진짜> p.71, 캐서린 맨스필드 외 지음, 이정경 옮김, 한영인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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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00
캐서린 맨스필드의 <미스 브릴>을 읽었습니다.
평화로운 미스 브릴의 하루가 펼쳐지다가 추락하고 말아요. 소년이 미스 브릴을 향해 그런 말을 한 것은 소녀에게 거절당한 소년의 미성숙한 마음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여기서 이 책의 제 목 ‘저 사람은 왜 저럴까?’ 라는 마음이 드네요 ㅋㅋㅋ
이렇게 아무 생각없이 던진 말 한마디가 미스 브릴의 삶을 바꾸어 놓았어요. 일요일의 특별 디저트도 건너뛰고요.
반대로 다정한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다정함은 전염된다는 말도 있잖아요. 누군가의 다정한 말 한마디로 오랫동안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강렬해서 저도 다정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레비오로스
어쨌든 그녀도 공연의 일부였다. 그동안 왜 이 생각을 못했는지 의아할 지경이었다.
『저 사람은 왜 저럴까? - 타인을 통해 나를 보는 문학 단편선』 캐서린 맨스필드 - 「미스 브릴」, p18., 캐서린 맨스필드 외 지음, 이정경 옮김, 한영인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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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오로스
그녀는 항상 대화를 고대했기 때문이었다. 짧은 시간 동안 대화를 엿들으며 타인의 삶으로 들어가 앉아 있으면서도, 안 듣는 척하는 방면으로는 꽤 전문가라고 스스로 자부하고 있었다.
『저 사람은 왜 저럴까? - 타인을 통해 나를 보는 문학 단편선』 캐서린 맨스필드 -「미스 브릴」, p13., 캐서린 맨스필드 외 지음, 이정경 옮김, 한영인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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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는
“ 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여기 앉아 모두를 바라보는 것을 그녀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얼마나 즐거워하며 만끽했는지 모른다. 한 편의 연극 같았다. 아니, 한 편의 연극이 분명했다. 하늘이 배경으로 색칠된 게 아니라는 것을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
『저 사람은 왜 저럴까? - 타인을 통해 나를 보는 문학 단편선』 캐서린 맨스필드 외 지음, 이정경 옮김, 한영인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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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는
“ 미스 브릴은 그때 왜 그토록 그녀가 신나고 즐거웠는지 깨달았다. 모두가 위에서 벌어지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 어쨌든 그녀도 공연의 일부였다. 그동안 왜 이 생각을 못했는지 이상할 지경이었다. ”
『저 사람은 왜 저럴까? - 타인을 통해 나를 보는 문학 단편선』 p.18, 캐서린 맨스필드 외 지음, 이정경 옮김, 한영인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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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는
사람은 자신의 주관적 렌즈로 바라본 세상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각자 다른 것을 본다. 내가 인식하는 세상은 바로 내 옆에 앉은 이가 인식하는 세상과 같지 않다. 미스 브릴이 바라보는 세상에서는 사람들 모두가 크든 작든 자신이 맡은 역할을 소화하는 배우들이다. 그녀가 보는 연극 무대로서의 세상에서 금가루를 흩뿌려 놓은 것 같은 파란 하늘은 색칠된 무대 배경이다.
미스 브릴이 '이 세상은 연극 무대이고 사람들은 지금 공연 중인 것이다'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그녀를 정신나간 여자라고 치부할 수 있는가? 만일 당신이 그렇게 말한다면, 당신이 믿어온 세상만이 옳고 이와 다른 세상은 틀린 것이기 때문인가? 왜 당신의 세계관은 상식이고 미스 브릴의 세계관은 망상이라 치부되는가?
만일 우리 모두가 각자의 주관적 관점으로 살아간다면, 사람들 사이에 진정으로 의견의 합치를 이루는 것은 가능한가? 애초에 사람들 사이의 의견이라는 것이 합치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인가?
어쨌든 모든 인간은 '나'라는 주체성 안에서만 사고하고 세상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사물이나 세상의 객관성은 허구 혹은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미스 브릴이 세상을 연극 무대라고 상정하는 것이 별 문제가 되진 않을 것 같다.
문제는, 타인이 구축한 세계관에서 통용되는 사고 방식이 내 세계관을 부수고 들어와 '네 세계는 틀렸어!' 라고 일갈할 때 발생한다. 이 경우 미스 브릴이 구축한 세계가 말이 되도록 의미를 부여했던 개연성이 뒤틀리면서 자아는 혼란을 겪고 만다. 이런 일은 우리네 일상에서 흔히 발생한다. 이럴 때 우리는 어쩌면 좋을까. '꺼져, 네가 뭐라고 하든 내 모피 목도리는 정말 부드럽고 예쁘거든'이라고 생각해 버리면 될까?
하지만 타인의 평가가 아픈 것은, 그것이 객관적인 사실이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내가 믿어왔던 기존의 관념에 균열을 내기 때문이다. 미스 브릴의 모피 목도리는 원래부터 낡았던 것일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 별로 낡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또, 처음부터 흰 살 생선 튀김처럼 초라했을 수도, 혹은 생기 넘치는 악동 같았을 수도 있다. 그녀가 그것을 낡았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은 누군가 무심코 한 말이 그녀의 세계로 침투해 그녀가 부여한 서사를 오염시킨 순간부터다.
우리는 어떤 때 '누가 뭐래도 내 생각은 달라'라고 생각해야 하고, 어떤 때 '저 사람 말이 맞을지도 몰라'라고 생각해야 할까. 서로 다른 세계가 부딪혀 내 세계의 가장자리가 허물어지고, 부숴진 틈 사이로 나와 다른 생각을 조우하게 될 때, 내 세계의 경계를 확장하거나 수정해 나가면서 내면이 더욱 성숙해지게 되는 걸까. 이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는 것이 인생인 건가 싶다.
레비오로스
캐서린 맨스필드 - 미스 브릴
칼바람을 맞은 듯 서늘- 해지는 글이었어요.
꽃샘추위의 계절성도 딱 맞아떨어져서 더욱 와닿네요.
품위와 고상함, 이란 환상. 그리고 그 환상을 만들고 지켜내려는 노력.
이런 것들이 자기-서사와 자기-이미지의 구축이자, 삶의 원동력의 한 부분이 될 수 있겠죠.
헛될 뿐인 환상이라도, 그 바탕에 남을 향한 비웃음이나 비아냥이 있을지라도, 그 비아냥이 결국은 힘을 다해 외면해온 내 모습을 떠올리지 않게 하기 위한 절박함이었을지라도.
그래도 이번 주말엔 특히나 아름다웠던 하늘과 선율 덕분인지, 미스 브릴에게 특별해보이는 깨달음이 찾아 온 운수 좋은 날이었죠. 오늘 돌아가서 맛볼 허니 케이크에선 아몬드 두 개라도 나올 것만 같은.
- 그래! 인생이란 무대 위에서, 우린 그저 보기만 하는 관객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직접 플레이어였던 거야. 각자의 독백에 갇혀 있던 우리가 서로의 눈 속에서 서로를 발견할 때, 다 같이 하나가 되어 노래를 시작할 거야. 우리는 이해할 수 있을거야 -
그런 신비한 합일이란 환상이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
꿈결같은 깨달음으로 인해 그녀도 모르게 그녀의 마음의 빗장이 약해져 버려서일까요?
날카롭게 찔러 들어오는 소년소녀의 구시렁. 별다른 악의도 없다는 게 더욱 잔인한.
깨진 환상의 조각 속에서 더욱 비참하게 느껴지는, 마주 볼 수 밖에 없는 구차하고 비루한 현실까지.
..
그래도 그녀의 이야기를 보게 된 독자로서, 또 범상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 같은 길의 동행자로서 마음속으로 나지막이 기원하게 됩니다.
오늘 밤 미스 브릴이 길고 느린 숨 한 번 내쉬고는, 뒤척이지 않고 깊은 잠을 잘 수 있기를. (아마도) 지루하고, 별 다를 것 없이 늘 이어지는 주간 수업을 잘 마치기를. 그리고 다시 찾아오는 일요일에는 다시금 아끼는 옷을 꺼내 입고, 공원을 산책하고, 조금은 따뜻해진 시선으로 사람들의 대화를 엿듣고, 허니 케이크 한 조각 속에서 나온 행운의 아몬드를 보며 티타임을 가질 수 있기를.
우리는 모두, 같은 무대 위에서 서성거리는 배우들이니까요.
..
해님
<캐서린 맨스필드의 Miss Brill>
미스 브릴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 묘사하는 주변의 풍광과 사람들, 그리고 그에 따른 감정선 의 흐름이 마치 음악의 선율처럼 재미있고 아름다웠다. 비록 마지막 장면이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그 장면조차 그냥 미스 브릴이라는 사람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미스 브릴의 개인적인 이력과 상황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없지만 왠지 그녀는 혼자 살고 있는 나이든 이혼녀나 미망인? 아니면 모태솔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모태솔로가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몇 번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마음의 상처도 있었겠지... 아마도 첫사랑에 실패했거나 결혼을 약속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는 경험을 통해 혼자만의 세계속에 침잠해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혼자 있는 시간의 외로움을 나름의 방식으로 채워나가며 즐기는 방식을 터득한 것 같다.
그녀가 그랬듯이 우리 모두는 쉽게 상처받는다. 그리고 그 상처를 보듬고 또 살아간다. 시간이 지나며 그 상처는 치유되기도 하고 아니면 묻어둔 채로 곪아서 덧나기도 한다... 그런 상처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작품이다.
한영인
<미스 브릴>에 대한 깊이있고 흥미로운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네요. 제 생각에 이 소설의 백미는 시종일관 '바라보는 주체'로 묘사되던 주인공이 작품 마지막에 '보여지는 대상'으로 뒤바뀌는 낙차를 작가가 매우 재치있고 날카롭게 그려낸 데 있는 것 같아요. 미스 브릴이 타인과 세계를 바라보는 주체의 입장일 때 세계와 타인은 모두 자신을 위한 무대와 배경처럼 존재하고 자기는 그 안에서 뽐내는 주연배우로 머물 수 있죠. 실제로 우리는 모두 우리 삶의 주인공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하지만 저 말은 다른 분명한 사실 하나를 은폐합니다. 그건 바로 세계에 저렇게 수많은 주인공들로 가득차있기 때문에 그 다른 주인공들에 의해 언제나 조연 혹은 엑스트라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죠. 우리가 우리 삶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에 매몰되어 있다보면 이점을 잊게 되고 나르시시즘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런 점에서 <미스 브릴>은 나르시시즘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 세태에 겹쳐 봐도 매우 흥미로운 작품같아요.
지니00
청소년 시절에는 삶의 주인공으로 살면서 눈치를 많이 보게 되다가 성인이 된 이후에는나는 다른 사람들에겐 엑스트라 혹은 그 이하라는 것을 알게되고 남 눈치를 별로 안보게 되어 참 편해졌습니다.
레비오로스
흔히들 작가의 관찰력, 거기에 살짝 더해진 직관이 얼마나 세상을 앞서가는 지에 대한 예시로 S.F. 소설에서의 상상력을 들죠. 하지만 이번 단편선을 보며 전혀 예상치 못 한 앞서감을 보게 되어 재밌네요.
보드리야르 내지는 발터 벤야민 이전의 '진짜'를 다룬 헨리 제임스의 글도 그렇고. 헤겔과 사르트르 사이의 시선 을 다룬 '미스 브릴'도 그렇구요.
레비오로스
“ 그들은 자신의 패배는 인정했지만,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그들은 진짜가 아닌 것이 진짜보다 더 소중할 수 있다는 얄궂고 잔인한 미덕의 법칙 앞에 어리둥절한 채로 고개를 숙였다. ”
『저 사람은 왜 저럴까? - 타인을 통해 나를 보는 문학 단편선』 헨리 제임스 - 「진짜」, P85, 캐서린 맨스필드 외 지음, 이정경 옮김, 한영인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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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오로스
헨리 제임스 - '진짜'
신분이 아닌 경제적 능력이 중요해지는 시대의 전환 앞에서의 '진짜 귀족'의 추락을 다루지만. 그 중 가장 고결하고 겸손하며, 인간적으로 매력적인 부부가 나오네요.
'나'는 왜 그렇게 모나크 부부가 마음에 걸렸고, 왜 상실의 기억마저도 소중히 여기게 되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간절한 소망을 거절했던 건 예술인으로서의 자존때문일까요 아니면 생활인으로서의 단호함일까요?
경제적인 value를, 높은 값어치를 인정받아야 하는 시대라면, 부부도 운명을 더 받아들이고 '자신'을 버리고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바뀌었어야 할까요?
뭐가 진짜고, 뭐가 이미테이션이고, 뭐가 마케팅이고 셀프브랜딩이고, 뭐가 진정성이고, 뭐가 진정성을 쇼잉하는 것인지, 구분이 되는 지 구분할 필요가 있는 지 아직도 갈팡질팡만 하고 있는 사람으로선, 곧 닥쳐올 A.I. 시대로의 대전환 앞에서 언젠가 더 이상 답을 미룰 수 없어질 것 같아 두렵네요.
여우는
그의 키는 170센티미터에 불과했지만, 나머지 5센티미터는 잠재되어 있었다.
『저 사람은 왜 저럴까? - 타인을 통해 나를 보는 문학 단편선』 71, 캐서린 맨스필드 외 지음, 이정경 옮김, 한영인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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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는
“ 나는 그들을 볼 때마다 시골에서 한 달 살기를 하는 도시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날 그들은 마치 교회가 끝나고 산책도 할 겸 공원을 가로질러 걷는데, 사람들이 자꾸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하는 바람에, 점심은 이미 먹었고 차는 한잔 마실 수 있다며 마지못해 들어온 사람들 같았다. ”
『저 사람은 왜 저럴까? - 타인을 통해 나를 보는 문학 단편선』 79, 캐서린 맨스필드 외 지음, 이정경 옮김, 한영인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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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님
헨리 제임스의 "진짜"
진짜란 과연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작품이다. 고정된 패턴과 상에 대한 집착이 과연 진짜일까? 유연성은 그렇다면 가짜란 말인가??? 잘 모르겠지만... 진짜라는 것이 진짜 있기는 한건가?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여우는
<진짜>에서 묘사된 삽화 제작 관련해서 궁금해서 찾아보니, 찰스 디킨스는 삽화 화가에게 모델의 포즈, 배경, 소품 진열 등 굉장히 디테일하게 요구했다고 하네요. 아래 일러스트는 <크리스마스 캐럴>에 나오는 삽화인데, 디킨스는 삽화가 존 리치(John Leech)에게 "내가 쓴 이 리스트에 있는 물건들(금고, 열매, 장부 등..)을 하나도 빠짐없이 사슬에 그려 넣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해요. 저는 여지껏 예전 삽화가들이 상상해서 그림을 그린 건 줄 알았는데 재미있네요 ㅎㅎ
지니00
저도 상상해서 그린 줄 알았어요. 이렇게 모델이 있는줄은 처음 알았네요 ㅎㅎ
문화건달
설정해서 그림 그리려면 정말 돈이 많이 들었겠어요..그리고 모델료도 지불 할텐데 화가는 돈이 많아야 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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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연극 보실 분들,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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