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그건 애간장이 녹도록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었을 테지만 나는 중대한 약점이라도 잡은 것처럼 여겼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X 이옥토 리커버 특별판) - 유년의 기억』 박완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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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통찰이 너무 좋다. 누군가의 동정 받는 것을 그 사람에게 약점을 잡은 듯 여기는 게 어린 아이의 생존 본능 같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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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친구가 누군가 자기를 동정하는 것보다 차라리 자기가 나쁜년이 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나는 미움받는 것보다 동정 받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종종 그 말이 떠올랐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그러고 보면 나는 어떤 사건이 있을 때 내가 더 불쌍한 위치에 놓이려는 판을 만들려고 했던 거 같기도. 나 또한 저런 마음이었을까. 누군가에게 동정받는 걸 그 사람의 약점을 잡은 걸로 여긴 걸까. 어릴 때는 나름의 생존 본능일지 몰라도 나이 먹으면서도 스스로가 그러면 좀 추할 거 같다. (인용한 구절은 동정으로 할아버지한테 더 예쁨 받으면서 한 주인공의 생각이라 조금 다른 거 같지만) 스스로를 불쌍한 위치에 놓으면서 책임없이 주변 탓 하진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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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냥 자연의 일부였다. 자연이 한시도 정지해 있지 않고 살아 움직이고 변화하니까 우리도 심심할 겨를이 없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X 이옥토 리커버 특별판) - 유년의 기억』 박완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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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넘 부럽다. 나만 해도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학교 그네 옆 모래장난을 많이 했는데... 개미 잡고 개구리 잡고 놀았다. 실뜨기도 공기도 메이플 딱지도 문방구에서 사서 딱지치기를 했다. 스마트폰은 무슨 핸드폰도 없던 시절. 그때가 자주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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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아 독서모임 때 참여하신 분들이 다들 이 책을 재밌게 읽으셨다고 했다. 대체로 중년 분들이셨다. 40~50대 추정. 어린 아이를 키우시는 한 분이 요즘 아이들은 이 책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물으셨다. 본인도 이 책이 나왔을 즈음엔 재미없었는데 지금 다시 읽으니 좀 읽혔다며. 다른 분이 주변한테 물어보니 학생들은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며. 요즘이랑 아예 딴 시절이라 SF소설 보듯이 읽기도 하는 거 같다곤 하셨다. 내가 요즘 애들은 아니지만 그 중 제일 젊은 편이었고... 그땐 책에 손에도 못 대서 아무말 못했는데 아니 책 읽는 내내 너무 재밌었다... 물론 문학책 읽는 거부터 보통 또래랑 다른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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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걸님께서 말씀하셨던 요즘 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감각적인 표현들이 좋았는데 그 시절을 직접 겪었다는 게 부러운 마음도 드셨다고 했다. 그 말에 동감한다. 읽으면서 감각이 피어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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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성냥불 켜는 걸 두려워해서 불편할 적도 많았지만, 할아버지 담뱃불을 못 붙여 드렸을 때가 가장 슬펐다. 할아버지를 위해서 무언가 내 속의 한계 같은 걸 박차 보려고 허둥대면서도 그렇게 안 되던 조바심과, 난 왜 이렇게 못났을까 싶은 자기혐오 등, 복잡한 심리적 갈등까지를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 ”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X 이옥토 리커버 특별판) - 유년의 기억』 박완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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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모님과의 추억이 없다. 어릴 때부터 교과서에서 말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정이나 사랑을 볼 때면 나한테 해당되진 않아서 모르겠더라. 막연하게 아빠로 대입해서 읽어봤다. 실제론 어떤 느낌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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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가지가 긴 초병과 나뭇결이 고운 장롱과 이 조화롭던 윗방이 잃어버린 낙원의 한 장면처럼 가슴 뭉클하게 떠올랐다. 천 년을 내려온 것처럼 안정된 구도에 익숙해진 나의 심미안에 조악한 원색으로 처바른 반닫이는 너무도 생급스러웠다. ”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X 이옥토 리커버 특별판) - 유년의 기억』 박완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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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급스럽다
1. (형용사) 하는 일이나 행동 따위가 뜻밖이고 갑작스럽다.
2. (형용사) 하는 말이 터무니없고 엉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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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단어들이 많았다. 정리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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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나 물 흐르는 소리가 따라다녔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X 이옥토 리커버 특별판) - 유년의 기억』 박완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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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참 좋을 거 같다. 생활 속 답답한 마음도 물소리를 들으면 좀 편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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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에 두고 온 우리의 뿌리와 바탕을 자랑스러워할 때의 엄마는 시골 와서 식구들에게 자기의 서울 사람됨을 은근히 과시하며 으스댈 때하고 똑같았기 때문이다. 시골선 서울을 핑계로 으스대고, 서울선 시골을 핑계로 잘난 척할 수 있는 엄마의 두 얼굴은 나를 혼란스럽게도 했지만 나만 아는 엄마의 약점이기도 했다. ”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X 이옥토 리커버 특별판) - 유년의 기억』 박완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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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을 파악할 줄 아는 영악한 어린이. 모든 사람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약점을 감각으로 파악하고 활용하며 행동하는 거 아닐까 싶다. 나도 그랬다. 엄마가 나한테 가정 내의 모든 불합리와 고난을 쏟아내고는 밖에 나가서 말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그냥 가까운 친구한테 말했다. 고통을 숨기면 주변에 도움을 구하거나 조언을 얻지 못하고 가족 내로 고이고 고여서 썩는 것 같았다. 내가 해결할 수도 없는 일에 내 책임이 있는 양 나한테 쏟아내는 엄마의 고난을 그만 듣고 싶기도 했다. 같은 불행에 잠식되는 느낌이라서. 아무튼 내가 친구랑 통화하면서 이런 상황을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면 엄마는 나한테 무슨 말을 못한다며 혀를 찼다. 그땐 그게 엄마의 약점이라고 생각하진 못했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그걸 파악하고 행동한 걸까?
“ 어느 날 어떤 아이가 나보고 “시골때기 꼴때기.”라고 놀리자 다른 아이들도 일제히 따라서 같은 소리를 합창했다. 나는 그 애들이 나를 놀릴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시골이란 데와 그 애들이 현재 살고 있는 형편을 비교하면서 참 별꼴 다 본다고 가소롭게 생각했다. 나도 어느 틈에 엄마의 속 들여다보이는 교만을 그대로 닮아 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애들 앞에서 울긴 싫고 울지 않으려면 엄마한테 들은 근지의 도움이 필요했다. 나는 시골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뻔뻔스러워지지 않으면 안 되었다. ”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X 이옥토 리커버 특별판) - 유년의 기억』 박완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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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지
1. 명사 사물의 본바탕.
2. 명사 자라 온 환경과 경력을 아울러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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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아이들이 알기나 할까, 쫙 깔린 달개비꽃의 남색이 얼마나 영롱하다는 걸. 그리고 달개비 이파리엔 얼마나 고운 소리가 숨어 있다는 것을. 달개비 이파리의 도톰하고 반질반질한 잎살을 손톱으로 조심스럽게 긁어내면 노방보다도 얇고 섬세한 잎맥만 남았다. 그 잎맥을 입술에서 떨게 하면 소리가 나는데, 나는 겨우 소리만 냈지만 구슬픈 곡조를 붙일 줄 아는 애도 있었다. ”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X 이옥토 리커버 특별판) - 유년의 기억』 박완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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