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작가님의 <그 많던 싱아~>, <그 산이 정말~> 혼자 읽어볼게요.

D-29
생급스럽다 1. (형용사) 하는 일이나 행동 따위가 뜻밖이고 갑작스럽다. 2. (형용사) 하는 말이 터무니없고 엉뚱하다.
낯선 단어들이 많았다. 정리정리.
어디를 가나 물 흐르는 소리가 따라다녔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X 이옥토 리커버 특별판) - 유년의 기억 박완서 지음
이러면 참 좋을 거 같다. 생활 속 답답한 마음도 물소리를 들으면 좀 편해지지 않을까.
시골에 두고 온 우리의 뿌리와 바탕을 자랑스러워할 때의 엄마는 시골 와서 식구들에게 자기의 서울 사람됨을 은근히 과시하며 으스댈 때하고 똑같았기 때문이다. 시골선 서울을 핑계로 으스대고, 서울선 시골을 핑계로 잘난 척할 수 있는 엄마의 두 얼굴은 나를 혼란스럽게도 했지만 나만 아는 엄마의 약점이기도 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X 이옥토 리커버 특별판) - 유년의 기억 박완서 지음
약점을 파악할 줄 아는 영악한 어린이. 모든 사람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약점을 감각으로 파악하고 활용하며 행동하는 거 아닐까 싶다. 나도 그랬다. 엄마가 나한테 가정 내의 모든 불합리와 고난을 쏟아내고는 밖에 나가서 말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그냥 가까운 친구한테 말했다. 고통을 숨기면 주변에 도움을 구하거나 조언을 얻지 못하고 가족 내로 고이고 고여서 썩는 것 같았다. 내가 해결할 수도 없는 일에 내 책임이 있는 양 나한테 쏟아내는 엄마의 고난을 그만 듣고 싶기도 했다. 같은 불행에 잠식되는 느낌이라서. 아무튼 내가 친구랑 통화하면서 이런 상황을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면 엄마는 나한테 무슨 말을 못한다며 혀를 찼다. 그땐 그게 엄마의 약점이라고 생각하진 못했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그걸 파악하고 행동한 걸까?
https://naver.me/5oEgqe5H 그나저나 싱아가 이렇게 생긴 풀이란다. 60년대생 우리 엄마아빠도 처음 듣는 풀이라고 했다.
어느 날 어떤 아이가 나보고 “시골때기 꼴때기.”라고 놀리자 다른 아이들도 일제히 따라서 같은 소리를 합창했다. 나는 그 애들이 나를 놀릴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시골이란 데와 그 애들이 현재 살고 있는 형편을 비교하면서 참 별꼴 다 본다고 가소롭게 생각했다. 나도 어느 틈에 엄마의 속 들여다보이는 교만을 그대로 닮아 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애들 앞에서 울긴 싫고 울지 않으려면 엄마한테 들은 근지의 도움이 필요했다. 나는 시골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뻔뻔스러워지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X 이옥토 리커버 특별판) - 유년의 기억 박완서 지음
근지 1. 명사 사물의 본바탕. 2. 명사 자라 온 환경과 경력을 아울러 이르는 말.
서울 아이들이 알기나 할까, 쫙 깔린 달개비꽃의 남색이 얼마나 영롱하다는 걸. 그리고 달개비 이파리엔 얼마나 고운 소리가 숨어 있다는 것을. 달개비 이파리의 도톰하고 반질반질한 잎살을 손톱으로 조심스럽게 긁어내면 노방보다도 얇고 섬세한 잎맥만 남았다. 그 잎맥을 입술에서 떨게 하면 소리가 나는데, 나는 겨우 소리만 냈지만 구슬픈 곡조를 붙일 줄 아는 애도 있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X 이옥토 리커버 특별판) - 유년의 기억 박완서 지음
https://naver.me/5kLrCDb7 달개비꽃. 나도 본 적이 있었던가.
구슬픈 곡조도 들어보고 싶다. 애들이 풀도 뜯고 풀피리를 불며 노는 모습을 상상하니 참 좋다.
나는 숨넘어가는 늙은이처럼 헐벗고 정기 없는 산을 혼자서 매일 넘는 메마른 고독을 스스로 위로하기 위해 추억을 만들고, 서울 아이들을 경멸할 구실을 찾았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X 이옥토 리커버 특별판) - 유년의 기억 박완서 지음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나는 하늘이 노래질 때까지 헛구역질을 하느라 그곳과 우리 고향 뒷동산을 헷갈리고 있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X 이옥토 리커버 특별판) - 유년의 기억 박완서 지음
제목 등장! 그나저나 나는 초등학교 뒤 동산에 아카시아꽃이 추억의 꽃인데 이 꽃 먹다가 토하고 싱아 생각을 하는 주인공을 보며 초큼 안타깝더라...☆
한참 입이 궁금할 나이였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X 이옥토 리커버 특별판) - 유년의 기억 박완서 지음
어릴 땐 계속 뭔가를 먹었다. 집에 먹을 게 없으면 김을 다 뜯어먹거나 그냥 기름장을 만들어서 손가락에 찍어서 빨아 먹기도 했다. 짭조름한 맛을 좋아했다. 학교 가고 오는 길에도 계속 주워 먹던 그 식성이 떠올랐는데 그게 한참 입이 궁금할 나이여서 그랬겠구나 싶고. 표현이 좋다.
성인이 된 요즘은 호르몬 영향 + 외로울 때 폭식했다. 뭔가 어릴 때처럼 입이 궁금한 느낌은 아니긴 하네.
그러나 만약 그때 엄마가 내 도벽을 알아내어 유난히 민감한 내 수치심이 보호받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민감하다는 건 깨어지기가 쉽다는 뜻도 된다. 나는 걷잡을 수 없이 못된 애가 되었을 것이다. 하여 선한 사람 악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사는 동안에 수없는 선악의 갈림길에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X 이옥토 리커버 특별판) - 유년의 기억 박완서 지음
더위가 퍼지기 전 이른 아침 이슬이 고인 풍성한 이파리 밑에 수줍게 누워 있는 애호박의 날씬하고도 요염한 자태를 발견했을 때의 희열은 또 어떻고. 못생긴 걸 호박에 비기는 건 아무것도 모르는 도시 사람들이 지어낸 말이다. 늙은 호박에 비한 거라고 해도 그건 불공평하다. 사람도 의당 늙은이하고 비교해야 할진대 사람의 노후가 늙은 호박만큼만 넉넉하고 쓸모 있다면 누가 늙음을 두려워하랴.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X 이옥토 리커버 특별판) - 유년의 기억 박완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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