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성으로 수학여행 떠나는 날 엄마는 경성역까지 배웅을 나와서 혹시 개성역에 누가 마중을 안 나오더라도 너무 섭섭해하지 말고 잘 놀다 오라고 타이르고 들어갔다. 제발 아무도 안 나왔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꼭 나올 것 같아 마음이 영 개운치 않은 채 기차가 개성역에 도착했다. 육학년은 총 다섯 반이었다. 개성역 앞 광장에 반끼리 줄을 서서 인원을 점검할 때였다. “완서야, 완서야.” 하고 내 이름을 크게 부르는 소리가 났다. 저만치서 할머니가 무법자처럼 아이들 사이를 마구 헤집고 다니면서 목청을 높이고 있었다. 숙모도 아니고 할머니였다. 어찌나 창피한지 잠시 꺼질 수 있는 거라면 꺼지고 싶었다. ”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X 이옥토 리커버 특별판) - 유년의 기억』 박완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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