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

D-29
앗, 저는 영화만 아직인데(더 뒷북이 될 예정인 제가 있습니다) 좋으셨다니 영화도 챙겨봐야겠어요. 책에서는 잔인한 장면이 꽤 많아서 영화로 보면 잔상이 남지 않을까 싶어 걱정했거든요. 영상이 그림처럼 아름답다는 말씀에 마음이 동합니다:)
오모나...바냐 아저씨 저랑 동갑이네요...근데 전 왤케 할일이 태산일까요. 행복해 해야 하나요? ㅜ.ㅜ 목은 왜 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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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둔해졌어.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아…….
[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
바냐 아저씨 말고 의사 선생님도 시니컬하시네요. 많이 지쳐있는 듯 합니다.
의사 선생님의 쓸쓸함이 자꾸 생각나요. 이렇게 또 금사빠...ㅋ
아스트로프 의사 선생님, 왠지 매력적입니다.
바냐 : 10년 전에 죽은 누이동생 집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지. 그때 그녀는 열일곱 살이었고, 난 서른일곱 살이었어. 어째서 그때 난 그녀에게 반해서 청혼하지 않았을까? 그건 정말이지 가능한 일이었는데! 그랬으면 지금 그녀는 내 아내가 되었을 텐데…… 그래…… 지금쯤 우리 둘은 폭풍우 소리에 잠이 깼을 거야. 그녀가 천둥소리에 놀라면, 나는 그녀를 안고서 속삭이겠지. ‘두려워하지 마. 내가 여기 있잖아.’ 아아,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군. 웃음까지 나는군……. 하지만 맙소사. 머릿속 생각들이 뒤죽박죽이군……. 어째서 난 늙은 거야? 왜 그녀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그녀의 말투, 게으른 도덕, 세계의 파멸이니 뭐니 하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
[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
게으른 도덕...
폭풍우가 지나갔으니, 온다 해도 대단치 않을 게다.
[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 2막
바냐 : 하지만 말은 바로 해야지, 그 인간 예술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르면서 25년 동안 예술에 관한 책을 쓴다고 저러고 있단 말이야. 사실주의니 자연주의니 하며 남의 사상이나 주워 섬기고 있으면서 말이지. 똑똑한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고, 무식한 인간들은 관심도 없는 그런 것들을 연구한답시고 25년 동안이나 헛수고를 하고 있잖아. 그러면서도 자존심은 얼마나 대단한지! 불평은 또 얼마나 늘어놓는지! 25년 동안 남의 자리 꿰차고 앉아 교수 흉내만 내다가 은퇴해놓고 보니 알아주는 이 하나 있나. 그런데 걸음걸이를 보라고. 반신반인이나 되는 것처럼 걸어가는 품새라니!
[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
오, 저는 <바냐 아저씨>에 대한 사전 지식 하나 없이 읽기 시작해서, 이런 이미지의 인물인지 몰랐습니다.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를 상상했던...
나의 아저씨랑 비슷한 제목일지도 모른다고 저도 생각했어요. 그 시절 평범한 삶을 사는 불행한 사람들, 그러나 계속 살아가는 이야기 플롯 같아서요. 너무 일반화..ㅎㅎ
저도 아무런 정보 없이 읽기 시작해서, 따뜻한 바냐 아저씨를 상상했더랬죠. 현실은 불륜으로... (제가 읽은 부분까지는 그래요) 앞으로 또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합니다.
저도 안톤체홉 작품 속 불륜들에 깜짝 깜짝(?) 놀랍니다. 2026년에 살아가는 대한민국보다 훨씬 자유로워요^^ 전에 <갈매기>에서는 소설가 트리고린을 사이에 두고 주인공 남자의 엄마와 주인공 남자가 사랑하는 여성이 서로 삼각관계인 것도 신기했구요. 결국 남주 트레플료프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을 엄마의 남친에게 뺏기고 말죠. <세자매>에서도 안드레이의 부인 나타샤가 대놓고 바람피우거나 둘째 마샤가 남편이 있는데도 육군중령 베르쉬닌과 바람피우는 장면들이 무척 신기했습니다. 2026년 한국이 유교나라인지 아니면 당시 러시아가 자유로웠던건지 살짝 궁금해지더라구요^^ <바냐 아저씨>에서도 엘레나에게 눈독 들이는 남성들이 많은 걸 세레브랴코프 교수는 알았을까요? 그냥 모른 척하는 걸까요?
저도 바냐아저씨 읽는 김에 갈매기와 세자매를 막 같이 읽었어요. 모든 사람이 불행을 입 밖으로 표현하고, 미-기혼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게 아주 자주 나오네요. 사랑의 결실이 결혼인 것 같지도 않고 여자의 혼기에 대한 스트레스가 큰 사회였던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 교수는 알았을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그런 촌뜨기들의 구애, 전혀 신경쓸 거리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교수는 엘레나의 성향-무엇도 간절하게 바라지는 않는-도 알고 있어서 자기를 사랑하진 않지만 다른 사람을 뜨겁게 사랑하지도 않을거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 나이의 이런저런 경험을 한 교수로, 적당한 온도의 사랑 정도는 위협이 아닌가보다..
@MㅡM 님의 글을 읽으니 이해도 더 잘되고 공감이 갑니다~~👍👍👍
바냐 :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데 어떻게 다른 눈길로 당신을 바라보겠어? 당신은 나의 행복이고, 나의 인생이며, 나의 청춘이야! 당신이 나를 사랑할리 없다는 거 알아. 그래도 상관없어. 그저 당신을 바라보고, 당신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만 해주면 돼.
[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
우리가 알고 지낸 이후로 내겐 단 하루도 한가한 날이 없었어. 그러니 어떻게 늙지 않겠나? 게다가 삶 자체가 따분하고 어리석으며 추잡하거든……. 이런 생활에 질질 끌려가고 있으니 말이야. 더구나 주변에는 하나같이 괴짜들뿐이고, 그런 자들과 한 이삼 년 같이 살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괴짜가 되는 거야. 피할 수 없는 운명이지. (긴 수염을 비틀면서)  아니, 수염만 자랐구먼……. 어리석은 수염 같으니. 난 괴짜가 되고 말았어, 유모…….
[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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