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

D-29
묘한 징크스가 생겼어요. 제가 그믐 북클럽에서 3개 이상의 북클럽에만 참여하면 현생에서 일복이 로또맞듯 터집니다. 다행히 이번 주 금요일까지 버티면 다음주는 봄방학이랑 일주일 쉽니다. 낭독회에서 뵙겠습니다.
@새벽서가 님 건강 잘 챙기시구요. 바쁘신 와중에도 항상 함께 해주셔서 든든하답니다^^
일주일간 봄방학 시작합니다. 거북별님 항상 챙겨주는 말씀 해주셔서 늘 감사드려요!
엘레나 : 난 불쌍한 그 애의 심정을 이해해. 그 애는 절박한 외로움 속에서 살고 있지. 그저 헛소리나 지껄이고, 아는 거라고는 먹고 마시고 자는 것뿐인, 생기 없는 무채색의 인간들에게 둘러싸인 채. 이런 곳에 다른 사람과는 전혀 다른, 잘생기고 재미있고 매력적인 그 의사가 가끔 찾아온다는 것은, 어둠 속에 밝은 달이 떠오르는 것과 같겠지……. 그런 사람에게 끌리는 건 당연한 거야…….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도 조금은 그런 것 같거든. 그래, 맞아, 나도 그분이 안 오시면 적적하고, 그분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이렇게 미소짓게 되니 말이야……. 저 바냐는 내 혈관 속에 요정의 피가 흐르는 것 같다고 말했어. 일생에 한 번만이라도 마음 가는 대로 살아 보라고. 어쩌면 그게 옳은지도 몰라…… 자유로운 새처럼, 당신들 모두에게서, 당신들의 졸린 표정과 대화로부터 멀리 날아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을 잊고 싶어……. 하지만 난 겁쟁이야. 난 두려워……. 양심의 가책을 받을 거야…… 그분은 매일 여기 오지만, 난 그분이 여기 오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어. 벌써부터 내가 나쁜 짓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아서 소냐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며 울면서 사과하고 싶은 심정이야...
[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 3막
엘레나의 이 독백 너무 웃긴 것 같아요. 처음엔 소냐를 이해한다고 시작을 하는데 지나치게 공감하는 것 같더니 결국에 자기 고백으로 끝나네요. 거기다가 죄책감까지 느낀다고 하면서....아 너무 갸륵하지 않아요? ^^
야경꾼의 딱따기 소리가 들린다. 텔레긴이 나직하게 기타를 연주한다. 마리야는 소책자 여백에 무언가를 적고 있다. 마리나는 양말을 뜨고 있다....
[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 4막 마지막 부분
심심한 듯 하지만 간만에 평화로워서 커피콩이라도 천천히 볶고 싶어지는 장면입니다. 설탕과 기름진 자극적인 음식 먹다가 담백한 식단으로 돌아온 느낌이 들어 속이 다 편안합니다. 휴~^^
오오 달밤에 낭독 너무 좋아요!
저는 야간근무라 귀만 열어놓겠습니다 헤헤헤
법률을 터키식이 아닌 러시아식으로 이해해서 영지가 누이에게서 소냐에게 넘어갔다고 생각해 왔지 뭡니까.
[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
터키식 법률과 러시아식 법률이 뭐가 다른가 싶어서 찾아봤는데 실제적인 차이라기 보다는 아래와 같이 터키식은 단순하게, 러시아식은 복잡하고 원칙대로? 이런 뜻으로 쓴 것인가 봅니다. 터키식: 법률이나 규범을 비교적 단순하게,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방식에 대한 은유. “터키식”이라는 표현은 특정한 법학 전통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식 해석’이라는 비유적 장치로 쓰인 것. 러시아식: 보다 복잡하거나 다른 관습적 해석을 따른다는 의미로 사용. 러시아 법학 전통은 대륙법 계열에 속하며, 법 조항을 체계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함.
아스트로프 : 당신에겐 인생의 목적도, 관심을 기울일 만한 대상도 없어요. 그러니 머지않아 당신은 그때그때의 기분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하게 될 겁니다.
[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
어제 영화 <드라이브 마이카>도 봤습니다. 아무래도 단편인 원작소설과는 많이 다르더군요. 특히 주인공의 아내와 정을 통한 남자배우의 캐릭터가요. <바냐 아저씨>, 옆 방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그리고 <드라이브 마이 카>를 모두 경험하니 좋네요. 세 작품에서 ‘일’의 중요성도 새삼 알게 되었구요. 국립극장 연극도 보려고 아내를 꼬시고 있습니다. ㅎㅎ
텔레긴 : 이보게, 바냐. 내 아내는 결혼식 다음 날 볼썽사나운 내 외모 때문에 애인과 함께 도망가 버렸어. 그 이후로 나는 오랫동안 내 원칙을 지켜 왔네. 아직까지도 나는 그 여자를 사랑하고 그녀에게 충실하려고 해. 그 여자가 애인에게서 낳은 아이들 양육비로 내 재산을 내주고,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그 여자를 도와주고 있어. 나의 행복은 빼앗겼지만 그래도 긍지는 남아 있네. 그 여자는 어떨까? 젊음은 이미 지나갔고, 예전의 아름다움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빛을 잃었고, 애인은 죽었어……. 그 여자에게 남은 게 뭐가 있겠나?
[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
전 텔레긴에게 뭐가 남았느냐고 물어보고 싶습니다. 아내는 바람을 피웠는데도 남편이 양육비도 내 주고, 불륜이건 뭐가 됐든 애인이랑 그래도 즐거운 한 때의 기억은 남아 있을 것 같은데, 텔레긴 씨는...
저도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이었습니다. <마이 드라이브 카>가 <바냐 아저씨>를 인용하며 이야기를 전개하는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내의 부정을 알면서도 아내와의 관계가 깨질까봐 두려워 이를 묵인하고 아내를 여전히 사랑하고자 마음 고생을 한 주인공 남자를 보면서 텔레긴이 떠오르더군요.
<드라이브 마이 카>를 다시 봐야겠어요. <바냐 아저씨>를 정독으로 다시 읽었더니 다시 보고 싶어졌거든요. 아직 바람을 안 당해 봐서 모르겠는데, 너무 사랑해서 못 헤어지는 걸까요? 뭐 많이들 그러니 못 헤어지는 것까진 감안하겠는데, 왜 경제적 지원까지 하는지 모르겠어요;;;
체호프는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안 읽곤 못배깁니다. 몇 번쨰 완독인지 기억도 안나는데, 읽을 때마다 눈에 띄는 대목이 다릅니다요. 이번엔 4막, 아스트로프 대사 '희극은 끝났도다!' 대목에서 문득 '의상을 입어라'를 부르는 요나스 카우프만을 오랜만에 찾아 봤어요. https://youtu.be/9Ug8OdslZg4?si=MqFuNNmJOXCxc5xy https://youtu.be/Q5b_lnf_3G8?si=5dMvxU4XgQT_FAfq
2막 바나: 아, 난 얼마나 기만당해 왔던가! 난 저 보잘것없는 통풍 환자를 숭배했고, 그를 위해서 황소처럼 일했어! 3막 바냐; 당신은 내 일생을 망쳤어! 난 산 게 아니야,
[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
4막 소냐: 바냐 아저씨, 우린 살아야 해요. 길고도 긴 낮과 밤들을 끝까지 살아가요. (...)우리의 삷이 얼마나 괴로웠는지, 우리가 얼마나 울었고 슬퍼했는지 말이에요.
[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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