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레나 : 난 불쌍한 그 애의 심정을 이해해. 그 애는 절박한 외로움 속에서 살고 있지. 그저 헛소리나 지껄이고, 아는 거라고는 먹고 마시고 자는 것뿐인, 생기 없는 무채색의 인간들에게 둘러싸인 채. 이런 곳에 다른 사람과는 전혀 다른, 잘생기고 재미있고 매력적인 그 의사가 가끔 찾아온다는 것은, 어둠 속에 밝은 달이 떠오르는 것과 같겠지……. 그런 사람에게 끌리는 건 당연한 거야…….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도 조금은 그런 것 같거든. 그래, 맞아, 나도 그분이 안 오시면 적적하고, 그분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이렇게 미소짓게 되니 말이야……. 저 바냐는 내 혈관 속에 요정의 피가 흐르는 것 같다고 말했어. 일생에 한 번만이라도 마음 가는 대로 살아 보라고. 어쩌면 그게 옳은지도 몰라…… 자유로운 새처럼, 당신들 모두에게서, 당신들의 졸린 표정과 대화로부터 멀리 날아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을 잊고 싶어……. 하지만 난 겁쟁이야. 난 두려워……. 양심의 가책을 받을 거야…… 그분은 매일 여기 오지만, 난 그분이 여기 오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어. 벌써부터 내가 나쁜 짓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아서 소냐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며 울면서 사과하고 싶은 심정이야... ”
『[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 3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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