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

D-29
3막에서의 바냐 아저씨의 폭주?와 터키식 러시아식 법률 적용 이야기한 대사가 왠지 근거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서 검색해보니 유럽의 다른 국가들이 기혼 여성의 재산을 남편에게 종속시켰던 것과 달리, 1800년대(19세기) 러시아 여성의 재산권은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와 법적 제약 속에서도 당시 유럽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진적인 측면이 있었다고 합니다. (영국에서는 기혼 여성 재산법(1870년)에 따라 기혼 여성도 자신의 임금과 재산을 법적으로 소유할 수 있었는데,) 러시아 기혼 여성은 18세기부터 이미 남편과 별개로 자신의 재산(특히 결혼 전 소유했던 토지나 자산)을 소유하고 관리할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여전히 가부장적 제약이 컸었고,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나 완전한 권리 행사는 제약을 받았으며, 지위 향상에는 한계가 있긴 했답니다.) 결국, 아들인 바냐는 재산상속 1순위?임에도 마리야와 바냐가 계몽주의 사상에 심취하여 숭배했던? 세레브랴코프와 결혼하는 여동생(소냐의 어머니) 결혼지참금으로 영지를 사들이기 위해서 바냐 본인의 상속재산 전체를 포기하고, 영지 구매 잔금 채무까지 몇십년간 갚았는데도 물심양면 세레브랴코프에게 온 정성을 쏟은 끝에도 고생끝 마주한 허상과 남루한 현실속에서 절망 좌절의 나날들을 꾸역꾸역 보내던 중에 소냐, 바냐, 마리야의 삶의 터전을 아무 대책없이 처분하자고 일방적 발표를 하니 바냐는 순간 자제력을 잃고 총기 살인미수극을 벌이는 상황까지 치달았던 것으로 보여요. 물론, 그 모든 소동이 끝난 후에는 몹시 부끄러워하고 절망 속에 총기 자살을 준비하다가 아스트로프와 탈레긴에 의해 사전에 제지당하고, 소냐의 마지막 대사에서 위로?를 받죠
와 감사합니다. 나열하고 보니 정말 바냐의 분노가 구조적으로 더 잘 이해되는 거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 영지 처분이라는 선언은 3막의 감정선을 팽팽하게 만들 사건으로 충분히 납득이 되네요. 아이러니한 건 이 모든 상황에서 세레브랴코프는 그 시대 가부장제 질서 안에서 의도적으로 잘못한 게 없다는 점 같아요. 그래서 구조 자체가 답답하게 느껴졌고, 살인이 성공했다고 해도 통쾌할 것 같지도 않았어요. 제목이 바냐아저씨인 것도, 바냐아저씨가 주인공이어서가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가던 바냐 같은 사람들을 보여주는 의미처럼 느껴져요. 가족을 사랑하고, 성실히 살면서도 안타깝게 청춘을 다 보내는 사람들, 분노를 표출해도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평범한 사람들. 그래서 마지막에 '어떡하겠어요, 그래도 살아야죠. 우리는 쉬게 될 거에요.'라는 위로인지 체념인지 모를 말이 더 크게 다가오는 거 같아요.
@MㅡM 님 설명을 들으니 세레브랴코프에게 더 화가나고 바냐와 소냐가 너무 안타깝습니다 외지에서 온 매형 늙은 교수 세레브랴코프와 그의 젊은 아내 엘레나가 바냐와 소냐의 터전을 흐트려놓고 점잖은 척 하며 유유히 떠나는 모습입니다 여기서는 <갈매기>같은 극단적 결말없이 그냥 새마을 운동 정신으로 끝나는거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소냐는 세레브랴코프의 딸 아닌가요?? 왠지 그냥 하녀 느낌입니다~ㅜㅜ 외할머니도 자신의 아들 바냐에게만 화를 내고~~ 그냥 모든 것을 잃어 장모와 사위의 관계가 아니라 주종관계 같아 보여요~ㅜㅜ
[1막] (바냐) 오, 그래요! 저는 계몽 정신의 소유자였지요. 그걸로 누군가를 계몽시키는 데 성공한 적은 없지만요. (사이) 계몽 정신의 소유자! 이보다 더 신랄한 말이 어디 있을까요. 내 나이 마흔일곱이예요. 작년까지 나는 어머니처럼 스콜라 철학으로 내 눈을 흐리게 하려고 애썼지요. 참된 현실을 보지 않으려고 말입니다. 그러면서도 난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어떤지 아세요? 어머니가 제 심정을 알아주신다면! 모든 걸 가질 수 있었던 시기를 너무 어리석게 허송해 버린 것을 생각하면, 울분과 증오로 밤잠을 이룰 수가 없어요. 이젠 다 늙어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요. (…….) (마리야) (아들에게)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넌 예전의 신념을 비난하고 있어……하지만 잘못된 것은 신념이 아니라, 너 자신이야. 신념 그 자체만으로 는 그저 죽은 글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잊은 게야……너는 너대로 무언 가를 이루어내야 했어. [4막] (바냐) (소냐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얘야, 난 너무나 괴로워. 내 마음이 얼마나 비참한지 넌 모를 게다. (소냐) 하지만 어쩌겠어요. 살아야죠! 사이. (소냐) 바냐 아저씨, 우린 살아야 해요. 길고도 긴 낮과 밤들을 끝까지 살아가요. 운명이 우리에게 보내 주는 시련을 꾹 참아 나가는 거예요. 우리, 남들을 위해 쉬지 않고 일하기로 해요. 앞으로도, 늙어서도. 그러다가 우리의 마지막 순간이 오면 우리의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여요. 그리고 무덤 너머 저세상으로 가서 말하기로 해요. 우리의 삶이 얼마나 괴로웠는지, 우리가 얼마나 울었고 슬퍼했는지 말이에요. 그러면 하느님은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실 테죠. 아, 그날이 오면, 사랑하는 아저씨, 우리는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보게 될 거 예요. 기쁜 마음으로, 이 세상에서 겪었던 우리의 슬픔을 돌아보며 따스한 미소를 짓게 될 거예요. 그리고 마침내 우린 쉴 수 있을 거예요. 나는 믿어요. 간절하게 정말 간절하게.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그의 두 손에 없고는 지친 목소리로) 그곳에서 우린 쉴 수 있어요.
[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
“그믐밤 넷플릭스 왜 봐요? 그믐밤 극단 족연 낭독 있는데요!” 3번째 참여한 어제도 역시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낭독 전에는 타이틀롤인 바냐 아저씨가 참 흐리멍텅해서답답했는데 새로운 족연 스타가 연기해주신 바냐 덕분에 확 몰입되었습니다. 안톤 체홉의 희곡을 3번째로 접하면서,동시에 톨스토이의 이반일리치의 죽음도 함께 읽으면서 그나마 제게 있는 얄팍한 세계사 지식이라는 것이 참으로 서구유럽 중심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제정러시아의 쇠락을 초래한 크림반도를 둘러싼 크림전쟁 조차 나이팅게일이 먼저 떠오르니까요. ) 두 책 말미에 실린 체홉 연보, 톨스토이 연보, 작품 연혁 해설 등을 읽으면서 러시아의 역사와 문화 등(체홉과 톨스토이의 흥미로운 접점 등)에 대해 들여다보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지금 현재는 너무도 당연한 것들이 전혀 당연하지 않았던 그 시대를 견디며 살아냈던 사람들의 대사들에 좀 더 귀 기울일 수 있었던 소중한 그믐밤 낭독이었습니다. 극단 족연 낭독 배우님들 관객님들 함께 해 주셔서 모두 감사했습니다!
박정민 패러디 멋있습니다!
ㅎㅎ 전 @연해 님이 읽어주셔서 좋았습니다 아니면 이런 ~삐삐~~~하며 세레브랴코프 욕을 엄청 했을듯요!! 작두 탄 연기는 @SooHey 님과 냉미남 느낌나는 김한결님이면 됩니다^^ 아니면 족연극단 이름을 변경해야 할지도요^^ 입체 서라운드 독서법. 네임이 촌스러워서 더 기억에 남지 않나요?? ^^커다란 고딕체로 간판이면 더 좋을듯요 제가 챗gpt에 살짝 부탁해서 사진을 만들어보았습니다^^ 1층은 그믐카페와 연해슈퍼가 있습니다(이름 살짝 빌려왔는데 괜찮을까요??^^;; 그런데 이 AI가 한글을 계속 틀리네요^^;;)
연해슈퍼 완전 짱입니다! 단골 등록!! 포도스티커 모아서 화장지 바꾸러 가야겠어요 ㅋㅎㅋㅎ 그믐(올?)까페의 '까'는 작가주의 그래픽디자인 같네요...! +_+
슈퍼도 애매하게 소와 슈의 콜라보레이션 그올까페..ㅎㅎ 한결님은 한결님인 걸로 알고 있어요!!
으하하하, 연해슈퍼라니! 마음에 쏙 들어요. 진짜로 제가 운영하는 곳이면 좋겠습니다. 그럼 그믐에 계신 분들이 언제든 편히 들러주실 수 있게, 예쁜 사랑방으로 운영할 텐데 말이죠. 상상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족연 손수건에 이어, 이번에는 연해슈퍼:) 이 이미지를 보니, 작년에 봤던 <로타리의 한철>이라는 영화가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동네 사람들이 오며가며 들르는 푸근한 공간이라 더 좋았던 기억이 나요.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감독님이 '한철'이라는 할아버지의 손녀라는 게 더 재미있지요. 등장인물도 다 실존 인물(감독님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들이 나오고요. 그래서 연기가 부자연스럽지만 이 또한 독립영화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로타리의 한철강원도 횡성, 수십 년간 같은 자리에서 작은 동네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한철은 슈퍼 안에서 낡고 망가지는 것들을 마주하게 된다.
@연해 님이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요즘은 대형 마트나 편의점이 많은데 이상하게 전 시간의 흔적이 보이는 공간들에 요즘은 눈길이 가고 예뻐 보이더라구요~오탈자 가득한 간판들이지만 그래도 gpt가 연해슈퍼는 밝고 단정하게 그려서 좋았습니다 @SooHey 님의 포도알 스티커와 화장지에 빵!!터지고 단어가 주는 정겨움에 웃음이 났습니다^^ 촌스러운 사진에도 즐건 관심 가져주시고 @꽃의요정 님 덕분에 한국 희곡들도 떠올려봅니다 어떤 희곡작품들이 있을까요??^^ 점점 확장되는 그믐의 달밤의 낭독입니다ㅎㅎ
아마도 인공지능은 한글을 글자가 아니라 이미지로 인식하고 있어서 글자를 쓰는게 아니라 그리다보니 틀리는거 아닌가 싶네요. 안 틀리게 명령을 내리는 팁들이 있다고도 합니다. 다음에도 틀리면 맞게 쓰려면 어떻게 명령 내리면 되는지를 다시 물어보시고 하세요. 비서를 잘 길들이셔야 합니다. 인공지능 비서는 우리가 하기 나름이에요. ㅎㅎ
와!! 감사합니다 AI가 한글을 이미지로 인식하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 AI를 잘 다루는 방법도 요즘 시대를 살아가려면 잘 배워야 겠습니다 (이후에도 그믐카페를 계속 틀리더니 이는 한계라면서 직접 포토그래픽으로 넣으라는 조언을 챗gpt한테 들었습니다^^;;)
족연극단이라는 이름과 상반되는 열연을 보여준 분들이 많으셔서 함께 낭독(?)은 못했지만 즐겁게 들었습니다. ^^
함께 해주셔서 든든합니다^^ 건강은 괜찮으시구요??? 한국은 이제 낮에는 봄기운이 만연합니다^^
네, 목소리는 돌아왔는데, 체력 끌어올리는데 시간이 좀 걸리네요. ^^; 안부 물어주셔서 감사해요! 저희는 날씨가 아주 변덕스러워요.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체감 온도가 영하 6-7도까지 내려갔다가 수요일부터 급격히 올라가더니 금요일에는 한낮 기온이 36-7도까지 올라갔었어요.
어우~날씨가 힘드네요^^;; 그래도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예전엔 부와 명예가 젤 좋은건가 했는데 우선 몸이 아프면 나라는 존재를 바로 세우기 힘들어져서 건강이 젤 중요한거 같더라구요^^
으아? 미국 날씨는 원래 이렇게 변동 폭이 큰가요? 한국 일교차와는 비교도 안되는 어마어마한...! 건강도 차차 회복하고 계시다니 다행입니다. 활자로만 대화나누던 @새벽서가 님의 얼굴을 드디어 화면으로 뵙는 건가! 기대했는데, 다음 기회가 또 있겠지요:)
저는 <바냐아저씨>를 원작대로 공연한 연극은 본 적이 없고 재창작한 연극만 봤는데요. 윤성호 작, 전진모 연출의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과 김연민 작, 연출의 <능길 삼촌> 두 작품이에요. 두 작품 모두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체홉의 정서를 각자의 취향대로 녹여냈는데요. 윤성호 작가의 작품은 <바냐아저씨>를 모티프로 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보면 누가 알려주기 전에는 모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능길 삼촌>은 모르고 봐도 보다보면 ‘어 이거 바냐 아저씨네!‘하게 된다는 점이 달랐어요. <능길 삼촌> 김연민 연출은 체홉의 4대 장막극을 모두 한국화해서 유명한데요. 안산 능길을 배경으로 지역성을 획득한 각색으로 더 현실감있는 연극을 탄생시켰어요.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 공연 하이라이트 https://youtu.be/jMvByuJwAyA?si=PVYzOFed8ky0Q6gH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은 자매연극(?!?) 정진새 연출의 <외로운 개, 힘든 사람, 슬픈 고양이>도 있는데 이 연극은 <바냐 아저씨>와 관계는 전혀 없습니다만 뭔지 모르게 체홉의 정서가 물씬 묻어난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동물권에 대한 이야기인데 정서는 체홉, 구조는 헤롤드 핀터였던 아주 독특한 연극이었어요. 세 공연 모두 언젠가 재공연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족연 여러분도 기회가 되신다면 관극의 즐거움을 함께 하시길요~
<바냐 아저씨>가 자꾸 우리 이름을 붙인 <xx 삼촌>으로 각색되는 걸 보면, 그 시절 러시아 농노의 정서가 우리의 그것과 분명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지금 읽어도 바냐 아저씨를 착취?하는 작자들(과 호구같은 바냐)에 분노가 느껴지고 감정이입하게 되니까요 소개해 주신 연극들을 살펴보는데, <외로운 개, 힘든 사람, 슬픈 고양이>의 정진새 연출님은 그믐과도 깊게 연결되어 있는 분이군요?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을 각색 연출하셨네요! (사진 출처는 '객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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