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칼라]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계급

D-29
작가가 말하는 조작은 아마도 영어원문에서는 Manipulation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어에서도 조작이라는 말의 어감이 그렇지만 영어에서도 그렇게 좋은 의미는 아닌데요. "어떤 사람이나 상황을 교묘하게 통제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 '조작'이란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기업문화나 조직분위기를 지칭하는 것 같습니다. 관료제의 특성상 직위와 직책, 직급이 존재하고 개인보다 조직이 우선시 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정신이나 내면은 '자발적으로' 조직으로 사고의 관점이 이동할 때가 있죠. 개인보다는 조직을 먼저 생각하는 태도를 배양하도록 안팎으로 요구받고, 자신이 하는 말과 느낌이 조직의 상황에 적절한지 자기검열을 하게 됩니다. 그것이 더 심화되면 특정한 상황이나 인물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부담감을 느끼거나, 상대가 요구하지 않음에도 자신을 먼저 양보하는 경우도 생기고요. 카피라이터이자 광고인인 박웅현 작가의 <여덟 단어>라는 책에서 읽은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사회생활 초년병 때 친구가 어느 대기업 비서실에서 일을 했는데, 그 당시 비서실은 높은 분과 제일 가까운 부서였어요. 전화를 걸면 비서실 특유의 고압적인 말투가 들려오는데 그게 참 싫었습니다. 수화기 너머에 있는데도 상대방을 위축되게 하는 말투였죠. 어느 날 그 친구와 소주를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했죠. “적어도 너는 그러지 마라. 그거 아주 밥맛이다.” 그런데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일부러 그러는 게 아냐. 이상하게 전화를 건 쪽에서 더 긴장을 하더라고.” - p.154
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책은 도끼다>의 저자이자 광고인 박웅현이 인생을 위해 생각해봐야 할 여덟 가지 단어를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한번쯤 마주쳤을 여덟 가지 가치에 대해 자신의 경험과 만난 사람들, 그리고 책과 그림, 음악 등을 예로 들며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대부분의 전문직 종사자는 이제 급여를 받는 근로자가 되었고, 많은 전문직 업무가 분업화되고 표준화되어 교육받은 기술과 서비스의 새로운 위계 조직에 끼워 맞춰졌으며, 집중적이고 좁은 전문화가 자기 수양과 광범위한 지식을 대체하고, 조수와 하위 전문직은 곧잘 복잡하지만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반면, 성공한 전문직 종사자는 점점 더 경영자 유형으로 바뀌고 있다.
화이트칼라 - 현대 중간계급의 초상 p.187, 찰스 라이트 밀스 지음, 조형근 옮김
새로운 전문의는 제도의 '안'에 있으면 자신의 지위를 경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제도의 '바깥'에 있으면 훈련된 무능력으로 인해 일반 의료행위 밖에 할 수 없다.
화이트칼라 - 현대 중간계급의 초상 p.193, 찰스 라이트 밀스 지음, 조형근 옮김
병원이 의료계의 중심이 되어 의사의 개인 진료실을 대체하게 되자 젊은 의사는 더 이상 1840년대까지처럼 다른 의사에게서 도제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병원 제도의 도제인 인턴이 되었다. 나중에 개인 개업의로서 운이 좋으면 환자를 위해 병원의 시설을 이용하게 된다. 나아가 경력 내내 병원 보직에 임명되는 것은 그의 의료활동에 매우 중요하다. 오즈월드 홀은 "더 중요한 병원 보직은 고도로 전문화된 진료와 관련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유형과 관련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화이트칼라 - 현대 중간계급의 초상 p.194~195, 찰스 라이트 밀스 지음, 조형근 옮김
새로운 사업 시스템이 고유한 영역과 특정한 법률 문제들을 동반하며 전문화됨에 따라 변호사 역시 고유한 영역과 특정한 문제들에 대한 전문가가 되고, 사업 시스템의 외부에 머물기보다는 이 영역들의 이해관계를 좇으며 각 사회 부분을 조정하는 법률에 봉사하게 된다.
화이트칼라 - 현대 중간계급의 초상 p.200, 찰스 라이트 밀스 지음, 조형근 옮김
이런 사무실을 운영하려면 막대한 간접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꾸준한 사업 흐름을 확보해야 하며, 따라서 사무실은 '거대한 상업 및 투자 은행의 부속 기관'이 된다. 그들은 법정에 서기보다는 '금융 전문가이자 금융 서류의 초안 작성자'로서 더 많이 등장한다.
화이트칼라 - 현대 중간계급의 초상 p.201, 찰스 라이트 밀스 지음, 조형근 옮김
법률 공장은 기업 시스템에 봉사하지만, 그 공장의 변호사들도 이 시스템에 침투한다. 그들은 운행과 철도, 제조업, 주요 교육기관의 이사회에서 최고위직을 맡고 있다. … 이렇게 기업의, 기업을 위한, 기업에 의한 일들이 진행된다. 어디에나 존재하는 이 법률적 사고의 소유자이자 법정의 관료인 변호사는, 모든 주요 이사회 회의에 참석하고 모든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성명을 발표하면서, 기업을 돕고 기업을 보호하며 기업의 이해관계를 돌본다.
화이트칼라 - 현대 중간계급의 초상 p.204, 찰스 라이트 밀스 지음, 조형근 옮김
이런 중심들에서는 "교수는 가르치는 것 빼고는 다 한다"는 이야기를 곧잘 듣게 된다. 그는 대기업, 부동산 기관, 노사 위원회의 상담역이면서, 자기 연구소를 차료 연구 영역과 대학의 전통적 공평함이라는 위신을 팔고 있다. … 그러나 동기나 결과에 관계없이 학계 경력 중의 일정 부분은 점점 더 사업상의 수완가와 기업 관리자의 특성에 의존하고 있다.
화이트칼라 - 현대 중간계급의 초상 p.214, 찰스 라이트 밀스 지음, 조형근 옮김
오~길을 잃고 헤매다 드디어 5장부터 재미있어지기 시작했어요! 저도 @밥심 님처럼 읽다가 포기하려고 했었거든요. 그 당시의 연봉 수준이 지금 연봉으로 환산했을 때 얼마인지 몰라 그 부분은 계산 안 하고 그냥 넘어갔는데, 총괄지배인에 대한 해석은 요새 추세와도 맞는 것 같아 흥미로웠습니다.
화이팅! 저처럼 포기하지 마시고 완독하시길!
2부는 주요 직군별로 어떻게 관료제가 형성되어 왔고, 관료제 안에서 각 직무마다 사람들이 어떤 정신세계와 내면을 겪는지 설명하고 있어 독자마다 공감하는 포인트가 많겠더라고요. 이론보다는 현실 세계에 대한 분석이라 상대적으로 읽기도 쉬웠고요. 개인적으로는 8장(판매직)과 9장(사무직)이 가장 공감이 갔습니다 😀
재산의 측면에서 화이트칼라는 '자본과 노동의 중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임금노동자와 똑같은 재산-계급 지위에 있다. 이들은 생산수단과 직접적인 재정적 연계가 없으며, 재산에서 나오는 수익에 대한 우선 청구권도 없다. 공장 노동자나 일용직 노동자와 마차가지로 이들은 그런 생계수단을 소유한 사람들을 위해 일한다.
화이트칼라 - 현대 중간계급의 초상 132p, 찰스 라이트 밀스 지음, 조형근 옮김
관리자 위계질서의 아래로 내려갈수록 비관리직 직원과의 접촉이 증가한다. 최상층 관리자, 즉 경영자는 비서나 다른 관리자 외에는 거의 대화하지 않으며, 최하층 관리자는 비관리직 근로자와의 접촉이 90퍼센트를 차지할 수 있다.
화이트칼라 - 현대 중간계급의 초상 146p, 찰스 라이트 밀스 지음, 조형근 옮김
'총지배인'General manager이라는 이름이 잘 보여주듯 이들은 종종 상사들 중에서 가장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이다. 많은 기업이 재무 지식이 전부이고, 최고 엔지니어는커녕 공장 감독직도 맡을 수 없는 사람에 의해 운영된다.
화이트칼라 - 현대 중간계급의 초상 147p, 찰스 라이트 밀스 지음, 조형근 옮김
전문 기술의 중앙집중과 많은 지적 기능의 산업화로 인해 완전한 전문직 계층이 축소되었다기보다는 준전문직과 유사지식인이 확산됐으며, 이들과 완전한 전문직 사이에는 분리가 더욱 뚜렷해졌다. 이 확산 과정이 매우 광범위하여 임금노동자와 사무원의 자녀가 곧잘 준전문직으로 성장하는가 하면, 전문직 세계의 최상층 인물들은 기업과 결합하여 경영 관리조직의 전문 기업가가 되고 있다.
화이트칼라 - 현대 중간계급의 초상 p.222, 찰스 라이트 밀스 지음, 조형근 옮김
6장의 전문직은 의사, 변호사, 교수라는 3개의 대표적인 직업만 소개되었지만 그 외의 전문직에도 모두 통용될만한 분석이죠. 회계사, 세무사, 관세사, 노무사, 감정평가사 등등.. 6장에서 저자가 설명하는 전문직의 관료화의 가장 큰 화두를 전 아래와 같이 이해했습니다. - 전문가들도 점차 독립적 지위에서 조직으로 편입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으며, - 국가와 기업이라는 관료제 조직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관계로 이들을 상대해야만 하는 직업적 필요도 증가하며, - 관료화 된 조직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켜야만 경제적 보상과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 저는 직무 특성 때문에 회계사, 세무사들과 연락을 주고받을 일이 많아요. 직접 대면하여 만나기도 하는데 회계사, 세무사들도 연차와 나이, 직급이 다양합니다. 개인 사무소를 차리고 사업을 하는 분들도 있지만 대개 회계사/세무사 분들은 내노라 하는 대형 회계법인에 취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요. 이 분들과 식사를 하거나 개인적인 얘기를 할 일이 있어 들어보면 일반적인 회사원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걸 많이 느낍니다. 표면적으로는 다 같은 회계사이지만 그들 안에서 직급과 직책이 나뉘어 있으며, 연차가 낮거나 나이가 어린 회계사/세무사들의 의견이나 제안은 대개 조직에서 영향력이 없고요. 회계세무법인이 설정한 사업계획이나 매출 목표를 위해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영업을 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때론 자신의 지식이나 업무와는 상관없는 일들도 많이 하게 됩니다. 당연히 조직이다 보니 내부적인 의사소통이나 기업문화의 문제들도 있고요. 과거에는 이런 전문가들이 저자의 표현으로 '구중간계급'이 활동하던 시대에는 하나 하나가 자신만의 사업을 영위하던 자유직업인에 가까웠을 겁니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경쟁에서 보다 장기적으로 이윤을 추구하고 생존하기 위해 조금씩 전문가들도 합치고 조직을 이루면서 기업과 유사한 관료제가 형성되었겠죠. 작가는 오늘날의 전문직들은 지식을 행동으로 옮기는 기존의 자유기업가적 유형과, 지식을 고객의 필요에 따라 제공하는 행정적 유형이 공존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설령 조직으로부터 자유로워 보일지라도 전문직이 대가로 받는 보상은 기업과 정부라는 관료제 고객으로부터 유래하기에 실질적인 고용관계에 놓이는 셈이라고 지적하고요. 아까 언급한 회계사를 예로 들면, 회계사라는 직업적 이미지에서 공정하며 회계기준과 원칙에 따라 타협이 없는 어떤 관념들을 떠올리는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회계사들이 소속된 회계법인의 주 고객은 그들이 감사를 해야 하는 기업이죠. 만일 그 금액의 크기와 비중이 높은 고객이라면 회계법인이나 회계사는 향후의 영업과 고객관계를 위해 일정 부분 감사에서 '타협'을 하게 됩니다. 회계원칙과 경제적이윤 사이에서 후자를 선택하게 될 유인과 압박을 받는 거죠. 일반 직원이 관료제 조직이 행사하는 유무형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오히려 그것에 동화되거나 심적으로 조작되듯 전문직조차도 자유롭지 못한 거죠.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메모를 쓰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 그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주는 책을 쓰는 일을 대체한다.
화이트칼라 - 현대 중간계급의 초상 p.243, 찰스 라이트 밀스 지음, 조형근 옮김
영업사원의 세계는 이제 만인의 세계가 되었고, 어떤 면에서는 모든 사람이 영업사원이 되었다. 시장은 확대됨과 동시에 더 비인격화되고 더 친밀해졌다. … 시장은 이제 모든 기관과 모든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흥정하는 태도, 에누리하려는 의도, 기억에 남는 활력의 신학, 개인적 특성에 대한 상업화된 평가 등 모든 것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공적이고 사적인 모든 곳에서 판매술의 향취와 느낌이 배어난다.
화이트칼라 - 현대 중간계급의 초상 p.251, 찰스 라이트 밀스 지음, 조형근 옮김
공장에서 생산된 상품은 소비의 중심지인 도심으로 운송된다, 그곳에 쌓인 상품들은 도시의 반경에 있는 시장으로 운반된다. 대량 생산이 없다면 상품은 큰 상점을 채울 만큼 쌓일 수 없을 것이다. 대도시가 없다면 그런 상점을 지탱할 만큼 충분히 크고 집중된 시장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운송망이 없다면 생산된 상품이 흩어져 있는 지점에서 적재되어 도시의 중심부에 배치도리 수 없을 것이다. 이들 각각이 현대의 기업과 사회에서 이뤄지는 그물망 같은 작업의 중심이다.
화이트칼라 - 현대 중간계급의 초상 p.253, 찰스 라이트 밀스 지음, 조형근 옮김
사회적 수준을 보면, 판매 위계질서의 최상층에는 자신도 단지 영업사원일 뿐이라며 겸손한 척 뽐내는 기업의 프리마 돈나 부사장이 있고, 최하층에는 결혼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기 몇 달 전부터 반나절만 일하는 싸구려잡화상 가게의 여점원이 있다. 위계질서의 최상층 부근에는 판매부서의 판매기술을 설계, 조직, 지시하는 유통 담당 임원이 있다. 그들 가까이에는 대중매체를 통해 멀리서도 판매를 촉진하는 슬로건과 이미지를 만드는 광고인, 즉 부재 영업사원이 있다.
화이트칼라 - 현대 중간계급의 초상 p.255, 찰스 라이트 밀스 지음, 조형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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