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2. <김규식과 그의 시대> (2)

D-29
김규식은 1919년 2월 상하이를 떠난 뒤 프랑스 파리, 미국 워싱턴, 하와이,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를 거쳐 1921년 1월 19일 상하이로 귀환할 수 있었다. 2년간 민족의 운명을 짊어지고 지구 한 바퀴를 돌았고, 개인적으로 죽음의 고비를 넘어선 끝에 가족들이 기다리던 상하이로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상하이에서는 또 다른 희망의 불빛과 절망의 나락이 교차하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2권 8장 1절, 441쪽, 정병준 지음
대통령 이승만, 국무총리 이동휘, 노동국총판 안창호, 학무총장 김규식은 임시정부를 떠난 후 각자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다. 먼저 이승만과 서재필은 대통령직과 구미위원부의 위기를 외교로 돌파하기로 결심했다. 이승만이 미국행에 앞서 발표한 교서에는 “외교상의 급무”를 언급했는데, 이는 1921년 말로 예정된 태평양회의 개최였다. 1918년 말~1919년 초 대한인국민회를 중심으로 고조되던 파리 강화 회의를 향한 기대와 희망에 대해 이승만과 서재필이 보여 줬던 냉담하고 관조적 자세와는 정반대되는 것이었다. 태평양회의와 해군 군축 회의가 영일 동맹 해체와 미일 개전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일본을 세계 3위 군사 강국으로 인정한 결과로 이어졌고, 한국 대표단에게는 어떤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대실패가 명백해지자 1차 세계 대전 후 경기 하락 속에 최선을 다해 지원했던 재미 한인 사회의 독립열은 급속히 냉각되었다. 재정 궁핍을 당한 구미위원부는 문을 닫는 수밖에 없었다. 이승만은 1925년 임시의정원에 의한 대통령 탄핵(1925년 3월 18일) 후 면직(1925년 3월 23일)이라는 이중 과정을 통해 임시정부에서 추방되었다. 재미 한인 사회는 만주사변이 발발할 때까지 원기를 회복할 수 없게 되었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2권 8장 2절, 468~469쪽, 정병준 지음
김규식은 여운형과 함께 (워싱턴 회의 대신) 극동민족대회를 선택했다. 동아시아에서는 파리 강화 회의, 국제연맹에 대한 실망과 반비례해서 혁명 러시아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고조되었다. 사회주의, 모스크바에 대한 기대와 새로운 가능성을 향한 희망이었다. 제1차 세계 대전을 통해 차르 전제를 무너뜨린 1917년 혁명의 힘, 1918~1922년간 제국주의 국가들의 간섭, 시베리아 출병 및 시베리아 내전을 이겨낸 군사적 저력, 식민지 반식민지 약소 민족에 대한 직접적 지원과 연대를 공언한 국제 연대 정신 등이 이들을 사회주의, 공산주의, 모스크바로 향하게 했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2권 8장 2절, 478쪽, 정병준 지음
1921년 김규식은 이르쿠츠크파 고려공산당 후보당원이 되었고, 극동 민족 대회 대표로 선발되어 소비에트러시아로 출발했다. 김규식이 언제 이르쿠르츠파 고려공산당에 가담했는지는 미상이다. 다만, 그와 신한청년당을 함께했던 여운형, 조동호 등은 물론 이후 민족주의 노선을 걷는 김승학, 김시현이 모두 이르쿠츠크파 고려공산당 당원이 되었고, 박헌영과 함께 화요회계 3총사로 불린 김단야, 임원근은 이르쿠츠크파 고려공산당 후보당원, 최창식, 김원경은 당원이 되었다. 어제의 민족주의자가 오늘의 사회주의자로 변신하고, 1919년 파리 강화 회의의 주역들이 1922년 모스크바 극동 민족 대회의 중심 인물로 변화한 것이다. 상하이는 독립과 혁명의 기운이 이글거리는 곳이었고, 시대의 추향을 따라 독실한 기독교 지도자이던 김규식, 여운형, 현순이 고려공산당의 외피를 썼다. 파리 강화 회의에서 모스크바 극동 민족 대회로의 전환은 혁명적인 것처럼 보였지만, 외교 대상이 미국에서 소비에트러시아로 대체된 것이었고, 본질적으로는 외교 독립 노선의 시대적, 상황적 변용이었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2권 8장 2절, 479~480쪽, 정병준 지음
저도 진짜 놀랐어요. 그만큼 격동의 시기였다는 거겠죠~ 핵심가치는 조국의 독립이라는 것,..
독실한 기독교 지도자가 사회주의자로 외피를 바꾸는 상황까지. 겨우 2권을 마쳤습니다. 윌슨이 제창한 이상주의에서 소외될 수 밖에 없는 독립의 요원한 현실을 파리에서 홀로 마주한 후에도 희망을 놓치 않고 단숨에 되는 일이 아니다를 피력했던 부분도 생각나네요. 1921년 초 상해에서 임시정부가 분열되는 사건들을 읽으며 어디에 기대고 어떻게 나아갈지 확실한 것은 없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사퇴를 번복하고 그 짧은 상해 체류 시간에 사람들을 내몬 것은 참으로 답답했구요. 생생한 전보와 신문기사, 편지 연설문 같은 자료가 책에 자주 등장하기 하기에 옛말이라 어렵긴 하지만 어떤 분위기와 어떤 리더인지 체감하게 해 주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2권은 여운형이 등장하며 크레인 면담, 신한청년당 창당, 청원서를 쓰고 대표를 파견하는 행동력으로 시작했는데, 희망의 방향이 소비에트로 바뀌며 마무리가 되는군요. 겨우 2년인데 격동의 시대라고 할 만 합니다.. 벅차지만 ㅎㅎ 다음주에는 3권을 또 맞이하겠습니다.
방금 3권을 입수했는데 과연 제일 두껍군요. ㅠㅠ
ㅎㅎ가격도 정가 5만원이더라구요^^ 이번 일정을 무사히만 소화한다면 벽돌책에 대한 두려움도 좀 사라질거 같습니다^^
저자가 존경스럽습니다.
김규식이 수술을 받은 것은 1920년 3월이었지만 이미 1월부터 상당한 금액이 병원비로 지출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상당히 긴 기간 병을 앓았음을 알 수 있다.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뇌종양 수술 후 살아났으니 김규식이 구미위원부나 재미 한인들에게 느끼는 부담감과 부채의식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을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김규식은 해방 후 작성한 영문 이력서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하고 있다. ....... 병원에 입원하여 수술하고 3주 뒤에 퇴원해서 미국 서부지역을 돌며 3주(사실은 3개월) 동안 5만 2천 달러의 공채를 판매했다는 얘기이다. 과장이 섞여 있지만 사정의 전후를 알게 되면 김규식의 입장과 처지를 이해하게 된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정병준 지음
김규식이 언제 워싱턴으로 돌아왔는지는 명확치 않다. 김규식은 병들고 지쳤다.번아웃(burn-out)상태였다. 미국에 도착한 지 1년 만이었다. 파리강화회의는 무위로 돌아갔고 워싱턴에서 기대했던 국제연맹회의는 취소되었다. 미국에 도착한 직후 워싱턴과 샌프란시스코를 오가며 공채표-애국금 분쟁을 조정해야 했다. 병으로 쓰러져 입원했고 1920년 3월에는 뇌수술을 받은 후 3주 만에 퇴원해 3개월 동안 미국 전역을 다니며 공채표를 판매해야 했다. "도대체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라고 김규식은 자문자답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p384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정병준 지음
9개국 언어를 하는 언어천재이고 열정적이고 성실한 김규식의 삶에서 또 안타까운 지점입니다. 어렸을 때는 원치않던 고아의 신분이라 언더우드의 신세를 지고 한동안 그의 그늘을 벗어날 수가 없었고 이번에는 뇌수술 병원비용 때문에 이승만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아픈 몸을 이끌고 미국 전역을 다니며 자신과 맞지 않는 공채표 세일즈맨의 삶을 살아야 하네요.. 전 드라마에서 항상 연세가 많은 이승만만 보아서 할아버지로만 기억했는데 권력욕이 대단하시네요 ㅜㅜ
그러네요. 할배 이승만. 또 그걸 나름 잘 연기했던 배우들이 몇 있었죠. 오래 전, 구민이라는 성우가 있었는데 이승만 전문으로 유명했었죠.
더 중요한 공적 이유는 김규식의 업무에 대한 이승만의 간섭과 제어였다. 이승만은 대한공화국임시정부 사무실에서 출발해 한성정부 집정관총재 자격으로 구미위원부를 설립했다. 최초에 구상된 명칭이 재무위원회였던 데에서 알수 있듯이 미주에서 재정 확보를 위한 것이 목적이었다. 서재필의 조언으로 명칭은 구미위원부로 변경되었으나 이승만과 서재필이 위원장 김규식에게 기대한 것은 "외교. 선전 활동의 주역이 아니라 자신들이 벌인 일을 재정적으로 지원해 주는 조역"이었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정병준 지음
이책의 주인공이 김규식이어서인가... 후반부를 읽다보면 화가 나네요... 독립을 꿈꾸며 함께 대의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렇게 주종과 숙주의 관계가 있나봐요... ㅜㅜ
그렇다면 이승만에게 지불된 금액은 어느 정도의 수준이었는가? 먼저 앞에서 살펴본 구미위원부가 수립한 예산안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하와이 한인의 평균 연수입은 400달러, 미주 본토 한인의 평균 연수입은 1000달러, 멕시코는 360달러, 쿠바는 720달러 정도였다. 이승만은 매월 200달러 매년 2400달러의 순봉급을 받았고 여기에 비서, 사무원, 타자원, 여행경비, 전보비 등 부속직원 비용 및 업무비를 더한다면 매년 5000달러 이상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방선주는 이승만의 월급에 전기, 가옥, 여행비 등 부가 비용을 더해 연봉이 약 3000달러 정도라고 추정하고 이럴 경우 미국인 중류 이상이었다고 보았다. 3000달러나 5000달러 중 어느쪽이든 미주 본토 한인을 기준으로 하면 2-3배 하와이 한인을 기준으로 하면 6-7.5배의 연봉을 받은 것이다. 하와이나 미주 한인의 보통 생활 수준 뿐 아니라 궁핍했던 상해 임시정부의 재정 상황과 임시정부 주역들의 생활 형편을 기준으로 삼으면 생각 할 수 없이 큰 금액이었다. p395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정병준 지음
김규식은 한국 독립운동과 외교 선전, 임시정부를 위한 재정적 후원이라는 대의를 추구했으나 자신의 역할이 파리강화회의 특사라는 명망성을 활용해 미주 전역을 순회하며 공채표 판매 세일즈맨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에 분노했음이 분명했다. 1919년 8월 미국에 도착한 이래 여러 차례 병원 입원과 요양 심지어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을 받는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었지만 구미위원부의 병원비 지원으로 살아날 수도 있었다. 그 대가로 미국 순회를 했다고 하는 것은 가혹한 얘기일 수도 있으나 김규식은 뇌종양 수술 후 곧바로 미국 동부에서 서부를 왕복하는 대륙 횡단 여행을 3개월간 강행하며, 미국 전역의 한인 거주지에서 공채표를 판매해야 했다. p397
신기하네요.. 뇌종양 수술비를 지원 받은 김규식은 퇴원하자마자 미국 대륙횡단을 하며 공채표 판매를 해야 하고 이승만은 하와이 한인 생활비의 6-7.5배의 생활비를 쓰지만 당당한 건 독립운동 과정에서도 불공평이 존재하는 걸 보면 언제어디서나 항상 존재하나봐요....원래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이승만에 대해 나쁜 이미지가 생길거 같습니다ㅜㅜ 그런데 궁금한 점이 어느 나라든 근대 역사적 인물들에 대해서는 정치적 입지에 따라 평가가 상반되는 걸까요? 아니면 우리나라가 유독 그런 걸까요? 누군가가 열심히 연구해서 잘 정리된 인물평전을 편하게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근대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아직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은 인물들에 대해 공부하는 것도 왠지 미지의 탐험을 떠나는 기분이 들거 같긴 합니다^^
이승만은 자신은 대국,대세,근본적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뿐이고 김규식은 불평자의 잠정으로, 먼지털이 식으로, 지엽말단의 일로 자신을 공격하는 것뿐이라고 힐난한 것이다. 이승만은 국내의 이상재에게 편지(1921.7.29)를 보내 소수 인사가 백방 파괴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북경)박용만,이동휘, 남형우, 신숙 등은 (상해) 김규식 , 안창호, 여운형 등으로 연락하여 파괴주의를 선전"하고 있으며 , 안창호, 여운형은 연설회를 열고 대국민대회를 소집해 시국 문제를 해결하고자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이제 김규식은 정부 "파괴운동"을 일삼는 "소수지인"이 된 것이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466, 정병준 지음
혁명 후 러시아는 내전이 진행되는 와중에 주국주의 국가들의 시베리아 출병으로 백위파 정권이 수립되어 다수의 전선에서 내전을 치러야 했다. 1920 ~ 1922년간 극동공화국 수립에서 드러나듯 소비에트러시아는 제국주의 국가들과 타협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했다. 소비에트러시아는 극동의 식민지.반식민지 및 다양한 민족의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했다....일본에 맞서 거세게 반일 독립운동을 전개하고 있던 한국 독립운동 세력은 소비에트러시아가 현실적인 도움을 기대할 수 있는 중요한 연대의 대상이었다. ...소비에트러시아의 현실적 지원은 한국 독립운동 진영에 절호의 기회였다. 관대하고 우호적인 호의가 제공되었으나 이는 양날의 검과 같아서 이후 한국 독립운동 진영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479, 정병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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