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2. <김규식과 그의 시대> (2)

D-29
혁명 후 러시아는 내전이 진행되는 와중에 제국주의 국가들의 시베리아 출병으로 백위파 정권이 수립되어 다수의 전선에서 내전을 치러야 했다. 1920~1922년간 극동공화국 수립에서 드러나듯 소비에트러시아는 제국주의 국가들과 타협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했다. 소비에트러시아는 극동의 식민지·반식민지 및 다양한 민족의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출병 국가 가운데 막강한 군사력을 시베리아에 투입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일본이 가장 위협적 존재였다. 일본에 맞서 거세게 반일 독립운동을 전개하고 있던 한국 독립운동 세력은 소비에트러시아가 현실적인 도움을 기대할 수 있는 중요한 연대의 대상이었다. 1920~1924년간 소비에트 러시아의 상해 임시정부, 한인사회당, 고려공산당에 대한 재정적, 조직적, 정치적 지원은 소비에트러시아가 당면한 국내·국제적 상황을 반영한 것이기도 했다. 소비에트러시아의 현실적 지원은 한국 독립운동 진영에 절호의 기회였다. 관대하고 우호적인 호의가 제공되었으나 이는 양날의 검과 같아서 이후 한국 독립운동 진영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정병준 지음
파리강화회의에서 모스크바 극동민족대회로의 전환은 혁명적인 것처럼 보였지만, 외교 대상이 미국에서 소비에트러시아로 대체된 것이었고, 본질적으로는 외교독립노선의 시대적·상황적 변용이었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정병준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3월 14일 주말에는 3장 '생업에 돌아가 일상을 돌보다'를 읽습니다. 195쪽부터 234쪽까지입니다. 이번 장은 중국으로 돌아온 김규식의 생활인으로서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장이라서 저는 아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아래 인용하는 글을 보면서 기시감도 들었는데, 그건 바로 밑에서 얘기하겠습니다.
김규식의 또 다른 공개 활동은 학원 운영이었다. 김규식은 외교를 중심으로 한 독립운동을 전개하다 물러나 돌아갈 생업이 있었다. 바로 교육자로서의 생활 세계였다. 다른 독립운동가들은 독립운동의 냉각기와 마주하면 극도의 생계난을 겪다가 국내로 귀국하거나 투항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것이 김규식과 다른 독립운동가들의 선택과 처신에서 차이를 불러온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김규식은 이미 1910년대 신규식과 동제사를 함께하면서 박달학원 등 일종의 기숙 학원을 운영한 경험이 있었다. 유학을 알선해 본 경험, 국내 외에서 교육자로서의 경력, 영어 능통자로서 능력도 있었다. 김규식은 1923년 남화학원을 창립했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3권 2장 1절, 137쪽, 정병준 지음
2장에 이미 이런 대목이 나오죠. 저는 이 대목 읽으면서 당시부터 비교적 최근까지(LLM AI 등장하기 전까지) 한국에서 외국어(특히, 영어)를 잘하는 게 얼마나 큰 기득권이었는지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김규식은 운이 좋게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유창하게 할 수 있었고, 그것이 생계에 쪼들릴 때마다 먹고사는 방편이 되었으니까요. 괜히 웃었던 또 다른 대목은 사회운동하다가 궁지에 몰리면 학원을 차리는 전통은 일제 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였어요. 아시다시피, 1980년대 학생 운동을 하다가 졸업을 제대로 못하거나 혹은 취업의 기회를 잃은 많은 이들이 1990년대에 대치동 등의 사교육 시장으로 진출했고 그들 가운데 자산을 크게 축적한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괜히 그런 생각이 나서 피식, 웃었답니다.
저도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당시 대학생으로서는 상당히 큰 돈을 준다는 아르바이트를 한 달 집중해서 한 적이 있는데(그렇게 번 돈의 반은 당시 학교 앞 사회과학 서점 살리기 운동 자금으로;;;) 구로의 간판도 없는 논술 학원에서 조교 아르바이트를 하는 일이었어요. 고3 학생들이랑 같이 강의 듣고, 글 써오면 일차로 첨삭해 주고, 코멘트해 주는 그런 아르바이트였었어요.그런데 그때 그 강사들이 다 왕년의 운동하셨던 분들. :) (그 가운데는 지금은 대학 교수 된 분도 있고, 유명한 셀럽 지식인이 된 분도 있고 등등등.)
외국인들에게 학원이란 개념을 설명하기가 참 힘든데, 학원만큼 우리나라 국민의 생계를 책임져 주는 직업군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제 제 친구 아들(이 아이는 아버지가 의사고 강남 부잣집 아이인데, 80년대 고학생처럼 과외를 하루에 3개씩 밥도 안 먹고 뛰고, 들어갔던 의대가 맘에 안 든다고 더 좋은? 의대를 집에 부담 될까봐 알바하면서 반수해서 들어간 아이)은 '시험문제를 만들어서 파는' 알바를 하더라고요. 허허. 이런 알바가 있다는 것도 어제 처음 알았습니다. 이 아이에 대한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더 있지만, 사교육 시장의 세계는 정말 무궁무진하더군요. 참고로, 김규식 씨와 다르게 이 아이는 어학쪽은 아니고 수학쪽에 재능이 있습니다.
AI 시대에도 사라지지 않을 직업군이 학원과 사교육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욕망을 추구하는 직업... 가난했던 그 시절부터 풍요로운 지금까지 꾸준히 성장하는 분야 ㅋ
안 그래도 어제 친구들이 AI 때문에 걱정이 엄청 많던데, 저만 태평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었어요. 아무리 AI가 발달을 해도 제가 가르치는 건 제 학생에겐 외국어라서요. 외국어라는 게 번역기 돌리는 건 쉽지만, 배우는 이유는 본인이 '직접' 이야기 하고 싶은 거잖아요. 게다가 외국어 잘하면 있어빌리티 최강자처럼 보이는 환각 효과도 누릴 수 있고요. 게다가 제가 일할 수 있는 것도 최장으로 봐도 15년 정도라....너무 제 생각만 하고 인류애가 없는 사람이네요. ^^;;
저의 직업은 AI에 곧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게 되는데, 퇴직까지 남은 시간 고려하면, 저는 막차 탄 상태라...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어요. 인류애 없는 일인 추가입니다.
와~ 그런 일도 있나요? 저도 처음 듣습니다. 사교육에 대한 그 말도 안되는 이야기 더 듣고 싶네요. 썰 좀 풀어 주시죠. ㅋ
그거슨....개인정보....ㅎㅎㅎ (정필링쇼에 나온 '말바우 시장 미용실 사장님 편' 따라해 봤어요) ^^
@꽃의요정 @stella15 아, 모르시는구나. :) 제 또래 가운데 40대 끄트머리인 지금 시점에서 보면 아주 큰 돈을 번 친구들은 대개 20대, 30대 때 무엇인가, 안 풀려서 학원가로 간 친구들입니다. (인생사 세옹지마) 그들에게 가끔 학원가 소식을 듣곤 하는데, 아주 그럴듯한 의과 대학 많이 보내는 기숙형 재수 학원으로 유명한 곳이 있잖아요? 그 원장도 제 또래로 알고 있는데, 그곳이 처음에 명성이 높아진 이유가, 가장 최근에 입시를 치러본 학생에게 싼 값에 시험 문제를 여러 세트 받아서 모의 고사 시장에서 적중률을 높인 탓이었다고 합니다. 지인 아들내미도 아마 그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입시와 절연한지가 하도 오래된지라 우찌알게습니꺼. 그러니 의대 증원 시켜놨으니 학원가가 들썩거리겠군요. 하긴 사교육 혁파. 그거 개에게 준지 오래죠. 무슨 개뼈다귀 같은 소리. 거기서 나오는 돈이 얼만데. 정신이 확~ 드네요. ㅎㅎ
요즘은 AI와 의대진학 때문에 어학보다 수학능력자가 인정받는 시절이지요^^ 문제를 만들어 팔다니 진정한 능력자이네요!!
공부 잘하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알바 아닐까요? (그래서 제가 몰랐던 거 같아요...소곤소곤)
ㅎㅎ저도 한 몇 번은 환생해야 가능할지^^;; 딸들에게도 제가 도저히 자신없던 것들은 강요하지 않고 있습니다 ^^
그 친구들 다들 학원강사 아니면 용산 전자상가. ㅎㅎㅎ 지금은 다들 대치동과 판교에 살더군요.
간만에 들어와서 이 글을 읽고.. 저도 실은 대학교 때 자취하면서 영어 과외도 많이 했지만 논술학원에서 첨삭 알바한 적 있었는데 그때 그냥 사교육 시장으로 진출했으면 지금보다 잘 살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안그래도 그 당시까지는 공부에도 성적에도 별 생각이 없이 시험 보면 보고 숙제 내라면 내고하다가 대학교 때 심하게 공부에 대한 현타가 오면서 방황했던 것 같아요. 저는 아빠가 외교관이어서 아빠나 주변 아저씨들 (예: 전 UN총장 및 전 외교부 대사 등)의 일을 지켜보면서 나는 솔직히 저런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었지만 주변에서는 언어 능력이 좋다고 은근히 아빠를 따라 외교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갑자기 고3때 문과에서 이과로 전향했을 때 다들 놀랬지만 전 어차피 문과를 했어도 인류학과나 사회학과를 했지 외교에 대한 관심이 1도 없었어요. 솔직히 전 그 당시 정치인처럼 외교관도 떠들기만 하고 그게 얼마나 세상에 도움이 되는지 와닿지 않고 부질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어쩌면 이과로 갑자기 바꾼 걸지도 모르지만.. 근데 또 이과로 가서도 어느 정도 부질없는 허무를 느낀 것 같아요. 특히 지금 제가 가려고 했던 과나 다른 과에서도 필수적인 부분은 오히려 사람들이 다 기피하고 돈이 되는 부분에만 모이고 사람들이 이공계로 아이들을 보내는 이유도 결국 취직을 위해서 보내는 거라고 생각하니... 2권을 마치고 3권으로 넘어가면서 이승만과 서재필같이 실제 일은 안 하면서 욕심은 많은 정치인들, 그리고 입으로 떠드는 이상과 다른 현실적 이익을 따르는 열강들의 모습을 보면서 @밥심님 말대로 좋은 보직의 리더들은 따로 있고 실제 힘들고 보상이나 인지도도 낮지만 필요한 분야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은 어딜 가든 역사에서 묻혀버리는 존재들인가..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대치동 학원가가 유명해진 걸까요? 궁여지책이 큰 일을 해내기도 하는가 봅니다. 노량진은 공무원 지망생들의 메카 아닙니까? 그것도 뭔 사연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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