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2. <김규식과 그의 시대> (2)

D-29
아 맞아요 영화도 있었군요. 스틸컷을 찾아보니 고 안성기 님이 참 젊으시네요. 그러고보니 오래전에 일 때문에 광주에 갔다가 벌교에도 살짝 들른 적이 있었는데, 태백산맥 문학의 거리?가 조성되어 있더라고요. 그때는 일행이랑 대강만 휙 둘러보고 꼬막에 쏘주 먹으러 가기 바빴었네요.
아, 그러고보니 그곳에 조정래 문학관 있지 않나요? 전에 TV 보니까 어디 있다고 들었는데. 암튼 거기가면 그가 쓴 육필 원고가 사람 키 보다 높이 쌓였다고 들은 것 같습니다. 일행이 향팔님처럼 문학에 관심있어 하는 분이 아니셨나 봅니다. 하하.
맞아요, 문학관도 있었고 그 거리 전체가 태백산맥 문학거리였던가 그랬어요. 보성여관도 있고 소화의 집도 있고…. 일행들도 거의 그 책을 읽어본 사람들이었지만 그땐 저도 그렇고 다들 책보다는 꼬막에 정신이 팔려 있어서 문학관에는 아예 들어가볼 생각도 안했답니다 ㅎㅎ
ㅎㅎ 꼬막이 그렇게 맛있었나 봅니다. 문학도 있을만큼. 맛있으면 됐죠. 미각 있고 문학있지 문학있고 미각있겠습니까? 하하
벌교 꼬막 정말 맛있었어요! 거의 밤새 쏘주를 깠던 기억이 ㅎㅎ
오, 감사합니다! 공부가 많이 되었어요.
예전에 찾고 있던 테마가 있어서 처음 이 시기의 독립운동 관련된 사람들을 리서치를 시작했었던 때 좀 갈등이 많이 되었습니다. 내가 독립운동을 한다고 위인들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그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반목하고 싸우고 분열되고 수도 없이 지리멸렬해지고 그런 모습이 끝없이 나오는데, 게다가 그런 일들을 상세하게 기록해둔 자료도 그 안의 사람 중에 밀정이 되어 정보를 제공한 일본측 자료들이고. 그런데 그러면서 비슷한 시기에 다른 민족들, 한국의 독립운동 하던 사람들이 모델로 삼았던 체코, 아일랜드 같은 나라들의 자료도 찾아보게 되고, 한국의 독립운동가들의 자료들도 계속 보다 보니, 조금 다른 시각이 생겨났었습니다. 아, 이 사람들이야말로 나랑 다른 데가 없는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었구나. 생각이 다르고 방향이 다르고 행동이 다른 것도 '사람'이라서 그런 거구나 하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뭉뚱그려 그냥 '독립운동가들'이 아니라 그 사람 한명 한명이 각자 전혀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고 다른 인간관계를 맺고 그런데도 독립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선택을 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구 정치권(쏘련까지 포함해서)에 대해 외교적으로 활로를 모색하였던 김규식이나 이승만 모두 자신이 성장하고 만들어진 환경의 한계에 있었던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어진 한계를 어쩔 수 없는 '사람'들이 그런데도 그 한계를 넘어 각자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고 포기하지 않은 거라고 생각하면 조금 더 인간적으로 이해가 된다고 할지 속은 덜 상하게 되었습니다. 적어도 지금 우리는 '레이와 8년의 게이죠'가 아니라 2026년의 한국이라는 답안지를 들고 있으니까요. 김규식의 책을 읽어나가고 있는 동안 그런 생각을 계속 하면서 읽고 있습니다.
@적륜재 님 말씀에 100퍼센트 공감합니다. 평범한 사람들. 각자의 한계가 있었던 사람들. 저는 한때 인도 독립운동사를 열심히 들여다본 적이 있는데, 거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아. 저도 공감합니다. 개별적인 인간으로서 다양성이라는 개념으로 당시 독립운동가들에게도 적용해야 하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 있다는것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네요
그러니까요. 김규식을 생각하면 이승만이 정말 나쁜 사람 같은데 이승만도 나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란 말이죠. 그래도 끝까지 김규식을 버리지 않으려 했던 점도 그렇고. 또 이승만도 왕족이었다고 항상 꽃길만 걷진 않았다는 것도 그렇고. 독립은 의기나 의분만으로는 할 수 없는 뭔가가 있는 거 같습니다. 그 시대 평범한 사람들중엔 독립을 반대한 사람도 있을 거란 말이죠. 근데 당대 지식인들 세도가들이 반대하면 매국노가 됐다는 것도 다시 생각해 봐야할 것 같습니다. 제가 저 시대에 살았다면 어땠을까 감히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결국 독립을 공부하는 것도 사람과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과정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뭉뚱그려 그냥 '독립운동가들'이 아니라 그 사람 한명 한명이 각자 전혀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고 다른 인간관계를 맺고 그런데도 독립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선택을 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는 말씀, 너무 공감됩니다. 조금 더 인간적으로 이해가 된다는 말씀도요. 역사적 인물들의 일대기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타이틀이 갖는 기대치가 있는 것 같아요. 거룩한 일을 도모한 분들일수록 기대감도, 실망감도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고요. 이름 있는 작가들에게 유독, 도덕적 감수성을 기대(혹은 강요)하는 것도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싶고.
예전에 어디선가 읽은 '선한 의지만 모여도 갈등은 일어난다.'란 문장이 떠오릅니다. 게다가 다들 별 것 아닌 것에서 조금씩 실망하다 흩어지고요. 대의는 참 어렵네요.
아, 그렇군요. 동감입니다. ㅠㅠ
@적륜재 님의 글을 읽다보니 학생 때 봤던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이 생각나네요. 아일랜드 독립을 위해 함께 싸우던 형제가 서로 투쟁 방향에 대한 생각과 노선이 달라지며 내전에 휘말리게 되는 내용으로 기억합니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1920년 아일랜드. 젊은 의사 데이미언은 런던의 병원에 일자리를 얻지만, 아일랜드인에 대한 영국 군대의 횡포를 목격하고 형 테디와 연인 시네이드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아일랜드의 독립운동에 뛰어든다. 그리고 마침내 영국과 평화조약을 맺게 된 아일랜드, 그러나 일부 지역 자치만 허용한다는 영국의 발표에 데이미언은 형 테디와 심한 대립 관계에 놓이게 되고 연인 시네이드와의 애정 관계마저 이상이 생기는데… 조국의 자유를 위해 형과 사랑하는 연인과의 위기를 맞게 된 데이미언의 엇갈린 운명과 선택이 시작되는데…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3월 12일 목요일은 2장 1절 '국민대표회의의 동력: 한형권의 20만 루불'과 2장 2절 '국민대표회의 경과: 창조파 정부 수립이라는 결말'을 읽습니다. 113쪽부터 163쪽까지입니다. 임시정부의 한계를 극복해 보려던 새로운 시도 국민대표회의의 개최부터 힘 빠지는 결과까지 서술한 장입니다. 3.1 운동의 동력이 불과 4년 만에 소진되어 가는 형세라고나 할까요?
여러분, 계속해서 등장하는 한형권이라는 문제적 인물에 대해서도 궁금하셨죠? 혹시 @적륜재 님께서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다면 보충해 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형권은 경력만 놓고 보면 김규식과 완벽한 대척점에 있습니다. 1889년 함경남도 홍원에서 태어나 부친을 따라 러시아 연해주로 이주했습니다. 한국어보다 러시아어와 러시아 문화에 익숙한 ‘러시아통’이 탄생한 것이죠. 러시아 옴스크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군사적 식견도 상당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한형권은 함경도 출신의 독립운동 거물이었던 이동휘(1873년생, 김규식보다 8살 연상이며 한형권과는 16살 차이가 납니다)를 만나면서 독립운동에 투신하게 됩니다. 미국통에 이승만과 김규식이 있었다면, 러시아통에는 한형권이 있었던 셈이죠. 이 한형권이 바로 유창한 러시아어 실력과 네트워크를 이용해 1920년 모스크바를 방문, 레닌과 트로츠키 등을 독대합니다. 바로 이 만남에서 그는 ‘200만 금루블 지원 결정’이라는 파격적인 결과를 이끌어냅니다. 200만 금루블은 당시 약 100만 달러(미국)의 가치를 지녔는데, 이는 독립 열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시점에 미주 한인이 1년간 모은 성금 14만 8,000달러의 거의 7배에 달하는 거액이었습니다. 당시 한국 독립운동의 무게중심이 왜 러시아로 급격히 쏠렸는지, 그리고 이 자금이 왜 두고두고 화근이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죠. 한형권은 박진순과 함께 200만 금루블 중 1차분인 40만 금루블을 받고 나서(1920년 9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옴스크 혹은 울란우데(당시 베르흐네우딘스크)에서 김립에게 이를 전달합니다. (옴스크는 도스토옙스키의 유배지로도 유명하죠.) 그는 다시 모스크바로 돌아가 협상한 끝에, 2차분인 20만 금루블을 1921년 9월 베를린에서 수령합니다. 이렇게 받은 총 60만 금루블의 사용처가 바로 책 122쪽에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이 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가운데 약 23만 금루블은 한형권 개인이 사용했고, 나머지는 분실되거나(8만 금루블) 혹은 상하이 임시정부가 아니라 이동휘의 한인 사회당에서 당비로 썼습니다. 결과적으로 볼셰비키가 지원한 소중한 독립 자금이 임시 정부의 공금이 아닌 특정 파벌의 자금으로 쓰인 셈이죠. 단, 이 가운데 일부가 (이동휘와 한형권이 중요하게 생각한) 국민대표회의 개최를 위해서도 쓰였을 거라는 점이 오늘 읽을 부분의 복잡한 대목입니다. 한형권은 이동휘가 죽고 나서도 연해주 근처에서 독립운동을 이어가다가, 해방 후에는 북한에 자리 잡고 1959년 평양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오랫동안 ‘자금 횡령범’이라는 딱지가 붙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다가, 최근에야 정병준 교수와 같은 역사학계의 노력을 통해 그 활약상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와, 계속해서 이렇게 꼼꼼한 보충(?)자료 정말 감사합니다! 이해가 쏙쏙 되고 있어요:)
한형권에 대해서는 저도 그렇게 자세히 알지는 못합니다. 한형권이 이름이 등장하는 에피소드 하나는 있는데, 어쩌면 그 사람에 대한 해방 전후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1949년 4월 30일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에서 이루어진 전형적인 악질 고등계 경찰출신의 친일파 김창영의 피의자 신문조서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문 別로 할 말은 없는가. 답 국가의 처단만 감수할 뿐이지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마는 새로 기억나는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문 무엇인가. 답 소위 대동아전쟁 발발 그 다음해 가을에 중경 임시정부 특파원 김동선이 만주에 와서 중국-만주간의 조선인 지도층의 긴밀한 연락이 필요타는 旨를 濱綏線 小嶺驛前에서 금족령을 받은 오강선에게 전달하고, 오광선은 한영기에게, 한영기는 "한형권에게, 한형권은 同旨를 본인에게 서신으로 통지가 有하여 하얼빈 한형권 집에서 오광선 이외의 3인이 비밀회의하여" 한형기 장남 한석준 외 1인 청년을 앞서 말한 김동선에게 연락을 하기 위하여 본인의 알선으로 중경까지 파견하였던 사실이 있었으며, 해방 1년 전 4월경에 전술한 광주의전 기부금 관계로 상해에 갔다가 돌아올 때에 일본육군대장 마쓰이의 촉탁으로 활동하던 박석윤과 상해 카세잉호텔에서 비밀회의를 열고 본인은 조선서 상해까지, 朴은 상해서 중경까지 연락함을 각각 약속하고 일본 패전 후의 민족운동을 도모키 위하여 일금 5만원也를 同 경비로 제공한 사실이 있고, 만주국 협화회성 사무장이던 최근우와 동반하여 조선으로 돌아 온 사실이 있습니다. 문 참고될 만한 말은 없는가. 답 없습니다. 이 내용을 들으면 마치 고등계 경찰 고위급 친일파가 실은 비밀리에 독립운동가들과 연계하여 중경에 있던 임정하고 연락을 도모한 적이 있었어요. 패전 후에 민족운동하려고 했으니 정상참작해주세요 하는 것 같지만, 물론 이 내용은 어떻게든 처벌을 줄여보려던 수작입니다. 어쩌면 밀정에게 빼낸 정보를 마치 자기가 한 것처럼 꾸민 것일 가능성이 더 큽니다. 하지만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은 당시 가장 최악의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독립운동을 계속해온 인물들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졌던 인물들이었습니다. (박석윤이라는 사람은 예외입니다만) 한형권의 이름은 여기서 핵심 연결고리로 등장하였던 것을 본 적 있습니다. 마지막의 최근우는 만주국 협화회의 고위 관리였다는 이유로 친일인물 명단에 올라갔다가 실은 비밀리에 독립운동의 스파이였다는 사실이 확인되어 꽤 최근에 다시 독립유공자로 추서되었습니다.
<김규식과 그의 시대> 3권을 완독하는 것만 해도 버거운데 자꾸 호기심이 들어 정병준 교수님의 <1945 해방 직후사>도 빌렸습니다.^^ 김규식과 그의 시대의 4권 느낌이고 여운형에 관한 글이 나온다고 해서 궁금해서 빌렸는데 정병준 교수님은 역사학자이자 문장가이시네요^^ <1945 년 해방직후사> p22 한국 현대사에서 반탁운동을 주도한 것은 귀국한 임시정부 계열로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초기(1945년 9월-12월)에 진정한 의미의 반탁운동을 주도한 것은 미군정과 이승만, 한민당 계열이었다. 이들은 루스벨트가 1943년 이래 국제적으로 합의하고 국내적으로 공식화한 대한정책(다자간 국제 신탁통치)을 반대하며 무산시키는 한편, 그 대안으로 미군정 예하의 과도정부 형태를 출범시키려 했다. 이는 미국 자료에는 정무위원회, 전한국국민집행부, 통합고문회의로 표현되었고, 한국 현실정치에서는 독촉중협으로 구체화되었다. 즉 정무위원회 계획의 현실정치 구현이 독촉중협의 건설이었다. 한국 현대사의 운명을 좌우한 실질적인 동력과 모멘텀은 1945년 말 반탁운동이 아니라 미군정 초기 미군정 주도의 반탁운동이었다는 점이 이 책의 주요한 결론에 해당한다. 이 이야기가 여기에 이르게 된다면 해방 직후사에 대한 연구가 왜 아직까지 비밀의 화원에 감춰져 있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잘 하셨네요. 저는 1권만 읽고 고민 끝에 역사공간에서 나온 이준식의 김규식으로 갈아 탔는데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평이하게 써서 편하게 읽고 있습니다. 송병준의 책은 좋긴한데 너무 학술적여서 약간 부담스럽더라구요. ;; 혹시 관심있으시면 <한국의 독립운동가들> 시리즈 추천합니다. 나중에 8월에 광복 기념으로 한번 더 벽돌책 읽어도 좋을 것 같을 것 같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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