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2. <김규식과 그의 시대> (2)

D-29
@밥심 저도 동감입니다. 이 독립운동사라는 건 워낙에 거국적인 것이라 한 두 사람을 안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니겠더군요. 그나마 독립운동하면 자주 거론되는 인물들조차 제대로 아는 게 한 사람도 없으니. 또 그에 따라 책과 논문 자료들은 얼마나 많은지.평생 죽을 때까지 공부해도 못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김규식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중요한 동력은 아마도 미군정기 비밀문서들을 읽으면서부터였을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남한에 주둔한 미 24군단 정보참모부 군사실 문서철을 통해서였다. 주한미군사령부가 『주한미군사』(the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Army Forces in Korea, HUSAFIK)를 집필하기 위해서 모아 놓은 문서철들이었다. 3년간 주둔한 미군이 군대 역사를 쓴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이를 위해 방대한 분량의 원자료와 초고를 준비해 두었다는 것, 그리고 이것이 공개되어 한국현대사 연구를 좌우하고 있다는 사실도 놀랄 만한 일이다. 미국은 해방 직후 역사 현실을 결정하고 주조했을 뿐만 아니라, 남겨진 기록을 통해서 후세의 역사가와 현대사 기술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진정한 미국의 힘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정병준 지음
국사학과 선배인 서울대 정용욱 교수는 당시 박사과정생이었는데, 신혼집을 팔고 미국 자료들을 보러 내셔널아카이브에 갔다. […] 1970년대 말부터 미국 아카이브에서 자료 조사, 발굴에 전념하고 있던 방선주 박사는 묵묵히 매일의 노동을 감당하는 수도승 같은 자세로 수십 년간 자료를 다루어 왔다. […] 미국 내셔널아카이브에서 역사적 인물들의 이름과 서명이 적힌 자료들을 만져 보고 접촉한 경험은 정말 특별한 감정이 일게 하는 것이었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정병준 지음
자료 추적기는 첫장부터 흥미진진하네요. 연구자분들은 자신의 일을 정말 사랑하시는군요. 어떤 사명을 받은, 도 닦는 분들 같기도 하고, “자료들을 만져 보고 접촉한 경험은 정말 특별한 감정이 일게 하는 것이었다”니, @오구오구 님께서 연애편지 같다고 하신 말씀이 이해됩니다!
전 <김규식 자료 추적기>는 그냥 부록인가 싶어 읽지 않을까 했는데 여기에 정리가 다되어 있네요~ 물건이 가득쌓인 상자안에서 유익한 물건을 찾은 듯 뿌듯한 기분입니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의 방대한 문서규모에 압도되었고 과거 미국이 갖고 있던 압도적인 군사적, 정치적, 외교적 힘 현재 미국이 발현하고 있는 역사를 증명하는 문화적, 학문적 힘을 증명하고 있다는 말에 언젠가 우리나라에도 이런 거대하고 압도적인 소프트 파워의 힘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지금 자료 추적기를 유용하게 읽고 있어요. 앞에서 봤지만 벌써 기억이 아리송한 대목들은 다시한번 찾아보기도 하면서요. 너무 많은 얘기들이 나와서 헷갈렸던 부분들이 깔끔하게 정리가 되네요! 새로운 내용들도 있고요. 앞에서 @aida 님께서도 말씀하셨듯이, 저자의 반복 서술? 방식이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저같은 사람은 자꾸만 되풀이해 머리에 꽂아주지 않으면 금방금방 잊어버리거든요. 마지막으로 읽을 ‘부록 논문’의 내용은 더욱 기대가 됩니다.
@향팔 부록 논문은 분량 탓인지 기대보다 친절하지 않아서 언젠가 나올 4권을 더욱더 기대하게 합니다.
아, 그렇군요. 나중에 4권이 나오면 우리 모임에서 <1945년 해방 직후사>와 같이 읽고 싶습니다! 하하하
흔히 역사학자는 문헌에 기초해 사변적 연구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한 장의 사진과 조각난 흔적을 찾아 세계를 떠돌며, 역사의 편린과 모자이크를 맞추기 위해 온종일 사진 촬영을 하고 복사ㆍ스캐닝을 하는 노동자에 가깝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p.635, 정병준 지음
P 601 김규식이 느끼는 해방의 느낌은 기록되지 않았다. 김규식은 기쁜 마음으로 담담하게 일제의 패망 소식을 전해 들었을 것이다. 기다리고 예견되던 해방이지만 중경 시절 김규식은 제한되고 제약된 공간 속에 위치해 있었다. 태평양전쟁이 결정적 순간을 맞이한 1943년 임시장부아 민족혁명당 재합류 이후 김규식에게는 거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임시정부 국무위원, 선전부장, 부주석의 직위가 주어졌으나 실제로 일할 수 있는 조건이나 환경은 되지 않았다. 민족혁명당 주석으로 추대되었으나 역시 명예와 간판뿐이었다. 중국정부로부터 발원한 군사적, 재정적 후원을 둘러싸고 임시정부, 한독당과 민혁당, 김구와 김원봉이 각축전을 벌였으나 김규식은 이러한 예각적 대립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서 있었다. 그의 장점이자 명성의 근원이던 외교는 임시정부 내에서는 ㅈ소앙 외무부장이 미국에서는 이승만 주미외교위원부 위원장이 담당하고 있었다. 임시정부와 민족혁명당을 떠난 7년 동안 벌어진 간극이었다. 태평양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이 종막을 향해 달려가고 한국의 해방과 독립의 순간이 다가온다는 점만은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김구가 광복군-OSS 공동작전을 위해 서안을 방문하고 장건상이 독립동맹과 연대를 위해 연안을 방문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의 최고점에서 해방을 맞았으나 김규식은 중경에서 전해지는 해방 소식을 들었을 뿐이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정병준 지음
P 635 릴리어스는 김규식이 고아원학교에서 일하는 급사에게 마치 양반처럼 하대하는 것을 보고 격분해서 다시는 그런 짓을 못 하도록 혼냈다는 얘기를 쓰고 있다. 여러모로 김규식이 의식세계와 그에 대한 언더우드 부부의 교육방침을 보여 주고 있다. 김규식은 1921년 신생 러시아에서 개최된 극동 민족대히에 참가하며 이력서를 적어 냈는데 거기에 자신의 신분을 사족, 즉 양반이라고 썼다. 사회주의러시아가 개최하는 대회에 적어 내는 이력서에 자신을 양반이라고 썼다. 사회주의러시아가 개최하는 대회에 적어 내는 이력서에 자신을 양반으로 기록할 정도로 김규식은 신분에 대한 집념같은 것이 존재했다. 반면 소론 양반 가문이 확실한 여운형은 극동민족대회 이력서에 자신의 신분을 평민, 직업을 농민으로 적었다. 신분제에 대한 두 사람의 입장과 태도 같은 것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정병준 지음
P637 해방 후 우익 3영수는 이승만, 김구, 김규식으로 이들의 신분의식은 제각각이었다. 이승만은 전주 이씨 양녕대군의 방계후손으로 이미 평민적 지위가 된 지 오래였지만 혈통에 대한 자긍심이 높았다. 대외적으로는 왕족의식을 표방하며 진짜 왕족인 고종의 직계후손에게는 가혹한 태도를 보이는이중적 왕족의식을 지녔다. 그의 전기작가 올리버는 이승만으로부터 자신의 왕족 가계를 쓰면 정적들이 왕조를 부활하려 한다고 비판할 것이니 이를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얘기까지 모두 기록했다. 이승만 부부가 꼼꼼히 검토한 전기에 실린 얘기다. 김구는 혈통과 관련해 김자점의 후손이라는 열패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임시정부 국무령으로 초대되자 해주 김존위의 아들로 감당하기 힘들다고 사양할 정도였다. 신분제 사회에서 신분이 없는 근대 사회로 이행했지만 세 사람 모두 전통적 신분제의 강력한 유산 위에 서 있었던 것이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정병준 지음
623쪽부터 김규식 자료 추적기가 있어서 읽어야 하나 잠깐 고민했는데 읽다보니 이 부분이 정말 <김규식과 그의 시대>의 핵심 요약집이군요^^ 정병준 작가님의 문체도 좋고 이 파트를 여러번 읽는다면 도움이 될 거 같아요^^ 문장 수집에 썼던 내용을 보면 김규식은 양반이라는 신분에 이승만은 자신을 왕족처럼 김구는 자신이 김자점의 후손이라는 점에 열패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인물들이라도 자신을 둘러싼 사회구조와 환경을 벗어날수는 없구나 싶어요. 우리들도 미래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에 집착하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새삼 궁금해집니다.
2월부터 시작한 <김규식과 그의 시대> 1.2.3권을 모두 완독했습니다. 하드커버부터 책의 두께까지 위화감을 조성하는 책입니다^^;; 처음에는 김규식의 비극적 생애와 시대상과 똘망똘망한 어린시절의 모습에 끌렸는데 읽다보니 이렇게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도 꽃을 피우지 못하고 시대의 그늘에 묻힐 수가 있구나 하는 쓸쓸한 생각이 드네요. 그렇다면 평범한 이들이 인어공주가 공기가 되어 사라지듯, 사라져도 어쩔 수 없는건가 싶으면서도 그래도 마지막까지 노력하는 여러 모습들에서 또 배우게 됩니다. 이 책을 읽고 김규식에 대해 많은 지식을 얻었다고 자부하기에는 부족한 점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 2가지를 얻었습니다. 하나는 그동안 지루하게 여겨졌던 근대 역사에 관심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그냥 수많은 협회와 수많은 사람들이 아무 성과도 없이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한 역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쩌면 그들의 치열한 시간과 노력들이 쌓여 우리가 오늘날을 살아나가는 게 아닌가 싶더라구요. 다른 회원님들도 말씀하셨지만 너무 많은 인물들이 있어 언제 다 읽을 수 있을까 싶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마음부터가 우선 시작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묵직한 책을 읽었다는 자신감으로 예전에는 300쪽만 넘어가도 가까이 다가가기에는 멀어보이던 책들도 가까이 다가가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제 책장에 먼지가 쌓은 책들과 같이 놀아주고 정리도 할 독서근력이 생기지 않았나 혼자 자부해보며 두 달에 걸쳐 읽은 <김규식과 그의 시대>의 인증샷을 올립니다^^
우와~~ 인증샷 엄청나네요. 색깔이 화려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3월 28일 토요일은 '남은 말: 김규식 자료 추적기'의 뒷 부분을 읽습니다. 671~697쪽까지입니다. 내일 부록의 논문까지 읽고서 마무리를 하는 일정입니다.
임시정부가 귀국할 당시 김구는 혼자 몸으로 귀국했고, 1946년 일본에 묻힌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 3의사의 유해를 모셔 와 효창원 문효세자 묘터에 쓰고, 여순에서 봉환하지 못한 안중근 의사의 가묘를 함께 썼다. 정조가 사랑하던 의빈 성씨의 소생 문효세자의 묘는 일제 말기 서삼릉으로 옮겨 갔지만, 김구는 세자의 원소 자리에 3의사를 모셔 사후 복락을 누리시라 한 것이었다. 근대적이라기보다는 전통적 가치관에 충실한 셈이다. 반면 김원봉은 귀국할 당시 사별한 부인 박차정의 유골함을 품고 왔다. 이런 점이 김구와 김원봉, 한독당과 민혁당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였을 것이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3권, 김규식 자료 추적기, 678쪽, 정병준 지음
우리도 앞에서 얘기했듯이 세대 차이가 중요한 변수라고 정병준 선생님도 지적하고 있는 대목입니다. 이 얘기는 본문에서는 따로 안 하셨던 대목이었죠?
김구, 김규식, 김원봉, 이청천, 조소앙, 유동열 등은 함께 정치적 목표를 추구할 수 있는 세력이었고, 사상, 이념, 노선상의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해방 전후 연합, 연대, 통일에 실패했던 것이다. 또한 재미 한인들도 미군정 시기 임시정부 계열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친미적, 대미 우호적 세력이었지만, 양자 모두 미군정 하에서 고립 분산적으로 활동하며 연대, 연합의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해방 후 한국 정치 상황을 생각해 본다면,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연재했어야 할 세력의 분열은 임시정부 계열의 불행이었고, 해방 후 임시정부의 위축과 몰락을 예상할 수 있게 하는 지점이었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3권, 김규식 자료 추적기, 687쪽, 정병준 지음
'김규식 자료 추적기'를 읽으면서 또 안타까웠던 대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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