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2. <김규식과 그의 시대> (2)

D-29
김규식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로녹대학생>에 한국을 알리는 글을 기고했다. ......이어 1902년 5월호에는 <동방의 서관>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일종의 시사평론인 이 글에서 김규식은 열강의 위협 아래 신음하고 있는 조국에 대한 애정과 희망을 뛰어난 문장으로 표현했다. 보기를 들어 "서양에서는 근대문명이 꽃 피고 있는 반면에 동쪽은 암흑의 밤이 깊이 들어 있다."라는 구절이나 "동양의 거목들은 한때 은빛의 이슬로 빛났지만 지금은 겨울의 깊은 눈에 싸여 지탱하지 못하고 쓰러지고 있다. 그러나 깊은 밤은 곧 지나갈 것이고 한국에도 서광이 비칠 것이니 도둑들은 물러갈 것이고 나라의 부를 약탈하는 무리들은 없어질 것이며 결국에는 외국의 횡포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라는 구절은 영어를 한글로 옮겨도 한 편의 시와 같이 아름답고도 감동적이다. (23p)
김규식 - 민족의 독립과 통합에 바친 삶'독립기념관 : 한국의 독립운동가들' 52권. 지금 김규식의 이름과 활동을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한국근현대사에 밝은 사람이 아니라면, 김규식이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을 지낸 김구나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에 못지않은 비중을 가진 인물이다.
그러나 학생 논객으로서의 김규식의 면모가 가장 돋보이는 글은 1903년 5월호에 실린 <러시아와 한국문제>이다. 러일전쟁이 일어나기 거의 1년 전에 쓴 이 글에서 김규식은 머지않아 러시아와 일본 사이에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정확하게 예측했다. 이는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상황을 날카롭게 분석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김규식은 한국의 운명이 동아시아로의 진출을 꿈꾸는 러시아와 새로운 세력으로 부상한 일본 사이에 달렸다고 보면서도 결국에는 일본이 러시아와의 경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예견했다. 그 이유는 "러시아는 단지 한국을 원할 뿐이지만 일본은 한국을 자신들의 잉여 인구와 에너지의 배출구로 삼는 등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김규식의 예견은 불행하게도 역사적 사실이 되었다. 미국 유학을 통해 김규식에게는 국제 정세를 바라보는 예리한 안목이 이미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글 끝 부분에서 김규식은 한국이 "현재의 정부 체재 아래신음하며 지내는 것"보다 러시아나 일본에 속하는 것이 나으며 한국의 운명을 두 나라 가운데 어느 한 나라에 맡긴다면 "일본의 비오 아래 비록 소유물과 권리를 빼앗기지만 입고, 먹고, 교육받고, 평온하게 제국의 훌륭한 시민"이 되는 게 낫다는. 읽기에 따라서는 미묘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이는 일종의 반어법이었다. 이 글의 지전한 결론은 "만일 불행한 한국이 이제라도 각성한다면, 박두한 압제를 곧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두 문단에 압축되어 있다. (앞의 책, 32~24p)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3월 7일 주말 2권 마무리합니다. 8장 1절 '상해로의 귀환, 이승만과의 충돌, 임정 사직'과 8장 2절 '새로운 세 가지 방향: 국민대표회의, 중한호조사, 극동민족대회'를 읽습니다. 오늘 읽을 부분 읽으면서 김규식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놀라실 수도 있겠습니다. 미국통에서 갑자기 러시아로? 어제의 기독교계 민족주의자가 오늘의 사회주의가 되는 상황에서 당시 상황의 혼란스러움을 다시 한번 느껴보게 됩니다.
김규식은 1919년 2월 상하이를 떠난 뒤 프랑스 파리, 미국 워싱턴, 하와이,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를 거쳐 1921년 1월 19일 상하이로 귀환할 수 있었다. 2년간 민족의 운명을 짊어지고 지구 한 바퀴를 돌았고, 개인적으로 죽음의 고비를 넘어선 끝에 가족들이 기다리던 상하이로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상하이에서는 또 다른 희망의 불빛과 절망의 나락이 교차하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2권 8장 1절, 441쪽, 정병준 지음
대통령 이승만, 국무총리 이동휘, 노동국총판 안창호, 학무총장 김규식은 임시정부를 떠난 후 각자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다. 먼저 이승만과 서재필은 대통령직과 구미위원부의 위기를 외교로 돌파하기로 결심했다. 이승만이 미국행에 앞서 발표한 교서에는 “외교상의 급무”를 언급했는데, 이는 1921년 말로 예정된 태평양회의 개최였다. 1918년 말~1919년 초 대한인국민회를 중심으로 고조되던 파리 강화 회의를 향한 기대와 희망에 대해 이승만과 서재필이 보여 줬던 냉담하고 관조적 자세와는 정반대되는 것이었다. 태평양회의와 해군 군축 회의가 영일 동맹 해체와 미일 개전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일본을 세계 3위 군사 강국으로 인정한 결과로 이어졌고, 한국 대표단에게는 어떤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대실패가 명백해지자 1차 세계 대전 후 경기 하락 속에 최선을 다해 지원했던 재미 한인 사회의 독립열은 급속히 냉각되었다. 재정 궁핍을 당한 구미위원부는 문을 닫는 수밖에 없었다. 이승만은 1925년 임시의정원에 의한 대통령 탄핵(1925년 3월 18일) 후 면직(1925년 3월 23일)이라는 이중 과정을 통해 임시정부에서 추방되었다. 재미 한인 사회는 만주사변이 발발할 때까지 원기를 회복할 수 없게 되었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2권 8장 2절, 468~469쪽, 정병준 지음
김규식은 여운형과 함께 (워싱턴 회의 대신) 극동민족대회를 선택했다. 동아시아에서는 파리 강화 회의, 국제연맹에 대한 실망과 반비례해서 혁명 러시아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고조되었다. 사회주의, 모스크바에 대한 기대와 새로운 가능성을 향한 희망이었다. 제1차 세계 대전을 통해 차르 전제를 무너뜨린 1917년 혁명의 힘, 1918~1922년간 제국주의 국가들의 간섭, 시베리아 출병 및 시베리아 내전을 이겨낸 군사적 저력, 식민지 반식민지 약소 민족에 대한 직접적 지원과 연대를 공언한 국제 연대 정신 등이 이들을 사회주의, 공산주의, 모스크바로 향하게 했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2권 8장 2절, 478쪽, 정병준 지음
1921년 김규식은 이르쿠츠크파 고려공산당 후보당원이 되었고, 극동 민족 대회 대표로 선발되어 소비에트러시아로 출발했다. 김규식이 언제 이르쿠르츠파 고려공산당에 가담했는지는 미상이다. 다만, 그와 신한청년당을 함께했던 여운형, 조동호 등은 물론 이후 민족주의 노선을 걷는 김승학, 김시현이 모두 이르쿠츠크파 고려공산당 당원이 되었고, 박헌영과 함께 화요회계 3총사로 불린 김단야, 임원근은 이르쿠츠크파 고려공산당 후보당원, 최창식, 김원경은 당원이 되었다. 어제의 민족주의자가 오늘의 사회주의자로 변신하고, 1919년 파리 강화 회의의 주역들이 1922년 모스크바 극동 민족 대회의 중심 인물로 변화한 것이다. 상하이는 독립과 혁명의 기운이 이글거리는 곳이었고, 시대의 추향을 따라 독실한 기독교 지도자이던 김규식, 여운형, 현순이 고려공산당의 외피를 썼다. 파리 강화 회의에서 모스크바 극동 민족 대회로의 전환은 혁명적인 것처럼 보였지만, 외교 대상이 미국에서 소비에트러시아로 대체된 것이었고, 본질적으로는 외교 독립 노선의 시대적, 상황적 변용이었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2권 8장 2절, 479~480쪽, 정병준 지음
저도 진짜 놀랐어요. 그만큼 격동의 시기였다는 거겠죠~ 핵심가치는 조국의 독립이라는 것,..
독실한 기독교 지도자가 사회주의자로 외피를 바꾸는 상황까지. 겨우 2권을 마쳤습니다. 윌슨이 제창한 이상주의에서 소외될 수 밖에 없는 독립의 요원한 현실을 파리에서 홀로 마주한 후에도 희망을 놓치 않고 단숨에 되는 일이 아니다를 피력했던 부분도 생각나네요. 1921년 초 상해에서 임시정부가 분열되는 사건들을 읽으며 어디에 기대고 어떻게 나아갈지 확실한 것은 없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사퇴를 번복하고 그 짧은 상해 체류 시간에 사람들을 내몬 것은 참으로 답답했구요. 생생한 전보와 신문기사, 편지 연설문 같은 자료가 책에 자주 등장하기 하기에 옛말이라 어렵긴 하지만 어떤 분위기와 어떤 리더인지 체감하게 해 주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2권은 여운형이 등장하며 크레인 면담, 신한청년당 창당, 청원서를 쓰고 대표를 파견하는 행동력으로 시작했는데, 희망의 방향이 소비에트로 바뀌며 마무리가 되는군요. 겨우 2년인데 격동의 시대라고 할 만 합니다.. 벅차지만 ㅎㅎ 다음주에는 3권을 또 맞이하겠습니다.
방금 3권을 입수했는데 과연 제일 두껍군요. ㅠㅠ
ㅎㅎ가격도 정가 5만원이더라구요^^ 이번 일정을 무사히만 소화한다면 벽돌책에 대한 두려움도 좀 사라질거 같습니다^^
저자가 존경스럽습니다.
김규식이 수술을 받은 것은 1920년 3월이었지만 이미 1월부터 상당한 금액이 병원비로 지출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상당히 긴 기간 병을 앓았음을 알 수 있다.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뇌종양 수술 후 살아났으니 김규식이 구미위원부나 재미 한인들에게 느끼는 부담감과 부채의식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을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김규식은 해방 후 작성한 영문 이력서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하고 있다. ....... 병원에 입원하여 수술하고 3주 뒤에 퇴원해서 미국 서부지역을 돌며 3주(사실은 3개월) 동안 5만 2천 달러의 공채를 판매했다는 얘기이다. 과장이 섞여 있지만 사정의 전후를 알게 되면 김규식의 입장과 처지를 이해하게 된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정병준 지음
김규식이 언제 워싱턴으로 돌아왔는지는 명확치 않다. 김규식은 병들고 지쳤다.번아웃(burn-out)상태였다. 미국에 도착한 지 1년 만이었다. 파리강화회의는 무위로 돌아갔고 워싱턴에서 기대했던 국제연맹회의는 취소되었다. 미국에 도착한 직후 워싱턴과 샌프란시스코를 오가며 공채표-애국금 분쟁을 조정해야 했다. 병으로 쓰러져 입원했고 1920년 3월에는 뇌수술을 받은 후 3주 만에 퇴원해 3개월 동안 미국 전역을 다니며 공채표를 판매해야 했다. "도대체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라고 김규식은 자문자답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p384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정병준 지음
9개국 언어를 하는 언어천재이고 열정적이고 성실한 김규식의 삶에서 또 안타까운 지점입니다. 어렸을 때는 원치않던 고아의 신분이라 언더우드의 신세를 지고 한동안 그의 그늘을 벗어날 수가 없었고 이번에는 뇌수술 병원비용 때문에 이승만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아픈 몸을 이끌고 미국 전역을 다니며 자신과 맞지 않는 공채표 세일즈맨의 삶을 살아야 하네요.. 전 드라마에서 항상 연세가 많은 이승만만 보아서 할아버지로만 기억했는데 권력욕이 대단하시네요 ㅜㅜ
그러네요. 할배 이승만. 또 그걸 나름 잘 연기했던 배우들이 몇 있었죠. 오래 전, 구민이라는 성우가 있었는데 이승만 전문으로 유명했었죠.
더 중요한 공적 이유는 김규식의 업무에 대한 이승만의 간섭과 제어였다. 이승만은 대한공화국임시정부 사무실에서 출발해 한성정부 집정관총재 자격으로 구미위원부를 설립했다. 최초에 구상된 명칭이 재무위원회였던 데에서 알수 있듯이 미주에서 재정 확보를 위한 것이 목적이었다. 서재필의 조언으로 명칭은 구미위원부로 변경되었으나 이승만과 서재필이 위원장 김규식에게 기대한 것은 "외교. 선전 활동의 주역이 아니라 자신들이 벌인 일을 재정적으로 지원해 주는 조역"이었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정병준 지음
이책의 주인공이 김규식이어서인가... 후반부를 읽다보면 화가 나네요... 독립을 꿈꾸며 함께 대의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렇게 주종과 숙주의 관계가 있나봐요... ㅜㅜ
그렇다면 이승만에게 지불된 금액은 어느 정도의 수준이었는가? 먼저 앞에서 살펴본 구미위원부가 수립한 예산안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하와이 한인의 평균 연수입은 400달러, 미주 본토 한인의 평균 연수입은 1000달러, 멕시코는 360달러, 쿠바는 720달러 정도였다. 이승만은 매월 200달러 매년 2400달러의 순봉급을 받았고 여기에 비서, 사무원, 타자원, 여행경비, 전보비 등 부속직원 비용 및 업무비를 더한다면 매년 5000달러 이상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방선주는 이승만의 월급에 전기, 가옥, 여행비 등 부가 비용을 더해 연봉이 약 3000달러 정도라고 추정하고 이럴 경우 미국인 중류 이상이었다고 보았다. 3000달러나 5000달러 중 어느쪽이든 미주 본토 한인을 기준으로 하면 2-3배 하와이 한인을 기준으로 하면 6-7.5배의 연봉을 받은 것이다. 하와이나 미주 한인의 보통 생활 수준 뿐 아니라 궁핍했던 상해 임시정부의 재정 상황과 임시정부 주역들의 생활 형편을 기준으로 삼으면 생각 할 수 없이 큰 금액이었다. p395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정병준 지음
김규식은 한국 독립운동과 외교 선전, 임시정부를 위한 재정적 후원이라는 대의를 추구했으나 자신의 역할이 파리강화회의 특사라는 명망성을 활용해 미주 전역을 순회하며 공채표 판매 세일즈맨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에 분노했음이 분명했다. 1919년 8월 미국에 도착한 이래 여러 차례 병원 입원과 요양 심지어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을 받는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었지만 구미위원부의 병원비 지원으로 살아날 수도 있었다. 그 대가로 미국 순회를 했다고 하는 것은 가혹한 얘기일 수도 있으나 김규식은 뇌종양 수술 후 곧바로 미국 동부에서 서부를 왕복하는 대륙 횡단 여행을 3개월간 강행하며, 미국 전역의 한인 거주지에서 공채표를 판매해야 했다. p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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