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에 관해서라면 전 축복받은 세대입니다. 중학교 들어갔더니 과외금지조치가 내려져 사교육 안 받았고요, 대학에 들어갔더니 과외가 허용되어 대학 재학 중 생활비를 과외 알바로 충당할 수 있었던거죠. 너무나 절묘한 타이밍이라 돌아가신 어머니와 나중에 그 이야기를 가끔 했던 기억이 납니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2. <김규식과 그의 시대> (2)
D-29
밥심

적륜재
저도 생업 때문에 잠시 책 진도도 느려지고 여기 들어오지도 못하고 있었던 한 주였습니다. 마침 파친코의 민진 리 작가가 새로 소설을 발표하는데 '아메리칸 학원 American Hagwon'이라는 제목이라고 들었습니다. 미국 한인 사회의 학원과 교육열을 다룬다고 대략 전해들었습니다.
학원 얘기가 나와서 덧붙이는 재미있는 사실입니다만, 조선후기 중인계급의 사람들이 대대로 전문직 과거를 (역관이라든가 관상감의 천문관 같은 직종을 뽑는 과거입니다. 당연히 사대부 양반들은 치르지 않았습니다. 외국어라든가 수학 시험을 보는 과거가 있었습니다) 통해 계급을 유지했는데, 아이가 취학 연령 정도 되면 주위 동료에게 과외 선생을 찾아 과거 준비를 집중적으로 시켰습니다. 예를 들어 보빙사 사절에 민영익을 수행했던 변수의 과외선생이 강위라고 역시 개화파의 좌장같은 인물이었습니다. 그래서 구한말 개화파 인물들이 전부 선생님-제자 관계로 얽혀있더군요. 그런데 한 집안에 역관 시험과 천문학(수학) 시험을 붙은 사람들이 섞여있는데, 자료를 보다 문과는 역관 시험치고 이과는 관상감 시험을 치는구나 하고 웃은 적이 있습니다.
어서 한가해지면 김규식 책을 마저 따라잡아야겠습니다.

stella15
와, 이런 정보는 어디서 캐내셨나요? 매우 흥미롭습니다. 미쿡에도 그런 학원가가 있다니! 영문 그대로 쓴 것도 흥미롭네요. ㅎㅎ

적륜재
이, '이런 정보' 중에 중인계급에 대해서는 실은 계속 리서치를 하고 있는 주제여서 이고, 민진 리 새 소설 정보는 아무래도 미국 내에서도 베스트셀러 작가이니 소식이 계속 업데이트 되고 있어서입니다. ^^ 미국 특히 한인 커뮤니티가 큰 엘에이, 뉴욕, 뉴저지는 한국식 학원이 한국계뿐 아니라 중국, 인도계 부모와 학생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학교 밖 '교육기관'인 것 같습니다.

꽃의요정
제 동생 얘기에 따르면, 밴쿠버에서 홍 콩 혹은 중국 어머님들 사교육에 대한 열정은 이론부터 예체능의 영역까지 넘사벽이라 일찌감치 포기하더라고요.
근데 역시 과외 수업의 역사는 선사시대까지 올라가야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YG
@적륜재 님, 말씀을 듣고 보니 생각이 나는데. 사실 개인 과외는 서구도 아주 오랜 전통이 있잖아요. 외국의 먹고살 만한 집 출신의 유명한 사람 평전을 읽어보면 항상 개인 교사를 두었고, 또 형편이 어려운 많은 지식인은 개인 과외로 먹고 살았고. 저는 지금 대한민국의 학원 같은 형태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 누가 한번 진지하게 들여다보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이런 책은 있는데, 정작 통사적으로 접근한 책은 없는 것도 같고요.

대치동 - 학벌주의와 부동산 신화가 만나는 곳대치동 학원가에서 20여 년간 일한 입시 전문가 조장훈이 명문대 학벌을 얻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과 그 열기 속에서 부동산 시세 차익을 셈하는 이들이 어지럽게 뒤엉킨 대치동 내부의 풍경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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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륜재
한국계 사회의 '시험/교육 지상주의'는 연구과제로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서구의 상류층 개인과외 와 한국 역사의 과외/교육은 좀 다른 점이 국가가 주관하는 시험을 준비한다는 게 아무래도 본질적으로 다르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혹시 관련된 책이 나오면 꼭 소개 해주십시오!

YG
@적륜재 아, 그러고 보니, 이 두 책에서 방금 지적하신 그 대목을 짚고 있긴 합니다. 저는 두 책 모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당선, 합격, 계급 - 장강명 르포문학공모전이라는 제도와 공개채용이라는 제도를 밀착 취재, 사회가 사람을 발탁하는 입시-공채 시스템의 기원과 한계를 분석하고 한국 사회의 부조리와 불합리를 고발하는 논픽션이다. ‘당선’과 ‘합격’이라는 제도가 사회적 신분으로 굳어지며 ‘계급화’되는 메커니즘을 밝혀낸다.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2018년 국가 주석 임기 제한이 폐지되면서 중국은 사실상 시진핑 1인 독재 체제로 돌입했다. 이후 중국은 세계 질서에 가히 위협적이라 할 수 있는 행적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중국을 이해할 수 있을까? 현 MIT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중국-인도 연구센터 주임인 미국 내 중국 전문가 야성 황 교수는 과거의 문명국가, 현대의 문제국가 중국을 읽는 새로운 접근, ‘EAST 공식’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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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15
저 장 작가님 책은 읽어 본다고 하곤 아직도 못 읽고 있네요. 게으른건지 용기가 없는건지. ㅋ

거북별85
민진리 작가님의 '아메리칸 학원'이라니 궁금해 지는 작품입니다 옛날 한국도 미국처럼 사교육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들은거 같은데 요즘 보면 미국도 학원이 꽤 흥행하는거 같더라구요
'학원'이라는 시스 템은 계층이동이 가능하면서도 사회적 욕망이 강렬할 때 존재할 수 있을거 같아요 이미 신분제로 굳어진 사회라면 학원은 필요없을거 같습니다
요즘 드는 생각이 학벌이나 직업으로 계층이동을 꿈꿀 수 있는 시절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집이든 취업이든 부모의 능력없이 자녀 세대 혼자 힘으로 불가능해진다면 결국 조선시대의 신분제 사회와 같아지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향팔
“ 극동민족대회는 이후 중국,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 공산주의운동·사회운동에 큰 영향을 끼쳤다. 중국의 경우 중국공산당은 ‘민족·식민지 테제’에 입 각해 반제·반봉건투쟁의 중요성을 인식했고, 대회 참석 후 귀국한 대표들은 공산당 2차 대회에 참석했는데, 이것이 국공합작으로 이어졌다. […]
일본의 경우 대회의 결과로 볼셰비즘과 아나키즘이 확연히 구별되었고, 공산당 결성의 기반이 견고해져서 일본공산당이 결성(1922. 7. 5)되기에 이르렀다.
한국의 경우 제국주의에 대한 인식이 깊어지고, 세계혁명, 일본 프롤레타리아운동과 연대에 대한 전망을 갖게 되었으며, 상해파와 이르쿠츠크파가 사회주의혁명에 선행하는 단계로 민족혁명·민족해방운동을 위치시키고 민족통일전선 정책을 수용하게 되었다. 국민대표대회를 통해서 새로운 민족통일전선 조직·정당을 조직한다는 방향이 결정된 것이었다. 이것이 극동민족대회를 통해 공식화된 코민테른과 이르쿠츠크파의 입장이었다. ”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정병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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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김규식과 여운형은 파리강화회의-3·1운동-대미 외교(구미위원부)·대일 외교(여운형)로 명성을 얻은 한국대표였으나, 이 대회의 배후 실세는 이르쿠츠크파 고려공산당과 코민테른 원동부, 상해파 고려공산당과 모스크바 레닌 정부였다. 전면에 내세워지지 않은 이르쿠츠크파와 상해파의 갈등과 분열은 극동민족대회가 성대히 개최되는 순간에도 거친 파열음을 내고 있었다. 극동민족대회를 통해 아시아 민족해방운동, 사회주의운동을 고양시키려던 코민테른과 러시아정부의 의도는 중국과 일본의 경우 공산주의운동의 정립과 방향 전환을 가져왔지만, 한국의 경우 두 파벌 간 분열의 골을 심화시켰다. 모스크바의 지원을 바탕으로 민족통일전선을 결성하여 한국 독립운동 고조와 사회주의운동의 통일·확산을 꾀한 참가세력의 희망도 그 소용돌이 속에 출렁이고 있었다. ”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정병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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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15
그나마 자손분중에 잘 되신 분도 있군요. 다행입니다. 근데 YG님 이 글을 읽으니 정병준 교수의 책을 그냥 끝까지 읽을 걸 그랬나 싶네요. ㅋㅋ 암튼 알려주셔서 감사!

향팔
안미생 선생이 삽화를 그린 책이 <양자유경>이군요.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에서 1992년판의 전체 원문과 삽화를 모두 볼 수 있네요. (신기합니다.)
揚子幽景: 전승을 기념하여 = The lure of the Yangt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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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수산나’가 안미생 선생님인가 봐요!
웰링턴 구의 머리말, 김우애의 원고 보관자의 말도 실려 있네요.


stella15
진짜 신기하네요. 화풍이 북한스러운데가 있는 것 같아요. 이거 향팔님 아니었으면 구경도 못했을 거네요. 역시 찾기 천재! 👍

향팔
“ 시집 맨 앞에 중국의 유명화가 양정명(梁鼎銘)이 대협곡과 아미산 풍경을 묘사한 그림 2점이 들어가 있으며, 그 외 삽화 15점이 시집 곳곳에 삽입되어 있는데, 김우애에 따르면 김구의 첫째 며느리이자 안중근의 조카인 안미생이 14점을 그렸다. 안미생의 삽화는 수묵화로 선이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이 가득하다. 그림마다 장소나 화제(畫題)를 영어로 설명하고 있다. ”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정병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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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15
ㅎㅎ 중국풍이라고 하려다 너무 멀리 나가는 거 같아 북한풍이라고 했더니 땡이로군요. 😢

향팔
“ 김규식은 사천대학 시절 오통교의 찻집과 감귤원에서 중국의 화가, 문인, 예술가 등과 교류했고, 배를 타고 양자강을 오르내리면서 절경을 감상하고 시와 예술을 얘기하고 항일전쟁을 논했다. 양정명이 빌린 작은 배는 수천 집의 불빛이 빛나는 저녁에 양자강을 거슬러 돌아왔다. 『양자유경』의 시상이 여기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중국 친구들과 주고받은 시인·묵객의 대화가 마음 한편에 쌓이고 직접 목격한 양자강의 풍광·감상이 농밀하게 온축되었다가, 일본이 패망하고 고국으로 돌아가게 되는 순간 격정적으로 뿜어져 나왔을 것이다. 양정명이 두 폭의 삽화 그림을 선물한 것도 오통교 시절의 인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하지만 김규식의 유일한 시집이자 문학적 감수성과 아름다운 삽화가 들어간 『양자유경』은 결국 김규식 생전에 출간되지 못했다. ”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정병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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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stella15 헤헤 저도 우연히 발견했어요. 도움이 되셨다니 기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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