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초크/책증정]버지니아 울프의 가장 도발적인 에세이집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D-29
아티초크
사랑은 언제나 비극 혹은 희극의 가면을 쓰고, 때로는 그 둘이 기괴하게 뒤섞인 모습으로 찾아왔다.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토머스 쿠츠의 돈과 사랑」pp.58-59,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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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thfrog
토머스 쿠츠의 돈과 사랑을 완독했는데 그 내용 중에서도 수잔나 스타키에 대한 글인 '그녀의 삶은 온통 어둡고 희미하며 예의 바른 침묵으로 가득 차 있다.'라는 문장으로 끝낸 울프의 글은 만나본 적도 없는 인물의 삶이 눈앞에 그려져서 감명 깊었습니다..
아티초크
"만나본 적도 없는 인물의 삶이 눈앞에 그려져서 감명 깊었습니다"다는 fifthfrog님의 말씀이 더 감명 깊습니다.^^ 쿠츠와 수잔나, 해리엇, 그리고 쿠츠의 딸과 사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돈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토머스 쿠츠의 돈과 사랑」이 특별히 감명 깊은 이유 중 하나는 울프의 시선과 필력 때문일 것입니다. 옮긴이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사랑은 결코 물질적 조건과 분리될 수 없으며, 결혼을 둘러싼 언어는 여성의 경제적 종속을 은폐하거나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울프는 그러한 언어의 힘을 비판하며, 감정의 진실은 생활의 조건을 직시할 때에만 드러난다고 주장한다." (11쪽)
Chloe
“ [사랑과 우정]에서 그레빌 부인이 사람들과 나눈 대화를 보면 저자인 제인 오스틴이 목사의 딸로서 그레빌 부인에서 무안당했던 일에 대한 분노의 흔적이 전혀 없다. 그녀의 시선은 늘 본질을 향하고, 우리는 인간 본성의 지도 위에서 그 지점이 어디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 ”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P.31,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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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loe
울프가 [자기만의 방]에서 제인 오스틴은 글에 자기의 개인적 감정을 싣지 않은 점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는데 자기가 정한 문학적 왕국의 경계를 넘지 않았다는 말이 연결되네요.
뜬구름
그녀의 시선은 늘 본질을 향하고, 우리는 인간 본성의 지도 위에서 그 지점이 어디 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우리가 그것을 알 수 있는 이유는 그녀가 자신의 약속을 지켰기 때문이다.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p.31,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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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구름
제인 오스틴의 작품 중 ‘오만과 편견’ 한 권만 읽어봤기에 이 책을 떠올리며 비평을 읽게 되네요. 제인은 자기 자신이 그어둔 세계를 능수능란하게 표현한다고 하는데, 다른 작품에서 그 모습을 만나고 싶어졌어요. 울프가 제인의 후반기를 상상하며 쓴 부분이 마음에 오래 남아요.
-46p. 그녀는 진지한 경험이 내면에 깊이 가라앉고, 시간의 흐름에 철저히 정화된 뒤에야 그것을 소설 속에서 다루었다.
-48p. 여성 작가 중 가장 완벽한 예술가, 작품으로 영원히 살아남을 작가 제인 오스틴은 ‘자신의 성공을 처음으로 확신했을 때’ 세상을 떠났다.
지니
“ 오스틴의 글은 겉으로 보면 인물들이 생생하게 움직이고 현실과 닮아 있어서 재미있다. 그런데 그 '겉모습'을 걷어 내고 보면, 더 깊은 차원에서 인간의 가치와 성격을 섬세하게 구분하는 그녀의 힘이 드러난다. ”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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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
제가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인데, 버지니아 울프의 글로 나타나니 반갑네요
지니
악행이나 모험, 열정은 제인 오스틴의 소설 '왕국'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모든 평범함과 소소함 속에서 그녀는 아무것도 회피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대충 넘기지 않았다.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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뵤요
그리고 채찍처럼 날카로운 문장으로 그 인물들을 둘러싸서 그들의 모습을 영원히 각인시킨다.
제인 오스틴의 책은 제일 유명한 오만과 편견만 읽어봤는데 비평을 읽고나니 제인 오스틴의 다른 저작 속 인물 묘사가 궁금해집니다.
아티초크
안녕하세요, @모임 여러분.^^『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2주차 모임을 시작합니다. 일정과 범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 2주차
― 일정: 3.16(월)~3.22(일)
― 범위: 추락하는 자에게는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내가 교양속물을 싫어하는 이유/예술가는 정치와 무관하다는 이들에게
이번 주에 함께 읽게 될 세 편의 에세이는 그야말로 신랄하고 집요한 울프의 필력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국내 처음 소개되는 「내가 교양속물을 싫어하는 이유」에는 울프식 유머(!)도 숨어 있으니 찾는 재미를 만끽하시기를 바랍니다. (힌트: 🥬)
그리고 「추락하는 자에게는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원제 'Leaning Tower') 본문에 자주 등장하는 '기울어진 탑'의 번역에 대한 문의를 이메일로 받았습니다. 질문의 요지는 "'Leaning' 이 '진행'을 의미하는 '현재분사'여서 '기우는'이라고 옮겨야 맞는 것 같다"입니다. 타 출판사 책에는 '기우는 탑'으로 번역되어 있다고 합니다. 역자의 답변을 아래와 같이 공유합니다.
역자 답변: "영어에서 'Leaning'은 현재 진행 중인 동작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피사의 사탑(The Leaning Tower of Pisa)처럼 이미 특정한 기울기를 가진 고착된 상태를 지칭하는 형용사로 쓰이는 경우가 압도적입니다. '기우는 탑'은 현재 실시간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는 역동적인 과정을 강조합니다. '기울어진 탑'은 이미 기반이 어긋나 비정상적인 각도로 버티고 있는 상태를 강조합니다. 울프가 비판한 1930년대 작가들(오든, 이셔우드 등)은 탑이 기우는 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미 기울어져 버린 특권의 탑 위에 앉아 세상을 비딱하게 바라보는 세대였습니다. 따라서 '기울어진'이라는 표현이 그들이 처한 고정된 사회적 위치를 더 잘 설명합니다."
신나는아름쌤
“ 울프는 작가의 사회적 위치를 물리적인 높이'로 치환하여 표현한다.
의자가 높으면 높을수록 작가는 대중의 삶을 객관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안
정된 시야'를 얼지만, 동시에 평지(현실)의 소음과 고동으로부터는 철저히 단
절되는 이중적인 결과를 낳는다. ”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p85,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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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
「추락하는 자에게는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재밌습니다. 19세 기 작가들과 20세기초 작가들에 대한 버지니아 울프의 분석이 정말 인상적이네요. 디킨스를, 자기 구역 안에 있는 나머지 울타리가 있다는 사실도 의식하지 못해, 생생하게 살아있는 인물들을 많이 창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색달랐습니다. 울프는 이후 문학과 사회가 긍정적으로 변해갈 것이라 기대하고, 또 그리 되자고 호소했던 거 같은데, 지금 이 시대 작가들과 작품들을 보면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해집니다.
아티초크
지니님 말씀대로 19세기와 20세기 초 작가들에 대한 울프의 분석은 매우 인상적이고 탁월합니다. 디킨스뿐만 아니라 키츠, 셸리, 바이런, 브론테 자매, 조지 엘리엇 등 대문호로 불리는 19세기 작가들에 대한 울프의 비평은 이른바 '주례사 비평'마냥 칭찬을 위한 칭찬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또 다른 문학적 형식"(79쪽)의 좋은 예입니다. 그리고 울프는 '전쟁'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이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나폴레옹 전쟁은 당시 작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그것이 작가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낸 영향력 중 하나였을까? 이에 대한 답은 꽤나 의외다. 나폴레옹 전쟁은 당시 작가들 대다수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 증거는 두 위대한 소설가, 제인 오스틴과 월터 스콧의 작품에서 찾을 수 있다." (75쪽)
아마 @모임 여러분도 이 대목을 흥미롭게 읽으셨으리라 짐작합니다.^^ "소설가는 시대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존재임에도 그들의 소설 어디에서도 나폴레옹 전쟁은 언급되지 않는" 이유를 울프는 조목조목 설명한 뒤, 당시의 평화와 번영이 작가들에게 끼친 영향을 열거합니다. 여담입니다만, 저는 「추락하는 자에게는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에서 가장 인상적인 문장을 꼽으라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작가들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무엇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무엇이 방해가 되는지에 대해 너무나 모른다. 그저 추측일 뿐이고, 그마저도 어설픈 짐작일 뿐이다." (79쪽)
fifthfrog
그들은 가르쳐야만 하고, 설교해야만 한다.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의무다. 사랑조차도 말이다.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추락하는 자에게는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 p.104,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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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묭
우리는 우리 자신의 진짜 삶을 글 속에 더하고, 우리만의 목소리로 문학에 기여할 것이다. 이건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비평가가 되어야 한다.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119,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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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아름쌤
신나는아름쌤
아티초크의 결이 좋아서 미자나무=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읽고 윌리엄 시리즈 같이 읽고있는데,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버지니아 울프편이 오스틴 책과 느낌이 비슷하면서도 흥미로워 공유드려봅니다~♡♡
아티초크
아름쌤님 덕에 여기서 해즐릿의 에세이집을 만나게 되는군요.^^ 감사합니다. 해즐릿과 울프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 서문이 울프가 쓴 일명 '해즐릿론'이라는 에세이인데 통찰력과 필력이 대단합니다. 해즐릿과 제인 오스틴에 관한 비평은 울프가 최고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울프가 바꾼 것은 세상보다 우리 내면의 풍경"이라는 리베카 솔닛의 말도 생각납니다. 즐거운 독서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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