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초크/책증정]버지니아 울프의 가장 도발적인 에세이집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D-29
악행이나 모험, 열정은 제인 오스틴의 소설 '왕국'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모든 평범함과 소소함 속에서 그녀는 아무것도 회피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대충 넘기지 않았다.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그리고 채찍처럼 날카로운 문장으로 그 인물들을 둘러싸서 그들의 모습을 영원히 각인시킨다. 제인 오스틴의 책은 제일 유명한 오만과 편견만 읽어봤는데 비평을 읽고나니 제인 오스틴의 다른 저작 속 인물 묘사가 궁금해집니다.
안녕하세요, @모임 여러분.^^『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2주차 모임을 시작합니다. 일정과 범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 2주차 ― 일정: 3.16(월)~3.22(일) ― 범위: 추락하는 자에게는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내가 교양속물을 싫어하는 이유/예술가는 정치와 무관하다는 이들에게 이번 주에 함께 읽게 될 세 편의 에세이는 그야말로 신랄하고 집요한 울프의 필력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국내 처음 소개되는 「내가 교양속물을 싫어하는 이유」에는 울프식 유머(!)도 숨어 있으니 찾는 재미를 만끽하시기를 바랍니다. (힌트: 🥬) 그리고 「추락하는 자에게는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원제 'Leaning Tower') 본문에 자주 등장하는 '기울어진 탑'의 번역에 대한 문의를 이메일로 받았습니다. 질문의 요지는 "'Leaning' 이 '진행'을 의미하는 '현재분사'여서 '기우는'이라고 옮겨야 맞는 것 같다"입니다. 타 출판사 책에는 '기우는 탑'으로 번역되어 있다고 합니다. 역자의 답변을 아래와 같이 공유합니다. 역자 답변: "영어에서 'Leaning'은 현재 진행 중인 동작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피사의 사탑(The Leaning Tower of Pisa)처럼 이미 특정한 기울기를 가진 고착된 상태를 지칭하는 형용사로 쓰이는 경우가 압도적입니다. '기우는 탑'은 현재 실시간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는 역동적인 과정을 강조합니다. '기울어진 탑'은 이미 기반이 어긋나 비정상적인 각도로 버티고 있는 상태를 강조합니다. 울프가 비판한 1930년대 작가들(오든, 이셔우드 등)은 탑이 기우는 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미 기울어져 버린 특권의 탑 위에 앉아 세상을 비딱하게 바라보는 세대였습니다. 따라서 '기울어진'이라는 표현이 그들이 처한 고정된 사회적 위치를 더 잘 설명합니다."
울프는 작가의 사회적 위치를 물리적인 높이'로 치환하여 표현한다. 의자가 높으면 높을수록 작가는 대중의 삶을 객관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안 정된 시야'를 얼지만, 동시에 평지(현실)의 소음과 고동으로부터는 철저히 단 절되는 이중적인 결과를 낳는다.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p85,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추락하는 자에게는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재밌습니다. 19세기 작가들과 20세기초 작가들에 대한 버지니아 울프의 분석이 정말 인상적이네요. 디킨스를, 자기 구역 안에 있는 나머지 울타리가 있다는 사실도 의식하지 못해, 생생하게 살아있는 인물들을 많이 창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색달랐습니다. 울프는 이후 문학과 사회가 긍정적으로 변해갈 것이라 기대하고, 또 그리 되자고 호소했던 거 같은데, 지금 이 시대 작가들과 작품들을 보면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해집니다.
지니님 말씀대로 19세기와 20세기 초 작가들에 대한 울프의 분석은 매우 인상적이고 탁월합니다. 디킨스뿐만 아니라 키츠, 셸리, 바이런, 브론테 자매, 조지 엘리엇 등 대문호로 불리는 19세기 작가들에 대한 울프의 비평은 이른바 '주례사 비평'마냥 칭찬을 위한 칭찬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또 다른 문학적 형식"(79쪽)의 좋은 예입니다. 그리고 울프는 '전쟁'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이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나폴레옹 전쟁은 당시 작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그것이 작가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낸 영향력 중 하나였을까? 이에 대한 답은 꽤나 의외다. 나폴레옹 전쟁은 당시 작가들 대다수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 증거는 두 위대한 소설가, 제인 오스틴과 월터 스콧의 작품에서 찾을 수 있다." (75쪽) 아마 @모임 여러분도 이 대목을 흥미롭게 읽으셨으리라 짐작합니다.^^ "소설가는 시대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존재임에도 그들의 소설 어디에서도 나폴레옹 전쟁은 언급되지 않는" 이유를 울프는 조목조목 설명한 뒤, 당시의 평화와 번영이 작가들에게 끼친 영향을 열거합니다. 여담입니다만, 저는 「추락하는 자에게는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에서 가장 인상적인 문장을 꼽으라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작가들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무엇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무엇이 방해가 되는지에 대해 너무나 모른다. 그저 추측일 뿐이고, 그마저도 어설픈 짐작일 뿐이다." (79쪽)
그들은 가르쳐야만 하고, 설교해야만 한다.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의무다. 사랑조차도 말이다.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추락하는 자에게는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 p.104,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우리는 우리 자신의 진짜 삶을 글 속에 더하고, 우리만의 목소리로 문학에 기여할 것이다. 이건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비평가가 되어야 한다.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119,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아티초크의 결이 좋아서 미자나무=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읽고 윌리엄 시리즈 같이 읽고있는데,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버지니아 울프편이 오스틴 책과 느낌이 비슷하면서도 흥미로워 공유드려봅니다~♡♡
아름쌤님 덕에 여기서 해즐릿의 에세이집을 만나게 되는군요.^^ 감사합니다. 해즐릿과 울프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 서문이 울프가 쓴 일명 '해즐릿론'이라는 에세이인데 통찰력과 필력이 대단합니다. 해즐릿과 제인 오스틴에 관한 비평은 울프가 최고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울프가 바꾼 것은 세상보다 우리 내면의 풍경"이라는 리베카 솔닛의 말도 생각납니다. 즐거운 독서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구절을 보고 <바벨>이 생각났어요. 최근에 제일 재미있게 읽은 소설입니다.
[세트] 바벨 1~2 세트 - 전2권스물여섯 살의 나이에 세계 3대 SF 문학상 중 네뷸러상과 로커스상을 석권한 R. F. 쿠앙의 대표작.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 중 하나였으나 석연치 않은 정치적 이유(검열 스캔들)로 후보 명단에서 제외됐던 휴고상까지 거머쥐었다면 『바벨』 한 작품으로 세계 3대 SF 문학상 석권이라는 진기록을 세웠을 것이다.
쿠앙의 『바벨』은 저 역시 아주 흥미롭게 읽은 소설입니다.^^ 해외에서의 명성만큼 한국에서 인기가 높지 않아 안타까운 작가 중 하나입니다. @모임 여러분 중에 쿠앙의 소설을 아직 경험하지 못한 분이 계시다면 『옐로 페이스』를 추천하여 봅니다.
p.72에서 독감의 원인균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현재에는 발견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천재성의 근원이 발견되었을지는 궁금해서 Gemini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기어이 작은 사랑의 조각을 구해낸 것 같아 마음이 뭉클하다는 글이 토머 쿠츠의 사랑과 돈에선 사랑이 더 소중했단 생각이 들어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가 좀 말랑말랑했습니다.
그는 그녀에게 신발을 갈아 신으라고 말했다. 정말 쿠츠다운 말이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그를 만나기 위해 물을 건너왔고, 그가 걱정한 건 그녀가 감기에 걸릴까봐였다. 이 장면은 마치 쿠츠와 해리엇이 그 거대한 돈의 파도를 헤치고 걸어가, 그들만의 작은 사랑의 조각을 기어이 구해낸 것만 같아 마음 한구석을 뭉클하게 적신다.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p.66,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문학은 그 누구의 사유지가 아니라 모두의 공유지다. 그곳은 국경선으로 나뉘지 않으며, 그 안에는 전쟁도 없다.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추락하는 자에게는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 p.121,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내가 교양속물을 싫어하는 이유>... 아주 살벌하네요 ㄷㄷ
순수지식인과 교양속물, 생계형인간 사이에 나는 누구일까? 교양속물을 욕하는 지점에서 불편했던 이유는 제가 교양속물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마디로 그들은 문화 귀족이다. 말하자면 위대한 전통을 무의식적으로 물려받은 상속자들이다. 그들이 쓴 글 한 페이지를 돋보기 아래 놓고 들여다보라. 저 멀리 지평선 끝에는 엘리자베스 시대의 문인들이, 더 가까이에는 드라이든, 스위프트, 볼테르, 제인 오스틴, 디킨스, 헨리 제임스가 보일 것이다. 개개인의 차이가 아무리 크더라도 모두 깊이 있는 교육을 통해 문학이라는 예술을 온전히 익힌 사람들이다.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p.90,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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