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초크/책증정]버지니아 울프의 가장 도발적인 에세이집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D-29
<영화, 옷을 입은 채 태어난 예술> 얼마 전에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를 보고 왔는데, 마침 예시로 딱 나와서 놀랐어요 ㅋㅋㅋ
문명화된 인간의 얼굴이란 수백만 번의 행동과 생각, 고백과 은폐가 응축된 하나의 요약본이자 결정체니까.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187,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시커트가 각별한 관심을 두는 건 하위 중간계급의 삶이야. 술집 주인, 가게 주인, 뮤직홀 배우와 여배우 같은 사람들, 태생 또는 지성으로 얻은 귀족적 삶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지. 그 이유는 아마도, 아름다운 것을 물려받은 사람들은 자기 소유물을 대할 때 그 존재를 당연하게 여기며 느슨한 태도를 취하지만, 손수 번 돈으로 거리의 노점에서 물건을 산 사람들은 다르기 때문일 거야. 가난한 이들의 소비에는 어떤 강렬한 즐거움이 있고, 그들은 자신들이 소유한 것과 아주 밀착되어 있지.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p.195,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울프의 색깔에 대한 상상력이나 그 순식간에 사그라지는 빛에 대한 상상력도 인상적이지만 시커트가 왜 중간계급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을까에 대한 해석이 인상적입니다. 물려받은 소유물에 대한 의식과 달리 노점에서 직접 구입한 그 강렬한 즐거움이 소뮤물에 대한 애착을 더 강하게 해줬을 거란 부분은 지금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듭니다. 고심해서 가격 비교를 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구입한 물건은 강렬한 색을 낼 수 밖에 없으니까요.
영화라는 매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서술한 부분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기존 고전문학을 그대로 영상화하는 납작함이 아니라, 영화여서 할 수 있는 것들(시각적인 상징 요소로 공포를 표현한다던가)을 이야기하는 게 재밌었네요! 울프의 시대와 현 시대의 영화를 비교해보면, 정말 그런 방식으로 영화가 발전해 온 것이 느껴져서요.
이번에 우리가 찾고자 하는 인물은 존 스튜어트 밀의 아내다. 그녀만큼 완벽한 여인은 없었다. 고귀하고, 관대하고, 영감을 주는 사상가이자 개혁가이며 성자와도 같은 인물. 그녀는 재능과 덕목을 다 갖추고 있었다. 단 하나, 그녀에게 없는 것이 있었다. 국립 초상화 미술관이라면 그것을 채워줄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그곳에도 그녀의 얼굴은 없었다. 그래서 미술관에 문의했더니 그들은 먼저 그녀가 기록될 자격이 있는지를 따졌다. 그들이 미술관에 걸어 남기는 건 얼굴이 아니라 조건이었던 것이다.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172-173쪽,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이번에 버지니아 울프를 통해 해리엇 테일러 밀(존 스튜어트 밀의 아내)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얼굴없는 수많은 여성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네요.
존 스튜어트 밀에 관한 아무런 정보 없이 울프의 에세이를 읽는다면 "남편이 그녀의 생김새를 단 세 줄이라도 묘사해 남겼더라면 우리는 지금 그녀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173쪽)라는 부분이 공분을 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존 스튜어트 밀이 아내 해리엇과 공동 작업한 『여성의 종속(The Subjection of Women)』(1869)은 당시 영국 사회를 뒤흔든 급진적인 '성평등' 저술이었습니다. 존과 해리엇은 부부이자 학문적 동지였습니다. 그래서 역자가 각주에서 "버지니아 울프가 해리엇 밀의 초상화가 없다고 한 것은 1920년대 당시에는 그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해리엇 밀의 초상화는 존재하며, 현재 국립 초상화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고 보충 설명을 한 것 같습니다. (사진은 존 스튜어트 밀과 해리엇 테일러 밀입니다.)
사진 자료까지 덧붙여주셔서 감사합니다. 해리엇 밀의 '얼굴'을 볼 수 있어 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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