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초크/책증정]버지니아 울프의 가장 도발적인 에세이집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D-29
제인은 세상을 개혁하려 하지도 파괴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저 말없이 바라볼 뿐이다. 그 침묵은 정말 무섭다.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38,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모욕당한 허영심의 상처나 도덕적 분노의 흥분이 악의와 옹졸함과 어리석음으로 가득한 세계를 고쳐야 한다고 우리를 부추긴다 해도, 그것은 우리의 힘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사람은 본래 그런 존재다.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39,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작가가 특정 계급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했다면, 인물 묘사는 사회학적인분석이나 의도적인 계산에 치우치기 쉽다. 하지만 19세기 작가들은 자신에게익숙한 세계를 당연하게 받아들였기에, 오히려 이념이나 전형에 갇히지 않고인물의 개성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예컨대 디킨스의 인물들은 하층민이라는 계급적 위치에 처해 있으면서도 단순히 동정의 대상이나 사회 시스템의 희생자로 머물지 않는다. 그들은 울타리 안에서 저마다의 유머와 모순, 변화의 가능성을 지닌 생생한 존재로 그려진다.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81,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저는 3장 이제 읽는데, 재밌네요. 불평등과 부조리는 한계밖을 볼때 더욱 심하게 느껴지는거 같습니다. 그래서 하층민을 그렸던 디킨스가 그리도 유쾌했나 싶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3장 「추락하는 자에게는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의 원제는 'Leaning Tower' 즉 '기울어진 탑'입니다. 울프는 독자에게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가 실제로 기울어진 탑 위에 서 있다고 상상해 보자"(93쪽)고 권유하면서, "그 작가들 역시 자신이 탑 위에 있다는 것을, 말하자면 중산층이라는 태생과 값비싼 교육으로 쌓아올린 특권 위에 있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의식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1947년에 발표된 글이라고는 하지만 시의성이 탁월합니다. 옮긴이의 말 일부를 아래와 같이 발췌합니다. @모임 여러분이 3장을 읽을 때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습니다. "울프는 계급과 교육의 특권이 문학을 왜곡한다고 비판하며, ‘기울어진 탑’이라는 은유를 통해 민주적 열망과 세습된 특권 사이의 긴장을 드러낸다. 그녀는 문학이 현실을 직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비평가로서 문학의 민주적 책임을 강조한다. 울프의 사회적 감각과 비평적 윤리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 주는 글이다."(12쪽)
저는 이 문장에서 "문학의 민주적 책임"에 밑줄을 그었어요. 지금 우리 시대에 과연 문학이 민주적인가 물으면서요.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그리고 계속 해야 할 질문이기도 하지요. 「추락하는 자에게는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의 마지막 대목을 옮겨 봅니다. 울프의 기백이 느껴지는 부분이어서 저도 밑줄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빅토리아 시대의 한 저명한 인물이자 전설적인 산책가가 남긴 조언을 기억하자. ‘무단 침입자는 처벌합니다’라는 팻말이 보이면 즉시 침입하라. 자, 지금 당장 무단 침입하자. 문학은 그 누구의 사유지가 아니라 모두의 공유지다. (중략) 그곳은 국경선으로 나뉘지 않으며, 그 안에는 전쟁도 없다. 그러니 자유롭게, 두려움 없이 그 땅을 밟자. 우리만의 길을 우리 스스로 찾아가자." (120~121쪽)
아니 2010년대에 등장했던 기울어진 운동장 uneven playing field를 이미 1900년대 초반에 울프는 인지했다니 너무 대단하네요
그렇습니다.^^ 특히 「추락하는 자게에는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와 「예술가는 정치와 무관하다는 이들에게」는 울프의 통찰력으로 빛나는 에세이지요. 이 두 에세이를 읽으면서 울프는 '머리로', '문장으로' 싸운다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예술가는 정치와 무관하다는 이들에게」에서 "사회가 위기에 처했을 때 예술은 가장 먼저 버려지는 사치이고, 가장 먼저 고통받는 노동자가 바로 예술가다"라는 대목도 섬뜩할 정도로 정확해서 뇌리에 깊게 남아 있습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불쌍한 토머스 쿠츠는 거의 쓰러질 지경이다. 그래도 그 두 단어가 빚는 긴장 덕분에 쿠츠는 살아남는다. 여든여섯 살까지, 뼈만 남은 듯한 모습으로. 그 두 단어가 무엇이냐고? 바로 돈과 사랑이다.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토머스 쿠츠의 돈과 사랑」 p.52,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쿠츠는 딸들과 사위들에게 비통하고도 격앙된 편지로 응수했다. 이 편지들은 백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고통스럽지만 기백이 넘친다. 가족들은 그를 얼마나 고문해댔던가! 또 그의 행복을 얼마나 시샘했던가! 따뜻한 공감의 한마디가 그에게는 얼마나 간절했을 것인가!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토머스 쿠츠의 돈과 사랑」 p. 65,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사랑은 언제나 비극 혹은 희극의 가면을 쓰고, 때로는 그 둘이 기괴하게 뒤섞인 모습으로 찾아왔다.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토머스 쿠츠의 돈과 사랑」pp.58-59,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토머스 쿠츠의 돈과 사랑을 완독했는데 그 내용 중에서도 수잔나 스타키에 대한 글인 '그녀의 삶은 온통 어둡고 희미하며 예의 바른 침묵으로 가득 차 있다.'라는 문장으로 끝낸 울프의 글은 만나본 적도 없는 인물의 삶이 눈앞에 그려져서 감명 깊었습니다..
"만나본 적도 없는 인물의 삶이 눈앞에 그려져서 감명 깊었습니다"다는 fifthfrog님의 말씀이 더 감명 깊습니다.^^ 쿠츠와 수잔나, 해리엇, 그리고 쿠츠의 딸과 사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돈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토머스 쿠츠의 돈과 사랑」이 특별히 감명 깊은 이유 중 하나는 울프의 시선과 필력 때문일 것입니다. 옮긴이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사랑은 결코 물질적 조건과 분리될 수 없으며, 결혼을 둘러싼 언어는 여성의 경제적 종속을 은폐하거나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울프는 그러한 언어의 힘을 비판하며, 감정의 진실은 생활의 조건을 직시할 때에만 드러난다고 주장한다." (11쪽)
[사랑과 우정]에서 그레빌 부인이 사람들과 나눈 대화를 보면 저자인 제인 오스틴이 목사의 딸로서 그레빌 부인에서 무안당했던 일에 대한 분노의 흔적이 전혀 없다. 그녀의 시선은 늘 본질을 향하고, 우리는 인간 본성의 지도 위에서 그 지점이 어디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P.31,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울프가 [자기만의 방]에서 제인 오스틴은 글에 자기의 개인적 감정을 싣지 않은 점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는데 자기가 정한 문학적 왕국의 경계를 넘지 않았다는 말이 연결되네요.
그녀의 시선은 늘 본질을 향하고, 우리는 인간 본성의 지도 위에서 그 지점이 어디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우리가 그것을 알 수 있는 이유는 그녀가 자신의 약속을 지켰기 때문이다.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p.31,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제인 오스틴의 작품 중 ‘오만과 편견’ 한 권만 읽어봤기에 이 책을 떠올리며 비평을 읽게 되네요. 제인은 자기 자신이 그어둔 세계를 능수능란하게 표현한다고 하는데, 다른 작품에서 그 모습을 만나고 싶어졌어요. 울프가 제인의 후반기를 상상하며 쓴 부분이 마음에 오래 남아요. -46p. 그녀는 진지한 경험이 내면에 깊이 가라앉고, 시간의 흐름에 철저히 정화된 뒤에야 그것을 소설 속에서 다루었다. -48p. 여성 작가 중 가장 완벽한 예술가, 작품으로 영원히 살아남을 작가 제인 오스틴은 ‘자신의 성공을 처음으로 확신했을 때’ 세상을 떠났다.
오스틴의 글은 겉으로 보면 인물들이 생생하게 움직이고 현실과 닮아 있어서 재미있다. 그런데 그 '겉모습'을 걷어 내고 보면, 더 깊은 차원에서 인간의 가치와 성격을 섬세하게 구분하는 그녀의 힘이 드러난다.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제가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인데, 버지니아 울프의 글로 나타나니 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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