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초크/책증정]버지니아 울프의 가장 도발적인 에세이집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D-29
아름쌤님 덕에 여기서 해즐릿의 에세이집을 만나게 되는군요.^^ 감사합니다. 해즐릿과 울프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 서문이 울프가 쓴 일명 '해즐릿론'이라는 에세이인데 통찰력과 필력이 대단합니다. 해즐릿과 제인 오스틴에 관한 비평은 울프가 최고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울프가 바꾼 것은 세상보다 우리 내면의 풍경"이라는 리베카 솔닛의 말도 생각납니다. 즐거운 독서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구절을 보고 <바벨>이 생각났어요. 최근에 제일 재미있게 읽은 소설입니다.
[세트] 바벨 1~2 세트 - 전2권스물여섯 살의 나이에 세계 3대 SF 문학상 중 네뷸러상과 로커스상을 석권한 R. F. 쿠앙의 대표작.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 중 하나였으나 석연치 않은 정치적 이유(검열 스캔들)로 후보 명단에서 제외됐던 휴고상까지 거머쥐었다면 『바벨』 한 작품으로 세계 3대 SF 문학상 석권이라는 진기록을 세웠을 것이다.
쿠앙의 『바벨』은 저 역시 아주 흥미롭게 읽은 소설입니다.^^ 해외에서의 명성만큼 한국에서 인기가 높지 않아 안타까운 작가 중 하나입니다. @모임 여러분 중에 쿠앙의 소설을 아직 경험하지 못한 분이 계시다면 『옐로 페이스』를 추천하여 봅니다.
p.72에서 독감의 원인균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현재에는 발견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천재성의 근원이 발견되었을지는 궁금해서 Gemini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기어이 작은 사랑의 조각을 구해낸 것 같아 마음이 뭉클하다는 글이 토머 쿠츠의 사랑과 돈에선 사랑이 더 소중했단 생각이 들어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가 좀 말랑말랑했습니다.
그는 그녀에게 신발을 갈아 신으라고 말했다. 정말 쿠츠다운 말이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그를 만나기 위해 물을 건너왔고, 그가 걱정한 건 그녀가 감기에 걸릴까봐였다. 이 장면은 마치 쿠츠와 해리엇이 그 거대한 돈의 파도를 헤치고 걸어가, 그들만의 작은 사랑의 조각을 기어이 구해낸 것만 같아 마음 한구석을 뭉클하게 적신다.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p.66,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문학은 그 누구의 사유지가 아니라 모두의 공유지다. 그곳은 국경선으로 나뉘지 않으며, 그 안에는 전쟁도 없다.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추락하는 자에게는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 p.121,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내가 교양속물을 싫어하는 이유>... 아주 살벌하네요 ㄷㄷ
순수지식인과 교양속물, 생계형인간 사이에 나는 누구일까? 교양속물을 욕하는 지점에서 불편했던 이유는 제가 교양속물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마디로 그들은 문화 귀족이다. 말하자면 위대한 전통을 무의식적으로 물려받은 상속자들이다. 그들이 쓴 글 한 페이지를 돋보기 아래 놓고 들여다보라. 저 멀리 지평선 끝에는 엘리자베스 시대의 문인들이, 더 가까이에는 드라이든, 스위프트, 볼테르, 제인 오스틴, 디킨스, 헨리 제임스가 보일 것이다. 개개인의 차이가 아무리 크더라도 모두 깊이 있는 교육을 통해 문학이라는 예술을 온전히 익힌 사람들이다.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p.90,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자기의 의자에서 내려올 생각조차 못했다는 건 그 시대가 보는 시야가 그만큼이었겠지요. 지금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나 하지 말아야 할 일들도 과거에는 가능했었죠. 바꿔야 한다는 건 알지만 내 자리를 내놓는 대신 그 자리에 다른 사람들도 올라오기를 바랐다는 버지니아 울프의 글이 날카롭습니다.
말씀하신 그 날카로움이 울프의 에세이를 읽는 맛이 아닐까요? ^^ 저는 다음 대목도 아주 인상적이어서 밑줄을 그었습니다. 아마 @모임 여러분도 「추락하는 자에게는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에서 밑줄 긋는 부분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여기 또 하나의 경향이 개입한다. 자신들에게 그토록 근사한 조망과 어느 정도의 안정을 제공하는 사회를 어떻게 전적으로 비난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 사회로부터 계속 이득을 취하면서 가감 없이 비난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작가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사회 전체를 비난하는 대신 퇴역한 제독이나 독신녀, 혹은 무기 제조업자같은 특정 인물을 표적으로 삼는다." (94쪽)
하지만 순수 지식인들은 생활에 필요한 만큼만 벌고 나면 그다음은 그저 삶을 즐깁니다. 반면에 교양속물들은 먹고살 만큼 번 다음에도 계속 돈을 법니다.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p.137,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어떤 비평가든 감히 제가 사우스 켄싱턴('교양속물'층이 모여 사는 보수적 중산층 지역이다/각주) 에 산다고 암시하기라도 한다면 저는 그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인간이든, 남자든 여자든, 개든 고양이든, 심지어 반쯤 으깨진 벌레라도 저를 '교양속물'이라고 부른다면 저는 펜을 들어 그를 찔러 죽일 것입니다. 이만 줄입니다.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p.142,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옮겨주신 이루카님의 각주가 너무나 좋았던 장입니다. 하이브로우와 미들, 로우브로우에 대한 해석도 좋았고 인물들에 대한 설명도 무척 좋았습니다. '추락하는 자에게는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 와 '내가 교양속물을 싫어하는 이유' 가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Chloe님 말씀에 동감입니다. 역자의 각주를 모두 다 넣고 싶었지만, 그러면 책의 분량이 너무 늘어나서 어느 선에서는 줄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심과 고통의 과정이지요.^^; 이런 사정을 너그럽게 이해하여 주신 이루카님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아마 @모임 여러분 가운데서도 각주를 유심히 읽은 분이라면 역자의 노고를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각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제인 오스틴, 모두가 두려워하는 부지깽이」의 각주 5번을 보시면 열다섯 살의 오스틴이 오빠에게 "장엄한 농담조로 헌정"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부분을 읽을 때 많이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오스틴의 재치와 재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어서 옮겨와 봅니다.^^ "존경하는 오라버니에게. 저는 오라버니가 여러 차례 허락해 주신 자유를 이용해 쓴 소설 중 하나를 바치고자 합니다. 이 소설은 미완성이어서 아쉬움이 크지만 아마 영원히 그렇게 남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쓴 글이 너무 하찮고 오라버니에게 걸맞지 않아 보일까 걱정입니다. 오라버니에게 늘빚지고 있는 겸손한 하인, 저자 드림." (28쪽)
2주차에 읽은 세 편은 모두 예술과 사회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글이네요. 글의 배치가 너무 좋았습니다.
어중간한 교양인이 어디에나 있어 "저게 뭐지?" "배추에도 교양 속물이?" 교양 속물들이 세상을 어지럽혀 배추도 교양 속물처럼 보인다는 걸까요? 아니면 교양 속물들이 여기저기 오염을 시켜서 배추마저도 그리 보이는 걸까요? 아티초크님이 올려주신 힌트 채소를 찾아보느라 다시 읽어봤습니다ㅎㅎ
사회가 혼란에 빠지면 예술가 역시 다른 시민들처럼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자명하다. 다만 그 혼란이 예술가의 삶을 뒤흔드는 방식이 조금 다를 뿐이다. 이제 그의 화실은 더 이상 모델이나 사과를 평온하게 관찰할 수 있는 ‘속세와 단절된 수도원’ 같은 곳이 아니게 된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목소리들이 화실을 포위하고 그를 괴롭힌다.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P.150,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많은 예술가의 작품을 보면서 감동과 다른 시선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경험을 해본 사람들이면 "예술가는 예술을 통해 인류라는 거대한 집단이 공유하는 열망과 결핍을 본능적으로 감지한다."라는 문장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문장이라 기억에 남네요. 2주 차에 읽은 챕터들은 울프의 필력이 휘몰아치는 동시에 에세이 주제에 관한 애정도 한 스푼 추가된 것 같아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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