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핑계고] #1. 남극(클레어 키건)

D-29
클레어키건의 초기작 ‘남극’으로 모임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모임 방법📚 1. 매주 일요일까지 아래 분량에 맞게 읽으시면 됩니다. 2. 매주 토요일에 분량에 맞는 발제문을 올릴 계획이며, 발제문 참고하시어 생각을 나누어 주시면 됩니다. 3. 발제문 외 나누고 싶은 생각들도 마음껏 나눠주세요! 📚모임 일정📚 1주차: 남극 ~ 진저 로저스 설교 2주차: 폭풍 ~ 남자애한테는 이상한 이름 3주차: 어디 한번 타봐 ~ 겨울 향기 4주차: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다 ~ 여권 수프
마침 읽기 시작한 책이라 함께 나누면 좋을 듯 해서.. 참여 신청 해 봅니다
반갑습니다! [소설은, 핑계고] 첫 모임은 3/3에 시작합니다😊 29일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혹시 3/28(토) 08:00-09:30 즈음하여, 줌미팅 원하시는 분 계실까요? 저 포함 3명 이상이면, 줌미팅도 진행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원하시는 분은 댓글 남겨주세요!😉 *줌 링크는 3/27(금)에 남길 예정입니다!
@그믐과보름 참여1 / 그믐과보름
화제로 지정된 대화
정월 대보름인 오늘, 첫 모임에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3/23(월)~3/29(일): 4주차: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다 ~ 여권 수프 해당 분량 읽어주시면 됩니다! 📖발제문 업로드 3/28(토) 예정되어있습니다.
열심히 읽어보기~~!!
화제로 지정된 대화
📚남극 발제📚 모든 질문에 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유롭게 원하는 질문만 골라서 답하셔도 됩니다. 🟥1. 살면서 주인공처럼 평온하고 안정적인 일상에 묘한 권태를 느끼고, 한 번쯤 일탈이나 완전히 낯선 경험을 꿈꿔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럴 때 여러분은 어떤 방식으로 그 마음을 다루셨나요? 🟥2. 낯선 남자는 처음에는 자유의 상징처럼 보이다가 위협적 존재로 바뀝니다. 우리가 환상으로 덧씌운 대상이 실망으로 변한 경험이 있나요? 🟥3. 돌이켜보았을 때, 내 삶에서 익숙한 '안전지대'를 과감히 벗어났던 가장 큰 모험이나 선택은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그 선택이 내 삶에 어떤 긍정적, 혹은 부정적 변화를 가져왔나요?  🟥ps. 만약 주인공이 그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그녀의 삶은 더 안전했을까요, 아니면 더 공허했을까요?
1. 날들이 쳇바퀴처럼 똑같은 궤도를 돌 때면, 이따금씩 가슴에 무거운 돌이 얹힌 듯 숨이 막혀왔다. 그럴 때라도 나는 소설 속의 그 여자처럼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는 상상은 하지 않았다. 대신 내가 선 삶의 테두리 안에서 작고 안전한 파문을 일으키는 쪽을 택했다. 얼마 전부터는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차가운 수영장 물속으로 몸을 밀어 넣고 규칙적으로 숨을 내쉴 때면, 일상에 들러붙어 있던 묵직한 권태도 물결을 따라 조금씩 씻겨 내려갔다. 물에서 빠져나올 무렵이면 삶은 한결 견딜 만한 것이 되어 있었다. 2. 언젠가, 처음 보았을 때 유독 빛나 보이던 사람이 있었다. 말끔한 얼굴엔 늘 미소가 번져 있었고, 무엇보다 그에게서 배어 나오는 특유의 느긋함이 좋았다. 시험에 떨어지고 마음이 온통 잿빛이었던 시절이라, 그 넉넉하고 고요한 태도에 더 마음이 끌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상 한 걸음 다가서자 숨겨진 이면이 보였다. 그의 여유는 과거의 풍요가 남긴, 얇고 바스라지기 쉬운 껍질에 불과했다. 그는 늘 속으로 무언가를 셈하고 있었으며, 보이지 않는 것에 쫓기는 사람처럼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 민낯을 마주한 순간 잠시 실망하기도 했지만, 이상하게도 내 마음 한구석에는 깊은 안도감이 번졌다. 그토록 완벽해 보이던 사람조차 결국은 나와 다를 바 없이 흔들리고 흠집 난 인간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지금은 일 년에 두어 번, 서로의 밑바닥을 들여다보지 않을 만큼의 적당한 거리를 둔 채 그를 만난다. 3. 천성적으로 겁이 많은 탓에, 나는 스스로를 위협할 만한 대단한 일탈 따위는 감행하지 않는다. 그러나 웅크리고만 있으면 삶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나는 내 몫의 작고 무해한 모험들을 조심스레 이어왔다. 아는 이 하나 없는 낯선 방에 들어가 책 읽는 사람들 틈에 조용히 섞여 들어간 일, 그리고 어린 시절 물에 빠져 허우적대던 서늘한 공포를 억누르고 수영장 레인 앞에 선 일들이 그랬다. 두려움을 삼키며 처음 문을 열었던 독서 모임의 자리를 지킨 지도 어느덧 네 해가 지났다. 그런 작고 용감한 선택들이 없었다면, 내 삶은 훨씬 단조롭고 쓸쓸했을 것이다. 추신. 만약 그녀가 그날 짐을 싸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여자는 이따금 창밖을 보며 찾아오는 무료함을 조용히 삼키며, 견고하고 안전한 집의 평온한 안주인으로 나이 들어갔을 것이다. 우리는 때때로 익숙한 것의 가치를 뒤늦게 깨닫는다. 밤마다 단단히 잠기는 그 집의 문이 그녀를 얼마나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었는지도, 어쩌면 어두운 눈보라 속으로 돌이킬 수 없는 발걸음을 내딛은 뒤에야 알았을지 모른다.
1. 회사가 갑갑하게 느껴지고,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게 느껴질 때, 저는 여행을 갑니다. 한 번도 가지 않은 곳으로, 낯선 곳, 낯선 사람이 있는 곳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즐깁니다. 3. 내 삶에 익숙한 안전지대를 벗어난 것은 혼자 해외 여행을 처음 가본 일 입니다. 그 전까지는 한 번도 혼자서 해외까지 가본 일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말도 통하지 않고, 모든 것이 낯선 곳을 방문함으로써 저 자신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해볼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ps. 아마 그녀의 삶은 공허하고 계속 지루하게 반복되는 삶을 보냈을 것 입니다. 그리고 다시 일탈을 꿈꾸고 어떻게로든 새로운 일탈을 시도해 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1. 누구나 일탈 등을 꿈꿔본 적은 있을 듯 합니다. 소설을 읽는 이유이기도 하죠. 2.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이 변해가는 경험인 것 같습니다. ps.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무엇을 선택하던 "두려워말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만, 소설은 헛된 욕망에는 끔찍한 대가가 따른다는 단순한 명제를 말해주는 듯 합니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던 여자는 집을 떠날 때마다 다른 남자와 자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다. 그래서 다음 주말에 그 답을 알아내기로 결심했다. 12월이었고, 또 한 해의 막이 닫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너무 나이가 들기 전에 하고 싶었다. 분명 실망스러우리라 생각했다.
남극 남극,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키 큰 풀숲의 사랑 발제📚 모든 질문에 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유롭게 원하는 질문만 골라서 답하셔도 됩니다. 🟥1. 현실적인 이유나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음 한구석에 묻어두어야만 했던 나만의 '키 큰 풀숲의 사랑' 같은 인연이나 간절한 꿈이 있었나요? 🟥2. 우리는 종종 과거의 기억을 현재보다 더 아름답게 간직합니다. 혹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났을 때, 기억과 현실의 차이를 크게 느낀 경험이 있으신가요? 그때 어떤 감정이 들었나요? 🟥3. 이 작품에서 ‘풀숲’은 무엇을 상징한다고 느끼셨나요? 보호, 은폐, 성장, 혹은 길을 잃음 중 어떤 이미지가 가장 가까웠나요?
1. 처음 만났던 해의 봄은 볕이 다스웠다. 그러나 이듬해 봄은 냉기가 가시지 않았다. 그는 나이가 많았고, 지갑은 늘 얇았다. 그가 내어줄 수 있는 거라곤 시간뿐이었지만, 4학년이 되어 시험을 준비해야 했을 땐 그마저도 바닥이 났다.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미안하다고, 그가 말했다.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돌아서서 걷는데 찬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숨통이 트였다. 빽빽하고 키가 큰 풀숲에 그를 혼자 내버려 두고, 나만 몰래 빠져나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차인 것은 나였지만, 버린 것도 나였다. 2. 여름 방학에는 조기 졸업을 하려 계절학기를 들었다. 기숙사를 옮기는 날이면 늘 그가 와서 상자를 날라주곤 했다. 이번에는 방을 뺄 일이 없었는데도 그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 혹여 혼자 무거운 짐을 옮기느라 고생할까 봐 묻는 것이라 했다. 괜찮다고 했지만, 결국 얼굴이나 보자며 마주 앉았다. 여름 볕 아래서 본 그는 볼이 푹 패어 있었다. 헬쑥한 얼굴로 그가 말했다. "나중에 결혼할 때, 네 생각이 참 많이 날 것 같아." 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덧붙였다. "그때도 너 같은 사람을 찾게 될 것 같고." 나는 줄곧, 짊어진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있는 건 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먼저 그 그늘에서 도망쳤다고 여겼다. 그러나 눈앞의 그는 수척할지언정 부서지지 않은 사람이었다. 앙상한 얼굴을 하고서도, 그는 내가 느꼈을 부채감을 다정하게 덮어주고 있었다. 헤어짐이 반드시 상처로만 곪는 것은 아니었다. 3. 어떤 이에게 키 큰 풀숲은 무언가를 덮어 숨기는 은폐의 장소일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그곳은 한 시절의 허물을 벗어두고 몸집을 키워 빠져나오는 자리였다. 그가 남긴 말의 온기 덕분에, 내 안에 오래 고여 있던 추운 봄이 비로소 물러났다. 교정에 여름의 열기가 온전히 내려앉아 있었다. 나는 그제야 그 어둑한 풀숲을 벗어나, 진짜 여름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 물은 깨진 꿈보다 차갑다.
남극 키 큰 풀숲의 사랑 P.41,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물이 가장 깊은 곳 발제📚 모든 질문에 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유롭게 원하는 질문만 골라서 답하셔도 됩니다. 🟥1. 오페어는 타국의 낯선 가정에서 보모로 일하며 깊은 고립감을 느낍니다. 살면서 새로운 환경이나 낯선 사람들 틈에서 철저히 이방인이 된 것 같은 소외감을 느껴본 적이 있나요? 🟥2. 오페어는 매일 밤 아이가 물에 빠지는 악몽을 꿉니다. 자신이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존재나 일(프로젝트 등)에 대해 이토록 숨 막히는 중압감을 느껴본 경험이 있다면 언제였나요? 🟥3. 소설 속에서 '어둠'과 '깊은 물'은 불안이 표출되는 공간입니다. 일상에서 여러분에게 '밤'이라는 시간은 평온한 안식의 시간인가요, 아니면 내면의 복잡한 생각들과 치열하게 마주하는 시간인가요? 🟥ps. 고용주 부부는 겉으로는 매끄럽고 친절하지만, 은연중에 주인공과 선을 긋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이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보이지 않는 계급이나 경제적 격차가 개인의 자존감이나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시나요? (P.74 "아이가 없어지면 베이비시터도 없어지는 겁니다. 발코니 문을 잘 잠가놓도록 해요. 아니면 고향으로 돌아가는 첫 비행기를 타게 될 테니까." 그런 다음 남자는 그녀에게 키스했다. 이상하고 의도적인 키스, 반가운 사람이 돌아왔을 때 공항에서 할 법한 키스를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에게 돌아갔다.)
1. 처음 바다를 건너갔던 해, 공기는 유독 서늘했다. 교실 문을 열자 희고 낯선 얼굴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나는 그 학교의 유일한 이방인이었다. 말은 통하지 않았고, 호기심 어린 눈빛들 앞에서 어떻게 걸음을 떼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누군가 내 등을 떠밀어, 발이 닿지 않는 깊고 찬 물속에 맨몸으로 빠뜨린 것만 같았다. 2. 부모의 살림은 넉넉지 않았다. 어린 나도 알고 있었다. 그들이 땀 흘린 수고로움으로 나를 그 먼 곳까지 보냈다는 사실은, 입 밖으로 꺼내는 이가 없었음에도 늘 내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그래서 나는 살아남아야만 했다. 빨리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 틈에 섞이고, 흠잡을 데 없는 성적표를 쥐어야 했다. 언제나 눈에 띄는 이방인이었지만, 실패한 이방인으로 남을 수는 없었다. 숨이 막힐 듯한 중압감이었으나, 나는 무너지지 않으려 매일 아침 옷깃을 단단히 여몄다. ps. 어른이 된 지금, 나는 사람들에게 예의 바른 미소를 지어 보인다. 겉으로는 친절하지만 은연중에 보이지 않는 선을 긋는다. 누군가를 깎아내리거나 무시하려는 오만함이 아니다. 그저 결이 맞지 않는 사람들과 억지로 섞이며 부대끼고 싶지 않을 뿐이다. 내가 긋는 선은 타인을 내치기 위한 창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투명한 벽이다. 그 벽 안에서 나는 비로소 안전하다. 3. 어릴 적엔 밤이 오면 천장을 보며 수많은 상상 속을 맴돌곤 했다. 그러나 이제 내게 밤은 그저 스위치를 내리는 시간이다. 침대에 누워 작고 빛나는 화면의 그림들을 무심히 넘기다, 아무런 생각 없이 눈을 감는다. 숨 막히는 책임감도, 깊은 물도 이제 오지 않는다. 오페어에게 밤은 억눌린 불안과 마주하는 깊은 심연일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그곳은 무거운 허물을 벗어두고 기절하듯 잠드는 자리였다. 치열하게 헤엄쳐야 했던 그 서늘한 물을 지나, 나는 마침내 발이 닿는 밤에 서 있었다.
2. 업무 상황에서 지금 맡고 있는 업무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계속 새로운 업무가 추가될 때 중압감을 느꼈습니다. 새벽에도 자주 깨곤 했고, 다음 날 '해야만 하는 일'과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할 때면 막막함도 느껴졌습니다. 3. 밤은 오로지 저 혼자 독서나 영화와 같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평온한 안식의 시간이기도 하면서, 다음 날 아침 일상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그 끝이 존재하기에 복잡하고 치열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Ps. 아마도 그 말을 들었을 때 오페어는 자신은 절대 이 가족의 테두리 안에 융화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꼈을 것입니다. 차가운 말을 뱉고 난 남자가 갑자기 체면을 차려야 겠다는 생각이 번뜩 든 듯 했던 그 이상한 키스도 너무도 차갑게 느껴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이가 없어지면 베이비시터도 없어지는 겁니다. 발코니 문을 잘 잠가놓도록 해요. 아니면 고향으로 돌아가는 첫 비행기를 타게 될 테니까." 그런 다음 남자는 그녀에게 키스했다. 이상하고 의도적인 키스, 반가운 사람이 돌아왔을 때 공항에서 할 법한 키스를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에게 돌아갔다.
남극 물이 가장 깊은 곳 P.74,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진저 로저스 설교 발제📚 모든 질문에 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유롭게 원하는 질문만 골라서 답하셔도 됩니다. 🟥1. 이 작품에서 사건의 비극은 한 사람의 잘못이라기보다 여러 조건이 겹쳐 발생한 결과처럼 보입니다. 여러분은 이 이야기에서 가장 큰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고 느끼나요? 🟥2. 사춘기의 호기심은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 호기심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습니다. 호기심과 책임 사이의 경계는 어디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나요? 🟥3. 작품은 “누군가의 삶이 한순간에 다른 방향으로 바뀌는 순간”을 보여줍니다. 인생에서 한 번의 선택이나 행동이 예상보다 크게 영향을 준 사례를 경험하거나 본 적이 있나요?
1. 조용한 파국, 그리고 책임의 무게 비극은 대개 소란스럽게 오지 않는다. 조용히, 여러 겹의 방관이 쌓여 문턱을 넘을 뿐이다. 부모는 딸이 슬래퍼 짐의 곁에서 점차 입이 험해지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묵인했다. 어른들이 막을 수 있었던 첫 번째 고요한 방관이었다. 하지만 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의 가장 무거운 추는, 결국 어른이었던 슬래퍼 짐의 발목에 매달려야 한다고 믿는다. 아무리 배움이 짧고 빗변(hypotenuse)의 철자조차 모르는 사내라 할지라도, 그는 어른이었다. 이제 막 세상의 비밀을 엿보기 시작한 아이는 자신의 충동이 어떤 파도를 일으킬지 가늠하지 못한다. 아이가 위험한 선을 넘으려 할 때, 단호히 문을 닫아거는 것은 어른의 몫이어야 했다. 보수적인 마을, 가난한 벌목꾼이라는 자리에서 그가 쥘 수 있는 유일한 책임의 방식이 스스로 생을 지우는 것뿐이었다는 사실이, 이 이야기의 가장 시린 대목일 것이다. 2. 난로의 온기와 서늘한 책임의 경계 호기심과 책임의 경계는, 내 손끝의 열기가 타인의 삶을 데게 하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 어릴 적, 난로가 얼마나 뜨거운지 알고 싶어 새끼손가락을 슬쩍 대보았던 적이 있다. 살갗이 붉어지는 고통은 오롯이 내 몫이었다. 쥘 베른의 소설 속 파스파르투가 묵묵히 제 낡은 시계만을 고집하던 것처럼, 누구의 삶에도 상처를 남기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저 홀로 감당하면 될 순진한 호기심으로 남는다. 하지만 나의 호기심이 타인의 문지방을 넘어가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소설 속 소녀의 도발은 슬래퍼 짐이라는 타인의 고단한 삶 한가운데로 불붙은 성냥을 던진 것과 같았다. 그것은 더 이상 사춘기의 성장통이라는 이름으로 덮어둘 수 없는, 돌이킬 수 없는 책임의 시작점이었다. 3. 생략된 말 한마디가 삶의 궤도를 바꿀 때 인생의 방향이 통째로 틀어지는 것은 대개 아주 작고 고요한 순간에 일어난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 한때 우리에게 기꺼이 곁을 내어주고 뜨거운 마음을 보태주던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턴가 상사는 그들의 헌신을 버거워하며 조용히 선을 긋기 시작했다. 다정했던 '우리'가 낯선 '그들'로 밀려나던 서늘한 날들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던 날, 상사는 단 한마디의 상의도 없이 그들 앞에서 문을 닫아버렸다. 철저한 배제였다. 그 짧은 침묵과 생략된 말 한마디는, 한때의 든든한 아군을 가장 무서운 타인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들은 고발장이라는 서늘한 종이를 쥐고 돌아왔고, 산산이 조각난 관계의 잔해 속에서 우리는 아직도 잃어버린 것들을 주워 담지 못하고 있다. 그때 문을 열고 한마디 말만 건넸더라면 어땠을까. 이미 엎질러진 물 앞에서 우리는 늘 너무 늦게, 그 작고 가벼웠던 선택의 무서운 무게를 깨닫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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