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핑계고] #1. 남극(클레어 키건)

D-29
1. 누구나 일탈 등을 꿈꿔본 적은 있을 듯 합니다. 소설을 읽는 이유이기도 하죠. 2.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이 변해가는 경험인 것 같습니다. ps.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무엇을 선택하던 "두려워말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만, 소설은 헛된 욕망에는 끔찍한 대가가 따른다는 단순한 명제를 말해주는 듯 합니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던 여자는 집을 떠날 때마다 다른 남자와 자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다. 그래서 다음 주말에 그 답을 알아내기로 결심했다. 12월이었고, 또 한 해의 막이 닫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너무 나이가 들기 전에 하고 싶었다. 분명 실망스러우리라 생각했다.
남극 남극,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키 큰 풀숲의 사랑 발제📚 모든 질문에 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유롭게 원하는 질문만 골라서 답하셔도 됩니다. 🟥1. 현실적인 이유나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음 한구석에 묻어두어야만 했던 나만의 '키 큰 풀숲의 사랑' 같은 인연이나 간절한 꿈이 있었나요? 🟥2. 우리는 종종 과거의 기억을 현재보다 더 아름답게 간직합니다. 혹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났을 때, 기억과 현실의 차이를 크게 느낀 경험이 있으신가요? 그때 어떤 감정이 들었나요? 🟥3. 이 작품에서 ‘풀숲’은 무엇을 상징한다고 느끼셨나요? 보호, 은폐, 성장, 혹은 길을 잃음 중 어떤 이미지가 가장 가까웠나요?
1. 처음 만났던 해의 봄은 볕이 다스웠다. 그러나 이듬해 봄은 냉기가 가시지 않았다. 그는 나이가 많았고, 지갑은 늘 얇았다. 그가 내어줄 수 있는 거라곤 시간뿐이었지만, 4학년이 되어 시험을 준비해야 했을 땐 그마저도 바닥이 났다.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미안하다고, 그가 말했다.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돌아서서 걷는데 찬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숨통이 트였다. 빽빽하고 키가 큰 풀숲에 그를 혼자 내버려 두고, 나만 몰래 빠져나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차인 것은 나였지만, 버린 것도 나였다. 2. 여름 방학에는 조기 졸업을 하려 계절학기를 들었다. 기숙사를 옮기는 날이면 늘 그가 와서 상자를 날라주곤 했다. 이번에는 방을 뺄 일이 없었는데도 그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 혹여 혼자 무거운 짐을 옮기느라 고생할까 봐 묻는 것이라 했다. 괜찮다고 했지만, 결국 얼굴이나 보자며 마주 앉았다. 여름 볕 아래서 본 그는 볼이 푹 패어 있었다. 헬쑥한 얼굴로 그가 말했다. "나중에 결혼할 때, 네 생각이 참 많이 날 것 같아." 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덧붙였다. "그때도 너 같은 사람을 찾게 될 것 같고." 나는 줄곧, 짊어진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있는 건 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먼저 그 그늘에서 도망쳤다고 여겼다. 그러나 눈앞의 그는 수척할지언정 부서지지 않은 사람이었다. 앙상한 얼굴을 하고서도, 그는 내가 느꼈을 부채감을 다정하게 덮어주고 있었다. 헤어짐이 반드시 상처로만 곪는 것은 아니었다. 3. 어떤 이에게 키 큰 풀숲은 무언가를 덮어 숨기는 은폐의 장소일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그곳은 한 시절의 허물을 벗어두고 몸집을 키워 빠져나오는 자리였다. 그가 남긴 말의 온기 덕분에, 내 안에 오래 고여 있던 추운 봄이 비로소 물러났다. 교정에 여름의 열기가 온전히 내려앉아 있었다. 나는 그제야 그 어둑한 풀숲을 벗어나, 진짜 여름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 물은 깨진 꿈보다 차갑다.
남극 키 큰 풀숲의 사랑 P.41,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물이 가장 깊은 곳 발제📚 모든 질문에 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유롭게 원하는 질문만 골라서 답하셔도 됩니다. 🟥1. 오페어는 타국의 낯선 가정에서 보모로 일하며 깊은 고립감을 느낍니다. 살면서 새로운 환경이나 낯선 사람들 틈에서 철저히 이방인이 된 것 같은 소외감을 느껴본 적이 있나요? 🟥2. 오페어는 매일 밤 아이가 물에 빠지는 악몽을 꿉니다. 자신이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존재나 일(프로젝트 등)에 대해 이토록 숨 막히는 중압감을 느껴본 경험이 있다면 언제였나요? 🟥3. 소설 속에서 '어둠'과 '깊은 물'은 불안이 표출되는 공간입니다. 일상에서 여러분에게 '밤'이라는 시간은 평온한 안식의 시간인가요, 아니면 내면의 복잡한 생각들과 치열하게 마주하는 시간인가요? 🟥ps. 고용주 부부는 겉으로는 매끄럽고 친절하지만, 은연중에 주인공과 선을 긋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이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보이지 않는 계급이나 경제적 격차가 개인의 자존감이나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시나요? (P.74 "아이가 없어지면 베이비시터도 없어지는 겁니다. 발코니 문을 잘 잠가놓도록 해요. 아니면 고향으로 돌아가는 첫 비행기를 타게 될 테니까." 그런 다음 남자는 그녀에게 키스했다. 이상하고 의도적인 키스, 반가운 사람이 돌아왔을 때 공항에서 할 법한 키스를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에게 돌아갔다.)
1. 처음 바다를 건너갔던 해, 공기는 유독 서늘했다. 교실 문을 열자 희고 낯선 얼굴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나는 그 학교의 유일한 이방인이었다. 말은 통하지 않았고, 호기심 어린 눈빛들 앞에서 어떻게 걸음을 떼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누군가 내 등을 떠밀어, 발이 닿지 않는 깊고 찬 물속에 맨몸으로 빠뜨린 것만 같았다. 2. 부모의 살림은 넉넉지 않았다. 어린 나도 알고 있었다. 그들이 땀 흘린 수고로움으로 나를 그 먼 곳까지 보냈다는 사실은, 입 밖으로 꺼내는 이가 없었음에도 늘 내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그래서 나는 살아남아야만 했다. 빨리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 틈에 섞이고, 흠잡을 데 없는 성적표를 쥐어야 했다. 언제나 눈에 띄는 이방인이었지만, 실패한 이방인으로 남을 수는 없었다. 숨이 막힐 듯한 중압감이었으나, 나는 무너지지 않으려 매일 아침 옷깃을 단단히 여몄다. ps. 어른이 된 지금, 나는 사람들에게 예의 바른 미소를 지어 보인다. 겉으로는 친절하지만 은연중에 보이지 않는 선을 긋는다. 누군가를 깎아내리거나 무시하려는 오만함이 아니다. 그저 결이 맞지 않는 사람들과 억지로 섞이며 부대끼고 싶지 않을 뿐이다. 내가 긋는 선은 타인을 내치기 위한 창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투명한 벽이다. 그 벽 안에서 나는 비로소 안전하다. 3. 어릴 적엔 밤이 오면 천장을 보며 수많은 상상 속을 맴돌곤 했다. 그러나 이제 내게 밤은 그저 스위치를 내리는 시간이다. 침대에 누워 작고 빛나는 화면의 그림들을 무심히 넘기다, 아무런 생각 없이 눈을 감는다. 숨 막히는 책임감도, 깊은 물도 이제 오지 않는다. 오페어에게 밤은 억눌린 불안과 마주하는 깊은 심연일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그곳은 무거운 허물을 벗어두고 기절하듯 잠드는 자리였다. 치열하게 헤엄쳐야 했던 그 서늘한 물을 지나, 나는 마침내 발이 닿는 밤에 서 있었다.
2. 업무 상황에서 지금 맡고 있는 업무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계속 새로운 업무가 추가될 때 중압감을 느꼈습니다. 새벽에도 자주 깨곤 했고, 다음 날 '해야만 하는 일'과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할 때면 막막함도 느껴졌습니다. 3. 밤은 오로지 저 혼자 독서나 영화와 같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평온한 안식의 시간이기도 하면서, 다음 날 아침 일상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그 끝이 존재하기에 복잡하고 치열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Ps. 아마도 그 말을 들었을 때 오페어는 자신은 절대 이 가족의 테두리 안에 융화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꼈을 것입니다. 차가운 말을 뱉고 난 남자가 갑자기 체면을 차려야 겠다는 생각이 번뜩 든 듯 했던 그 이상한 키스도 너무도 차갑게 느껴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이가 없어지면 베이비시터도 없어지는 겁니다. 발코니 문을 잘 잠가놓도록 해요. 아니면 고향으로 돌아가는 첫 비행기를 타게 될 테니까." 그런 다음 남자는 그녀에게 키스했다. 이상하고 의도적인 키스, 반가운 사람이 돌아왔을 때 공항에서 할 법한 키스를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에게 돌아갔다.
남극 물이 가장 깊은 곳 P.74,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진저 로저스 설교 발제📚 모든 질문에 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유롭게 원하는 질문만 골라서 답하셔도 됩니다. 🟥1. 이 작품에서 사건의 비극은 한 사람의 잘못이라기보다 여러 조건이 겹쳐 발생한 결과처럼 보입니다. 여러분은 이 이야기에서 가장 큰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고 느끼나요? 🟥2. 사춘기의 호기심은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 호기심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습니다. 호기심과 책임 사이의 경계는 어디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나요? 🟥3. 작품은 “누군가의 삶이 한순간에 다른 방향으로 바뀌는 순간”을 보여줍니다. 인생에서 한 번의 선택이나 행동이 예상보다 크게 영향을 준 사례를 경험하거나 본 적이 있나요?
1. 조용한 파국, 그리고 책임의 무게 비극은 대개 소란스럽게 오지 않는다. 조용히, 여러 겹의 방관이 쌓여 문턱을 넘을 뿐이다. 부모는 딸이 슬래퍼 짐의 곁에서 점차 입이 험해지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묵인했다. 어른들이 막을 수 있었던 첫 번째 고요한 방관이었다. 하지만 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의 가장 무거운 추는, 결국 어른이었던 슬래퍼 짐의 발목에 매달려야 한다고 믿는다. 아무리 배움이 짧고 빗변(hypotenuse)의 철자조차 모르는 사내라 할지라도, 그는 어른이었다. 이제 막 세상의 비밀을 엿보기 시작한 아이는 자신의 충동이 어떤 파도를 일으킬지 가늠하지 못한다. 아이가 위험한 선을 넘으려 할 때, 단호히 문을 닫아거는 것은 어른의 몫이어야 했다. 보수적인 마을, 가난한 벌목꾼이라는 자리에서 그가 쥘 수 있는 유일한 책임의 방식이 스스로 생을 지우는 것뿐이었다는 사실이, 이 이야기의 가장 시린 대목일 것이다. 2. 난로의 온기와 서늘한 책임의 경계 호기심과 책임의 경계는, 내 손끝의 열기가 타인의 삶을 데게 하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 어릴 적, 난로가 얼마나 뜨거운지 알고 싶어 새끼손가락을 슬쩍 대보았던 적이 있다. 살갗이 붉어지는 고통은 오롯이 내 몫이었다. 쥘 베른의 소설 속 파스파르투가 묵묵히 제 낡은 시계만을 고집하던 것처럼, 누구의 삶에도 상처를 남기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저 홀로 감당하면 될 순진한 호기심으로 남는다. 하지만 나의 호기심이 타인의 문지방을 넘어가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소설 속 소녀의 도발은 슬래퍼 짐이라는 타인의 고단한 삶 한가운데로 불붙은 성냥을 던진 것과 같았다. 그것은 더 이상 사춘기의 성장통이라는 이름으로 덮어둘 수 없는, 돌이킬 수 없는 책임의 시작점이었다. 3. 생략된 말 한마디가 삶의 궤도를 바꿀 때 인생의 방향이 통째로 틀어지는 것은 대개 아주 작고 고요한 순간에 일어난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 한때 우리에게 기꺼이 곁을 내어주고 뜨거운 마음을 보태주던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턴가 상사는 그들의 헌신을 버거워하며 조용히 선을 긋기 시작했다. 다정했던 '우리'가 낯선 '그들'로 밀려나던 서늘한 날들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던 날, 상사는 단 한마디의 상의도 없이 그들 앞에서 문을 닫아버렸다. 철저한 배제였다. 그 짧은 침묵과 생략된 말 한마디는, 한때의 든든한 아군을 가장 무서운 타인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들은 고발장이라는 서늘한 종이를 쥐고 돌아왔고, 산산이 조각난 관계의 잔해 속에서 우리는 아직도 잃어버린 것들을 주워 담지 못하고 있다. 그때 문을 열고 한마디 말만 건넸더라면 어땠을까. 이미 엎질러진 물 앞에서 우리는 늘 너무 늦게, 그 작고 가벼웠던 선택의 무서운 무게를 깨닫곤 한다.
1. 가장 큰 책임은 아무래도 불씨를 당겼던 나에게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2. 나의 호기심이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기 시작한다면 그 순간부터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이미 사건이 벌어진 후에는 돌이킬 수 없을 수 있으니, 호기심은 갖되 충분히 숙고한 후에 행동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그를 왜 '슬래퍼 짐'이라고 불렀는지 나에게 묻지 않길 바란다.
남극 진저 로저스 설교 P.80,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폭풍 발제📚 모든 질문에 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유롭게 원하는 질문만 골라서 답하셔도 됩니다. 🟥1. 작품 속 어머니는 아버지를 향한 증오를 아버지의 눈을 닮은 딸에게 투사합니다. 이처럼 누군가에 대한 감정이 그와 관계된 다른 사람에게 옮겨간 것을 보거나 직접 겪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2. 딸은 부모의 갈등을 피해 어두운 상자 속으로 숨어들며 스스로가 사라지는 상상을 합니다. 살면서 감당하기 힘든 현실을 마주했을 때, 잠시나마 나만의 안식처나 도피처가 되어준 공간 혹은 행동이 있(었)나요? 🟥3. 딸이 아버지의 외모(눈)를 닮았다는 사실은 자신의 선택이 아닙니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진 기질이나 외적 조건 때문에 억울한 평가나 오해를 받은 적이 있으신가요?
1. 사람들은 종종 바깥에서 묻혀온 진흙을 집 안의 가장 깨끗한 바닥에 털어낸다. 자신이 짊어진 분노의 무게를 아무 죄 없는 동료의 등 뒤로 무심히 던져버리는 어른들을 나는 보았다. 영문도 모른 채 불똥을 맞은 이는 그저 운이 나빴을 뿐이라며 스스로를 달래고 돌아섰다. 나는 그 비겁한 풍경 속에서 어른들의 얕은 밑바닥을 응시하며 속으로 다짐하곤 했다. 적어도 내 안의 날씨가 궂을 때면, 타인에게 빗물을 튀기는 대신 이성을 붙잡고 "비가 그칠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적어도 그렇게 늙어가기로. 2. 내 삶의 가장 깊은 밑바닥에는 늘 고요한 기도가 흐르고 있다. 세상의 소음이 견딜 수 없이 버거워질 때면 나는 나만의 작고 따뜻한 상자 속으로 숨어든다. 그것은 뜨거운 물 아래에 오래 서 있거나, 무겁고 부드러운 이불속으로 파고드는 일이다. 따뜻함이 피부에 닿으면, 얼어붙었던 긴장과 뾰족했던 마음들이 서서히 녹아내린다. 그러고도 남은 찌꺼기들은 밖으로 나가 흙을 밟으며 털어낸다. 발끝이 땅에 닿는 일정한 리듬에 기대어 걷다 보면, 머릿속에 엉켜 있던 축축한 상념들이 어느새 마른 수건처럼 가지런히 개켜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소녀가 어두운 상자 속에서 자신을 지우려 했다면, 나는 그 고요한 산책과 따뜻한 이불의 온기 속에서 다시 내일을 살아낼 숨을 긷는다. 3. 태어날 때부터 쥐어진 것들은 종종 나를 오해의 한가운데로 밀어 넣었다. 가만한 눈매에서 사람들은 쉽게 매정함을 읽어냈다. 나를 이루는 기질의 네 글자(ESTJ)가 내 모든 행동의 이유로 납작하게 취급될 때나, 맏이라는 이유로 마땅히 양보를 요구받을 때도 그랬다. 동생 역시 맏이의 그늘에서 나름의 서러움을 삼켰으리라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누구도 원해서 맏이가 된 것은 아니었다. 아비의 눈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어미의 매질을 속수무책으로 견뎌야 했던 소녀와 달리, 나는 세상이 내게 씌운 꼬리표들 앞에서 굳이 나를 깎아내거나 변명하지 않는다. 그저 속으로 읊조릴 뿐이다. 어쩌라고. 타인의 서툰 잣대에 나를 우겨넣는 대신, 나는 그저 내 몫의 잣대를 쥐고 나의 길을 걸어간다.
아직은 날아서 도망칠 수 없었다. 우리가 병아리를 집어 올리자 미친듯이 작게 고함치며 노란 몸이 고동쳤다.
남극 폭풍 P.123,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갑자기 나는 아무도 알면 안 되는 중요한 사람이 된다.
남극 진저 로저스 설교 P.105,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슬래퍼 짐이 춤을 출 줄 알았다면 죽지않을 수 있었다'를 말하고 싶었던 건가 싶습니다. 성장과 호기심으로 방출된 아이의 에너지에 공격당했어도, 그래서 반응한 자기의 욕망에 무릎을 끓었어도 춤을 출 수 있었다면 살 수 있었을까?
춤을 어떤 의미로 해석하셨어요? @baubo 님!😊
1. 당연하게 실수할 것을 알면서도 한 발 한 발 배우고 계속 움직일 것. 2. 잘못, 죄, 충동, 절망, 죄책감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내던지지 말고 살아볼 것. 3. 모순, 복잡 가운데서도 자기만의 리듬을 찾아낼 능력, 거리를 둘 능력, 살아낼 뻔뻔함을 갖출 것 .
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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