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의 <말뚝들> 혼자 읽어볼게요.

D-29
전화를 끊고 장은 휴대폰의 시간을 확인했다. 1시 30분이었다. 누구나 모두에게 거짓말을 했다. 숨을 한 번 길게 쉬고 장은 다시 잠에 들었다.
말뚝들 -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홍 지음
기분이 점점 이상해졌다. 장은 이 사람들에게 고마울 것이 전혀 없었다. 배려가 아니라 무관심이었다. 그야말로 개새끼들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원하는 게 뭔데? 장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말뚝들 -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홍 지음
장은 책상 위에 나동그라진 이어폰을 주워 귀에 꽂았다. 오프닝 멘트가 끝나고 첫 곡이 흘러나오는 중이었다.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손 위에서 전부 녹아버린 느낌이었다. 언젠가 정말로 그런 적이 있는 것 같다고 장은 생각했다.
말뚝들 -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홍 지음
작품 중 가장 공감이 가지 않는 캐릭터는 누구입니까?
아정씨? 자신의 불륜에 지인을 덤터기 씌우는 건 무슨 염치인지 모르겠다,,, 어른의 불륜은 도대체 어떤 것일지,,, 그믐에서 불륜 관련해서 독서모임을 했는데도 잘 모르겠다. 그때 돼봐야 이해할 수 있으려나.
“이게 어디서 나왔나요? 지금 저한테 보여주시는 이유는 뭐고요?” “죄송합니다만 자세히는 말씀 못 드립니다.” “그러시군요. 그럼 저도 말씀 못 드립니다. 그럴 의무가 있는 것 같지도 않고요.”
말뚝들 -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홍 지음
그나저나 장 적당히 띠겁게 할 말 잘 한다... 부럽.
“지금 말씀해주신 내용을 다른 곳에 이야기하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저희가 찾아온 것까지 포함해서요. 특히 언론이나 인터넷 같은 곳에는 안 됩니다.” “제가 왜 그래야 하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왜 그래야 하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알 수 없고, 어떻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전후 사정이 밝혀질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그래야 정확히 조사해 공식적으로 알릴 수 있으니까요. 벌써 잘못된 정보가 너무 많이 떠돌고 있습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말뚝들 -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홍 지음
책 속의 대화를 좋아하는데 이 책은 유독 대화가 찰지고 답답함이 없다.
신은 존재할 가능성이 적고, 있더라도 믿을 만한 녀석이 아니며, 마주치면 엎드려 빌기보다는 삥이라도 뜯는 편이 낫다는 게 장의 지론이었다.
말뚝들 -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홍 지음
이 문장이 장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 부분 같다 ㅋㅋㅋ
특히 삥을 뜯는 게 중요했다. 제대로 된 신이라면 주머니 사정이 넉넉할 게 틀림없고, 체면이 있어 어디 가서 하소연하기도 힘들며, 속성상 보복보다는 용서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말뚝들 -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홍 지음
납득!
장은 그런 것을 견디기 힘들어했다. 확신할 수 없는 것을 진심을 다해 믿기로 하는 약속이 무서웠다. 정상적인 행동으로 보이지 않았다. 장이 생각할 때 그건 자신을 속이는 일이었다.
말뚝들 -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홍 지음
공감된다.. 내가 믿음이 부족해서 그런걸까? 사실 믿으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싶다.
종교,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최근에 읽은 <파이이야기>가 계속 떠올랐다. 신형철님께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 사실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와 같은 파이의 믿음이 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물음이다. 그 믿음이 그를 살게 했고 유일하게 중요한 것은 바로 그것이다. ' 라고 말했는데 <말뚝들>에도 적용되는 것 같네. 나는 아직 <파이이야기>나 종교나 아직도 잘 모르겠다.
파이 이야기 - 개정판전 세계 50개국 출간, 누적 판매 1200만 부를 기록한 맨부커상 최대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의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작품에 담긴 의미를 새롭게 해석한 표지와 소장 가치를 더한 양장 제본으로 ‘현대의 고전’으로서의 품격을 더했다.
“어떻게…… 떠났나요, 태이는?” “제가 마침 내일 한국 가거든요. 공항에 데리러 나와주실래요? 쟝한테 전해줄 것도 있어요.” “내일요?” “네. 안 돼요?” “안 될 건 없어요. 근데 제가 왜 그래야 하죠?” “앤데르이아 친구라면서요. 그럼 제 친구니까요. 친구들은 원래 그렇게 하지 않아요?”
말뚝들 -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홍 지음
장이 왜 그래야 하죠?를 바로 물어보는 게 부럽다. 바로 수능하지 않는 이 멘트가 까칠하고 깐깐한 느낌. 나도 궁금한데 소심해서 그런지 아직 애새끼라 그런지 오히려 혼날 거 같아서 눈치본다고 이렇게 못 말한다.
쟤 친구는 내 친구. 이런 단편적이고 순수한 생각을 피곤해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뭔가 살짝 마음이 물러지는 걸 보면 그런 순수함이 좋은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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